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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52. 세희의 도발(1)
작성일 : 18-01-17 22:38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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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도착한 세희는 켈리를 보내고 규호 때문에 생긴 과제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참 과제에 집중하느라 저녁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식사준비가 다 됐다는 말에 저녁 먹을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희가 아무리 일이 바빠도 밥은 잘 챙겨 먹으라는 문자를 보내놓고는 다시 과제에 집중하고 있을 때 현준은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만나는 중이었다.

 

 “도현준? 야, 너 진짜 오랜만이다.”

 “오랜만이에요. 원석이 형.”

 

 현준은 반갑게 맞아주는 원석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제가 여긴 웬일이래?”

 “무슨 염치로 여길 온담?”

 “유 회장이 받아줬다고 지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나.”

 

 이렇게 그를 질투하고 무시하는 무리와,

 

 “어서 와라.”

 “진한 그룹이랑 한 건 했다며? 축하한다.”

 “우리 그룹하고도 같이 일해 보자.”

 

 그의 신분보다는 능력을 인정하고 환영하는 무리. 현준은 양쪽으로 갈라진 무리의 반응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과의 인맥 없이도 사업엔 아무 지장이 없으니까. 아쉬운 놈이 접고 들어가는 게 이 바닥 논리인 지라 깔끔하게 무시하고 그를 반기는 원석의 곁에 자리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를 책임지고 있는 현준과 그중 하나를 물려받을 예정인 원석의 만남은 불평하는 입들을 다물게 만들기 충분했다.

 

 “세희가 돌아왔다며? 우리한테는 언제 소개해 줄 거냐?”

 “소개해 주고 싶겠냐? 완전 여신급 미모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 정도야?”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던 우리 삼촌이 그러는데 연예인보다 더 예쁘단다. 너 우리 삼촌이 얼마나 무뚝뚝한 분인지 알지?”

 “네가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 현준아 우리한테는 언제 소개해 줄 거야?”

 

 주변의 반응에도 현준은 무뚝뚝한 얼굴로 그들이 내민 술잔을 받아 건배했다. 알싸한 목 넘김을 선물하는 위스키를 마셨다. 그들이 안주처럼 떠들어대는 주인공이 세희라는 사실에 짜증이 나면서도 그녀가 예쁘다는 말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애인인데!’

 

 그를 기다리고 있을 세희를 떠올리자 한시라도 빨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집.’ 세희가 없는 동안 그 곳을 집이라 생각해 본 적 없던 현준은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장소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있느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장소임에도 세희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은 그 의미가 달랐으니까.

 

 “조만간요. 아직 회장님 비서실에서 일정을 준비 중이에요.”

 

 그의 말에 구석에 있던 일행 몇몇이 눈을 빛내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행동을 조심히 살피던 현준은 속으로 조소를 머금었다. 저들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쓰레기 같은 자식들.’

 

 그의 예상대로 그를 환영하는 무리는 세희에 대해 궁금해하기는 해도 그 이상의 호기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구석에 앉자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의지가 있는 몇몇은 그의 예상대로 세희의 소식에 음흉한 눈빛을 빛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은 오늘 그가 흘린 소문을 특정 인물에게 전달할 테니 모임에 나온 목적은 이룬 셈이었다.

 

 적당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척 자리를 지켰던 현준은 있을 만큼 있었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임의 주모자 격인 원석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 두었던 현준은 그를 데리러 온 민영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현준은 불이 꺼진 세희의 방문 앞을 서성이며 자신과 싸움을 벌였다. 아무리 애인 사이라고 해도 그녀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그의 뇌와 애인 사이에 뭐 어떠냐, 보고 싶으니 당장 봐야겠다는 주장을 펼치는 가슴이 격한 논쟁을 벌였다.

 

 “현준 오빠?”

 

 세희의 방문이 스르륵 열리며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며 그를 부르는 가라앉은 세희의 목소리에 현준이 단숨에 그녀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응.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자고 있다가 깼는데 오빠 발소리가 들려서 나와 봤어.”

 

 세희가 차마 눈을 뜨지 못한 채로 팔을 벌리며 다가오자 현준이 그녀를 방으로 밀어 넣고는 따라 들어왔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뜨거운 현준의 손이 그녀의 등을 감싸자 이내 단단한 가슴이 그녀의 뺨에 와 닿았다.

 

 “으응.”

 

 기분 좋은 신음 소리와 함께 세희 역시 손을 움직여 단단한 현준의 등을 마주 안았다. 얇은 면티 아래로 느껴지는 단단한 몸의 윤곽이 손끝으로 느껴지자 세희의 뺨이 달아올랐다.

 

 “그만해.”

 “뭘?”

 “자꾸 자극하지 마. 후회할 거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세희를 보며 현준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후회는 그의 몫인 것 같았다. 보고 있으면 안고 싶고, 안고 있으며 키스하고 싶고, 키스를 하다보면 그의 자제력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일부로 늦게 들어오는 건데.’

