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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혁명적소녀
작가 : an3375
작품등록일 : 2016.8.24

모종의 이유로 가문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리는 도피처로 바탈리온 제국의 기숙사제 아카데미, 아스테리아 학원에 입학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에 최전방에 선 바탈리온 제국은 아스테리아 학원에 극소수의 사람들 밖에 모르는 비밀을 심어 놓는데…….

 
Chapter 3. 그 이방인, 적응(適應) (1)
작성일 : 16-09-13 00:48     조회 : 547     추천 : 3     분량 : 7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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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결심했어.”

 

 

 “…….”

 

 

 “열심히 공부해서 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의 상회를 물려받을 거야! 아버지는 언제나 내가 너무 어리다며 졸업 후 천천히 일을 배워나간 후에 상회를 물려주시겠다고 했지만 그 때는 너무 늦어! 나는 언제든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 말이야.”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건 좋지만 그 동기가 매우 불순하다고 유리는 생각했다. 물론 그런 유리의 생각을 모르는 하엘은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열렬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리본첼 영애를 노리는 놈들은 정말 수도 없이 많아. 뭐, 그건 이해해. 아름다운 꽃에 나비가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이치잖아? 그럼 그 꽃을 얻기 위해 힘내야 할 건 바로 내 쪽이지! 그렇지 않아?”

 

 

 

 절대 아니다.

 

 

 하지만 유리는 ‘넌 속고 있어.’ 라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몇 번이고 혀를 깨물어야만 했다. 암기에 자신이 없는 그녀도 에시단 황자의 정체에 대해선 비밀로 해야 한다는 규칙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리본첼 영애를 노리는 건 대부분 귀족들이야. 그런 귀족들과 상대하려면 무언가 특별한 강점이 있어야 되잖아? 그러면 확실히 ‘가넥스 상회의 차기 후계자’ 이 아닌 ‘현 가넥스 상회의 주인’ 이라는 수식어가 낫지 않겠어?”

 

 

 “…….”

 

 

 

 또 빵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스프부터 들이키고 있었다.

 

 

 유리는 하엘에게 그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해 주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우선 제 이상형과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하엘의 모습이 너무나 신나보였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졸업하자마자 상회를 물려받을 거라고 포부 있게 선언하는 모습이 가넥스 상회나 하엘의 미래를 위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내 첫 목표는 경영 학부 1학년들 중 1등을 하는 거야! 이 목표는 얼핏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내 미래를 위한 큰 한 걸음이 될 거야!”

 

 

 “…아니, 충분히 대단하고 큰 목표라고 생각해.”

 

 

 

 유리의 목표는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

 

 

 1년에 두 학기로 나뉜 아스테리아 학원은 학기마다 한 번, 여태까지 배운 것을 시험하는 학기말 시험을 치루는데 각 과목마다 선생님들이 정해 놓은 낙제점이 있었고 1년에 한 번 낙제점을 받으면 방학 때 학원에 남아 보충수업을 듣고 두 번 낙제점을 받으면 그 과목은 1년을 다시 들어야 했다.

 

 

 공부하는 것이 싫으니 보충 수업도 싫었고 싫어하는 과목을 1년 더 공부해야 하는 건 더더욱 질색하는 유리로서는 상위 성적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낙제점만을 받지 않고 무사히 학기를 넘기는 게 소원이었다.

 

 

 

 “특히 학구열이 센 경영학부에서 1등하기는 우리 검술부보다 더 힘들 거라고 봐.”

 

 

 “대신 검술부는 필기뿐만 아니라 실기 시험으로 체력테스트나 대련을 하잖아.”

 

 

 “책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차라리 몸을 쓰는 게 더 좋아.”

 

 

 

 솔직한 유리의 말에 운동은 끔찍하다며-이래놓고 잘도 특별동 기숙사의 담벼락을 넘겠다는 소리가 나왔구나 싶었다.- 질색하던 하엘은 곧 드러난 갈림길에 손을 흔들며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오늘도 검술부는 운동장에서 수업하지? 와, 정말 싫다. 아침부터 운동이라니……. 난 편히 의자에 앉아 수업 들으러 간다. 그럼 점심 때보자.”

 

 

 

 그리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하엘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유리는 하엘과는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쟤는 걱정도 안 드는 걸까?’

 

 

 

 아침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유리는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하엘은 아무런 근심걱정 없다는 듯이 언제나처럼 리본첼 영애에 대해서 실컷 이야기를 늘어놓기만 하였다. 분명 어제 은빛 여우를 ‘진짜로’ 잡았던 애들은 자신이 여우를 잡았다고 뻔뻔스럽게 리본첼 영애의 앞에서 큰소리를 쳤던 하엘의 발언에 할 말이 많을 텐데 말이다.

