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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미프라친카치아 (미친+가짜+츠프라카치아)
작가 : 나드
작품등록일 : 2017.12.10

미프라친카치아=미친+가짜 + 츠프라카치아 ('사람의 영혼을 가진 식물'이라고 의미부여한 창작이름)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작품소개' 적는 이 페이지는 단락바꾸기가 되지않고 연결되어 보여집니다. 그래서 부득이 빈칸에 점선이나 실선을 누르는것으로 엔터기능을 대신하는 점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 [제목의 유연성]


1. 뇌 세포의 널뛰기
- 뇌의 분주함

2. 미친 ‘인(人)’ 이라는 느낌표! ‘현대인’이라는 마침표.

3. 나도 ‘미프라친카치아’란다.
-> 주인공은 수려한 외모로 인기많은 수학선생이다. 읽어보면 알수있듯이 꼬여있는 내적 상태가 어릴적 권위자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비롯된것이라는 정신과 의사 얘기가 나온다.

4. 미친년
-> (이것저것 다 뒤로하고 딱! ‘미친년’ 이라고 할 까도 생각 함)
‘년’은 한해 두해 연도의 ‘년’ 과 주인공이 정신과 상담받는 여자 설정으로 나오니 그녀의 ‘년’ 의 중의적 표현으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러 분야에서 요지경 세상! (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을 나름 소설에 녹였다. 여러모양으로 사람들을 분노케했던 여러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넣자고 하거나 이미 출판되어있는 다른 단행본의 어떤 구절들을 추천하면서 넣자고 하면 살붙임해서 에피소드와 어우러지게 인서트해서 고쳐 쓸 수 있다. 즉, 이 소설 이대로 픽스가 아니라 가감할 수 있음으로 유연성있게 읽어보시면 되겠다.)


그리움, 기다림, 고백, 용서, 회복, 사랑이라는 감정을 녹여 만든 ‘행복’이라는 것을 기대하게 된 주인공!
현대인들의 내적치유에 관한것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쩌다 어른> 이나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내적치유세미나> <행복찾기세미나> <웃음치료> <분노 다스리는 법>등 수많은 이름으로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자기계발’, ‘상담심리’ ‘정신분석학’ 등의 책들이 고정적으로 많이 팔린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뭔가 치유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 갈 것인가를 찾고 자기에게 적용하려는 노력을 무던히도 하고 있다는 예라고 볼 수 있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현대인들! 자! 겉으로는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한가지에는 미쳐있을 수 있는, 아니 미쳐있지 않고서야 버틸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안쓰러운 존재들로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스스로 고립된 채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서 누군가가 다가와 주기만을 바라는 쓸쓸한 존재로 보이지 않는가?
‘혼밥’ ‘혼술’ 이런 말로 그럴사 해 보이도록 포장하지만 실상은 고독과 공허함이다.
나쁜것에만 중독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유해한 것이든 유익한 것이든 중독이 되어 계속 혼자 그 무엇인가를 즐기며 세상과 단절하고 겉으로는 나이스한척 살고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속을 면밀히 들여다 보는것에서 이 소설이 구상되었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시들어버리지만 손닿았던 사람이 지속적으로 만져주면 더 싱싱하게 자란다는 식물로 알려져 있는 아프리카의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각각의 ‘그 식물’ 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접목했다.
식물은 스스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으나, 각 사람은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발로 누구에게든 다가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발이 없는 식물인양 길들여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여튼,
‘사람의 영혼을 가진 식물’로 정하고 소설이니만큼 세상에 없던 식물 이름을 짓고 싶었다. 매끄럽게 설명하지는 못했으나 위에 적은 것들을 접목시켜 이름을 지어보자 싶었다. ‘요지경 세상’ ‘미친세상’ ‘미친사람’ ‘가짜가 판치는 세상’ ‘가짜 인격’ ‘가식’ 에 아프리카 말 ‘츠프라카치아’ 이 단어들을 놓고 발음을 할 때 일어나는 현상들로 조합해 보았다. 남미에서 온 친구 중에 ‘카티아’ 라는 이름이 있는데 한국어 공부중인 그 친구가 “저는 카티아입니다.” 라고 소개하는 자리에서 “저는 가짜입니다? 가짜 라고?”하는 말을 누가해서 한바탕 웃고 지나갔던 일을통해 힌트를 얻기도 했다.
자, 그 조합을 어떻게 배열 할 것인가에서 이름처럼 한번에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짓자 생각했다. 그렇게 정해진 것이 ‘미프라친카치아’ 다. 제목은 이 단어는 의도하는대로 잘라서 설명할 수 있겠다.
1. 미프라친카치아 = 미친 + 츠프라카치아
2. 미프라친카치아 = 미친 + 츠프라(카치아) +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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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작가의 설정 상, ‘미프라친카치아’는 작품 속의 설정인 새장 속에 갇혀 있는 식물이다.
< P.12 참조 :
‘미프라친카치아-사람의 영혼을 가진 식물’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는 ‘윤주-식 물의 영혼을 가진 사람’ 이라고 써서 내 가슴팍에 달아야만 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새장을 옭아매고 있는 빨간색 가시줄기를 뜯고 있었다. 가시에 찔려 내손가락 에 피가 나는 것은 마치 그 식물이 흘리는 피 같았다.>

