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0(1)
전쟁이 끝나고 세비아를 찾았다. 그녀와 무슨 얘기를 하던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생했다.”
“네.”
“헌데 나한테 무슨 할 말 없니?”
“글쎄요.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그럼, 날 왜 찾아온 거지?”
“선생님의 동생분에 대해 듣고 싶어서요.”
“찰스 말이냐?”
세비아는 어렵게 정리된 과거를 꺼냈다.
“그럼, 제가 죽였나요?”
“아니 이곳에 오지 않았어. 그는 그 세계를 총괄하기 때문에 섭불리 자리를 뜰 수 없었을 거야.”
그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저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이곳에 와 있다. 다만 그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뿐.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말씀 드리죠.”
케시스는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들을 꺼냈다.
“어디까지 들어갔었던 것이냐.”
“3개의 책장 뒤에 있는 방이요.”
“하... 정말... 그곳을 발견했단 말이냐?”
“네. 그곳엔 흑마법이...”
“거긴 정말 금지 구역인가요?”
“그렇다고 해야지. 사실 가봤으니 알겠지만 흑마법에 대한 모든 서적들이 모여 있는 곳이란다. 지금은 그 곳은 폐지 시켜 없어진 곳이지. 그리고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흑마법 수업도 있었단다.”
“그 이유는 악용 때문인가요?”
“그렇지. 악용을 하면 걷잡을 수가 없거든.”
“그것보다 네가 책을 만지자 글자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는 말이지?”
“네”
“그래서 마법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었구나.”
“그게 무슨 소리죠?”
그녀는 모를 텐데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 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사실 알고 있었다. 이번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란 사실.”
“어떻게...”
“놀랄 뿐 부정은 안하는 걸 보니 맞나보구나. 그렇다 해도 널 탓하지 않을 거다. 이걸 아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테고, 언젠가 한번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 너희 방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고 방을 찾았단다. 그런데 먼저 와 있던 손님이 있더군. 그 자하고 무슨 얘기를 하느지 모르겠지만 문이 열리자 그 기운은 더 강하게 흘러 나왔지. 누구든지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문 밖으로 나온 아이는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숨기는 것 같았어. 먼저 온 손님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돌아가는 듯싶었지. 물론 이건 너와 네 친구들 일이긴 하지. 지금 내가 확신하는 것은 네가 무슨 일을 겪었든 간에 가르쳐 준 적도 없는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그 일은 모르고 있었지만 엄청난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다는 불변의 사실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곳은 내 집이기도 하다.”
“그렇군요...”
그렇긴 해도 빈스의 상태는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말은 해도 그런 마법을 쓰는 자가 너일 줄은 몰랐단다.”
“그럼,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 할 것이 없겠네요.”
“그렇지.”
그녀에게 할 얘기는 없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할 얘기가 생겼다.
“저, 선생님?”
“응?”
“다름이 아니고 제가 왔던 고향에 잠시 다와도 될까요?”
“그게 무슨 소리지?”
“제가 이곳 태생이긴 하지만 고향은 아니잖아요. 근본적으로 따지면 이곳이 맞기도 하지만”
“무슨 이유로 다녀오려고 하는 거지?”
“제가 이곳에 온지 한참 지났고, 다시는 그곳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곳을 연결하는 문은 파괴되었다. 알고 있지?”
“네. 하지만 제가 왔던 그 길은 그대로 일겁니다.”
“네가 왔던 길이라면 그 숲에 있는?”
“네. 지금 당장은 아니고... 시간을 주세요.”
“그래, 알겠다.”
2달 후 케시스가 지내는 방에 숨겨진 방을 또 만들어 그 안에 지구와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었다. 그 안은 그 말고는 들어갈 수 없었고, 어디 위치인지도 가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당일.
“친구들에게는 말 없이 갈거니?”
“네. 다시 돌아올 거니까요.”
“그래, 알겠다. 그럼.”
숨겨진 방 안으로 들어서자 가운데에는 원형 탁상이 있었다. 그 탁상을 보자 그곳으로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곳을 정말 돌아가는 구나.’
마계로 오고 시간이 흐를수록 지구에 대한 기억은 다시 기억해낼 수 없을 정도로 작아졌다.
“다녀오겠습니다.”
“언제 올 거니?”
