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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17. 내가 저 벽속에 들어 갔었다구?
작성일 : 17-12-18 19:05     조회 : 265     추천 : 1     분량 : 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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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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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고 들어온 민변구는 미친듯이 사방으로 날뛰었다. 그 뒤로 그의 똘마니 차동팔과 신영귀가 뒤이어 들어왔고 맨나중에 에릭이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이 개자식! 이거 어디로 숨었어? 틀림없이 여기로 숨어 들어왔는데!”

 

 민변구는 눈깔이 뒤집힌 채로 부러진 마대자루로 걸상 사이를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녔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의 얼굴과 교복 상의를 전부 적시고 있었다.

 

 그는 창가로 가서 내가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지 않았나 살펴 보았다. 그리고 쌓여진 책걸상을 전부 다 반대편으로 집어 던지면서 그 안에 내가 숨어 있지 않은가 찾아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 곳에 없었다. 난 벽속에서 숨 죽인채 그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어디 간거야? 어디로 간 거냔 말이야!”

 민변구는 자기 분을 못참고 마대자루를 집어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마치 담배와 함께 마약이라도 같이 빨아 댄거 같은 모습이였다.

 

 “그…그건 나도 모르지…”

 민변구의 살기 어린 발광에 잔뜩 겁을 먹은 신영귀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민변구는 뛰어 가서 신영귀의 멱살을 잡았다.

 “이 세키야. 눈깔 없어? 내가 제대로 보라고 했냐 안했냐? 응?”

 그러면서 냅다 신영귀의 귀싸대기를 후려 갈겼다.

 

 난데없이 싸대기를 얻어 터진 신영귀는 백킬로 거구의 손바닥의 위력을 보여주듯이 그대로 날라가서 교실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참어. 변구야. 어디든 있겠지. 설마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솟았겠어?”

 차동팔의 만류에도 민변구는 분을 참지 못했다.

 

 “으아아악!”

 민변구는 괴성을 지르더니 지 성질을 못참고 아무 책상이나 닥치는대로 붙잡고 정신없이 때려 부시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발광을 떨고 있을 때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에릭이 한마디 했다.

 

 “그만 해라. 민변구.

 그리고 신영귀! 너는 분명히 안현이 이리로 들어 오는걸 봤냐?”

 

 얻어 터진 뺨이 금새 한사발 부풀어 오른 신영귀가 질질 짜면서 대답했다.

 

 “응…에릭아…분명히 봤어. 난 잘못한 게 없어…엉엉”

 

 “알았다. 그만 짜고 어서 양호실에나 가봐라. 아마 너 이빨이 나간거 같다.”

 

 신영귀는 엉엉 울면서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에릭과 민변구, 차동팔 이렇게 세 명이서 빈 교실에 남았다. 물론 한명이 더 있었다. 바로 벽 속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보고 있는 나!

 나는 숨조차 쉬지 않으면서 이 광경을 지켜 보고 있었다.

 

 “민변구…너도 이제 그만 가자. 피가 점점 더 심하게 흐른다.”

 차동팔이 민변구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아. 씨팔. 이거 놓으라구. 심장…그 세키 찾기 전에는 아무데도 안 갈테니까!”

 민변구는 아직도 미쳐서 눈알이 돌아가 있었다. 만일 저 놈한테 붙잡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니 오금이 저려왔다.

 

 나는 지금 저들과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세계에 서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서 또 다른 세계에 갇혀 버린 것처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갇힌게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그 안으로 들어간게 맞는 표현이겠지만.

 

 그 순간 에릭이 내가 숨어 있는 벽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그는 천천히 오른손을 뻗쳐 내가 숨어 있는 벽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이 바로 내 코 앞까지 와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가 뭘 하는지 가만히 지켜 보았다.

 

 에릭은 벽에 가까이 와서는 코를 들이대더니 킁킁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 보고 다시 천천히 벽의 표면을 더듬어 보았다.

 

 그가 가까이 다가 와서 뚫어지라 벽을 노려볼 때 나의 시선이 그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난 파랗다 못해 창백한 그의 눈동자를 한참동안 정면으로 바라 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동공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면서 나를 노려 보고 있었다. 나는 숨뿐만 아니라 눈동자 굴리는 것 마저도 멈춘채 돌처럼 그냥 얼어 붙어 버렸다.

 

 하지만 설마 벽속에 누군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돌려 천장과 바닥을 차례대로 뚫어지게 살펴 보더니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씩씩거리고 있는 민변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만 가자”

 

 “가다니? 어딜 간다는 거야? 심장…바로 그 세키가 여기 있는데!”

 

 “그래? 심장, 그 놈이 지금 여기 있다구? 나는 아무 것도 안보이는데…

 헬로우~애니바디 이즈 데어?”

 

 에릭은 민변구를 갖고 놀리듯이 눈 앞을 가로막고 있는 텅 빈 벽에다 대고 말을 걸었다.