'미프라친카치아'는 관심을 받지 못하면 시들어 버리고 쓰다듬어주면 싱싱해지는 희귀식물이다.
주인공은 J씨의 사무실에서 ‘미프라친카치아’를 처음보고 설명을 들은 뒤, 마치 주인공 자신 같다고 느낀다. 그 식물 사진을 찍어서 핸드폰 바탕 화면에 띄워두고 본다.
또 네일아트숍에서 네일(손톱)끝에다는 장식으로 ‘미프라친카치아’ 모형을 만들어, 손톱 끝에 붙이고 있다.

이 ‘미프라친카치아’는 소설 중간중간 단어가 나온다. 굳이 명사로 보여지지 않는 대목에서도 의미 부여된 에피소드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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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창작 의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 한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사람의 손이 닿으면 시들시들 죽게 된다. 그러나 한번 건드린 사람이 계속해서 만져주면 죽지 않고 더 싱싱해진다고 한다.’ 이 정보를 접한 후 생각이 많아졌다. 한없이 결벽증강한 이식물은 오히려 한없이 고독한 식물이 아닐까? 또한 나는 누군가의 '미프라친카치아'이고 누군가는 나의 '미프라친카치아'이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학교폭력, 자살률증가도 근본적으로는 각각의 '미프라친카치아'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된 현상 아닐까? 사람의 영혼이 있는 것 같은 식물이 있다면 식물의 영혼을 가진 것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보편적이지 않은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에게 흔히 ‘미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듯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로 ‘미친’과 결합한 아프리카 음지식물의 이름같은 단어를 결합하여 “미프라친카치아”를 창작해 보고 싶어졌다.
우리 현대인의 모습이 ‘미프라친카치아’같다고 생각되었다. 자기일 열심히 하며 겉으로는 웃고 있으면서도 속으론 울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내심 누군가 인간적으로 다가와 주기를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외롭지 않은 척 하고,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외모를 치장하며 더 열심히 무엇인가(돈,명예)를 성취하려 할 수 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 목표한 것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때문에 남몰래 눈물 흘릴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몰라 답답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또한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다가와 주기만을 바라는 원래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양, 인간관계속에서도 자존심상 스스로의 발을 묶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비단, 남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족과도 과거의 상한 마음으로 인해 서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먼저 다가가서 이해하고 보듬으면 해결되거나 드러나지 않아도 될 일들을 뒤틀린 방법으로 들춰내, 서로를 상처내고야 마는 언행을 하는 안타까운 현대인들도 있다. 그 모든 것이 누군가 먼저 지속적으로 다가와 주기만 바랄 뿐 먼저 다가가는 법을 모르는 현대인 증후군이 아닐까? 이것을 ‘미프라친카치아 증후군’이라 명해봤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지만 사람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는 ‘움직이는 미프라친카치아’가 되어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그러나 어떤 교훈적인 것을 주지하면서 끝맺지 않을 것이다.
두구두구두구~~ 어떻게 이어갈지 기대해도 좋겠다.
중편소설 분량으로 작성 할 각오다. 긴 호흡의 맥을 놓지 않고 이어가겠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느껴진 것을, 독자가 주인공에게 역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서도 기대하면서......

