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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62.너 없으면 못 살아.
작성일 : 17-12-28 20:20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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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너 없으면 못 살아.

 

 

 

  "아오, 진짜 닭살이야, 닭살."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던 로라가 안고 있던 쿠션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제이와 소파에 나란히 껴안다시피 않은 철수가 무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았지만, 로라는 일부러 그의 눈빛을 못 본 척했다.

 

 로라는 전화로 자신의 쌍둥이 남매 리온에게 커플 사이에 껴있는 서러움을 성토했다.

 

  "진짜 닭살이라서 못 봐주겠어. 온종일 붙어있으면서 뽀뽀나 하고 있다니깐."

 

  - 로라,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너랑 상관없는 사이잖아.

 

 위로받기 위해 리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오히려 확인 사살당한 로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로라와 함께 철수에게 한국어 과외를 받았던 쌍둥이 오빠 리온은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리온, 당장 할아버지한테 말디에 투자한 돈 회수하라고 해. 진짜 일은 안 하고 뭐 하는 짓이야."

 

  - 그건 할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겠지.

 

  "그래도 그 정도는 얘기할 수 있잖아. 정말 종일 딱 붙어있다고. 무슨 자웅동체 같아!"

 

 로라는 철수와 제이가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외쳤지만, 소파에 앉아있는 두 사람은 로라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빠, 토끼 모양으로 사과 잘라 줘요."

 

  "토끼 모양으로? 알았어. 잘라 줄게.“

 

 서로 다리를 엇갈리고 앉아있는 철수와 제이는 더운 여름인데도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진짜 지금이 몇 도 인줄 아나, 더워 죽겠는데 왜 저렇게 붙어있는 거야?'

 

 로라는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지만 두 사람은 서로 하트 뿅뿅 넘치는 눈길로 바라보느라 로라의 시선따윈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자, 잘랐네. 제이 닮은 토끼야."

 

  "우와 진짜 살아있는 토끼 같아요. 깡총깡총."

 

  "앗, 우리 제이 토끼 도망가지 마. 도망가면 안 돼. 잡았다.“

 

  "꺅! 잡혔다!"

 

 아이고, 진짜 눈뜨고 못 봐주겠네.

 

 토끼 모양으로 깎은 사과를 가지고 둘이 나 잡아 봐라. 놀이하는 것을 보고 로라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오빠, 진짜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강철수가 맞을까? 난 지금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철수가 이상해. 윤제이만 보면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너밖에 없다고 속삭이고, 내가 아는 철수가 아니야."

 

 철수가 그동안 다른 여자를 사귀는 것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닭살이 돋는 멘트을 날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로라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씨이,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처음 과외 선생으로 철수가 왔을 때부터 그를 짝사랑했던 로라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로라야, 미안하지만 사랑은 먼저 좋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서로 좋아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거지, 안 그래?]

 

 그래, 서로 좋아한다는 게 훨씬 중요한 거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난 철수랑 결혼하려고 했어. 그게 내 오랜 꿈이었다고."

 

  [하지만 예전부터 철수는 널 여동생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

 

  [그러니까 인제 그만 독일로 돌아와.]

 

 리온의 엄한 목소리에 로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였지만 그는 항상 자신의 오빠처럼 굴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았던 리온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포기는 빠를수록 좋았다.

 

  "……알았어, 독일로 돌아갈게."

 

  [정말?]

 

  "응. 나도 괜히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이 정도 했으면 됐어. 나도 이제 마음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잘 생각한 거야.]

 

 다시는 철수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또 그 여자 때문에 크게 상처를 받았던 철수를 보고, 그의 곁에는 자신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애도…… 그리 나쁜 애 같지는 않아.'

 

 로라는 철수의 옆에서 작게 미소짓고 있는 제이를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같이 있는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철수는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예전에는 숨을 쉬는 것조차도 버거워 보였는데 지금은 편히 몸을 늘어트리고 쉬고 있는 철수를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전역, 아니 유럽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납치 사건에서 겨우 살아나온 철수가 상처를 극복하고 제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여자로서는 아쉬웠지만, 친구로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점심에 같이 만두를 빚어서 먹고 재미없는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든 제이가 눈을 든 시각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무렵이었다.