 

 

 

 ‘하긴…….’

 

 

 

 하엘이 제 관심사 외의 일을 신경 쓴다면 그게 더 신기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뭐든 손에 쥐고 있던 하엘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나 물건의 수는 적었고 그 적은 수만큼 하엘은 제가 흥미를 가진 것들에겐 깊게 주의를 두는 편이었다. 그것은 반대로 하엘이 자신의 관심사 밖에 있는 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뜻이기도 했고 특정 사물이나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주변을 기민하게 신경 쓰는 유리와의 차이점이기도 했다.

 

 

 

 “……!”

 

 

 

 바로 지금처럼…….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가가면 겁을 먹지 않느냐? 인간이란 본디 약한 생물이라 겁이 많다 들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허공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내어 제게 다가오는 기척에 놀란 유리의 손이 허리춤에 있던 검 손잡이에 닿았다. 학원에서 검술 부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된 검이라 날도 제대로 서 있지 않고 유리의 몸에는 맞지 않게 무겁기만 했지만 이렇게라도 저를 방어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소리도 기척도 없이 다가오는 이들은 경험상 대부분 유리에게 있어 환영받지 못할 부류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런, 가엾게도…….”

 

 

 “…어? 당신들.”

 

 

 

 하지만 몸을 돌린 유리의 눈에 비춘 건 그녀에게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 검술부의 제복을 입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검은 머리의 남자와 그에 대조되듯이 키가 크지만 몸은 호리호리한 백발의 남자였다.

 

 

 유리는 분명 처음 보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고 느껴졌다. 특히 자신에게 손을 대려고 했던 검은 머리 남자의 금안이 크게 뜨인 것을 보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힘 있는 이들이 자신보다 약한 생물을 겁주고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건 최저다.”

 

 

 “…누가 자신보다 약한 생물을 겁주고 괴롭히며 희열을 느꼈다는 거냐.”

 

 

 

 복도에 울리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낯이 익었지만 유리는 순간 말을 꺼낸 이들이 누구인지 눈치 채지 못했다. 아니,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는 곧 그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확신을 할 수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굳혔다. 그것은 그들의 생김새가 어젯밤 봤던 것과는 무척이나 달랐기 때문에, 아니 정확히는 유리의 기억 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던 그들의 특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보아라, 리오넬. 너 때문에 겁을 먹어서 동공이 수축되고 온 몸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지 않는가? 딱하기도 하지. 꼭 겁을 먹은 토끼 같지 않느냐.”

 

 

 “작은 인간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다.”

 

 

 “아, 귀가……!”

 

 

 

 어제까지만 해도 있던 복슬복슬해서 만져보고 싶던 뾰족한 귀와 머리칼 사이로 빠져나와 시선을 사로잡았던 긴 귀가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바로 눈치 채지 못했던 걸까! 유리는 멍청한 10초 전의 자신을 한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당연하지만 귀는 마법으로 모양을 바꾸었다.”

 

 

 

 이제서야 그들이 어제 특별동 기숙사에서 만난 늑대수인인 리오넬 반과 엘프인 엘렌 카인첼인 걸 깨닫고 놀란 유리에게 인간처럼 동그래진 자신의 귀를 보여주며 엘렌이 말했다.

 

 

 

 “인간들 몰래 그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거니 조심해야 하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거냐, 리오넬?”

 

 

 

 오만하게 턱을 치켜세우며 상대를 내려다보는 엘렌의 모습에 리오넬이 크게 코웃음을 치며 그를 비웃었다.

 

 

 

 “…내가 너보다 한 달 더 빨리 이 학원에 입학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인간들에 대해선 내가 너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

 

 

 “알고 있는 녀석이 연약한 인간을 괴롭히는 건가? 너와 면식이 있는 인간이니 다행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 그렇지 않아도 인간은 겁도 많고 연약한 생물이라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단 말이다.”

 

 

 “그러니까, 괴롭힌 게 아니라니까!”

 

 

 

 두 사람, 아니 두 이종족 사이에서 튀는 스파크를 말없이 온 몸으로 맞고 있던 유리가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잠깐, 잠깐! 둘 다 그만 둬!”