 
<중편 소설21> 미프라친카치아 (미친 + 가짜 + 프라카치아)
작성일 : 17-12-17 10:06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8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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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속까지 스멀거리는 벌레를 잡을 방법이 없어 곤욕이었다. 이 난국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싶어 누운 채로 뒹굴 거리다가 침대 밑으로 툭 떨어졌다.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아프기는커녕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약이라도 다시 처방 받기위해 일단 J씨를 찾아가 보자고 생각했다. 기실 약은 핑계였고 J씨에게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을 알리고 새장 속에 갇힌 미프라친카치아를 봐야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네일아트숍에서 옮겨간 산소통을 아직 J씨가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온갖 욕을 섞은 비빔밥을 J씨의 귀에 떠먹여 주겠노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가움의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리 길게 산 인생은 아니지만 살다 살다 별꼴을 다 겪게 된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쏟아 놨다. 늘 그랬듯 내가 어떤 말을 해도 호응해주는 J씨는 특유의 광대뼈가 더 도드라지도록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내 두 눈을 꽉 잡아주었다.

  “사람들이 용서를 구하거나 용서하기 위해 그 캠프를 참여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어요. 윤주씨 아버지도 윤주씨와 관계회복을 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지 않으셨을까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유서를 보낸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그동안 화해 하고자 했던 마음까지 없어졌어요. 사실은 아빠와 오빠에게 받은 거절감으로 상처가 깊었지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그들에게 달려가 눈을 마주하고 그들의 말을 듣고 내 속 얘기도 한 뒤에, 그들과 나의 상처에 서로 입맞춤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을 찾아가서 멱살을 잡고 사과하라고 생떼라도 써볼까 싶은 생각까지 들어요. 상처준 그들을 한 번 더 죽이겠노라고 협박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라구요!”

  내가 그들을 다시 살인하겠다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나를 뜯어말려줄 J씨를 믿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냥 그렇게 욕을 섞어 떠들어댔다. J씨는 나에게 이해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한 뒤, 다만 자신처럼 후회하지 않길 바라기에 들려주고싶은 이야기가있다고 했다. 말이 이어지겠지하고 기다렸는데 J씨는 내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잠깐동안 침묵이 공기를 메우자 J씨는 다시 입술을 열어, 본인 이야기를 좀 해도될지 물었기 때문이다. 얘기하면 듣겠다는 대답을 하고는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고 소파 깊숙이로 파고들듯이 앉았다.

  J씨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진중했다.

  “제 어머닌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세요. 절뚝거리는 어머니를 늘 창피해 했었죠. 대학생이 되고 철이 들면서 언젠가는 기회 봐서 용서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세월만 보냈어요. 그런데 내가 스물아홉 살 되던 해에 치매애 걸려버리셨죠.”

  놀라운 고백이었다. 떨궜던 머리를 들어 J씨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괜히 미안한 마음에 시선을 급히 새장속 미프라친카치아로 돌렸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떤 반응도 어떤 말도 누(累)가 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그날 경험했다. 숨소리마저 실례가 될까봐 숨죽인 채 그저 놀란 입만 멍하게 벌리고 경청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엄마가 밥을 차려주겠다고 했어요. 냉장고를 열고 그릇 소리도 내며 분주하셨죠. 그런데 허둥댈 뿐 식탁엔 끝내 수저만 놓여 있더군요. 삼남매의 새벽밥에 도시락까지 챙기시던 엄마가 당신 딸을 위해 밥 한 끼도 차려주지 못할 정도가 되시다니 통탄할 노릇이었죠. 그렇게 저는 어머니께 용서 구할 기회를 놓쳐 버렸어요. 왜 용서를 구하려던 마음이 들었던 즉시 말하지 못했는지......”