“잘 모르겠어요. 일단은 그곳에 가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궁금하니 처리할 것도 몇 가지 있고. 돌아올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케시스는 친구들 모르게 숨겨진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구로 통하는 통로로 몸을 밀어 넣었다.
눈이 떠졌다.
‘이곳은...’
처음 겪는 일이라 두통이 몰려왔지만 시간이 지나자 차츰 누그러졌다.
지구로 돌아오자 자신의 몸은 마계로 떨어지기 전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마계에서 겪었던 일들이 남아 있었다.
“이곳이 지구인가보다.”
자신도 모르게 이곳이 처음인양 중얼거렸다.
“무작정 오긴 했는데 어쩌지. 이 시간이면...”
그 때 문 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시스, 일어났니?”
“네, 일어났어요.”
그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문 밖을 나섰다.
“이제 대학생이라고 늦잠 자는 거니?”
‘응? 대학생이라니...’
케시스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무슨 소리지?’
“네... 어제 과제하느라고...”
그런 자신과는 달리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왔다.
‘뭐지? 이건 내가 아닌데...’
그녀의 물음에 답은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 대신 답을 하고 있었다.
‘뭐야, 누군데 대신 답을...’
“케시스, 무슨 일 있니?”
“네? 아, 아뇨. 아무 일도……”
당황해서 한 지금은 자신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렸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지만 평소에 가까이 지냈던 동생은 그렇지 않았다.
“형, 무슨 일 있어? 평소 같지 않게 말하고, 그나저나 그 옷은 어디서 났어?”
그러고 보니 그 곳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와 버렸다. 상택 구질구질해 보여서 뭐라 말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 이 옷?”
그가 뭐라 변명할 수 있는 무엇도 없었다.
‘아, 망했다. 이 옷.’
그때 구세주처럼 그녀의 물음이 또 한 번 들려왔다. 이번은 정말로 평소답지 않은 그라서 물었던 것이다.
“케시스, 너 정말 괜찮은 거니?”
“네, 괜찮아요.”
그는 애써 웃어 보였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만 할 뿐이다. 자신을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 그리고 이 녀석… 내가 없는 공간에서 과연 잘 지낼까?? 걱정이다. 차라리 죽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다면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느끼기엔 바뀐 것은 없다. 다만 미세하게 바뀐 것을 그가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는 이제 대학생이다. 그의 방은 대학생다운 방이었다.
자신의 방을 처음인 것처럼 구경하고 있을 때 동생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형…ㅇ…”
동생도 물어보았지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느라 듣지 못했다.
‘내가 있을 곳이 과연 어디일까? 지구? 아니면 마계? 나는 누구이고, 이곳에 있어도 되는 존재일까? 나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될 존재 같은데……’
그리고 희미하게 생각나는 것이 있다. 기억 없지만 누군가 그랬다, 너는 태어나서도 안 되는 존재라고
하지만 전혀 기억이 없다. 언제 적 기억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회상을 하다 한 곳에서 멈칫했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인데 함부로 악마를 다루려는 것이냐!!!-
-……-
-지금까지의 이런 가능성을 둔 자는 없었다. 게다가 네놈의 행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네놈의 정체는…-
그 악마는 애써 감추는 눈치였다.
3년 전 전쟁은 그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아무 피해 없을 거란 약속을 했지만 로이가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전쟁으로 인해 소환되었던 악마들은 케시스를 따라 다녔다. 애초에 그가 부리던 72인의 마신은 본래 정령이었다. 그들을 다룰 수 있던 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들의 태생은 4대 정령으로 그 정령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 악령이었다.
그가 그들을 다룰 수 있게 된 계기는 빈스였다. 그와 친구들이 케시스에게 결합마법을 배울 당시 예고되었던 신경의 변화로 쓰러지게 되고 케시스는 흑 마법을 써서 그의 꿈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무사히 그 둘은 깨어내게 된다. 시간을 거슬러 케시스는 훨씬 전에 흑마법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가 학교를 배회를 하다가 금지 구역에 들어가게 되고, 그 방은 흑 마법뿐만 아니라 금지 마법에 관한 서적이 모아져 있는 방이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건드려서는 안 될 책 한권을 건드리면서 그 책은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 힘 아직도 남이 있을까? 과면 아직도…’
누군가가 케시스를 깊고 깊은. 어둡고 어두운 심화에서 깨우듯이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