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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32. 점점 다가오는 경찰
작성일 : 17-12-18 20:02     조회 : 265     추천 : 1     분량 : 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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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TV분석을 마친 편경위와 공형사는 오후가 되어서야 50대 중년여성의 집을 방문하였다. 그녀의 집은 논현동 천주교 성당 뒤편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골목은 요사이 대부분의 주택가들이 그렇듯이 일반주택과 다세대 빌라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개중에 좀 괜찮아 보이는 2층 단독주택이 사망한 여인의 집이었다.

 

 편경위는 일단 그 주변부터 다시 찬찬히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아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공형사가 한번 흝고 지나간 뒤라 건질만한 특별한 무언가가 새로 나오지는 않았다.

 

 한참동안 주위를 돌고 무더위에 지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헉헉···정말 지독한 더위네요. 그죠? 편경위님.”

 

 “이게 다 형사 팔자 아니겠나. 이렇게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면서 잡아다 바치면 위에선 증거불충분이라고 풀어주고···”

 

 “하하. 편경위님은 그래도 우리 서의 에이스 시잖아요”

 

 “그게 다 더 부려먹을라고 있지도 않은 감투 씌워준 거지 뭘···”

 

 편경위는 공형사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으며 땀을 닦았다. 그리고는 공형사는 좀 기댈 생각으로 옆에 있는 전봇대를 손으로 짚었다.

 그런데 땀을 닦던 편경위가 갑자기 다가와 공형사가 짚은 전봇대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이봐. 공형사. 죽은 여자 사인이 끝이 둥근 둔기에 의한 뇌손상 이라고 했지?”

 

 “네. 둥근 물체에 의한 두개골 골절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죠. 근데 왜요?”

 

 “여기 와서 이 전봇대를 좀 봐. 이거 혹시 혈흔 아닌가?’

 

 편경위가 가리킨 지점에는 핏자국인지 페인트 자국인지 모를 검붉은 색이 뭍어 있었다.

 

 “일단 감식반 와서 혈흔 샘플 채취하라고 하죠”

 “그래. 만일 내 짐작이 맞다면 50대 여성은 여기서 살해되었고 그들에 의해 카니발에 태워져서 유기된 거야. 근데 왜 이런 주택가 한가운데서 살인을 저질렀을까?

 여기는 누가봐도 살인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닌데 말이야”

 

 “특별한 원한관계도 없고 동기도 분명치 않은 것으로 보아서 우발적 살인 아닐까요? “

 

 “맞아! 그들은 여기서 다른 무엇인가를 하다가 마침 이 곳을 지나던 동네주민 여자가 그 광경을 목격을 하자 우발적으로 살인을 한거야···그렇다면 그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동네불량배들도 아니고 나름 훈련받은 외국계 경호회사 직원들이 말이야”

 

 거기까지 말하고 편경위는 사방을 둘러 보았다. 주위를 살펴보는 날카로운 편경위의 눈에 대문에 전단지가 잔뜩 꽂혀 있는 주택 한채가 들어왔다.

 편경위는 바로 눈앞에 있는 그 파란 대문의 집을 가리키며 공형사에 물어봤다.

 

 “혹시 저 집도 거주자 만나서 조사 해봤나?”

 

 “아···저기 파란 대문 집이요? 아뇨. 아무리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어서요.

 집안을 얼핏 보니까 현관도 굳게 닫혀 있고 잔디도 무성한게 한동안 사람이 없었던 거 같더라구요.”

 

 편경위는 천천히 그 집 앞으로 가서 대문 틈으로 안을 살펴 보았다.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람이 살지 않는 파란 대문 집의 바로 옆집이 사망한 여성이 살던 주택이었다.

 

 “흠···공형사. 여기 이 집 주소 좀 확인해서 거주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연락 해봐”

 

 “네?”

 

 “이 집이 사건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야. 그런데 아직 거주자 진술도 못받았다며?”