 

 철수에게 꼭 안겨있는 채로 잠이 들었던 제이는 스르르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옆에는 아주 편안하게 숨을 내쉬면서 곤히 잠들어 있는 철수가 있었다.

 

 그때, 핸드폰의 벨 소리가 울리자 철수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얼른 핸드폰에 손을 뻗어서 전화를 끊은 제이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자면서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철수의 팔뚝은 강인하고 단단했다.

 

 경계심 없이 옆에서 잠들어 있는 철수의 팔뚝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제이는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새근새근 자는 철수의 얼굴은 대단히 편안해 보였다.

 

 제이가 잠결에 흐트러진 그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겨주자, 철수는 살짝 칭얼거리면서 더욱더 세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그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추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철수의 팔이 그녀의 허리에 더 세게 잡았다.

 

  "어디가?"

 

 비몽사몽 멍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는 철수.

 

 멍한 그의 눈동자에 제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일어나야죠. 오늘은 낮잠을 너무 많이 잤어. 밤에 늦게 잘 것 같아서 걱정돼."

 

  "괜찮아. 밤에 늦게 자도."

 

  "안 돼요. 그럼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잖아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죠."

 

  "낮에 실컷 잤으니까 밤에는 딴 거 할까?"

 

 철수의 말의 속뜻을 알아차린 제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와 시선을 마주치니 엊그저께 있었던 부끄러운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도대체 나는 무슨 용기로 이 짐승 같은 남자를 꾀었을까.

 처음 그와 밤을 보낸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철수에게 당하기만 했다.

 

 몸에 힘이 빠져서 눈만 겨우 뜨고 있는 제이와 달리 위에서 그녀를 점령하고 있는 철수는 기세등등하기만 했다.

 

 정말 말 그대로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았다.

 

 약한 부분만 골라서 공략해대는 철수의 손길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제이는 몸을 움츠렸다.

 

 정말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힘이 넘치는 거야, 의문이 생길 정도로 철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야성적이고 관능적이었다.

 

 사실 낮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남성스러운 관능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밤의 철수는 낮의 철수와 전혀 다른 성격이어서, 제이는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의심마저 들었다.

 

  "아직 안 지워졌네."

 

 철수가 제이의 쇄골에 새겨진 붉은 입술 자국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시선을 느낀 제이가 목을 매만지면서 거울로 자국을 유심히 살폈다.

 

  "여름인데 이렇게 자국 내놓으면 어떡해요."

 

  "왜? 예쁘기만 한데."

 

  "예쁘긴요. 여름인데 반소매 티셔츠도 못 입겠잖아."

 

 쪽.

 

 제이의 불평에도 철수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쇄골에 입을 맞췄다.

 

  "사람들한테 내 꺼라고 알려주는 표시 같아서 마음에 들어."

 

 유치한 소유욕을 보이는 그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제이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 죽겠어요?"

 

  "응, 좋아 죽겠어."

 

  "나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해요?"

 

  "너 없으면 못 살아.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마."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대답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제이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쪽.

 

 철수가 다시 한번 그녀의 눈꺼풀에 입을 맞췄다.

 

  "예쁘다."

 

  "……."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한 제이가 조용히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손장난만 쳤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의 품에 안겨있던 제이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일어나요. 몸이 찌뿌둥하다."

 

 제이가 철수의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추고 일어서서 욕실로 향했다.

 

 그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 제이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양손으로 뺨을 감싼 제이는 철수가 아까 했던 말을 떠올렸다.

 

  ㅡ 너 없으면 못 살아.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마.

 

 그 말에 무언가 그의 숨겨있는 상처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아서 제이는 속눈썹을 잘게 떨었다.

 

  ‘내가 철수 씨의 마음의 상처를 꼭 치유해주고 싶어.’

