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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과 나비와 계수나무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12.18

동양로맨스판타지/궁중로맨스/회귀남/상처남/후회남/힐링여주/당당여주/적극여주

자비국의 태자 <계>.
상처를 숨기고 무력을 앞세우던 그는 모종의 사건으로 폐위당하고 전쟁터를 전전한다.
향비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화살을 맞는 계.
정신을 차리자 5년 전으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하염과 인연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계>와 자비국에서 살아남으려는 <하염>의 궁중로맨스.

 
1. 산중에 불꽃이 일다 (2)
작성일 : 17-12-18 03:10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5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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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식간이었다.

 마차가 고개를 넘어 내려갈 때였다. 무장을 한 사람들이 마차들을 에워쌌다. 아마 산속까지 흘러들어온 도적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하염은 숨을 죽였다.

 ‘아니면…….’

 명석은 라호국의 자객이 아니기를 바랐다. 자비국의 주적인 라호국과 맞서 좋을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게름한족과 맞붙었다는 복면인들 생각도 났다. 무엇도 확실한 것이 없었다.

 

 마차는 아예 멈추었다. 한 마디도 오가지 않은 고요한 산중. 화살 하나가 효시처럼 애꿎은 마차 지붕에 내리꽂혔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강도처럼 “와!” 소리 지르거나 허둥거리지 않았다. 정식 병사의 모습은 아니매 병사처럼 공격에 능숙했다. 수는 열다섯 명.

 명성의 단궁이 적들의 머리를 겨누면 모두 관통했다. 네 명을 죽인 후에는 도를 휘둘렀다. 다리를 베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이가 두 명, 나머지는 모두 죽였다.

 

 전투는 오래지 않았고 피해도 그리 크기 않았다. 간단한 지혈과 뒤처리를 하는 동안 명석은 살아남은 두 사람을 뒤쪽으로 끌고 갔다.

 

 “네놈들은 어디서 왔느냐!”

 “저, 저흰 화전 짓던 놈들입니다.”

 “맞습니다! 먹고 살기가 어려워 그만…….”

 “귀하신 분들인 줄을 모르고.”

 

 거짓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일개 농민의 싸움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이들 결국 사실을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손가락 다섯 개를 더 잘라낸 후에야 명석은 두 사람을 죽였다.

 

 “공주님, 정체는 밝히지 못했습니다만,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자비국에 도착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다시 마차가 움직였다.

 

 “피 냄새가…….”

 

 전쟁 얘기만 귀 따갑게 들었지 한 번도 그 실상을 보지 못했던 하염에게는 이 살수조차 낯설었다.

 잡동사니이며 사치품, 전쟁 중에는 팔리지 않는 것들과 안전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여기저기에 바치며 이제껏 살아남은 연나국. 하염은 그런 나라의 공주였다.

 

 안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얼마 가지 못해 또 다시 기습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쪽에도 피해가 있었다. 병사 다섯을 잃었다. 명석은 아군의 시체를 한데 모아 이름 띠만 챙기고 출발했다.

 이후로도 습격은 계속되었다. 시간을 두고 점점 많은 이들이 공격해왔다. 죽어가는 수가 늘어났다. 모두 다른 차림새의 다른 무리였다. 다만 덤벼드는 방식은 미묘하게 비슷했다. 단순히 물건을 원하는 강도인지 공주를 찾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잡힌 이들은 영문 모를 멍청한 소리를 지껄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연나국 사절단의 정보가 온갖 곳에 새어나간 것이 분명했다. 한 차례의 전투를 치르고, 명석이 피도 채 닦아내지 못한 채 다가왔다.

 

 “공주님, 계속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최대한 빨리 자비국에 도착하여 안전을 도모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산을 벗어나 평지로 들어서면 좀 나아질까요?”

 “습격은 줄어들 것입니다.”

 

 정말인지 하염은 되묻지 않았다.

 피비린내는 점점 짙어졌다. 나중에는 하염이 있던 마차 안까지 핏물이 튀었다. 하인 한 명이 죽었고 병사들도 계속 쓰러졌다.

 산꼭대기를 지났을 때 남은 병사는 고작해야 반도 되지 않았다. 하염 곁에는 아끼는 시종 영아만 꼭 붙어있었다. 비통함을 억누르고 명석은 우선 하염에게 고개 숙였다.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만, 마차를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공물 다섯 수레가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뿐 사람의 수는 절반이나 줄어, 명석의 뺨도 해쓱했다. 울타리를 벗어난 연나국의 힘이란 고작해야 이런 것이었다. 전쟁도 겪지 않고 삼 년 간 숨어있던 대가이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나을까요, 공주님?”