 

 

 

 리오넬의 큰 목소리에 멀리서 지나가던 학생 몇몇이 그들을 보고 수군거리며 지나갔다. 수업 시간이 다가올수록 바쁘게 오가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난 것을 깨달은 유리는 엘렌과 리오넬의 손을 이끌고 조금 더 구석진 복도 안 쪽으로 들어갔다.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자신들이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주변에 자신의 말을 엿듣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한 유리가 작게 한숨을 쉬며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방금은…….”

 

 

 

 유리가 입을 열자 조용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이 유리에게 닿았다. 서로에겐 빈정거리고 목소리 높여 싸웠던 것에 비해 자신의 한 마디에 입을 다물고 순순히 끌려와 준건 다행이라고, 유리는 생각했다.

 

 

 

 “내가 주변에 예민한 편이라서 과민반응 한 거야. 갑자기 기척이 나타나서 놀랐을 뿐이지 누가 잘못한 건 아니야.”

 

 

 “…그렇군. 결과적으로 인간, 아 아니지. 이름을 불러야 한다고 했었지……. 좋아, ‘유리시아.’”

 

 

 

 다행스럽게도 엘렌은 어제 에시단 황자가 했던 말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유리라고 불러줘. 그렇게 불리는 걸 더 좋아해. 그리고 그렇게 힘을 줘서 부르지 않아도 괜찮아.”

 

 

 

 부르는 방식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엘렌은 바로 유리의 말을 이해하곤 말을 고쳐 다시 대답했다.

 

 

 

 “유리. 그러니까 네가 놀란 건 결과적으로 리오넬의 탓이 맞긴 하단 거군.”

 

 

 “…….”

 

 

 

 대체 왜 결론이 그렇게 되냐고 따지려던 유리는 리오넬과 엘렌 사이의 공기가 한층 더 서늘해진 걸 느끼곤 여기선 말을 조심히 골라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놀란 원인만 따지자면 유리는 리오넬 때문에 놀란 게 맞았다. 엘렌은 그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리오넬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건 그가 인간인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둘의 다툼을 수습하는 것도 관계자가 해야 할 일인 거겠지.’

 

 

 

 수업에 들어가서도 둘이서 싸우다가 자신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발설하기라도 했다간 큰일이었다.

 

 

 

 “그래, 맞아.”

 

 

 

 머릿속으로 해야 할 말을 고르는 와중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검술부에 이종족은 이 두 명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세디넬도 에시단 황자도 학부가 다른데 이보다 수가 많았다면 유리가 눈을 두기 벅찼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놀란 건 리오넬 때문이었어……. 어, 아니 말을 끝까지 들어봐!”

 

 

 

 분명 리오넬의 머리 위에 있던 복슬복슬한 귀는 마법으로 인해 보이지 않을 터인데 유리는 자신의 말에 그의 큰 귀가 축 쳐지는 환각을 보곤 당황하여 소리쳤다. 리오넬의 표정엔 아까와 별 차이가 없는데 어째서 그런 환각이 보인 걸까? 눈을 비비니 당연하게도 그의 머리 위에 큰 짐승의 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유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하지만 그건 괴롭힌 게 아니야. 리오넬도 딱히 나를 겁주고 싶어서 소리 없이 다가온 건 아닐 테고, 그렇지?”

 

 

 “…그래, 맞다.”

 

 

 “상대가 싫다고 한 일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게 괴롭히는 거지. 게다가 놀래키기 정도는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주 쓰는 일인걸? 별 일 아니야. 나도 내 친구에게 종종 당하곤 해.”

 

 

 

 물론 유리에게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한 친구는 하엘 뿐이었고 둔감한 하엘이 민감한 유리를 놀라게 한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유리는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너희도 나와 친해졌다, 싶으면 그런 장난을 해도 좋아. 그리고, 엘렌…인간은 겁을 좀 먹었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았으면 해…….”

 

 

 “나는 그저 조심을 한 것뿐이다. 인간은 쉽게 부서지는 연약한 생물이니까 말이야.”

 

 

 

 유리는 그제서야 아까부터 엘렌이 말한 ‘조심해야 한다.’ 가 정체를 들키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가 아닌 연약한 인간을 겁주고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임을 깨달았다.

 

 

 

 ‘…작은 동물 취급인가?’

 

 

 

 하다못해 토끼도 이런 취급은 안 받을 것이다. 유리는 어쩐지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엘렌을 쳐다보고 있는 리오넬도 그녀처럼 기가 막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어제 에시, 아니 카릴이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은 그렇게 연약하지도 않고 그 정도는 괜찮아. 앞으로 생활하다보면 알겠지만 몸이 두 동강이 나지 않는 이상 괜찮은 거라고.”

 

 

 “그 정도인가?”