 

 “변구야…에릭 말이 맞아. 여기 아무도 없잖아. 벌써 딴데로 도망갔을지도 모른다구. 우리 나가서 찾아보자”

 

 “으아악! 이 씨팔!”

 

 민변구는 온 힘을 다해 옆에 있던 책상을 집어 던졌다. 내가 숨어 있는 곳에서 두 뼘 정도 떨어진 벽에 부딪친 책상은 산산 조각이 나서 부서졌다.

 

 민변구는 씩씩거리면서 분을 참지 못한채 차동팔에게 이끌려 교실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에릭도 따라 나갔다. 그는 문을 닫기 마지막에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내쪽을 바라 보았다. 만일 내가 섣불리 손이라도 까닥했다면 그대로 들킬 뻔 한 순간이였다.

 

 마침내 그들이 사라지고도 나는 한참 동안 벽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벽 안에서는 시멘트 냄새를 잔뜩 머금은 습기가 나의 코 안으로 계속해서 밀려 들어왔다. 그 바람에 머리가 아파오고 점점 현기증이 났다. 결국 그 지독한 시금털털한 냄새를 참지 못한 나는 앞으로 한발을 내밀었다.

 

 벽속에서 먼저 내 오른쪽 발이 쑥 튀어 나왔다. 이윽고 오른쪽 팔과 어깨가 그리고 얼굴이 빠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왼쪽 발과 어깨를 빼내니까 내 몸 전체가 벽속에 들어가기 전과 똑같이 온전한 상태로 그 속에서 빠져 나왔다.

 

 킁킁, 난 내 몸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시큼한 시멘트 냄새가 옷과 머리에 배어 있었다. 하지만 피부는 어떤 긁힌 자국도 없이 멀쩡했다. 거칠게 쿵쾅거리던 심장 박동도 조금은 진정되어 있었다.

 

 난 내가 나온 벽을 다시 쓰다 듬어 보았다. 그저 딱딱한 시멘트 벽일 뿐이었다.

 

 내가 정말 저 벽속에 들어갔다 나왔단 말인가?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것은 엑스맨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엑스맨이었다는 건가? 자신이 지닌 초능력도 자각하지 못하고 열일곱살까지 찐따에다 심장병 환자로 살아온 울트라 초능력자 엑스맨 안현, 정말로 내가 그런 존재였단 말인가?

 

 난 다시 벽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툭>

 

 벽은 그냥 툭하고 내 발을 튕겨냈다. 난 이번에는 손을 뻗쳐 벽을 쓰다듬었다. 그냥 보통의 딱딱하고 차가운 시멘트 벽의 느낌이 손에 전해져 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지? 정말 내가 V4 악당들을 피해서 이 벽속으로 들어갔단 말인가?

 근데 지금은 왜 안되는 거지?’

 

 혹시나 내가 착각할 수도 있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닥치면 무의식 속에서 자기부정이 일어나면서 현실을 왜곡하여 파악한다고 책에서 읽었다.

 혹시 난 벽에 난 구멍 같은 것에 빠졌다가 빠져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손을 벌려 벽면을 샅샅이 더듬었다. 하지만 내 몸이 들어갈 만한 구멍 같은 것은 없었다.

 

 ‘뭐지…내가 대체 어디에 갔다 온거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내가 마치 토끼굴에 빠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도 지나고 한참이 지나 오후가 되어서야 나는 몰래 교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누가 볼지 몰라서 아주 살금거리며 복도로 나오는 순간, 갑자기 뒷주머니에서 삐리리 하고 벨이 울렸다.

 

 난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을 뻔 했다. 어서 비상약이라도 먹지 않으면 그대로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아파오는 왼쪽 가슴을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말했다.

 

 “여보세요…”

 

 -현아! 나 기남이야.

 너 지금 어디야? 어떻게 된거야? 여기 지금 난리가 났어!

 

 “응…나 지금 좀 통화 하기 그래…”

 

 - 지금 무슨 한가한 소리하는 거야? 너 지금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나 한거야?

 민변구가 피투성이가 되서 교실에 들어와 가지고는 다 죽여버린다고 난리치는 통에 담임이 경찰까지 불렀어.

 그 자식이 나한테까지 와서 널 찾아내라고 협박하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난 할 말이 없었다. 단지 해야 할 일을 했고 벌을 받아야 할 놈한테 벌을 내렸을 뿐이다.

 

 “기남아.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지금은 먼저 끊는다. 미안”

 

 전화를 끊고 나서 난 머리속이 복잡했다. 난리가 난 건 당연한 순서였을 것이다. 교내 찐따인 내가 원탑중에 원탑,부산 팔성파 부두목의 아들, 광진구의 원탑 민변구의 머리통을 깨부셨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미리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

 

 난 이제 <완벽하게> 학교를 자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도리어 잘 됐다는 마음과 시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단 집에는 가야만 했다.

 

 그 곳이 나의 유일한 피난처 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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