  눈시울이 붉어진 J씨를 내가 못 본 척 해주는 것인지 J씨가 내 시선을 피했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의 눈은 마주치지 않고 스쳐 지나기만 했다. 촉촉해진 목소리로 그녀는 책을 권했다.

  “정신 분석 학자인 브루스 탐슨 박사의 『내 마음의 벽』이에요. 저자가 몸 담았던 의료 현장에서 있었던 실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되었지요. 사람들은 삶 속에서 어떤 의미와 통일성을 찾으려고 애쓰다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세우죠. 그 벽 세우기 과정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결과를 소개함으로써 마음의 벽을 깨뜨려야 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에요.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실제로 저에게 적용해 봤어요. 제 기준에서 쌓아 왔던 벽들을 깨는데 큰 도움을 받은 지침서였어요.”

  핏물이 어린 것처럼 충혈 된 그녀의 눈을 애써 외면하며 읽어본다는 말을 했다.

 

  J씨의 사연이 너무 강하게 가슴에 와 닿아서 틈틈이 그녀가 권해준 책을 열심히 읽었다. 학원에서 수학 강의하기, 헬스장에서 운동하기 등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의 모든 것들은 평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격렬한 춤을 추고 있었다.

  육체적 손에는 『내 마음의 벽』 책이 들려있었지만 정작 내 정신의 손에는 그 책이 들려있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도 멍하게 누워 내 방 벽의 무늬만 세고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는 잘못된 벽돌을 쌓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나, 결혼, 가정, 교회, 도시, 나라의 벽돌, 정신(생각), 의지, 감정, 성격 등 영혼까지 포함한 마음의 모든 벽돌……’ 이라는 『내 마음의 벽』귀절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책에서 제시하는대로 내 속을 살펴보는 작업을 해봤다. 깊은 사색에 잠기기와 내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를 거듭한 후에서야 어렴풋이나마 내 마음의 벽돌을 발견한 것 같았다. 느낌일 뿐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 소식을 가지고 J씨를 찾아갔다.

  J씨는 흐뭇해하며 『30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정신 분석에로의 초대』, 『누구나 10초 안에 살인자가 될 수 있다』, 『왜 나쁜 기억은 자꾸 생각나는가』,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을 읽어보라고 했다. 그 책들의 내용도 유익했지만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던 점은 독서를 하는 동안 모든 분주한 생각으로부터 자유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학원 강의, J씨를 만나러 병원에 가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을 차단했다. 평소에도 걸려오는 전화가 없었던 핸드폰은 아예 꺼둬버렸다. 그렇게 철저하게 독서를 통한 치유과정에 푹 빠져 보았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났을까? 독서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내 마음의 쓴뿌리와 벽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비워진 마음에 J씨가 권해준 책들의 도움을 받으며 질서 잡아가기 훈련을 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음을 체감할 때 쯤 소포를 받았다. 보낸이가 윤식이 오빠였기에 소포를 여는 내 손길에서 주춤거림이 보였다. 작은 상자 안에는 USB와 편지가 있었다.

 

  TO. 윤주

  오빠다. 네가 집에 왔다 간 후에 연락이 두절되어 모두가 무척 걱정했다. 부모님 모시고 대구에도 몇 번 내려갔었다. 너를 배려하고자 학원에서 너 일하는 모습만 확인하고 올라오곤 했었지. 아버지는 요즘도 매일 학원에 저화해서 너의 안부를 확인하신단다. 이 USB에 담긴 것은 아버지와 내가 보내는 영상편지다. 몇 주 전에 이메일로 영상파일을 보냈었는데 확인 안하더구나. 이메일을 열어 볼 여유도 없을 만큼 마음이 힘든 가운데 있구나 싶어서 기다려 주기로 했다. 지금 보내는 이것도 네가 열어볼지 모르겠지만 진심이 전달되길 바라며 보내본다.

