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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굿나잇 파트너
작가 : 나비야
작품등록일 : 2018.6.11

“누워.”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시운이 젖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털었다. “둘이서 누워도 충분할 만큼, 침대도 가장 큰 거로 바꿨으니까.” 그 남자, 자꾸만 나를 침대로 끌어들이려 한다! [navi_yaa@naver.com]

 
<9> 뜨거워
작성일 : 18-06-22 12:46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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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뜨거워

 

 “…….”

 “…….”

 

  침묵이 감돌았다.

 

  로연은 시운을, 시운은 로연을 말없이 응시했다.

 

  미묘하게 흐르는 침묵이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니, 이제 보니까 그게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겨우 입술을 뗀 로연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알고 싶었던 거 아니었습니까?”

 

  시운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키스를 했는지 안 했는지.”

 

  귓바퀴를 따라 더운 숨결이 흘렀다. 시운의 목소리와 함께 몰이치는 숨이었다. 간지러운 감각을 느낀 로연이 슬쩍 어깨를 움츠렸다.

 

 “이래도 기억 안 납니까?”

 

  더 가까이, 시운이 고개를 바짝 들이밀었다.

 

  금방이라도 두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였다. 로연은 이 가까운 거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녀는 시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딱 벌어진 어깨는 꽤 단단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시운의 입꼬리는 위를 향해 있고, 짙은 시선에는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그를 밀어내고자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실었다……가 다시 힘을 뺐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날은 축하 파티가 열리는 자리였다. 소윤의 생일 파티 말이다. 파티는 아주 성대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 중 한 명이었으니, 그에 걸맞은 화려한 파티가 열렸다. 로연은 진심으로 소윤의 생일을 축하해줬고, 마음을 가득 담은 선물을 준비했다.

 

  다른 사람들이 건네주는 명품 가방이나 명품 구두는 아니었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악세서리였다.

 

  예전부터 소윤은 로연이 만들어 준 귀걸이나 팔찌를 자주 착용하고는 했다. 수많은 곳에서 협찬을 보내준 장신구들이 넘쳐나건만, 소윤은 그중에서도 로연이 선물해준 악세서리가 가장 좋다고 말해주고는 했다.

 

  그래서 이번 생일에도 로연은 손수 만든 귀걸이를 준비했다. 늘 그렇듯, 소윤은 로연의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었다.

 

  모두가 즐거운 파티였다.

 

  재헌도, 로연도, 그리고 소윤까지 모두 행복한 날이었다.

 

  소윤의 생일이 5분도 채 남지 않았던, 그 시간을 제외한다면.

 

  화장실을 다녀오던 로연은 차마 믿을 수 없는 광경과 마주했다.

 

  재헌이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술에 취해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오직 재헌의 얼굴만 보였다. 그 상대 여자가 누군지는 사실 잘 보이지 않았다. 재헌은 눈을 감고, 다른 여자와 입술을 맞대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쇼크였건만, 그 상대를 확인한 로연은 그대로 주저앉을 뻔한 두 다리를 가까스로 버텨내야만 했다.

 

  소윤이었다.

 

  자신이 생일 선물로 준 귀걸이를 하고, 자신의 남자친구와 입을 맞추고 있던 여자는 다름 아닌 소윤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다른 여자였다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소윤이 아닌 다른 여자였더라면, 그랬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로연은 한순간에 두 친구에게 배신당했다. 그 상처는 쉬이 낫지 않을 터였다.

 

  지금 이 순간조차도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 가슴 한 켠이 아렸다. 로연은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지그시 응시했다.

 

 “…….”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었던 건지, 괜한 오기가 샘솟았다.

 

  재헌은 실수였다고 했다. 소윤과의 키스가, 술 취해 벌인 실수였다고.

 

  절로 실소가 지어지는 같잖은 핑계였다. 로연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믿고 싶었다.

 

  그때의 일은 정말, 정말 어쩔 수 없는 실수였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는 본심을 마냥 거부하기 힘들었다.

