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48. 그의 백허그
작성일 : 18-02-22 19:2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30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전 씻을 건데 그렇게 앉아있을 거에요?"

  "네, 네?"

 

 그녀에게 응큼한 속마음을 들킨 양 그가 화들짝 놀랐다.

 

  "노트북은 저기 있으니까 가지고 가시구요."

 

 정말 라면만 먹이고 보내려 했던 건데 자기 혼자 착각하고 있던 거였나 싶어 그는 심히 뻘쭘해졌다. 그러면서 그녀가 욕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샤워기를 틀었다. 그런데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파랑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니, 밖에 남자가 있는데 어떻게 문도 안 잠그고 샤워를 하지? 나더러 알아서 들어오라는 소린가?'

 

 긴지 아닌지 오락가락했다. 일단 안심시키기 위해 대답은 했다.

 

  "네, 네."

 

 괜히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단 이 방음도 잘 안 될 것 같은 원룸에서 그녀의 비명에 경찰이 들이닥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괜한 밤 치기에 한순간 전과자 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저, 가, 가요?"

  "네?"

 

 샤워기 소리에 그위 물음이 잘 들리지 않는지 그녀가 되물었다.

 

  "가도 되냐구요?"

  "그럼 더 할 게 있으신가요?"

  "아, 아니요. 가야죠."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그는 입맛만 다시고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아, 잠깐만요!"

  "네?"

  "저 수건 좀 가져다 주세요. 베란다 건조대에 있어서 나갈 수가 없네요."

 

 이건 정말이지 의심할 수 없는 싸인 아닌가.

 

  "수, 수건이요?"

  "네, 빨리 좀 요."

 

 그는 다시 신발을 벗고 노트북은 식탁 위에 올려둔 채 건조대로 갔다. 거기서 수건 하나를 걷다가 문득 그녀의 야릇한 속옷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하늘하늘한 레이스의 멜론색 팬티였다. 한 주먹도 안 될 것 같은 작은 속옷에 그는 온 몸이 확 달아올랐다. 이렇게 집에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이건 싸인이야! 그냥 가버리면 날 멍청이, 등신이라고 욕할 거라고. 왜 버젓히 수건 옆에 속옷을 걸어놨겠어? 그건 이제 좀 눈치를 채달란 의미 아니겠어?’

 

 그렇게 그는 본능이 엑셀을 밟았다. 수건을 자신있게 움켜쥐고는 그가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노크를 했다.

 

  "수건이요."

  "네."

 

 그가 문고리를 돌렸다.

 

  "그리고 저요."

 

 이미 그는 처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늑대로 변신해버렸으므로. 그런데 철컥, 문이 잠겨 있었다. 마치 12시를 넘긴 신데렐라처럼 그는 당황스러웠다. 기다리다 못한 그녀가 화난 심정에 몸과 마음을 봉해버린 것인가.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곧이서 샤워기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는 ‘아웃’이었다.

 

  "헐..."

 

 민망한 마음에 그는 헛기침이었다는 듯 몇 번 더 큰소리로 기침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리가 안 나도록 슬그머리 문고리를 놓았다. 곧바로 그녀의 집을 나왔다. 나와서 보니 마법의 성 같기도 하고 마녀의 성 같기도 해보였다. 이렇게 연애 초짜가 아니건만 그녀와는 뭔가 아귀가 안 맞았다. 그는 찬바람에 몸의 열기를 식혔다.

 

  "에라이!"

 

 그래도 본능이 죽지 않자 바이크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질주했다. 같은 시간 로사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욕탕에 앉아있었다. 샤워기 소리는 처음부터 페이크였던 것이다.

 

  "바보, 순진하긴..."

 

 그리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벽난로 앞에는 고양이가 잠들어 있었고 협탁 위로 두 개의 찻잔이 놓여있었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워오르는 갓 내린 커피였다. 바깥으로 보이는 숲은 자작나무 군락지였다. 하얀 나무들 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빨강 지붕의 큰 저택에서도 하나 둘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났다. 이제 곧 어두워질 것이고 그러면 하늘에 오로라가 커튼처럼 출렁거릴 것이다. 그녀가 자주 하는 파스텔 메이크업처럼 그것이 밤하늘 얼굴을 치장해줄 것이다. 그때 한 남자가 통유리 앞에 서있는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새 집은 마음에 들어?"

  "응."

  "얼마나?"

  "당신만큼이나."

 

 애교 섞인 그녀의 한 마디가 그의 빗장을 열었다. 그녀의 꼬리뼈에서 그의 두둑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두꺼운 수면 가운을 뚫고 그 온기가 느껴졌다. 그러더니 그가 그녀를 번쩍 들어 안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깬 고양이가 그들을 따라 들어갔으나 남자는 고양이가 들어오기 전에 발로 문을 살짝 닫아버렸다. 어두운 방에는 양키 캔들 하나 불을 밝히고 있었다. 궁전처럼 커다란 방이었다. 그가 그녀를 눕힌 침대는 구름처럼 푹신했다.

 

  "눈 감아."

 

 그의 말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오로지 향기와 촉감만으로 그를 알 수 있었다.

