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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과 나비와 계수나무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12.18

동양로맨스판타지/궁중로맨스/회귀남/상처남/후회남/힐링여주/당당여주/적극여주

자비국의 태자 <계>.
상처를 숨기고 무력을 앞세우던 그는 모종의 사건으로 폐위당하고 전쟁터를 전전한다.
향비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화살을 맞는 계.
정신을 차리자 5년 전으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하염과 인연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계>와 자비국에서 살아남으려는 <하염>의 궁중로맨스.

 
6. 엇갈려 부는 바람 (3)
작성일 : 18-01-26 12:43     조회 : 405     추천 : 0     분량 : 6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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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이 역시 대답은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전쟁이 누구에게서 시작된 것 같으냐?’라고 물었던 아버지의 일침이 뼈에 사무쳤다.

 

 

 

 한 차례 모래 바람이 불었다. 채석장의 흙가루와 돌조각이 휘몰아쳤다. 뺨이 아렸다.

 

 하염은 바람을 피하지도 않고 줄곧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끙끙거리며 일을 했고 맞았고 숨죽여 울었다.

 

 그 끔찍한 풍경 앞에서 하염은 자신이 왜 여기에 와있는가 고민에 빠져있었다.

 

 

 

 “황자가 바라는 게 무엇이기에…….”

 

 

 

 아무리 자비국 내부에서 백성들을 억압한다 한들 타국의 사람이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연나국 사람인 저를 왜 이곳으로 불러냈는지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황자는 ‘보답’이라 하였었다. 보답이라니.

 

 막연한 불안감이 가슴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그때였다.

 

 

 

 “!”

 

 

 

 처음에는 연나국 식 상투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가 눈에 들어오자 다음에는 연나국 식 복장이 보이고, 이어서 언어가 들려왔다. 연쇄작용처럼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염은 그 자리에 바위처럼 굳어졌다.

 

 

 

 전쟁에 패배한 기릉국은 물론 전쟁 중인 대량과 라호국, 심지어 진해 사람도 있는데 왜 연나국 사람만 없으리라 생각했을까. 왜 연나국 사람들은 자비국의 잔혹한 학대에서 피해있으리라 생각한 것인가.

 

 그야말로 전쟁 따위는 모르는 온실 속 꽃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전쟁이 어떤지도 모르고 보호만 받던 샌님이다.

 

 하염은 제 처지를 그제야 이해했다. 또 이해하자 슬퍼졌다. 황자의 패를 꽉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

 

 다양의 적을 무찌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네들은 라호국 칠기대도 아니었고 단지 아랫 지역에서 건수나 올리고 다니는 방랑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목시절의 칸 같은 이들도 아니었다. 얌전하게 양이나 치던 이들이 라호국에 붙어 엄한 사람들에게 끼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계는 그들 중 일부를 사로잡고 휴식을 선포했다. 피말리던 다양 사람들이 달려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각하, 황궁에서 홍려가 서신을 보냈습니다.”

 

 

 

 부관 지관령이 새에 묶인 서신을 내밀었다. 별 내용은 없었다. 계는 황궁 내 분위기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서신을 불 태웠다.

 

 그 동안에도 지관령은 앞에서 어물쩍거리고 있었다.

 

 

 

 “노리개가 용케 잘 달려 있군요.”

 

 

 

 지관령이 멋쩍게 웃으며 칼을 가리켰다.

 

 

 

 “할 말이 그건가?”

 

 “……아, 아닙니다. 실은 비공식으로 들어온 서문이 있사온데.”

 

 “비공식?”

 

 “예,”

 

 

 

 지관령이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가늘고 긴 천을 둘둘 풀어내자 유려한 글체로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부디 몸조심이 돌아오세요.>

 

 

 

 지관령이 변명하듯 말했다.

 

 

 

 “홍려가 태자궁 문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보냈다고 합니다.”

 

 “…….”

 

 

 

 대답 없는 계 앞에서 지관령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섰다. 계는 대답 없이 손을 뻗어 칼집에 매달린 노리개를 만지작거렸다. 큰 싸움이 아님에도 노리개 술 한 줄에 핏물이 튀어있었다.