 

 공식적 인솔자는 공주이나, 실질적으로는 명석 장군이 해왔던 일이었다. 막상 제게 물으니 하염은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산의 절반을 지났는데, 다시 돌아가야 할까.’

 이곳에서는 연나국의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돌아가서 병사들을 보충하여 다시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염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버지의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가시지를 않았다.

 

 “어차피 노리는 이들이라면 반대쪽으로 간들 같을 겁니다.”

 “네. 그럼 처음 계획대로 가겠습니다.”

 

 길을 서둘렀다. 서둘렀지만 한참 줄은 병사들로 행렬을 다 지키며 가는 것은 무리였다. 자연히 속도가 늦어졌다. 다행히 한동안은 조용했다.

 산을 절반 정도 내려왔을 때,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명석은 숨이 턱 막혔다. 좀 더 강하게 돌아가자고 말했어야 했나 싶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이번 적은 무자비하고 난폭했다. 서슴없이 하염이 있는 마차로 칼을 들이밀었다. 물건들은 둘째치더라고 하염을 지켜야 했다. 마차를 지키던 병사들은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국 한 명 한 명씩 쓰러졌다. 상대는 아직도 즐비하여 이번만큼은 명석도 까마득한 기분이 되었다. 다 잃더라도 하염 공주만은 살려야 했다.

 

 “공주님! 아래로 돌아 내려가십시오. 민가가 보이면 숨어서 일단 옷을 갈아입으시고 어떻게든 자비국으로 가셔야 합니다. 영아, 공주님을 잘 모셔라.”

 

 하염도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이 많은 무리가 왜 그들을 습격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으나 지금은 일단 행동할 때였다. 만약 공물 때문이라면 제 뒤를 따라오지 않을 테고, 자신이 목적이라면 병사들이 살 테다.

 명석이 제 앞의 적을 단 칼에 베어내며 유인하는 사이, 하염과 영아는 손을 꼭 붙잡고 마차 뒤쪽으로 돌아갔다. 적 몇 명이 발견하고 쫓아오려다가 명석의 단궁에 맞아 죽었다. 두 여인이 명석이 말한 길로 내달렸다.

 

 초연했던 풍경은 어느새 피로 물들었다. 하염의 발바닥이 고통을 호소하였으나 쉴 틈이 없었다. 마차와 거리가 멀어졌는지 챙챙 철이 부딪치는 소리는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점점 해가 기울었다. 어둠이 밀려오면 산행에 익숙지 않은 두 여자가 불리할 것이 뻔했다. 두려움 속에서도 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바스락 나뭇가지를 밟는 통에 놀란 영아가 낮은 비명을 질렀다.

 해가 지면서 점점 세상이 붉어졌다. 그제야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었다. 어떻게 앞질렀는지 복면의 사람들이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들은 두 여인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기를 든 손을 들어 올리며 다가오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두 여인은 움츠러들었다.

 붙잡은 손으로 영아의 떨림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하염은 입술을 악물고 일어섰다.

 

 “공주님.”

 

 영아가 속삭였으나 하염은 영아의 손을 놓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너희는 누구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들이 감히 누구의 것에 손대는지 아느냐! 이는…….”

 

 단호한 목소리. 또한 한 나라의 공주로서, 적들 앞에서 타국의 이름으로 위협해야 하는 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염은 외쳤다.

 

 “이는 자비국의 것이다! 너희가 그대로 돌아간다면 죄를 묻지 않겠다.”

 

 감정을 숨긴 하염은 입술을 앙다물고 눈을 치켜뜬다. 흙먼지가 묻은 뺨이 상기되고 주먹을 꽉 쥐었으며 다리는 곧게 뻗어 나란히 섰다.

 흔들림 없이 적들을 직시하는 시선에도 적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가장 앞에 있던 적 한 명이 손을 들어 두 여인을 가리켰다. 엄지와 검지를 접었다.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하염은 눈을 꽉 감았다. 더는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대로 죽으면 모국은 어찌 되나. 자비국에서 이 사정을 이해해 줄 것인가. 아버지나 동생이 저를 기다릴까. 하등 쓸데없는 고민들이 작은 머리를 꽉 채운다.

 ‘어차피 날 버린 곳, 죽은 후를 뭣하러 걱정하나…….’

 칼날이 하염을 내려꽂기 직전, 여섯 명의 적들이 나동그라졌다.