 

 

 

 좀 극단 적인 설명이란 건 자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엘렌은 계속해서 그녀를, 아니 더 나아가 인간을 토끼보다도 작은 햄스터 취급을 할 것이었다. 유리는 이 설명을 밀고 나가기로 했다.

 

 

 

 “물론이지. 의외로 인간들은 강하다고? 그리고 어디서 인간들에 대한 설명을 들은 건진 모르겠는데 ‘인간들은 어떻다.’ 라는 말은 학생들이 많을 땐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거 꼭 인간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이야기로만 들어왔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거 같잖아?”

 

 

 “그 사실을 알아채다니 똑똑하군, 유리.”

 

 

 “…….”

 

 

 “내 기억이 맞다면 인간들은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 정답을 맞히면 간식을 주더군.”

 

 

 

 그렇게 말한 엘렌은 주머니에서 작게 포장된 사탕 하나를 꺼내 유리에게 내밀었다.

 

 

 

 “사탕, 좋아하나?”

 

 

 “…그래, 바로 그걸 하지 말라는 뜻이야. 네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말이잖아.”

 

 

 

 사탕을 내밀면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엘렌은 여전히 사탕을 유리에게 내민 채였다. 유리는 힐끔, 내밀어진 사탕을 바라보았다. 시장에서 싸게 파는 그 작은 사탕은 유리도 종종 즐겨먹는 종류였다. 유리는 고개를 돌려 리오넬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우리를 향해 ‘인간’ 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 너희는 지금 인간 행세를 하는 중이니까 우리들과 다르게 보이면 안 되지. 리오넬, 이건 너도 마찬가지야. 아까 나를 ‘작은 인간’ 이라고 칭했지? 그러면 안 돼. 우리를 부를 땐 되도록이면 성이나 이름을 부르도록 해.”

 

 

 “이름이나 성을 모르면 어떻게 하지?”

 

 

 “그 땐 나한테 물어봐. 물어볼 상황이 아니면 ‘너’ 나 ‘당신’ 같은 대명사를 써도 괜찮아. 너희들은 특별동 기숙사의 학생이니까 일반 학생들은 너희를 사정이 있는 높은 집 자제들이라 알아서들 생각해 줄 테니 그렇게 불러도 모욕이라 생각하진 않을 거야.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정도로 지위가 높은 학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굳이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야 할 정도로 지위가 높은 이를 꼽자면 에시단 황자 정도였지만 그는 지금 자신의 취미생활로 의해 신분을 감추고 있는 상태였다. 이실도르 후작의 차남인 레온하트 정도가 1학년들 중 가장 높은 집 안의 자제이니 ‘인간’ 이라는 말로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일어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탕은 치우도록 해. 받지 않을 거야.”

 

 

 “싫어하는 건가?”

 

 

 “아니, 그렇진 않아. 오히려 좋아하는 편인데…….”

 

 

 

 단 것을 좋아하는 유리로서는 엘렌이 그냥 사탕을 줬다면 아무 이견 없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사탕은…….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란 말이야.”

 

 

 

 분홍색 종이로 감싸인 그 작은 사탕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엘렌을 향해 작게 한숨을 쉰 유리가 답했다.

 

 

 

 “칭찬 사탕으로 주는 거면 필요 없어.”

 

 

 “하지만 유리는 나보다 어리지 않는가?”

 

 

 “너도 나랑 똑같은 열여섯, 1학년생이잖아.”

 

 

 “그렇지 않다. 유리가 나와 같은 1학년생인 건 맞지만 나나 리오넬의 나이가 열여섯인 건 아니다.”

 

 

 

 유리는 엘렌의 말에 눈을 돌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리오넬이나 엘렌은 또래의 1학년 남학생들보다 키가 컸다. 레온하트 폰 이실도르가 그들과 비슷한 키를 가졌으려나? 하지만 그래봤자 같은 1학년이니 고작 차이가 나 봐야 한두 살 차이일 것이다. 유리는 별 생각 없이 자연스레 물었다.

 

 

 

 “둘 다 몇 살인데?”

 

 

 “나는 올해로 92살이고 리오넬은 54살이다.”

 

 

 “…….”

 

 

 “사탕, 먹겠나?”

 

 

 

 유리는 엘렌이 내민 사탕을 받았다. 포장지 색깔로 짐작할 수 있듯이 사탕은 딸기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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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다리 16-09-13 01:47
 
딸기 맛ㅋㅋㅋㅋ 좋네요. 오늘도 재미있게 잘 읽고 가요!! 유리의 인내심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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