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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61.윤제이 납치 계획
작성일 : 17-12-28 20:18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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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윤제이 납치 계획

 

 

  -「오랜만이군.」

 

 피터에게 전화를 건 남자는 블렉데쓰의 보스였다.

 

 음산한 그의 목소리를 듣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지레짐작한 피터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 보스.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준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한국에서 잘살고 있나 봐. 얼굴이 좋아 보이는군. 」

 

 기업가들이 참여하는 파티에서 보스의 전화를 받은 피터는 어디선가 보스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피터는 혹시 여기 블랙 데쓰의 일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담이 서렸다.

 

 조직 사람들이 이곳에 있을까 봐 손이 저절로 떨렸고 전화 한 통에 벌벌 떠는 자신의 꼴을 우스워 스스로 자조했다.

 

  「보스, 어쩐 일이십니까」

 

  -「그래, 내가 갑자기 전화해서 많이 놀랐나 보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보스. 그러니까 갑자기 보스께서 제게 전화를 걸어서…….」

 

  -「왜 나인 줄 알았으면 전화를 안 받으려고 했었나?」

 

 보스의 질문에 피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그런 거 아닙니다. 보스. 그냥 너무 반가워서.」

 

  -「아니지, 아니야. 그렇게 속 보이는 소리 하지 말게. 어제까지는 블랙 데스에 이인자였을 지는 몰라도 지금 넌 그냥 내 돈을 훔쳐간 파렴치한일 뿐이니까」

 

  「아, 아닙니다. 보스!」

 

  -「그게 아니라면 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강철수를 두고 보고만 있는 거야. 분명히 강철수에게 예전보다 더 큰 금액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잖아.」

 

  「네, 그, 그렇습니다. 보스, 죄송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조금만 기다려 달라? 저번에도 이 소리를 해놓고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더군.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내가 우습게 보이나?」

 

 피터는 목구멍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눈동자를 굴렸다.

 

  「보스, 보스는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까?」

 

  -「나? 아니, 못 지내고 있어. 내 밑에 있는 인간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못 하고 있어서 블랙 데쓰에 위기가 찾아왔거든. 요즘은 그자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민 중이야.」

 

  「네. ……네?」

 

 보스의 말에 피터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으로 떨어트릴 뻔했다.

 

 블랙 데쓰가 나를 처리하려고 할 생각인가.

 

 지금 보스는 그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을 하고 있었다.

 

 블랙 데쓰가 평범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자신의 목숨까지 노릴 줄이야.

 

 분명히 날 블랙 데쓰의 후계자라고 인정해 줬었는데……!

 

  -「피터 블링켄베르. 이제 내가 너에게 줄 시간과 인내심은 모두 바닥이 났다.」

 

  「…….」

 

  -「오늘 내가 너한테 전화를 건 건 이유는 너한테 마지막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마, 마지막 경고입니까?」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보스의 살벌한 목소리에 피터는 숨도 삼키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을 주시했다.

 

  -「이번에도 강철수를 납치하던가 강철수의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사람을 납치해서 자금을 마련하란 말이야.」

 

  「네, ……네! 알겠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실패하면 그때는 블랙데쓰가 널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네, 보스!」

 

  -「네가 조금이라도 네 목숨을 아깝게 생각한다면 내 명령을 순순히 따르겠지. 난 진심으로 피터의 목숨이 안전하길 바라네.」

 

  「네, 알겠습니다. 보스.」

 

 뚝.

 

 보스와의 통화를 마친 피터의 잇새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젠장!」

 

 피터는 답답한 듯 목에 감겨 있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면서 살기 어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사설 경호원까지 붙은 여자애를 나 혼자서 어떻게 납치하라는 거야!」

 

 블랙 데쓰가 피터에게 입금한 돈을 모두 써버린 그의 수중에는 이제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리 큰돈이라도 물 쓰듯이 쓰다보니 금방 사라져서 한국에서 호화생활을 했던 피터의 수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지? 제길. 이미 돈을 다 써버렸는데 어쩌냔 말이야.'

 

 피터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블랙 데스에 들어오지 않는 건데.'

