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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각자의 셈법
작성일 : 18-11-02 15:35     조회 : 119     추천 : 0     분량 : 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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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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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여러 단체들이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서로각자 이곳저곳에 설치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연신 구분이 안될 정도의 구호들을 중구난방 떠들어 댔다.

 차창 밖에서 나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김영화는 꼼짝도 하지 않고 실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운전석에는 서영후가 앉아 있었다.

 “깨우지 그랬어?”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이 난리 통에 잘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어요?”

 뒷좌석에 막내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휴게소는 들렀어? 들른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잤구나. 밥은?”

 서영후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김영화는 지갑에서 회사 카드를 꺼내려다 만 원 두 장을 꺼내 서영후에게 건넸다. 쓸 일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난 볼일이 있어서. 안 먹었으면 둘이 간단히 먹고 들어가. 막내야 거기 가방 좀!”

 조수석 문을 열고 나오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트렁크 좀 열어 줘.”

 강원도 공기보다 답답했지만, 안심이 되었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형광 띠로 휘감긴 조끼를 입은 교통경찰들이 차도로 나와 교통통제 및 정리를 하느라 쉼 없이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KBN로고가 큼직하게 붙은 취재 차에는 별 간섭이 없었다. 트렁크 안 쇼핑백에서 하이힐을 꺼내 신고 트렁크를 닫으며 두 번 탕탕 쳤다. 차는 이내 출발했지만 도로가 꽉 막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서울 광장은 온통 경찰버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몇 시간 전 강원도에서 본 작전 차량의 규모와는 사뭇 달랐다. 시시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김영화는 덕수궁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뒤를 돌아 서영후에게 손을 흔들었다. 차량정체로 인해 취재차보다 더 앞서게 됐다. 횡단보도를 건너 바로 허기택 중령과 약속 장소인 시청 서소문 별관으로 바로 갈 수 없었다. 서영후가 볼 수도 있었다. 서울 프라자호텔을 등지고 광화문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회사가 남대문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에 서영후가 우회전할 염려는 없었다. 서울 광장을 한 바퀴 돌아서 갈까도 생각했지만 세종로 사거리까지 걷기로 했다. 조선일보 사옥에서부터 덕수궁 앞까지 관광버스가 휘감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대부분은 중국인들이었다. 첫 해외여행인지 다들 무척 들떠 있었다. 김영화가 불과 몇 시간 전 강원도에서 느꼈을 낯선 곳에서의 자신감이었을까? 10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오히려 검은색 원피스 정장을 입은 김영화가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인해(人海)의 파도를 타고 어느덧 덕수궁 돌담길로 접어들었다. 돌담길을 걷는 사람들로 인해 맞은편 벤치 앉아 있는 기무사 허 중령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볷했다.

 “오빠, 오래 기다렸어요?”

 바로 허기택 중령의 앞에 다다라서야 인사를 건넸다.

 “아니, 나도 금방 왔는걸, 식사는?”

 허 중령은 위를 올려다보며 일어섰다.

 “아뇨, 아직 전이예요.”

 “그럼, 커피 말고 식사 겸 맥주 한잔하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뭐야, 숨넘어갈 듯이 말해서 전쟁 난 줄 알고 급하게 왔더니.”

 기무사 허 중령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김영화가 앞장섰다. 시위대가 점령한 서울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싶지 않았다. 조선 웨스턴 호텔 쪽으로 걸었다. 예닐곱 명이 수십 그룹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단체 중국 관광객이었다. 명동을 지나 을지로 3가 역 5번 출구 쪽 한국 외환은행 본점 앞에 외떨어진 섬처럼 삼각형 모양의 휴식 공간을 지났다. 일본인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큰 총을 들고 있는 카우보이 얼굴이 큼지막하게 새겨진 America pub 간판이 주위의 다른 술집보다 눈에 들어왔다.

 허 중령은 펍 안에서 들려오는 빌리조엘의 honesty를 따라 흥얼거리며 들어갔다.

 1층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2층의 테라스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2층이라고 해봐야 같은 층 절반에 붕 떠 있는 위치였다.

 “알고 따라 흥얼거리시는 거예요?”

 “그럼.”

 지휘하듯 두 팔을 벌려 성악가처럼 소리 내어 부를 태세였다.

 “배고파요. 전 요거. 맥주는 요거.”

 김영화는 허 중령은 쳐다보지도 않고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테이블에 있는 벨을 눌렀다.

 마이쉘 맥주 2잔과 프라이드치킨, 감자튀김, 매운 족발을 주문했다.

 1층은 만석이었다. 관광객과 퇴근한 회사원, 젊은 연인들이 뒤섞여 저마다 공중으로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어 몽롱하기까지 했다.

 “일본, 중국, 한국인 다 구별이 되네.”

 “틀린 게 느껴져?”