 

 쇄골에 남아있는 철수의 입술 자국을 보고 제이는 오늘도 밖에 나가긴 글렀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나간 제이는 아직도 소파에 앉아있는 철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우리 저녁에 뭐 먹을까?"

 

  "음, 글쎄. 별로 먹고 싶지 않은데."

 

  "그래요?"

 

  "너는? 너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사실 나도 별로."

 

 한여름의 뜨거운 날씨는 묘하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여름이라서 식욕이 없나 봐."

 

  "응. 그런가 봐."

 

 다시 소파로 가서 그의 품에 안긴 제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옆에 있던 철수가 에어컨 리모컨을 누르자 삐, 하고 신호음이 울리면서 에어컨이 차가운 기운이 불어왔다.

 

 선풍기 바람은 싫어했지만, 에어컨의 냉기는 좋아했던 제이는 미소를 머금었다.

 

  "얼른 여름이 끝났으면 좋겠어."

 

  "왜?"

 

  "여름은 너무 더워. 입맛도 없고. ……그리고 오빠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잖아요."

 

 제이의 말에 철수는 뭐가 좋은지 큭큭,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좋아요. 난 심란해 죽겠구먼. 오빠 때문에 공연 스케줄 2개나 펑크 난 거 알아요?"

 

 그녀가 살짝 눈을 흘기자 그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

 

  "미안. 실수했어."

 

  "치, 솔직히 얘기해봐요. 나 밖에 안 내보내려고 목에 이런 거 일부러 남겨놨지?"

 

 그냥 던진 질문이었는데 철수가 지그시 자신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는 진심으로 경악했다.

 

  "못 됐어! 못 됐어! 못 됐어!"

 

 들고 있던 쿠션으로 철수를 내리치자 그는 하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다시 그녀의 허리를 안아버렸다.

 

 몇 번 반항하다가 가만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제이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냐는 생각을 했다.

 

  "일이 다 끝날 때까지 집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일? 무슨 일? ……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던 제이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듣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태오 씨한테 들었어요."

 

  "그랬구나."

 

  "응. 진짜로 난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제이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자 철수는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내가 다 해결해줄게."

 

  "정말?"

 

  "응, 그럼. 넌 이렇게 내 품 안에 안전하게 있으면 돼."

 

  "오빠."

 

 제이가 살짝 물기 어린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자 철수는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영원히 사랑하자."

 

  "응, 죽을 때까지."

 

  "평생?"

 

  "응, 평생."

 

 가만히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기댄 제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한데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제이야, 네 생일이 언제지?"

 

 겨우 눈물을 참고 있는데 철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8월 17일."

 

  "얼마 안 남았네? 이주일 뒤면 제이 생일이구나."

 

  "응."

 

  "생일날 뭐 받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없어요. 맞고 싶은 건 무슨."

 

  "그래도 내가 사주고 싶은데."

 

 철수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제이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그래도 생각해봐. 네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싶단 말이야."

 

  "응, 알았어요. 그럼 생각해볼게."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그의 품에 안겨있으면 싶었던 제이는 팔로 그의 허리를 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20XX년 8월 17일]

 

 제이는 있는 힘껏 출입구 쪽을 향해 달려갔다.

 

  '여기서 잡히면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

 

 출입문에 드리워진 경찰의 실루엣을 보고 환해졌던 제이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달리기를 하던 제이의 다리가 물에 젖은 듯 점점 느려졌다.

 

  ‘잠깐 저 사람은……?’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제이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피터 블링켄베르! 저자가 여기엔 왜 온 거지?'

 

 제이는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이는 피터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철수가 그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자신이 무슨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이가 피터를 볼 때마다 느꼈던 음침한 느낌은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제이는 폐건물에서 피터를 보고 많이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제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손은 여자 손처럼 부드러웠고, 희미한 담배 냄새와 오이 비누 향이 났다.

 

  “다, 당신은……!”

 

 뒤를 돌아본 제이는 화들짝 놀랐다.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재윤이었다.

 

  '재윤 아저씨……?'

 

 많이 믿고 따랐던 만큼 재윤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에 제이는 쉽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재윤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에 나타났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은 피터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재윤을 보고 산산조각이 났다.