 

 “아..네···”

 

 “그리고 아까 경찰서에서 익명의 제보자가 전화로 제보한 에릭 방이라는 인물, 바로 신원 확인해서 내게 알려주고!”

 

 공형사가 먼저 떠난 뒤 혼자 남은 편경위는 이제야 이 사건이 시작된 살해현장을 발견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얽힌 사건의 실타래는 바로 이 골목에서부터 풀어야 한다는 예감이 들었다.

 

 *****

 

 이 곳 강진에서 할아버지의 도자기 굽는 가마터에 와서 나에게는 하루 하루가 마치 바깥에서의 한 달 같았다.

 우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할아버지의 아침 밥상을 차리는 것부터 나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되는 고령토 나르기.

 한 시간도 더 걸리는 뒷산에 들어가 망태기가 가득찰 때까지 한무더기 흙을 퍼담아 작업실까지 날라야 했다.

 이것만 해도 몸이 약한 나로서는 이미 생사를 넘나들 지경인데 잠시만 쉬어도 어디선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나한테 꾀를 핀다고 역정을 내셨다.

 그렇게 오전에 흙을 작업장까지 날라다 놓고 점심은 대충 식은 밥으로 떼운 후에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나무 해오기와 장작패기를 했다.

 나무는 뒷산 너른 소나무 숲에 가서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톱질해서 가져오는 것이었고 장작패기는 그렇게 가져온 소나무를 잔가지를 쳐서 아궁이에 넣을 적당한 크기로 쪼개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오전.오후의 일과 였다.

 

 그러면 하루 일과가 끝난거냐. 절대 아니었다.

 저녁에 할아버지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빨래까지 마쳐야 겨우 하루가 끝난 것이었다.

 

 말이야 쉽지 평생 망치질 한번 안해본 나에게 갑자기 톱질,도끼질에 설거지와 빨래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불과 한 달전만 해도 나는 책상에 앉아 수능 모의고사 시험준비를 하며 외고에 다니던 고등학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조차 감춘채 이렇게 다른 이름으로 숨어살면서 도자기 굽는 곳에서 허드레일이나 하고 있다니.

 

 밤마다 자려고 누울 때면 이 말도 안되는 황당한 상황에 기가 막혀 이불을 박차고 벌떡벌떡 일어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나의 어떠한 상황도 털끝만치 봐주는 법이 없었다. 지붕이 날라갈 정도로 초강력 태풍이 왔던 날에 딱 하루 쉬어봤을 뿐 여기와서 몇 주 동안 단 한번도 나의 일과에는 예외가 없었다. 도대체 내가 여기 오기전에 누가 이 많은 일을 다 했단 말인가?

 

 아무리 화물차 사내가 나를 부탁해서 맡겼다 한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결국 날을 잡아서 할아버지에게 부당함을 따지기로 했다.

 

 나는 우선 피지도 않을거면서 항상 물고 다니며 틈만 나면 나의 정수리를 때리는 저 얄미운 놋쇠 곰방대부터 눈에 거슬렸다.

 

 “할아버지. 저를 먹이고 재워주셔서 고맙긴한데요 정말 이건 아닌거 같아요. 제가 사실 심장도 안좋아서 이런 힘든 일을 하면 안되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 그 곰방대로 제 머리도 때리지 마시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눈에 별이 서너개 보였다. 난 놋쇠 곰방대로 얻어맞은 정수리가 너무 아파서 머리를 부여잡고 땅바닥을 굴렀다.

 

 “에라 이 한심하고 못난 모지리 놈아.

 어여 힘을 키워서 지 에미를 찾고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할 생각을 허야지 도리어 지금 널 도와주는 사람한테 뗑깡을 펴?”

 

 너무 아파서 바닥을 구르면서 나는 따지듯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종부리듯이 일 시키는 건 아니죠! 제가 노비는 아니잖아욧!”