 

 ‘실수는 개뿔.’

 

  서글픔과 함께 분노가 치솟았다. 로연은 순식간에 시운의 목을 휘감았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다른 남자와의 키스. 이건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로연의 눈매가 또렷해졌다.

 

  고작 이런 걸로 재헌에게 복수할 생각을 하다니, 자신은 아직도 멀었다는 헛웃음이 튀어나왔지만 로연은 멈추지 않았다.

 

 “해봐요.”

 

  조금 전까지는 당황하는 듯하더니, 로연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꼈다. 이제 당혹스러움이 뻗친 건, 시운이었다.

 

  로연의 손길이 닿은 목덜미가 홧홧했다.

 

  그 감각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로연의 입술이 허락을 내어놓듯 움직였다.

 

 “우리, 키스했는지 안 했는지 궁금하니까.”

 “…….”

 “해보면 알겠죠.”

 

  조금 더, 로연은 시운의 목을 휘감은 손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간지러운 숨이었다.

 

  그러나 무척 따스한 온기였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이런 기분일까, 시운은 생각했다.

 

  아주 어렸을 적 느꼈던 봄바람조차, 현재의 시운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로연과 닿아있는 이 순간에는 따스한 봄이 다시금 그를 찾아왔다.

 

 “…….”

 

  가까이서 느껴지는 숨결을 집어삼키고 싶다는 욕심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자그마한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 번 맛을 들이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으므로.

 

  금방이라도 입술이 맞닿을 듯한 거리에서 서로의 눈동자만 들여다보고 있기가 수 초.

 

  결국, 먼저 입술을 움직인 건 로연이었다.

 

 “해봐요, 나한테.”

 “…….”

 “키스.”

 

  선홍빛 입술이 유혹적으로 열리며 속삭였다.

 

  그 한 마디는 시운의 불안감을 싹 사라지게 만들었다. 시운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을 묻었다.

 

  두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게, 더 짙은 숨을 향해 뻗어나갔다.

 

 “……!”

 

  시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매번 추위에 굳어있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조금 전, 옥탑방 앞에서 아주 짧게 느꼈던 전율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번에는 한순간만으로 끝나는 감촉이 아니었다.

 

  더 오래 이어지는 깊은 온기였다.

 

 ‘……뜨거워.’

 

  그래, 이건 뜨거웠다.

 

  따뜻함을 넘어선 뜨거움이 시운을 감쌌다. 따스한 온기는커녕 단 한 톨의 훈기조차 느낄 수 없었던 몸이, 지금은 ‘뜨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시운은 제대로, 아주 선명하게 온기를 느끼고 있었으니.

 

  입술을 더 깊이 파묻을수록, 시운을 감싸는 온기도 점점 뜨겁게 타올랐다.

 

 

   *  *  *

 

 

  눈이 부셨다.

 

  꾹 감긴 눈두덩이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거슬렸다.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던 로연이 뒤척거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피하려 덮고 있던 이불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

 

  로연은 떠지지 않는 눈을 떠 아래를 내려다봤다.

 

  잠결에 푹 젖어 있던 두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크게 뜨였다. 로연은 그대로 이불을 휙 젖혔다. 그러자 자신과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던 몸이 드러났다.

 

  탄탄한 상체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곤한 잠에 빠진 남자. 로연은 어젯밤 일을 상기하곤 조심스레 침대에서 벗어나고자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차가운 손길이 로연의 팔을 잡아챘다.

 

 “…가지마.”

 

  다 갈라진 목소리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옆에 있어.”

 

  로연의 팔을 붙잡고 있는 손은, 정말이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시운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그의 입술 사이에서는 새하얀 입김마저 불어 나왔다.

 

 “…채시운 씨,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대답 대신, 시운은 로연의 몸을 제 품으로 더욱 끌어안았다.

 

 “당신만 있으면… 곧 괜찮아질 테니까…….”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

 

  제 품에 있는 로연이 사라질까 두려운 것처럼, 시운의 목소리는 무척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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