 “사람이 맞고 틀린 게 어디 있어요? 틀린 게 아니고 다름이요. 다름. 유독 다름을 틀림으로 이야기하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요.”

 테라스에 턱을 괸 채로 시선은 1층을 향했다.

 “그래. 다른 게 느껴져?”

 “네. 각각 특징이 있어요. 1층에 있는 사람들 국적 맞히는 시험 나오면 80점 이상은 자신 있어요.”

 “각각 특징이 있으면 우리도 직업적 특징 나오겠다. 자기 기자인 거 다 알겠네.”

 김영화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여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이제 앞머리는 힘이 빠져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이는 40대 아저씨와 시집 못 간 노처녀 한 명만이 있네요. 누구도 신경 안 쓰는.”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건배를 하고 한 모금을 마신 후 윗입술의 맥주 거품이 걷히기 전에 허 중령이 라이터를 켜는 시늉을 했다. 라이터를 켜서 허 중령 앞으로 내밀자 빙긋 웃기만 했다.

 “켜지도 않았어요. 우리 사이에.”

 녹취용 녹음기를 끄라는 시늉이었다. 허 중령은 테이블에 놓여 있던 김영화의 스마트폰을 뒤집어 액정화면이 천장을 향하게 돌려놓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음성 녹음도 확인할 참이었다. 김영화는 연신 담배 연기만 내뿜을 뿐이었다. 허 중령도 여기까지였다. 설령 다른 녹취기가 있다고 해도 이쯤에서 멈춰야 했다. 둘의 신뢰에 대한 문제였다. 기생이 아닌 공생관계였다.

 멋쩍은 듯 허 중령은 맥주잔으로 건배를 청했다. 동시에 소스 병을 집어 들었다.

 “난 매일 아침 출근해서 5대 일간지를 다 봐. 자기는 자기네 신문만 보나?”

 소스를 내일 5대 일간지 조간에서 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주머니에서 엄지손톱만 한 USB 저장장치를 김영화 쪽으로 밀었다.

 부탁처럼 보였지만 부탁은 아니었다.

 “어디 오더예요? 확실하지 않으면 나만 미친년 되는데. BH?”

 허 중령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빙긋 웃었다. 부정하지 않는 건 강한 긍정이었다.

 “좋아요. 뺨 때려 드릴게요. 곡소리나 잘해요.”

 이미 5대 일간지 데스크와는 합을 맞춘 상태였다. 다만 불쏘시개가 필요했다. 김영화의 온라인 기사를 인용해서 5대 일간지 1면에 기사를 내보낸 후 본격적인 후속 기사를 쏟아낼 참이었다. 김영화는 최초라는 특종 타이틀을 가져가겠지만 오히려 위험할 수 있었다. 새벽 시간에 속보는 파급력이 떨어졌다. 스포트라이트는 내일 아침부터 5대 일간지의 차지였다. 그럼에도 숙주를 자처했다. 아직은 허기택 중령과 같이 달려 나가야 했다. 대한민국의 언론이 처한 현실은 정보의 바다에서 조난 신호를 보내도 쉽게 구조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지 못했다.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다. 개별 사건, 사고의 속보 전달성은 언론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었다. 언론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게시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오히려 기자들이 받아쓰고 언론사에서 인용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사실 전달만 하고는 더 이상 언론사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정치, 경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 경제에 민감한 사람들은 5초라도 먼저 속보를 띄우거나 독점 특종을 터트리는 언론사는 특별하고 깊이 있는 정보원과 소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한다고 생각했다.

 이점이 강점이 됐다. 몇 초 먼저 속보를 내보내려 안간힘을 썼다. 광고 수주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그 외에는 다 비슷비슷했다. 그날 각 방송국의 뉴스의 꼭지, 순서, 신문사의 기사가 비슷비슷한 이유가 어느 정도 조율이 됐기 때문이었다.

 허 중령은 담배를 물고 연신 맥주만 마셨다.

 술집 안에는 Engles의 The sad cafe가 흘러나왔다.

 허 중령은 마지막 잔을 입에 털어 넣고 먼저 일어섰다.

 밖으로 나온 시각은 밤 11시가 조금 넘었다. 도시의 건물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습도는 미간을 찌푸리기 충분했다. 펍 앞의 삼각지대에는 여전히 일본인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서울 공기 틀려먹었다. 그치? 강원도에 며칠 있었다고.”

 틀림이 아닌 다름이었지만 더 이상 김영화는 토를 달지 않았다.

 허 중령은 김영화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김영화는 잡은 손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만세를 부르는 동작을 해 보이며 자연스럽게 손을 놓았다.

 “오빠, 잘 먹었어요. 오늘은 이만하고 나중에 찐하게 해요. 그럼, 저 먼저 가요.”

 김영화는 성큼성큼 저만치 앞서가며 손을 좌에서 우로 180도 반원을 그리며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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