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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46. 날 가져볼래요?
작성일 : 18-02-18 17:21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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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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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완이 그렇게 도망치듯 가버린 후, 홀로 술집에 남은 로사는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고는 연이서 소주를 추가했다. 그리고 잔에 따르지도 않고 연거푸 병나발을 불었다.

 

  "김하완, 공부만 하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아주 능청스러운 데가 있네? 헐...날 바람 맞춰? 어떻게 나랑 입만 맞추고 갈 수가 있지?"

 

 거의 다 넘어왔다 생각했는데 막판에 그가 오만 자제력을 발휘하고 내빼버렸다. 그녀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번도 그런 남자는 없었으므로. 그녀가 입을 맞추면 감사함에 다들 나자빠질 뿐이었다.

 

  "뭐가 문제야? 어? 내가 비싼 밥 사줘, 술 사줘. 입술도 줬구만. 분명 오늘 과외 미룬다고 했잖아?"

 

 정말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와...정말 내가 기가막혀서, 흥! 그래, 지까짓게 뭐라고. 머리가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거지. 멀쩡한 뇌를 가진 의대생이라면 부와 명예를 포기하고 딴 길 갈리 없는 거지. 그래, 걘 이상한 애였어. 내가 쉽게 이 생활 청산해보자고 접근한 내가 바보지, 바보야. 누울 자리를 보고 뻗었어야..."

 

 그렇게 혼자 열심히 중얼거리며 위 속에 술을 퍼부었다. 취기가 점점 올랐다.

 

  "쳇, 나 좋다는 남자가 한 트럭이구만. 어디 감히 까불고 있어. 내가 한 트럭 보여줘?"

 

 그러면서 그녀가 핸드폰 주소록을 주르륵 넘겼다. 그러다 한새파랑에서 멈췄다.

 

  "아...이 자식도 나쁜 놈이야. 한번 튕겼다고 바로 고딩을 사귈 수가 있는 거야? 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지? 그래서 보란 듯이 같은 학원에 다니는 여자애를 만나는 거지? 그것도 고딩 같이 생기지도 않은...내가 걔 보자마자 성인줄 알고 존댓말 할 뻔 했구만. 노안에 허벅지는 얼마나 굵은 지 무슨 자신감으로 치마는 그렇게 줄여입는데? 나, 참 나를 걔하고 비교하는 게 더 어이 없다, 없어 증말!"

 

 그러면서도 다른 이름으로 넘기지 못하고 멀뚱하니 파랑의 이름을 쳐다보는 그녀였다. 그래도 파랑 덕에 나이트에서 노트북 상품도 타지 않았는가.

 

  "에라이, 그래, 그 까짓 노트북 때문에 내 마음이 이런 거야. 그게 걸려서 이렇게 미련 비슷한 게 캥기는 거라구. 그래, 내가 그거 다시 준다 줘. 깨끗이 정리하자고 이 참에."

 

 그를 볼 건수 하나를 찾아낸 그녀가 이제 망설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술도 취했겠다 아주 뻔뻔해질 대로 뻔뻔해진 로사였다.

 

  "...여보세요?"

 

 꽤 오래 연결음이 지나고서야 파랑이 전화를 받았다.

 

  "바쁜가보네요? 전화도 한참 있다 받고. 뭐, 데이트 중이신가요?"

  "네, 네?"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혀가 꼬인 발음이 들리자 파랑은 당황했다.

 

  "뭐해요? 지금? 나 줄 거 있어요."

  "네? 줄 거요? 뭐요?"

 

 파랑은 앞뒤 없이 내놓는 그녀의 말 때문에 어리둥절했다.

 

  "저, 지금 안무 연습중이라..."

  "뭐요? 애무 연습이요?"

  "에?"

  "고등학생 데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미성년자한테 성인 그럴 수 있담? 그거 원조교제에요. 내가 마음 같아선 확 신고해버리고 싶구만."

  "고등학생이요?"

 

 자기가 잘못 듣고서는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큰 소리였다.

 

  "샘, 술 먹었어요?"

  "아뇨!"

 

 누가 봐도 술 취한 목소리였는데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기까지 했다.

 

  "거기 어디에요?"

 

 파랑은 그녀의 호출이 사실 반가웠다. 노력한 것도 없이 또 한번의 기회가 온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를 찾는다는 건 그녀 스스로 한 말과 달리 어느 정도 자신을 염두해두해 두고 있단 소리니 안 좋을 리 없었다. 그는 크루에게 오늘 밤새 혼자 연습을 다해놓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있다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가 찾아간 방에서 로사는 이미 술에 떡이 되어 있었다. 상 위로 오와 열을 갖추고 서있는 술병들이 보이자 그는 말이 안 나왔다.

 

  "헐, 이걸 혼자 다 마셨단 말이야?"

 

 그 방에는 그녀 뿐이었고 다른 일행의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들어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샘, 저에요. 얼마나 마신 거에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어? 파랑, 새파랑, 쇠파랑..."

  "엥?"

  "씨 왔군요. 되게 금방 왔네?"

  "저인지는 알아보니 다행이네요."

  "우와, 오늘 술 좀 받아서 말이죠."

  "무슨 일 있었어요?"

  "일은 뭐..."

  "뭘 준다고요? 뭘 준다고 오라고 한 거에요?"

  "음...나!"

  "네에?"

 

 그녀의 한 마디에 그는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이게 진심인지 농담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나. 날 줄게요. 가져볼래요?"

  "..."

 

 그거야 그가 무진장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또 이렇게 어영부영 술김에 넘어갈 수는 없었다. 편한 남자인 건 좋지만 쉬운 남자이고 싶지는 않았다. 거리에서 춤을 추는 연습생 신분이지만 그렇다고 사랑까지 엑스트라이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나 인생의 주연은 자신이고 로맨틱 드라마의 주인공은 스스로니까. 하지만 이 유혹은 너무 강렬했다. 그래서 정말이지 미칠 노릇이었다. 차라리 그 역시 취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두번 째 기회를 날릴 수는 또 없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가 아니던가.

 

  "진심이냐고..."

  "응?"

  "묻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번에 물어봤으니까요."

  "난 항상 파랑씨에게 솔직했잖아요."

  "그럼 마음이 변한 거에요? 분명 저번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했잖아요?"

  "그럼 파랑씨는 변한 거 아니고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딴 여자랑 사귈 수가 있어요? 그것도 고딩이랑."

  "아니, 대체 고딩은...무슨 소리에요? 누가 절더러 고딩하고 사귄대요?"

  "내가 직접 들었어요!"

  "뭐를요?"

  "시아가 그러던데요? 자기 남친 생겼다고?"

  "시아? 유시아요? 걔가 남친 생긴 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 남친이 파랑씨잖아요! 어떻게 내가 술 좀 먹었다고 이렇게 오리발을 내민데? 나, 정신 말짱해요!"

 

 시아의 남친이 자신이라니 이건 무슨 얼토당토 않은 소리인가 싶었다. 허나 정신이 말짱하다니 그건 반가운 일이었다. 그럼 진심이란 소리였으므로.

 

  "대체 뭘 봤다는 거에요? 나, 유시아랑 안 사귀거든요?"

  "사탕, 화이트데이 사탕!"

  "네에?"

  "흰 곰이 들어있는 사탕바구니. 그거 내 꺼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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