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시작한다.
-저는 작금에 이 현상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동청중이 모두 그에게 시선을 꽂는다. 물론 실제로 그렇진 않았다. 그 혼자 그렇게 느낀 것이다. 모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냥 저냥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귀만 열고 있어도 시선은 시선이다.
물어본 놈이 있으니 대답하는 건 이치이다.
-그러니까 설명을 하자면........
그가 머리속에서 이야기를 조립하는 중 조금 뜸을 들이자,
-뭐 별 생각없네.
두번째 쨉이 날아든다.
기를 잡으려는 것인가? 그 한마디에, 그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 그가 내뱉을 분위기와 이야기를 별 시덥잖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허나 그는 그렇게 20대 초반 꼬맹이들에게 발리고 싶지는 않았다.
‘건방지게 어디서 시험을 하려들어. 역시 별거 아니지? 너희들에게는.‘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더욱더 타오른다. 어느 그녀에 한마디에 전의가 불쑥불쑥 생겨난다. 그래서 그는 자기에 가장 좋은 장기를 발현시키기 시작한다.
‘내 얘기를 듣고 내밑에 굴복하지 않는 이 없으리라. X밥들아.’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요. 그럼 듣기 편하실 겁니다. 내가 설명하기에도 괜찮고요.
-이야기?
따분했던 일상에 그녀들은 그에 말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물론 아직도 눈길은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더 확실하게 표현하기로 마음먹는다. 대차게!
갑자기 그는 뮤지컬 연극배우가 된 냥 큰소리로 청중들에게 소리친다.
-자~설정을 해볼까요? 자 여러분. 눈을 감으세요.
감으셨나요?
뭐가 보이나요?
뭐가 보이겠어 그냥 깜깜하지.
혼자 맨앞에서 떠들며 쌩쑈를 하는 그를 보면 여전히 그들은 눈길은 주지 않았지만 듣기는 하는갑다.
몇몇이 키득키득 거린다. 그래도 분위기는 다잡은것 같았다.
이것을 발판삼아
그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톤은 마치 어린아이에게 글을 읽어주는 아빠의 톤으로.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선생님에 시선으로.
-허나 그렇게 깜깜한 만큼 우리는 거기에 무엇이든 그릴수 있습니다. 자 한번 그려볼까요?
-네~!
-하하. 자 여러분과 내가 보고있는 이곳, 즉 이영화는,
아니 이영화에 배경은 사파리 입니다.
여러분 한번 그려볼까요? 어떻게 그려지나요.
-초원이 그려져요. 황색초원이요.
-나무도 있어요.
-그렇죠. 사파리하면 그게 떠오르죠. 이곳은 우리가 항상 티비에서 보는것 처럼 어른 허리쯤에 닿는 풀때기 들과 군데군데 나무가 있는 그런 곳입니다. 이제 여기에 감독인 내가 극을 연출해보겠습니다.
일동 가만히 있는다.
-거기에는 두명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남녀로 설정하죠. 한명은 저 매니저. 다른 한명은.... 그래 이름을 뭘로 할까요.
그때 옆자리에 앉은 꼬맹이가 보인다.
-그래요, 그냥 편의상 은하 라고 하죠.
-왜 내가 거기 들어가요. 난 그런데 가기 싫어요.
-나중에 개런티 드릴테니까 한번 들어와줘요. 나원참.
일동 키득키득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