 

 제 것이 아니라 적의 것이니 기뻐해야 하나.

 

 그런 망연한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꺼멓게 내려앉은 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촘촘했다. 유난히 밝은 달이었으나 제 손안의 것만 못했다.

 

 계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요부처럼 아름답고 고혹적인 표정이었다. 힐끔거리던 적우영 병사들은 또 무슨 계략을 꾸미시는 건가 하여 목을 움츠렸다.

 

 

 

 다음 날, 적우영 병사들은 북쪽으로 진격했다. 예상대로 칠기대 정찰군을 맞이하여 조금 상대하다가 보내주었다. 곧바로 다양으로 후퇴했다. 이미 다양 사람들은 남쪽으로 보내놓아 빈 마을이다.

 

 보잘 것 없이 작은 마을의 서쪽으로는 풀 없는 땅이 펼쳐져 있어, 이맘때쯤이면 모래 먼지가 날아오곤 했다.

 

 

 

 계는 바람을 뒤로 하고 칠기대를 기다렸다.

 

 

 

 “말과 마차를 끄는 놈들을 이렇게 뚫린 곳에서 기다리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후대를 두지 않았나. 걱정 마라.”

 

 “예……. 후대가 있기는 하지만요.”

 

 

 

 지관령의 불안은 얼마 가지 못했다. 칠기대5대장이 각종 수레를 끌고 나타난 것이다. 적우영 병사들은 침묵을 지켰으나 얼굴에는 두려움이 슬며시 깔렸다. 칠기대5대장이면 장거리로 공격하는데다가 각종 신기물을 이용하는 이들이었다.

 

 계는 그네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 속을 알았는지 5대장은 어중간한 곳에 멈추고 진열을 가다듬었다.

 

 ‘언제 올 테냐…….’

 

 적우영 병사들은 바짝 긴장한 채 계의 명령을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도 계는 명령하지 않았다. 5대장도 계속 기다리더니 아침해가 밝아오자 말을 몰아 되돌아가 버렸다. 첫 대면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태자가 부재하고 영빈관 주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탓에 하염은 대전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자나 황자와의 친목을 무기로 삼는 건 안 될 일이다.

 

 

 

 정기 정사가 있는 날을 골라 제대로 단장을 했다. 국예위 직책에 맞는 자비국 옷과 관을 쓰고 아침 일찍 황궁으로 향했다.

 

 공주가 대전에 모습을 드러내자 영문을 모르는 대신들이 술렁거렸다. 사전에 방문 소식을 알렸다 하더라도 올 이유가 없는지라 저마다 의견을 속닥거렸다.

 

 

 

 “제2국예위 하염 공주 드십니다.”

 

 

 

 여전히 비어있는 황좌. 그 아래에 황자가 태자 대신 상석에 앉아있다. 길 양쪽으로는 늙수그레한 자비국 대신들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기분 나쁜 술렁임에도 하염은 약간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도 하염은 이와 같은 풍경을 보았다. 다만 그때와는 달랐다. 이제는 자신이 할 말을 스스로 결정한 후였다.

 

 

 

 “어쩐 일이십니까. 사절과 공물에 대한 논의는 이미 마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전을 가로질러 상석 앞에 도착하자 황자가 웃으며 물었다. 무엇을 말할지 아는 듯 뻔뻔한 그에게 하염은 웃음기 없는 낯으로 대답했다.

 

 

 

 “자비국 제2국예위 하염,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 대전에 들었습니다.”

 

 “논의해야 할 일이 많지만 국예위에게 낼 시간 또한 있지요. 말해보시죠.”

 

 

 

 하염은 품에서 문서를 꺼냈다. 자비국과 연나국의 화친 조약서로 연나국에 보내기 전에 하염이 옮겨 적은 필사본이었다.

 

 

 

 “양국 화친 조약서 스물두 번째 항, 포로 대우. 양국은 각 포로에 대하여 평민 이상의 대접을 해주어야 하며 반드시 모국으로 돌려보낸다. 단 모국이 위험에 처하거나 모국에서 거절하거나 바로 떠날 수 없는 상태일 경우에는 예외로 둔다.”

