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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73. 소원(1)
작성일 : 18-02-24 02:20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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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출근길이다. 입 다물고 운전이나 하지?”

 “아, 네에.”

 

 민영은 현준이 느긋하게 풀어진 모습을 백미러로 바라보며 퉁퉁거리던 장난을 멈췄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한 차례 노려보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편안하다 못해 늘어진 분위기의 그를 보는 것은 함께 일 한 이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길고 긴 싸움 끝에 이제야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친구의 모습에 민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차를 몰았다.

 

 *

 

 규민은 오늘도 이른 새벽 집을 빠져나와 출근길에 올랐다. 그의 아내와 아들이 유 회장의 손녀딸을 납치하려 했다는 기사가 인터넷과 신문, 방송을 도매하자 황 이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병가를 신청하고 두문불출했다. 그 역시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에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었지만 계속 화를 내는 아버지와 함께 집에 있는 상황은 더 견디기가 버거웠다. 게다가 요즘은 꿈자리까지 사나웠다.

 

 ‘괜찮아. 난 괜찮아. 괜찮을 거야.’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괜찮다는 말을 쉼 없이 중얼거리느라 제대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했던 규민은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한 뒤에서야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온 그는 거실에서 술을 마시도 있던 황 이사와 눈이 마주쳤다.

 

 “다녀왔습니다.”

 

 살벌한 기운을 내 뿜는 황 이사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인 규민은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입을 열었다.

 

 “어딜 갔다 오는 계냐?”

 “……. 회사요.”

 “뭐!”

 

 그의 대답에 황 이사가 마시고 있던 술잔을 집어 던졌다. 쨍그랑. 유리잔이 벽에 부딪혀 깨지면서 날카로운 파열음을 만들어 냈다.

 

 “네가 거기서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거길 가! 네 처와 자식을 구할 생각은 안 하고 뭐? 어딜 갔다 와?”

 “아……. 아버지도 못 하신 일을 제……. 제가 어떻게 해요? 회…. 회장님이 아버지도 만나주시지 않는다면서요. 게다가 지금 감찰부가 동원되어 아버지랑 관련된 모든 서류를…….”

 “뭐? 감찰부? 유 회장 이 새끼가!”

 

 감찰부가 움직인다는 말에 술에 취한 황 이사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넌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응? 일이 이렇게 되었으면 막으려고 노력해야지. 잡히면 나만 걸려? 너희가 그동안 잘 먹고 잘산 게 다 누구 덕인데 그딴 것도 해결 못 하고 기어들어 와? 기어들어 오길!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황 이사가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의 목을 조르며 숨통을 틀어막았다. 한두 번도 아닌 그의 비난은 귀에 딱지가 앉았을 법한데도 여전히 그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게 왜 내 탓이냐고, 세희를 납치하려 한 건 아버지면서 그게 왜 내 잘못이냐고 소리치지 못한 울부짖음이 입가에 맴돌았다.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황 이사를 바라보는 규민의 눈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황 이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습관이 되어버려 차마 반항하지 못한 규민은 그의 화를 달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러지 마시고 이제라도 회장님께 잘못 했다고 빌고 선처해 달라고 부탁하면…….”

 “됐다. 그놈한테 비는 건 이제 끝이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단 말이야, 생각이! 대일 그룹이 어디 유씨 가문의 힘으로만 큰 것 같으냐? 내 아버지가 그놈의 집안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며…….”

 

 황 이사가 버릇처럼 말하던 과거사를 입에 담으며 밀려드는 술기운에 몸을 소파 위로 쓰러트렸다.

 

 ‘제발.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세요!’

 

 평생을 유 회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황 이사는 그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그 열등감을 제 아들에게 대물림했다. 그러면서도 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그를 상현과 비교하며 그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사람이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 규민은 술에 취해 쓰러진 아버지란 존재를 내려다보며 그가 주는 열등감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일을 벌였던 그 날 일이 떠올랐다.

 

 유 회장을 괴롭히기 위해 그가 세워 놓았던 계획이 그의 방책으로 무산되자 황 이사는 함께 일을 꾸몄던 이사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집으로 들어왔다. 현관에서 황 이사를 넘겨받은 그는 아버지를 방으로 데려간 뒤 그의 옷을 벗겨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수건을 적셔 그의 얼굴과 손, 발을 씻겨 주었다. 그리고 뒷정리를 위해 대야를 치우던 규민은 잠시 정신을 차린 황 이사에게 온갖 폭언과 구타를 당해야 했다. 술만 취하면 폭력적으로 변해 그에게 화풀이했던 아버지였지만 그날만큼은 그도 참기 힘들어 처음으로 그에게 대들었다.

 

 “왜 맨날 저한테 뭐라고 하시는 건데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 했다고요?”

 “자~알 못? 네가 왜 잘못 한 게 없어. 내 아들이면 나처럼 능력이 있게 태어나야지, 왜 네 어미를 닮아 그렇게 순하고 무른 건데! 그러니까 상현이랑 경쟁이 안 되잖아. 경쟁이! 실력이 없으면 악바리처럼 노력이라도 하던가. 실력도 없어, 노력도 안 해, 너 같은 것도 아들이라고 낳고선 이 집안 안주인 노릇을 하려 했던 네 어미나 네놈이나 쓸데없긴 마찬가지 아니더냐! 이 무능한 놈아.”