 

  ‘아, 이 냄새는 천연의 자두향? 역시 하완이구나.’

 

 그의 체취에 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가운을 펼쳤다. 이제 그를 받아들일 시간이었다. 그가 얼굴에 쏟아주는 키스에 일일이 반응했다. 그러자 그도 더욱 사랑스럽게 그녀를 어루만졌다. 그렇게 그녀의 목을 쓰다듬고 허리를 만지는 손에 그녀는 밀가루 반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배꼽부터 차가워지는 촉감에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분명 아까 거실에서까지만 해도 뜨끈한 무언가 그녀의 등허리를 지지해주고 있었는데 이제 추워졌다.

 

  "허니, 좀 추운데?"

  "추워?"

  "응."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

 

 그러면서 그가 열심히 그녀의 피부에 마찰을 줬지만 점점 차가워졌다. 급기야 그녀는 그를 밀어냈다. 커다란 얼음덩이를 품고 있는 기분이었다.

 

  "문이라도 열어놓은 거 아냐?"

  "내가 난방을 끄긴 했어."

  "뭐어? 그러니까 이렇게 춥지."

  "여기 난방비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알아? 우리 꼭 껴안고 자면 춥지 않을 거라고."

  "뭐어?"

 

 이런 짠내 나는 멘트는 이 대궐 같은 집하곤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즉시 불을 켰다. 그러자 그가 보였다. 한새파랑이었다.

 

  "으악, 파랑씨? 어쩐지."

  "어쩐지라뇨? 이런 집 사느라 애마도 팔았다구요."

  "헐...그래서 난 돈 많은 사람하고 살고 싶다고요. 파랑씨가 웬말이래? 나참."

  "아니, 나만큼 잘 맞는 사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싫어요, 없어보이는 건 싫다고요!"

 

  "에취!"

 그녀가 기침을 하며 잠에서 깼다. 깨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틀어놓은 샤워기 물이 앉아있는 욕조를 넘쳐 바깥으로까지 넘치고 있었다. 미지근한 물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옷까지 몽땅 젖은 채 안에서 자고 있던 거였다.

 

  "아, 뭐야 이게? 에이취, 에취!"

 

 그날 그녀를 덮친 건 하완도 파랑도 아닌 감기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8 48. 그의 백허그 2018 / 2 / 22 270 0 3040   
47 47. 라면 먹고 갈래요? 2018 / 2 / 20 257 0 3113   
46 46. 날 가져볼래요? 2018 / 2 / 18 257 0 2946   
45 45. 그녀의 어깨에 새긴 이름 2018 / 2 / 17 252 0 3004   
44 44. 입술에 얹은 기술 2018 / 2 / 16 261 0 3053   
43 43. 샘, 굉장히 아름다우세요 2018 / 2 / 15 235 0 2875   
42 42. 성숙한 여자 2018 / 2 / 12 250 0 3084   
41 41. 저 오토바이는 택시야? 이 여자, 저 여자 … 2018 / 2 / 11 262 0 3129   
40 40. 어머, 얘 눈 가려라 2018 / 2 / 10 261 0 3195   
39 39. 태어나서 처음 받는 화이트데이 사탕 2018 / 2 / 8 259 0 2952   
38 38. 오다 주웠다 2018 / 2 / 7 243 0 3500   
37 37. 실패한 계약 연애 2018 / 2 / 6 285 0 2950   
36 36. 모네의 여인 2018 / 2 / 5 268 0 2927   
35 35. 초록 먹깨비를 향한 달콤한 고백 2018 / 1 / 4 301 0 3258   
34 34. 류크의 품에 안긴 엘프녀 2017 / 11 / 1 252 0 3191   
33 33. 관자놀이에 성감대가 있는 남자 2017 / 11 / 1 290 0 3091   
32 32. 완성해가는 기억의 퍼즐 2017 / 11 / 1 274 0 2969   
31 31. 내가...알츠하이먼가? 2017 / 11 / 1 266 0 2982   
30 30. 도플갱어의 습격 2017 / 10 / 31 247 0 3280   
29 29. 시아의 음흉한 웃음 2017 / 10 / 31 295 0 2959   
28 28. 헤마포비아 2017 / 10 / 31 267 0 2907   
27 27. 절체절명의 순간 2017 / 10 / 31 261 0 3273   
26 26. 쟤들이 저러는데 왜 내가 기분이 더러운거… 2017 / 10 / 31 267 0 3351   
25 25. 아수라백작도 아니고...술주사에요? 필름… 2017 / 10 / 30 258 0 3187   
24 24. 원나잇의 준비 조건 2017 / 10 / 30 297 0 3316   
23 23. 우리 저기서 좀 쉬어갈래요? 2017 / 10 / 30 249 0 3211   
22 22.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2017 / 10 / 30 286 0 3688   
21 21. 입에도 했을 뿐더러 설마...아래까지? 2017 / 10 / 30 275 0 3034   
20 20. 늑대를 향한 정당방위 2017 / 10 / 27 259 0 3524   
19 19. 쌍봉 가슴에 파랑, 커밍 아웃하다 2017 / 10 / 27 231 0 331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조선의 아이돌마
세빌리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