로자나의 간호 덕분에 어지러움은 덜했고 느리지만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한참 걷던 중 로자나가 그만 눈길에 미끄러 졌고 둘은 살짝 옆길로 구르며 빠졌다
로자나는 낑낑 되더니 벌떡 일어나 시아를 찾았고 벌러덩 누워있는 시아에게 괜찮냐고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시아는 괜찮다며 웃어 주었고 그제야 떨며 더듬거리던 로자나의 손이 멈추고 시아의 등을 조심히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시아의 눈앞에 특이한 보라색빛에 작은 꽃이 여러개가 달린 약초 종류가 보였고 로자나에게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로자나는 유심히 보더니 '설마.. 설마!' 거리며 나를 두고 약초를 조심히 빠르게 캐기 시작했다
신중히 약초를 만지며 살펴 보더니 감탄사와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
시아는 로자나를 바라보며 울지 말라고 달랠 뿐 약초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자 로자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급하니 어쩔 수 없다며 시아의 턱을 잡고 입을 벌려 약초를 넣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시아는 눈이 동그래져 그녀를 봤고 로자나는 꼭꼭 씹어 넘기라며 씹는 흉내를 진지하게 흉내내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그녀따라 씹었다
쌉쌀한데 달콤하고 끝맛은 고소하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맛에 꿀꺽 삼켰고 로자나는 시아를 보며
'어때? 어때?' 같은 말을 난발하며 물어왔다
'맛있었어' 그 한마디로 끝난 시아를 보며 '그게 다야?'라고 물었고 시아는 당황하며 '아 엄청 맛있었어! 고마워 로자나'로 답해 왔다
로자나는 '그럴리가 없는데 분명 맞는데 이상하네..'라며 중얼되며 시아를 부축해 일으켰다
로자나는 골똘히 생각에 빠졌고 시아는 말걸기 어려워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착각일수도 있지만 조금 전보다 발목 통증이 나아진것 같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둘은 그렇게 힘겹게 산을 내려왔고 시아의 아버지가 서 계셨다
둘은 놀라 지쳐있던 눈이 번쩍 떠졌고 그런 둘에게 달려와 호통 치시고는 시아를 업고 로자나를 데리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 졌다 방까지 업어다 내려 주시고는 옷을 꺼내 갈아 입으라 하셨고 갈아입을 동안 양동이에 데운 물을 담아와 그녀의 다리와 발을 씻겨주시고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닫아 내주셨다
손과 팔은 온통 약초물이 든 찢어진 천들에 감싸져 있어 일단 가만히 두셨다
아버지는 또 나가시더니 따뜻한 스프를 한접시 가져오셨고 시아는 최대한 손을 떨지않게 애쓰며 숟가락을 들어 스프를 다 먹었다 자고 있으라며 이불을 덮어 주시고는 빈접시를 들고 방을 나가셨다
엄청 혼이 날 줄 알았다 잠깐 외출한다 했는데 외박까지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거기다 옷은 다 찢어지고 망가져 도저히 수선이 불가 했다 잔뜩 야단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처음 봤을때 소리치신거 말고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고 오히려 어색하지만 세심히 시아를 챙겨주셨다
이상한 기분에 시아를 어버지말씀대로 잠을 자기로 했다 시아의 방은 따뜻한 공기로 채워졌고 살며시 눈이 감겼다 오랜만에 아무생각 없이 깊이 잠이든 날이였다
'정말 괜찮은 것이 맞습니까?'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어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고 '아니 그런데 왜 깨어나지 않는겁니까 벌써 삼일째입니다! 삼일 내내 죽은듯이 잠만 자고있단 말입니다!'
(뭐라고요 아버지?삼일이요? 전 그냥 피곤해서 잠깐 자려고 한것 뿐 인데 삼일이라뇨! 당장 일어나야 되 깨어나야되 끄응.. 뭐야 왜 눈이 안 떠지는 거야? 뭐지? 아버지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아요! 아버지 도와주세요! 아버지! 아빠!)
다급히 불러 보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일이지 처음엔 너무 당황하여 버둥거렸지만 진정하고 그녀는 자신의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쓰리고 아픈 상처들이 팔과 손에서 느껴졌고 발목 또한 부은듯 더욱 무게가 느껴졌다
코는 약간 얼얼했고 여기저기 잔 상처들은 참을만 했다 별로 달라진 것을 못 느낀 그녀는 이상했다
(뭐지?뭘까? 딱히 달라진곳은 없는데 뭔가 이상한데..어? 그런데 나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어떻게 상처들이 보이는거지? 헉! 뭐야!)
상처뿐만이 아니였다 혈액이 흐르는 방향 장기들의 위치 심장박동 소리 등 자신에 몸에있는 근육과 뼈 모든 것이 느껴지고 보여졌다 소름이 쫙 돋아 그녀는 몸을 힘주어 움추렸고 그러자 배에 조그만하게 둥근 타원 구슬이 느껴졌다
(응?이건 뭐지?) 그녀는 구슬을 집중해 느끼고 보았다
작고 보라빛을 가진 구슬은 천천히 그녀의 배속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그녀에 구슬에 집중하고 힘을 주자 속도를 조금씩 올리며 구슬이 돌아갔고 빠르게 돌릴수록 힘들고 어려웠지만 왠지 멈추면 안될 것 같아 더욱 빠르게 돌렸다 점점 엄청난 속도로 돌던 구슬은 나중에는 빛을 내더니 파악하고 터지며 그녀의 혈관을 타고 여기저기 흘러다녔다
그리고는 시끄러운 소리에 머리가 울려 찡그리며 눈이 떠졌다
눈앞에는 의사에게 사정하며 붙잡고 있는 아버지 모습이 보였고 의사는 뿌리치며 방을 나가려 애썼다
'..아버지 저 괜찮아요' 털썩 놀란 아버지는 주저 앉으셨고 의사는 놀라시며 비명을 지르셨다
그렇게 시아는 삼일만에 깨어났고 일주일만에 상처들이 싹 나았다
빠른 회복에 아버지가 놀라 하셨지만 그녀가 또 산에 갈까봐 외출금지를 시키시려 했다 시아는 아버지께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해 겨우 외출금지는 보류됐다
시아는 그동안 걱정했을 로자나에게 가기 위해 아버지께 부탁했고 시아의 상처를 치료해 준 것이 로자나인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해 주셨다
시아는 직접 만든 요리를 챙겨 로자나에게 갔고 로자나와 그녀의 어머니는 울며 시아를 안아 주었다
로자나 또한 울창한 숲을 달리고 구르며 여기저기 멍과 자잘한 상처가 생겨있었다
시아는 로자나의 상처들을 보며 절때 이 일을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