 

 블랙 데쓰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 핑크빛 미래만을 생각했던 피터는 지금 자신의 몸을 옥죄어 오는 올가미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어떡하지? 강철수가 그 여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데 납치를 어떻게 해?'

 

 그리고 독일과 달리 땅이 좋은 한국은 생각보다 방법 체계가 잘 설비되어 있었고, 실종되더라도 핸드폰으로 언제든지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이 없잖아!'

 

 하지만 보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윤제이 대신 자신이 괴한에게 납치당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블랙 데쓰에 의해 강제로 배에 태워져서 수장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터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리저리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고민을 하던 중에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오르자 피터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래, 차라리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야.'

 

 피터가 한국에 온 것은 블랙 데스의 명령 때문이었지 딱히 한국이라는 나라가 마음에 들어서 온 것은 아니었다.

 

 일본이라면 모를까 한국은 자기 생각보다 훨씬 더 작고 볼품없는 나라였다.

 

 히틀러만큼이나 사무라이 정신을 사랑했던 피터는 미국 대신 아예 일본으로 거주지를 옮길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 여기에 있는 내 짐은 나중에 찾아가더라도 우선 내 몸부터 빠져나가는 거야.'

 

 블랙 데스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일본으로 몰래 도망갈 생각을 한 피터는 성큼성큼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

 

 피터는 혹시 파티에 와있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전화 내용을 들었을까 봐 걱정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파티의 분위기는 아까처럼 평온하고 화기애애했다.

 

 품 안에 있는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는 피터에게 웨이터가 다가와서 쟁반에 올려 있는 핑거 푸드를 권했다.

 

  「아,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일본행 항공권 예매를 마친 피터는 허기가 돌자 바게트 위에 생굴이 올려져 있는 핑거 푸드를 받아 입안으로 우걱우걱 넣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군요. 혹시 어디 편찮으십니까?」

 

  「네? 아, 뭐. 그게…….」

 

  「몸이 불편하시다면 휴게실로 안내해 드릴까요?」

 

 날렵하게 정장을 빼입은 웨이터가 걱정스럽게 피터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잠깐 쉬고 있으면 나아질 것 같습니다.」

 

  「아까까진 괜찮아 보이셨는데 전화를 받고 오시더니 식은땀을 흘려서 걱정했습니다.」

 

  「…….」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다정하게 묻는 웨이터의 목소리에 피터는 답답해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 사실 직장에서 상사와 조금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저런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네, 그렇죠. 처음에는 그리 사이가 나쁘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원래 직장생활이 그렇죠. 회사에 다니면서 제일 힘든 건 사실 업무가 아니라 인간관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번 문제는 조금 심각해서……….」

 

  「혹시 직장에서 퇴사를…… 아,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웨이터가 실수한 것을 알아차렸는지 입을 가리면서 피터에게 허리를 굽신거렸다.

 

 벽에 기대어 가만히 웨이터를 바라보고 있던 피터가 스낵바 족으로 손가락질했다.

 

  「칵테일이 한 잔 마시고 싶군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얼른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웨이터를 기다리면서 벽에 기댄 피터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피터 씨, 여기 칵테일 있습니다.」

 

 피터는 웨이터가 가져다준 푸른 칵테일을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넘겼다.

 

 갈증이 해소되고 살짝 취기가 오른 피터는 편안하게 말을 쏟아냈다.

 

  「사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지장에서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저는 잘나가는 변호사거든요.」

 

  「변호사이셨군요.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웨이터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사과하자 피터의 어깨는 한껏 높아졌다.

 

  「제가 사실 '블랙 데스'라는 단체에 가입했는데 말입니다.」

 

  「'블랙 데스'요? 그게 어떤 단체인가요?」

 

  「독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전 유럽에 퍼져있는 인종차별단체입니다.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는 흔한 인종차별주의자 단체이죠.」

 

  「그렇습니까?」

 

  「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그 단체에 잘못 들어간 것 같습니다.」

 

  「…….」

 

  「처음에는 돈을 주길래 덥석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미끼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난 그 단체에서 나오려고 합니다. 요즘 시대에 인종차별이라니 정말 구시대적이죠.」

 

  「'블랙 데쓰'를 빠져나간 다음에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일단 바로 내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핸드폰으로 오늘 새벽에 출발하는 도쿄행 항공권을 끊은 피터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머금었다.