 그들이 놀라 뒤도는 사이에 또 다섯 명이 쓰러졌다. 남은 몇 명은 창에 몸이 꿰뚫려 쓰러졌다. 그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손톱만큼 남은 해. 작아진 빛만큼 하늘은 새빨개졌다. 그 반대편에서는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밤이 되려는 찰나였다.

 또 다시 산중턱에 해가 솟았다. 새빨간 갑주와 붉은 갈기의 말. 말 위에 올라탄 한 움큼의 불꽃이 소용돌이쳤다. 어둠이 사라지고 자그마한 태양빛이 말 위에서 일렁였다. 눈이 부셔서 하염은 눈을 감았다가 아주 천천히 떴다.

 낮고 서늘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었군.”

 

 거대한 활과 벼린 무구를 등에 진 불꽃이 시체들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처리해라.”

 

 아직은 살아있는, 움찔거리는 적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었다. 수하 한 명이 물었다.

 

 “한 명은 살려둘까요?”

 “필요 없다.”

 “자, 잠시만요! 저희는…….”

 

 그러나 검은 복면의 적들은 목이 베여 쓰러지고 말았다. 복면인 모두는 순식간에 쓰러졌다. 넋이 나가있던 하염이 시체들 사이로 걸어 나갔다.

 

 “도움 감사드립니다.”

 “…….”

 

 두 사람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붉은 머리의 남자였다. 하염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놀라는 것 같기도 하더니 이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건강해 보이는군. 연나국 여인이 산 중엔 무슨 일이지?”

 

 눈빛과 달리 목소리는 딱딱했다. 한순간 하염의 목구멍이 차게 얼어붙었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봉하 다리가 끊겨 봉산을 넘어 하류로 가려던 차에 봉변을 당했습니다.”

 “봉하 다리는 왜 건너려 했나?”

 “다리 건너 갈 곳이 있었습니다. 가던 중 도적을 만나 도망하던 중이었습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하염은 다시 인사했다.

 

 “일행이 뒤쳐졌으니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염은 떨고 있는 영아를 일으켰다. 그러나 적색의 병사들은 두 여인의 앞을 둥글게 선 채 비켜서질 않았다. 병사들의 주인이 다시 말했다.

 

 “도움을 받았으면 응당 은혜를 갚아야할 터. 네 목적을 말하라.”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봉하 다리 건너에는 여러 나라가 있는데 어디에 목적이 있느냐.”

 “생명의 은인이라 하여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대를 고문하더라도?”

 “……붉은 기의 주인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잠깐 말 위 붉은 갑주의 사내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고민을 하는 듯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묻는다.

 

 “붉은 기의 주인을 아는가?”

 “이 정세에 듣지 못한 것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기억하지 못하는군.”

 “네?”

 

 하염이 되물었으나 그는 더 설명하지 않고 질문을 이었다.

 

 “헌데 고작 들은 것뿐이라면서 어찌 그리 확신을 하나.”

 “공명정대하고 올바름으로 태자께서 자비국을 이끌어가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모를 리가 없지요.”

 “혀가 천상유수라, 원래 그런 사람이었나.”

 

 이번에는 피식 숨이 새어나가듯이 조용한 웃음이었다. 그는 투구를 벗었다. 목 뒤로 짧게 쳐진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투구를 말 머리 옆에 매달고서 그는 말에서 내렸다.

 아까처럼 쉬이 입을 열지 않고 또 지긋이 하염을 쳐다본다.

 

 “나를 처음 보는 게 맞느냐?”

 

 이상한 일이었다. 하염은 그를 처음 보았다.

 그러나 그는 생판 처음 보는 이를 대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다정하지도, 친절하지도, 그리움도 없는 목소리지만 눈빛만은 하염을 계속 따라다녔다. 원하는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은.

 

 하염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습니다. 자비국 태자 전하께 인사드립니다. 연나국 사절의 대표, 2공주 서(糬)씨 하염(夏炎)입니다.”

 “지금은 적우영 원수다.”

 

 자비국 태자의 군영이자 태자가 직접 원수로 있는 적우영. 가는 길은 피로 강을 만들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잔혹한 병법도 망설이지 않는 이들. 진정한 자비국의 공포라 떠들어대던 세간의 소문을 떠올리며 하염이 살짝 무릎을 굽혔다.

 타국이라 해도, 전장이라 해도 위계는 뚜렷한 법이었다. 대국의 태자 그리고 생명의 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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