 

 저를 구박하는 것도 모자라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욕되게 하자 규민이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었다. 저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어머니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뭐가 그렇게 잘나셨는데요? 그렇게 회장 자리가 탐이 나시면 아버지가 노력해서 그 자리에 오르시면 되잖아요. 왜 자꾸 절 상현이 형이랑 비교하세요? 형이 저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게 제 잘못이에요?”

 “그래, 이놈아. 네가 상현이 보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게 네 잘못이지, 그럼 내 잘못이냐? 이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너 같은 것도 자식이라고 사람들한테 소개해야 하는 내가 불쌍하다. 상현이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녀석이 어디서 눈 부릅뜨고 대들어? 대들기는.”

 

 머리 위로 내려오는 주먹과 그가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따르던 상현과의 지속적인 비교와 비난으로 그의 안에 내재하여 있던 열등감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사방을 가로막던 벽이 그를 향해 다가오며 그의 숨통을 조여 왔다. 들고 있던 수건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와 숨을 몰아쉬며 상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걸어도 받지 않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그의 머릿속으로 황 이사가 했던 말들이 맴돌았다.

 

 -갠, 널 발에 묻은 때만큼도 취급하지 않을 거다. 쯧쯧쯧.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세상 물정 모르고 순해 빠진 상태로 살 거냐?

 -멍청한 새끼. 상현이 반만 따라가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넌 어째 멍청한 지어미를 똑 닮아서는....

 -쓸모없는 놈. 한심한 놈. 천하의 무능한 놈.

 

 ‘그만! 그만하라고!’

 

 핸드폰을 떨어트리며 머리를 감싼 규민은 그를 향해 밀려오는 배신감과 분노 등의 감정에게 집어 삼켜졌다. 배신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바닥에 주저앉은 규민의 눈이 광기에 물들어 번득였던 바로 그 날을.

 

 *

 

 “아가씨. 몸은 좀 어떠세요?”

 “그냥 병원에 며칠 더 계시지 그러셨어요.”

 “그러게요, 얼마나 놀라셨을까!”

 

 세희는 본가로 들어가자마자 그녀를 둘러싸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을 거는 도우미들에게 괜찮다고, 걱정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다들 왜 저렇게 걱정하는 거야?”

 “그거야, 아가씨가 사건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러죠. 게다가 병문안도 안 되고, 병원에 있는 날짜는 늘어가고……. 저들 입장에서는 많이 걱정됐을 거예요.”

 

 세희가 그날 이후, 오피스텔서 쉬는 동안 그녀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생각한 식구들은 걱정에 발을 동동 굴렀다는 말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오빠랑 있었다고 말할 순 없잖아. 아직 사귀는지도 모르는데.”

 “그건 또 그렇죠. 갑자기 단둘이 있고 싶어서……. 흡.”

 

 켈리는 갑자기 그녀의 입을 막고 얼굴을 붉히는 제 주인을 보며 조용히 뒷말을 삼켰다. 여전히 냉철하고 이성적인 주인이었지만 남녀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어린 아가씨처럼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거기까지만 해.”

 “네.”

 “그동안 일을 얼마나 진척됐지?”

 

 빠르게 주제를 바뀌는 세희를 따라 켈리 역시 가벼웠던 미소를 지우고 차분한 비서로 돌아왔다.

 

 여기 그동안 나간 기사 내용입니다. 장 기자가 계획대로 발 빠르게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게 맞춰 홍보실도 움직였습니다. 덕분에 이번 사건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중이 관심을 가지며 그들도 함부로 로비하지 못할 테지.”

 “네. 게다가 회장님 측에서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검찰과 경찰에 협조를 부탁하셨습니다. 덕분에 황 이사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음에도 성과가 없다고 합니다.”

 “가만있지 않을 거라 했더니 정말 판을 크게 키워주시네.”

 “여론이 움직여야 회장님도 남은 이사들이 딴 맘 먹지 않게 관리하기 쉬우실 테니까요.”

 

 황 이사가 그룹 내 많은 이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으로 그의 입지는 크게 흔들린 터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뭉쳤던 그들은 불똥이 튀진 않을까 걱정하며 몸을 웅크리고 있다는 기쁜 소식에 세희가 얼굴을 풀고 서류를 확인했다. 구심점이 되던 황 이사가 떨어져 나갔으니 더는 자신들을 괴롭히지 못한 터였다.

 

 “주환이는? 교통사고 조사는 아직 이야?”

 “네, 주말부터 비서실장님이 함께 조사해 주시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켈리는 주환이 흥분한 상태로 뭔가 꼬투리를 잡았다고 했지만, 아직 보고할 단계는 아니었다. 오래되고 가족과 얽힌 일이었으니 조금 더 확실해 지면 그때 보고해도 늦지 않을 거란 판단이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자.”

 

 주말 동안 있었던 일과 일의 진행 상황을 보고 받던 세희는 급한 일만 정리하고는 켈리를 돌려보냈다. 그녀를 따라 마당으로 나왔던 세희는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마당을 거닐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안 곳곳에서 그동안 잊고 있던 추억들을 발견했다. 아빠와 함께 꽃을 심었던 꽃밭, 가족들이 다 같이 앉아 다과를 즐기던 야외 테이블, 현준을 처음 만났던 작은 넝쿨나무, 함께 마당에서 책을 읽었던 시원한 나무 그늘. 기억 속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풍경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엄마, 아빠, 미안해. 나 때문에 서운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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