 

 

 

 대전에 기묘한 침묵이 맴돌았다. 그러나 하염은 멈추지 않았다. 조약서를 앞으로 넘겨 다음 항목을 낭독했다.

 

 

 

 “일곱 번째 항, 공물. 소국 연나국은 대국 자비국에게 사전에 정해놓은 품목으로 도합 삼십 마차의 분량의 공물을 연차적으로 나누어 보낸다. 목록 변경 및 양은 각국의 논의에 의해 변경될 수 있으나 인명은 제외된다.”

 

 

 

 아무도 입을 여는 이 없다. 심지어 황자조차도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대신들만 훑는다.

 

 

 

 “이상 현재 자비국에서 어기고 있는 항목입니다.”

 

 

 

 대신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커졌다. 대신 한 명이 일어섰다.

 

 

 

 “신 이호국 주사입니다. 국예위께서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비성 남서쪽의 채석장에 연나국 백성 스물한 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무슨 연유로 먼 자비국에 와 있는 것인가요. 어떤 연유든 굶고 맞으며 노역을 하는 건 노비만도 못한 처우이며 조약 위반입니다. 비성에서 가장 가까운 노역장에만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떠할까요.”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군.’

 

 황자 랑은 애써 미소를 끌어올렸다. 그때 자명관 주사가 한 발 걸어 나왔다.

 

 

 

 “신 자명관 주사입니다. 공주님께서는 어찌 이 사실을 아셨습니까.”

 

 “지금은 국예위 지위로 온 자리입니다. 그리고 어찌 알았는지가 중요합니까. 조약을 어긴 것이 더욱 중요하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신의 의견으로 한 말씀 드리자면 위 사안은 이전 영빈관 주사와 관련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예위께서도 기억하시지요.”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그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아니다, 꽃이 지고 열매가 떨어지는 정도의 시간이다.

 

 

 

 “기억합니다. 그때 공물에 대한 비리가 있었지요?”

 

 “네. 자비국의 치부라 부끄럽습니다만, 아마도 그때 진해 외에 다른 국 사람들도 잡아온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강제로 노역된 이들을 조사하여 풀어준 게 아니었나요?”

 

 “관련자 처벌은 하였습니다만, 잡혀온 이들을 미처 처분하지 못했습니다.”

 

 

 

 자명관 주사의 변명에 랑이 얼굴을 찌푸리고 의자 손잡이를 쾅 쳤다.

 

 

 

 “자명관 주사! 그게 무슨 말인가! 무고하게 잡혀온 이들은 응당 원래대로 돌려보내야 할 것을. 그런 당연한 사실을 태자께서는 말씀하지도 않으셨단 말인가!”

 

 

 

 곧바로 태자를 들먹인다. 자명관 주사의 안색이 퍼래졌다.

 

 

 

 “……온전히 소신의 실수입니다. 벌하여 주십시오.”

 

 “이호관 주사는 들은 말이 없나?”

 

 “……죄송합니다만 황자 전하, 저희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애초에 저희에게는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명단이고 타국인은 모두 영빈관에서 관리해왔습니다.”

 

 “영빈관 주사가 저지른 일이지 않나. 태자께서 귀궁하실 때까지 일단은 이호관에서 명단을 맡아 처리하도록 하라. 자명관은 처분을 내리도록 하겠다.”

 

 

 

 황자의 명에 자명관 주사가 머리를 조아렸다.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보던 하염이 끼어들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자비국과 연나국의 화친을 담당하고 있으니 이 일은 제가 처리하고 싶습니다.”

 

 “소신 이호관 주사, 아무리 국예위라 하시더라도 타국인이신데 내정에 참여하실 수는 없습니다.”

 

 “연나국 백성과 관련된 일입니다!”

 

 

 

 하염의 일갈에 이호관 주사는 한발 물러났다. 아주 틀린 말이 아닌 까닭이다.

 

 랑이 결론지었다.

 

 

 

 “그럼 이 일은 국예위와 이호관 주사가 함께 하고, 이호관 주사는 국예위를 성심껏 돕도록 하라. 그리고 자명관 주사는 태자 전하를 도와 정사를 바로잡아야 함에도 태만했던 죄를 묻는다. 세 달 간 봉급 오 할을 낮추고 한 달을 쉬되, 그 동안 자명관 부주사 중 한 명이 대리한다.”