 

  「피터, 약속보다 늦게 왔군.」

 

  「죄송합니다. 따라오는 경찰을 따돌리고 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경찰이라니?」

 

  「경찰에 건물 밖으로 왔더군요. 여기서 신고 전화를 받았다길래 괜찮다고 다 해결되었다고 말하고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그래? 잘했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제이가 이대로 빠져나갔으면 」

 

  '믿을 수 없어. 재윤 아저씨가…….'

 

 재윤에게 입이 틀어 막힌 제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재윤이 입을 틀어막고 있지 않앗어도 제이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찰이 왔다가 다시 돌아갔다고 해도 이미 우리 위치를 들켰으니 찾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그것참 문제로군. 우리가 처음 납치를 계획할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잖아.」

 

 두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제이는 점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피터랑 재윤 아저씨가 모든 걸 다 계획한 거였어?

 

 날 납치하기 위헤 처음부터……!

 

 두 귀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어왔지만 제이는 현실감이 없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제이는 점점 정신을 잃어가면서 실성한 여인처럼 중얼거렸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두려워, 두려워, 두려워.

 

 오빠, 철수 오빠, 나 좀 구해주러 와요.

 

 지금 당장 나를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오빠, 빨리 나를 찾으러 와주세…….

 

 

 *

 

 

 철수는 초조한 표정으로 경찰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고 있는 철수의 사무실 문을 열고 리온이 달려왔다.

 

  "철수, 철수! 지금 경찰에서 연락이 왔어. 폐건물에서 제이에게 신고 전화를 받았는데 그곳에 제이가 있는 것 같아."

 

 철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제이가 폐건물에 있다고?"

 

  "응, 그래. 경찰 말로는 그곳에 납치범으로 보이는 남자가 아무 일 없다면서 경찰을 돌려보내려고 했대. 괜히 납치범들을 자극하면 인질이 위험할 수 있어서 그냥 나왔다고 하더군."

 

 금발 머리에 로라와 비슷한 듯 다른 얼굴의 리온이 차분한 목소리로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어서 인력을 충원해서 제이를 구하라고 해. 그리고 제이를 구하는 곳에 나도 같이 갈 거야."

 

 철수가 당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리온이 덥석 그의 어깨를 잡았다.

 

  "잠깐, 철수. 일단 진정해. 잠깐 기다리라고."

 

  "안 돼, 분명 제이가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잠깐 기다리라니까!"

 

  "여기서 더 어떻게 기다려!"

 

  "철수, 흥분하지 마! 여기서 흥분하면 될 것도 안 돼!"

 

 리오가 강하게 철수의 뺨을 때리자 반쯤 나가 있던 철수의 정신이 다행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시간이 흐르고 한결 마음이 진정된 철수가 리온에게 물었다.

 

  "정말로 제이는 안전한 거지?"

 

  "그래. 경찰이 말한 위치에 드론을 보냈는데 방 안에 갇혀 있는 제이의 사진을 보내왔어."

 

  "……."

 

  "일단 정신을 잃은 것 같기는 한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일단 범인들이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길을 막아놨어. 경찰 인원이 더 확보되면 당장 폐건물로 출동해서 제이를 구해낼 거야."

 

  "……."

 

  "철수, 걱정하지 마. 다 괜찮을 거야."

 

 리온이 철수의 핏기 없는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또 야. 또 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했어."

 

  "철수, 자책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돈도 명예도 성공도 이제 나한테 아무 의미 없어. 제이만 내 곁에 있다면 난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어."

 

  "……."

 

  "지금 당장 제이만 안전하게 내 품에 돌아올 수 있다면 가진 것을 전부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거야."

 

 철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신이시여, 제발. 제발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안전하게 내 품에 다시 돌려주세요.

 

 제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 약하고 여린 여자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꼭 좀 도와주세요.

 

 그녀가 아무 이상 없이 제 품에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평생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겠습니다.

 

 철수는 두 손을 마주 잡고 진심으로 신께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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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8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51 0 8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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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9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40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71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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