 

 할아버지는 빈 곰방대를 연신 빨아대면서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오냐. 니가 그렇게 할거 다하고 체면 차리믄서 할거믄 내하고 내기를 허자.”

 

 “무슨 내기요?”

 

 “내가 세번 곰방대로 니 머리통을 까는 동안 니가 한번이라도 내 곰방대를 잡으믄 니말처럼 내가 니를 인간적으로다가 아주 착하게 대접해주마.”

 

 “아니면요?”

 

 “아니면 니는 찍소리말고 내가 시킨대로 아침에는 흙퍼오고 점심에는 장작패고 저녁에는 빨래하는 일을 계속 해야제”

 

 ‘세번이라···좋다!좋아! 내가 아무리 운동신경이 젬병이여도 세번 중 한번을 못 잡아내랴. 나도 아프기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씨름으로 일등한 적도 있다고.’

 

 나는 호기롭게 할아버지의 내기에 응했다. 일단 그동안 맞아본 경험을 통해서 분석해 보건대 할아버지의 손목 스냅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보니까 할아버지는 손목의 스냅과 원심력을 이용해서 재빨리 치고 빠지는 타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난 첫번째 판부터 할아버지의 손목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손목의 움직임만 놓치지 않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바늘 한 침 꽂을 틈도 없이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순간,

 “아따. 삼거리 다방 최마담이 여기 뭔 일이랑가?”

 

 엥? 여기 산속에 누구 여자가 왔다구? 난 잠시 시선이 흔들렸다. 그 순간 번개같이 할아버지의 곰방대가 내 방어막을 뚫고 정수리를 가격했다.

 

 “으악!”

 

 나는 너무 아파서 머리를 감싸고 땅바닥을 구르며 간신히 외마디 비명만 질렀다.

 

 “이눔아. 트릭이여. 어느 미친 년이 여기까정 커피를 배달한다고 쳐다봐. 쳐다보길.

 니처럼 사람 눈을 제대로 안보고 쉽게 한눈을 파니께 이 모양인거시여”

 

 ‘으아. 비겁하게 초딩이나 쓰는 속임수를···’

 

 나는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이런 바보같이 저런 뻔한 속임수에 당하다니···

 

 좋다. 두번 다신 속지 않는다. 나는 다시 두번째 판을 준비했다.

 놋쇠 곰방대를 든 할아버지와 나는 각자 자리를 마주하고 대치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 보면서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동시에 곰방대를 든 그의 손을 같이 견제했다. 이 정도 철통 수비면 결코 쉽게 뚫지 못하리라.

 난 할아버지가 곰방대로 내 정수리를 노려 내려치는 순간 멋지게 할아버지의 곰방대를 탁 잡고는 <앞으로는 이거 점잖게 말로 하시죠> 라고 말해 줄 작정이었다.

 

 그렇게 한시간이 흘렀다. 다시 한시간···시간은 이미 점심때를 지나 오후로 접어들었다. 한여름을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운 태양은 중천을 지나면서 뜨거운 햇빛을 사정없이 마당에 내리 꽂고 있었다.

 땅에서는 용암이라도 터져 나올 듯이 미치도록 뜨거운 지열이 뿜어져 올라오고 있었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숨 쉬는 것조차 턱턱 막혔다.

 

 나는 더 이상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눈은 감겨 오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풀려서 그만 주저 앉고 싶었다.

 

 하지만 내 앞의 할아버지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그는 곰방대를 내 눈 앞, 전방 45각도로 겨눈 채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세가 흐트려지지 않았다.

 

 결국 뜨거운 태양과 지루한 시간 싸움 끝에 지친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땅바닥에 무릎을 끊었다. 그런 나한테 할아버지가 다가와 곰방대로 가볍게 한번 정수리를 톡 쳤다. 그리고 또 한번 더 톡 쳤다.

 

 합이 세번. 그렇게 난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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