 

  컴퓨터에 USB를 꽂았다.

  “내 딸아 잘 지내니? 얼마 전 친구 초상집에 갔었는데 친구 잃은 슬픔과 먹먹함 외에도 기분이 묘하더구나. 다른 친구 녀석들도 기분이 이상했었는지 인생에 대해 대화하고 살아온 날들에 대해 되짚어 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내적치유 캠프를 소개하더구나. 참여하고싶어 신청을 바로했었어. 일주일간 합숙 프로그램이었는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고 반성했단딘. 유서를 쓰고 관 속에 누워보는 것도 했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죽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막내딸에게 얼마나 권위적이었던 못난 아빠였나 하는 후회 때문이었어. 관 속에 누웠을 때 오장 육부가 타들어 가는 듯해서 통곡했었다. 그건 내 막내딸에게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해 준 것이 한이 되어서였어. 치유 캠프 중에 쓴 유서를 용서구할 사람과 가족에게 편지로 보내라더구나. 그래서 너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와 함께 유서를 보냈는데 진심을 전달하지 못하고 오해만 불러 일으켜버려서 안타깝구나. 내가 충격 받을까봐 그랬는지, 집에서는 네가 오해하고 갔다는 얘기를 뒤늦게 해 주더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너의 답장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단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내 딸 윤주야. 말썽만 부렸던 윤식이에게만 정신이 팔려 어린 너에게 잘못한 것이 많더구나. 너에 대한 이 애비의 사랑을 증명해 보일 생각은 안 하고, 늘 모범생으로 어른스럽게 부모 속을 살피던 속 깊던 네가 왜 이 아빠의 진심을 몰라줄까 하는 생각만 했단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겠냐는 말도 있듯이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살았었지. 그런데 유독 한 손가락이 아프더구나. 네가 나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이 섭섭하다고 생각한 내 기준에서는 윤주라는 손가락이 아리다고만 생각했던거야. 그런데 치유캠프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너를 헤아려 보려고 노력했단다. 그 결과 알게 된 것이 있단다. 나는 손가락 하나만 아팠을 뿐이지만 손가락 자체인 너는 온 몸이 아픈 채 살고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어. 아팠을 너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더구나. 속 좁게 굴고 있던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해 주겠니? 너도 관심이 필요한 어린 나이였었다는 것을 왜 간과했었을까? 너에게 진작 관심을 보였더라면, 사과의 말 한마디라도 했었더라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후회가 크단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네가 대구로 간 이유도 알것 같구나. 우리 막내가 얼마나 힘든 세월이었겠니……. 따뜻하게 보듬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딸아 용서해 주겠니? 사랑한다.”

  아빠의 ‘용서해 주겠니?’는 질문이라기보다 아빠의 참회(懺悔)같았다. 이어서 사과하는 윤식 오빠의 얼굴도 영상에 담겨있었다. 내가 살인한 그들의 말은 매끄럽거나 일사분란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회복을 위한 의지는 견고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바라던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상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었던 만큼 기뻐야만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과는 다르게 기쁨의 웃음도 감격의 눈물도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가슴의 먹먹함만이 있었다. 마른눈을 껌뻑이며 주먹으로 가슴만 간헐적으로 치고 있었다. 그 사과의 말 한마디가 뭐라고, 내가 힘들었을 것 짐작한다는 헤아림의 그 말 한마디가 뭐라고 그것을 그토록 기다렸던 것이었을까? 허탈감과 비슷한 묘한 감정이 뒷목과 등줄기가 뻐근해질 정도로 밀려왔다.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여러 번 했다. 혼란스러웠다.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면 이 혼란스러움은 없었을까? 예전처럼 옷장을 열어 ‘공주테라피’용 분홍 드레스를 꺼내 입고 전신거울 앞에 섰다. 거울을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나를 살펴봤다.

  ‘......!’

  그때, 떨리는 손끝에서 달랑거리는 미프라친카치아 모형의 네일 장식이 거울에 비춰져 눈에 들어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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