 

 최근 현준의 귀가가 늦어지는 데는 실보다 더 가늘어진 그의 인내심이 주된 이유였다. 그런 그의 심정도 모른 채 그에게 몸을 기대오는 세희를 보며 깊게 가라 앉은 눈으로 내려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짙게 가라앉아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현준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세희는 현준의 생각과 달리 그가 말한 후회할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이젠 법적으로도 어엿한 성인이 된 그녀에게 그가 하는 스킨십이라고는 손잡기, 포옹하기, 이마나 뺨에 뽀뽀하기가 전부라는 게 불만족스럽기만 했다.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첫날과 같이 열정적이고 뜨거웠던 키스가 좋았던 세희는 현준이 해 주는 가벼운 스킨십에 불만을 쌓고, 쌓다 결국의 켈리에게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알아오라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함께 보기엔 낯 뜨거운 영상들이 많았던 터라 혼자서 영상물을 습득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도전한 지 삼 일째. 평소 그의 패턴으로 분석해보자면 이렇게 뜨겁게 안아주다가 몸을 떼고 이마에 뽀뽀한 뒤 방을 나설 터였다.

 

 ‘결심했어. 오늘은 그냥 못 보내.’

 

 아끼다 똥 되느니 그를 적극적으로 도발하기로 마음먹은 세희는 팔을 풀러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피곤할 텐데 미안. 잘 자.”

 

 세희는 아쉬운 얼굴로 평소처럼 이마에 뽀뽀하고 방을 나서려는 현준의 잡아당겼다.

 

 “오빠가 재워줘.”

 “뭐?”

 “나 한번 깨면 다시 잘 못 잔단 말이야. 그러니까 옛날처럼 오빠가 재워줘. 응?”

 

 그에게 안겨 오며 애원하는 세희의 부탁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 현준은 세희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향취가 가득 묻어나는 침대로 마지못해 걸어갔다.

 

 “자, 얼른 누워.”

 

 딱딱한 태도로 세희를 침대에 눕힌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세희가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뭐야, 얼른 재워줘야지. 오빠도 얼른 여기 누워.”

 

 세희가 제 옆을 탁탁 치며 그를 올려다봤다. 머리로는 당장이라도 손을 뿌리치고 방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그의 명령을 거부했다. 마치 세희가 건 주술에라도 걸린 듯 그녀의 손짓에 따라 침대 위에 앉은 현준은 다시 그녀의 지시에 따라 옆으로 누워 세희의 가슴으로 손을 올려 토닥, 토닥 손을 움직였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팔 아래로 탱탱하면서도 부드러운 무언가가 부딪쳐 왔다. 낯설기 그지없는 느낌이 주는 열기를 무시하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낮에 있었던 지겹고 의미 없는 회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렇게 그 안에 있는 인내심을 쥐어 짜내는 현준의 귀로 규칙적으로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세희야.”

 

 현준이 작은 목소리를 세희를 불렀다. 미동도 하지 않는 세희를 보며 현준은 그제야 막힌 숨을 토해내듯 긴 숨을 뱉어냈다. 곤히 잠든 세희를 보자 왠지 모르게 억울한 기분이 든 현준은 보드라운 뺨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애인이 옆에 있는데 그냥 잠이 오냐?”

 

 그녀가 옆에 있으면 잠은커녕 달려들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써야 하는 그와 달리 태평하게 잠든 그녀를 애정 어린 눈으로 내려 봤다.

 

 “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게 만들 거니?”

 

 아무리 생각해도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켈리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한 모습으로 헤어졌던 아가씨가 하루 아니, 시간상으로 따지자면 반나절 만에 이상하게 변해 버렸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건 기본이요, 멍하니 벽을 바라보질 않나,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발길질을 하거나 이상한 말들을 중얼거리는 모습이 무슨 일이 있었든 게 분명했다. 원인 분석을 위해 도우미들을 떠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외국에서는 철저히 이성적인 모습만 보여 얼음 공주라 불렀던 그녀가 한국에 온 뒤로 변했다.

 

 “저, 아가씨. 혹시 도 사장님하고 무슨 일 있으셨어요?”

 세희에게 이성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자 그녀가 반응을 보였다.

 

 “아악! 내가 애 같아? 애로 보여?”

 “애요? 당치도 않아요. 이런 몸매를 가진 애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요. 우리가, 아니 아가씨가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세희의 성숙한 몸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각고의 노력으로 다듬어진 몸매였다. 현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남성 대부분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조사했다. 그리곤 볼륨감 있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가슴발육을 돕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짜고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운동과 식단을 7년 동안 병행해 왔다. 그래서 인지 키는 작은 편이지만 비율만큼은 서양인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치? 너도 알지? 내가 그놈의 콩과 마, 견과류를 넣고 간 우유를 얼마나 질리게 먹었는지! 트레이너가 먹으라면 먹고 운동하라면 운동하고 먹기 싫은 것도 참고 먹고, 운동하기 싫은 것도 꾹 참았는데. 근데 왜 그냥 가버린 거지?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세희는 거울을 바라보며 당사자인 현준이 들으며 목덜미 잡고 쓰러질 법한 말들을 속사포로 내뱉었다. 거울 속으로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여인이 비쳤다. 다가오는 남자를 내친 경험만 있어 일부로 각종 자료를 수집해 분석까지 한 그녀였다. 그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밤중에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손 잡고 침대로 가면 뒷일은 자연스럽게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거라고 나와 있었다.

 

 ‘다들 된다는데 난 왜 실패한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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