 

 

 

 자명관 부주사 둘 중 한 명은 황자의 사람이니 누가 대리하게 될 지는 뻔했다. 자명관 주사 홍려는 입술을 깨물었다. 변명하는 순간, 이 일은 태자의 짐이 될 것이다.

 

 목적을 이룬 하염은 감사를 표하고 먼저 대전을 나섰다. 그 뒤를 급히 홍려가 따라왔다. 그는 하염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 홍려, 공주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하염은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분명 그가 한 실수는 맞으나 그것은 그만의 실수인가.

 

 참지 못한 궁금증이 흘러나왔다.

 

 

 

 “노역장의 상황……. 태자께서는 아시면서 모른 척 하신 것입니까?”

 

 “그……태자께서 아셨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다른 일에 신경 쓰시느라 미처 강제 노역자들을 일일이 돌보지 못하셨으나, 이는 전하를 돕지 못한 제 죄가 더 큽니다. 소신의 무능력을 욕해주십시오.”

 

 

 

 하염은 황자를 믿고 싶지 않았다. 비록 수아가 연모하는 분이라 하더라도 저를 훑는 그 눈길과 비린 미소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단 외모나 성정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랑은 굳이 말하자면 하염의 아버지, 자왕과 닮아있었다. 모략을 꾸미는 이의 눈빛과 행동을. 어머니를 몰아붙여 죽게 만든 아버지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이 그를 꺼리게 만들었다.

 

 태자만은 그들과 다르리라고. 비록 폭력적이고 차갑지만, 제 권력에 취하여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술에 취해 어머니를 불렀을 때였을까. 수아를 몰래 자비국으로 데려갈 때였을까. 아니면 수야국 난주 사건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였을까.

 

 

 

 “공주님. 태자 전하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홍려가 다시 한 번 진득하니 부탁했다. 하염이 의문을 담아 그를 내려 보았다.

 

 

 

 “제가 전하를 의심하든 안 하든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태자 전하와 친분 있게 지내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제 실수로 그간 쌓인 두 분의 정이 무너질까 우려되어…….”

 

 “…….”

 

 “쓸 데 없는 간섭이었다면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머리를 바닥에 박으려는 홍려를 붙들었다.

 

 

 

 “그만해요.”

 

 “공주님…….”

 

 “태자께서 돌아오면 직접 물어보겠어요. 거짓을 말하든 말하지 않든, 모든 건 그때 결정되겠지요. 자명관 주사께는 화가 나지만 이미 그에 따른 처벌을 받으셨으니 원망하진 않겠어요. 따지고 보면 무심했던 저 또한 용서할 수 없을 테니까…….”

 

 

 

 사실은 그것이 진짜 마음이었다. 무관심으로 일벌한다면 자신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제 아버지의 명령도 잊고 사절로서의 목적도 잊고 일국의 공주라는 신분도 잊었다. 그저 놀러 나온 사람처럼 유유자적 있지 않았나.

 

 고개를 숙인 홍려의 앞을 하염이 지나갔다. 더 이상의 사과나 변명이나 달래는 말은 없었다. 하염은 이제 제 할 일을 해야했다.

 

 

 

 

 

 

 

 

 

 ***

 

 다양에서 꼬박 나흘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서로 경계만 세우다가 날이 지나갔다.

 

 계는 좋은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적은 또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신무기를 쓰려 할 텐데 그것에 대해서만은 적우영 내 정보가 없었다.

 

 

 

 “이번 밤은 어쩔까요.”

 

 “이곳 전투가 길어지면 좋지 않다.”

 

 “그럼 공격할까요?”

 

 “아니. 하루 더 기다린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적우영 병사들은 질문하지 않았다. 지관령은 계의 명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황궁소식을 담은 새가 묶여 있었다.

 

 

 

 “급한 모양인지 밤새를 보내왔습니다.”

 

 “홍려인가?”

 

 

 

 지관령이 서신을 건네주었다. 서신을 읽는 계의 표정에 그늘이 졌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황자에게 한 수 당했군.”

 

 

 

 ‘그리고 공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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