 

 피터는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라. 내가 일어설 기회.

 

 그래, 내가 이렇게는 절대로 안 무너지지.

 

 지금 있는 거 다 버리고 가도 내 직업이 변호사니까 굶어 죽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자기들이 어떻게 일본으로 도망간 나를 찾을 수 있겠어.

 

 일단 급한 대로 일본에 숨어있자, 그래야지 내가 살아.

 

 조금 남아있던 칵테일을 입안으로 털어버린 피터는 웨이터에게 텅 빈 칵테일 잔을 건넸다.

 

  「여기 제 손수건 위에 올려놓으시지요.」

 

 웨이터는 품 안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서 피터가 내민 칵테일 잔을 받았다.

 

 아직 파티는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지금 자리를 떠야 했다. 피터는 출입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구두 소리를 내며 빠른 걸음을 옮기던 피터가 멈칫 걸음을 멈춰 세웠다.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에게 말을 건 웨이터가 그에게 건넨 손수건은 ‘블랙 데스’의 일원만이 가질 수 있는 노란 손수건이었다.

 

 소름이 오도도 돋은 피터가 뒤를 돌아보자 포마드로 머리를 단단히 고정한 웨이터가 어느새 그의 등 뒤로 바짝 묻어있었다.

 

 웨이터는 아까와 다름없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터 블링켄베르 씨, ‘블랙 데스’는 언제 어디서나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연락을 취하던 피터는 다행히도 자신과 똑같은 목적을 가질 것이 분명한 종석과 메일을 알게 되었다.

 

 영어를 못하는 종석을 대신해서 피터와 연락한 사람은 종석의 협력자였다. 그는 자신을 M이라고 불러 달라고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피터 블링켄베르입니다. 하종석 씨의 협력자이신 M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약간은 코맹맹이 소리가 섞여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윤제이를 납치했으면 좋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미 메일로 얘기를 끝낸 피터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종석은 윤제이의 아버지 윤백룡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이었다.

 

 자칫하면 마술사로서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종석은 검찰 출두만은 간절하게 피하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준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종석은 불륜 사건으로 떨어질 때로 떨어져 있는 그의 이미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피터는 종석에게 연락을 취했다.

 

  -「종석 씨에게 다 전해 들었으니까 부연해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윤제이를 납치하겠다 이거죠?」

 

  「그렇습니다.」

 

 약간은 껄렁껄렁한 말투의 그 남자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대학생인 것 같기도 했다.

 

 자칫 잘못하면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쓸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터는 종석의 협력자라고 하는 자의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하종석 씨의 협력자라니, 과연 당신을 믿을 수 있을지가 의심되는군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

 도 됩니다. 저도 사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윤백룡과 풀지 못한 감정이 있는 사이거든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건 윤백룡 납치 계획이 아니라 윤제이 납치 계획입니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윤제이 씨와는 풀지 못한 감정은 있으십니까?」

 

  -「아뇨. 그런 건 없지만. 사실 우리가 하려는 건 착한 납치 아니겠습니까?」

 

  「착한 납치요?」

 

  -「네, 어차피 강철수 씨는 돈도 많은 부자 아닙니까. 잠시 제이를 납치해서 안전하게 보호해줬다가 다시 돌려보내면 두 사람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지 않겠습니까?」

 

  「오호라, 정말 맞는 말만 골라 하시는군요.」

 

  -「그럼요. 어쩌면 우리가 두 사람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데 공헌을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전화로만 통화하는 데도 굉장히 지적이시네요. 영어도 잘하시고 말이죠.」

 

  -「요즘 시대에 영어 잘하는 건 기본 아닙니까?」

 

 피터는 종석의 협력자 M의 말에 큭큭 하고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이 사람은 나랑 얘기가 아주 잘 통하는군.

 

 가만히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있던 피터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

 

  「그런데 하종석 씨의 협력자이신 M 님은 제가 언제쯤 만날 수 있는 것인지…….」

 

  -「저를 의심하는 것입니까?」

 

  「아니요.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면식도 없으면 이 거대한 계획을 함께하기엔 서로 믿음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만에 하나 종석의 협력자인 M이 이 사실을 전부 경찰에 폭로한다면 모든 계획을 물거품을 돌아갈 것이다.

 

 협력자라고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피터는 느물거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피터 씨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보여드려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무엇이든지 상관없습니다.」

 

  -「전 강철수가 윤제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피터는 불길한 마음을 감추며 쓰고 있던 안경테를 들어 올렸다.

 

  -「왜냐면 제가 '환상의 마술' 트릭을 알아내기 위해 윤제이의 방에 몰래 침입했을 때 강철수가 한달음에 달려오는 것을 보았거든요.」

 

  「윤제이 씨의 집에 침입한 적이 있습니까?」

 

  -「네, 안타깝게도 '환상의 마술' 트릭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깊은 사이라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피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는 의심 많고 멍청한 종석보다 그의 협력자라고 하는 M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요. 그럼 납치 시점은 어제가 좋겠습니까?」

 

  -「9월 17일. 그날로 하죠.」

 

  「왜 하필 그날로 정하자는 겁니까?」

 

  -「그날이 윤제이의 생일입니다.」

 

  「그런데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 납치를 하면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겠지요.」

 

 피터는 그의 말을 듣고 목덜미에 오도도 소름이 끼쳤다.

 

 나도 나쁜 놈인데 이 자식은 더한 놈이잖아?

 

 그는 살포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훌륭하신 분이군요. 배울 점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별말씀을요.」

 

 독일이나 한국이나 쓰레기가 있는 건 매한가지구먼.

 

 피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문득 피터는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밖에 없었던 제이가 무척 안쓰러워졌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도 여의게 됐는데 괴한들한테 납치를 당해야 하는 운명이라니.

 

 하지만 이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동정심이었을 뿐 피터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녀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착실히 실행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자세한 건 다음에 만나서 의논하도록 하겠습니다.」

 

 

 

 ***

 

 

 

 검찰 소환을 받았지만, 종석은 이에 불응하고 차일피일 소환 날짜를 미루고 있었다.

 

 혹여나 자신의 범행 사실이 들킬까 여전히 불안감에 떨고 있는 종석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 말했다.

 

  "그, 그러니까 윤제이를 납치하겠다 이거죠?"

 

  "네, 그렇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종석을 대신해서 피터와 통화를 해준 M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로 피터라는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더군요."

 

  "그래도 사람 속을 어떻게 압니까?"

 

 종석의 말에 그는 살포시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설마 지금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거로 보이십니까? 어차피 우리는 한배를 탄 사이 아닙니까. 좋으나 싫으나 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의심하면 안 되죠."

 

  "아, 미, 죄송합니다. 그냥 조금 걱정돼서 그랬습니다."

 

 그의 쓴소리에 종석은 고개를 아래로 내리며 바로 꼬리를 내렸다.

 

 재수 없는 놈. 영어 좀 잘한다고 엄청 유세하네.

 

 애초부터 그가 자신을 얕잡아 보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와 손을 잡아야 했다.

 

  '별것도 없으면서 아무튼 잘난 척은 무지하게 해요.'

 

 영어를 잘한다며 고개를 빳빳이 쳐드는 그를 보자 종석은 눈꼴이 시었다.

 

  "그럼 윤제이 생일날 납치를 하겠다 이거죠?"

 

  "네, 그렇습니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던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리고 하종석 씨는 그날 집에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왜요?"

 

  "일단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고 지금 의심받는 상황에서 괜히 앞에 나서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네,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당신은 피터 씨와 함께 납치 현장에 가시는 겁니까?"

 

  "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종석은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렸다.

 

  '납치에 가담한다고 하더라도 난 현장에 없었으니까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뗄 수 있겠지?'

 

 만에 하나 상황이 잘못되면 먼저 빠져나갈 생각을 한 종석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제이의 납치 계획이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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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무릎과 무릎 사이에 2017 / 11 / 29 628 0 8123   
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77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60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60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58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51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60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39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40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71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5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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