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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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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5 22:56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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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프다고 해야하나, 꿀꿀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녀의 얘기가 예전처럼 부드럽게 들리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녀 앞에서 그런 티를 낼 순 없었기에 애써 웃는 얼굴을 하며 할 수 있는 대로 반응을 했다.

 

 9월 10일. 엘레인 화이트.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오랜만에 집에서 잠을 자서인지 시차 적응 같은 건 상관없이 아주 상쾌하게 눈이 떠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끈지끈 했던 머리는 여전히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어제보단 괜찮았다.

 

 옆자리엔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검은 반곱슬 머리에 긴 속눈썹. 고든이었다.

 

 “잘 자네......”

 

 그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고든 특유의 부드러운 머릿결이 손에 닿아서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몸을 고든 쪽으로 돌린 채 한참동안 그의 얼굴을 뜯어본다. 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 밑에는 다크써클이 깊게 내려와 있었고, 피부는 예전보다 올라온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파왔다.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그렇게 상처를 받았음에도 고든은 밤낮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에 매달렸다. 내가 없으면 밥을 먹는 것도 까먹은 채 작업실에만 박혀 있는 사람이 그였다.

 

 그런데 결과는 이상하게 이 사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오디션 심사위원이었으면 분명 합격이었을 텐데 그 사람들, 막귀인게 틀림없었다.

 

 그래서인지 고든은 내색하진 않지만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그와 지낸 세월이 얼만데. 그가 표현하지 않아도 그런 것 쯤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든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그런 건 마음에 꾹꾹 담아 둔 채 혼자 삭히는 사람이었으니까. 어제만 봐도 그랬다. 열심히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았지만 어딘가 예전과 달랐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내가 그를 빛나게 해주겠다 했으면서, 그의 도움이 되겠다 했으면서 정작 이 사람 옆에 없을 때가 더 많으니, 내가 고든 옆에서 응원을 해 줘야 하는데 데뷔를 하고 나니 그런 시간이 많이 없어졌다. 스케줄을 빼고 그의 곁에 있으려 해도 그는 자신 때문에 내가 가수로써의 꿈에 다가가는 발걸음을 멈추는 걸 정말 싫어했다.

 

 벌려진 커튼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혹여 그가 깰까봐 재빨리 틈을 가렸다. 시계를 보니 그가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지만, 고민하다 깨우지 않기로 했다. 이럴 때가 아니면 매일 무리할게 뻔했으니까.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마에 뽀뽀를 한 번 하고선 방에서 나왔다. 오랜만에 아침이나 차려야지.

 

 9월 13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비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뭔가 모르게 감정이 증폭된다. 지금이 딱 그랬다. 커피를 마시며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층 센치해져서 우울한 감정이 더욱 커졌다.

 

 이유가 정확하지 않은 우울함이었다. 실패 때문에 우울한 건 당연한 거였지만, 그것 말고도 뭔가 때문에 더욱 우울했다. 엘레인이 자주 곁에 없어서일까. 우스갯소리로 말하면 실패는 이미 익숙해졌지만 엘레인이 곁에 없는 건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우울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 옆에서 이 기분을 풀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은 요즘 너무 바빴다.

 

 엘레인은 오늘도 공연을 나갔다. 원래 없던 스케줄이었는데 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던 공연이 갑작스레 당겨졌다고 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녀는 벌써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의아한 눈빛으로 엘레인을 보고 있으니 그녀는

 

 “미안, 갑자기 스케줄이 당겨져버려서. 금방 갔다올게. 사랑해.”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내 볼을 한 번 쓰다듬은 뒤 황급히 집을 나갔다.

 

 그녀가 문밖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본 나는 터덜터덜 거실로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보고 있자니 그저께 엘레인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수욜일엔 우리 자주 가던 파스타 집 갈까?”

 

 “파스타 집? 먹고 싶어?”

 

 “응, 오랜만에 거기 가서 파스타도 먹고, 다리에 앉아서 강도 좀 바라보자.”

 

 “가로등 밑에 거리도 좀 걷고?”

 

 “그러면 금상첨화지.”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그 수요일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일부러 예약도 하고 했는데, 오늘 다시 전화해서 예약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레인이 많이 바쁘긴 한 모양이었다. 그저께 한 약속도 까먹을 정도면.

 

 섭섭하긴 해도 섭섭함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지금이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꿈을 이뤄가는 순간. 그런 순간을 내 사소한 감정 하나 때문에 방해할 수는 없었다. 내 감정 하나만 숨기면 다 잘 될 일이었다.

 

 나는 한동안 창문 밖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파스타 집에 미안하다고 예약 취소를 한 후, 그녀에게 문자를 하나 남겼다.

 

 조심히, 재밌게 공연하고 들어와. 사랑해.

 

 9월 17일.

 

 술을 마셨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감ㅈ당도 못할 만큼 많이.

 

 음악을 다시 시작하고 나선 이렇게까진 마셔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취하지 않으면 내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화가 났고,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랐다. 더군다나 누군가에게 화가 난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었기에 표출을 할 수도 없었다.

 

 사건의 발달은 약 3시간 적이었다.

 

 엘레인이 오늘 저녁은 친구와 먹는다기에 나도 오랜만에 친구나 만나볼까 해서 동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때 마침 전부 다 연락을 받더니 오늘 딱히 약속이 없다기에 그럼 자주 모이던 펍에서 만나자고 했다.

 

 모인 녀석들은 오랜만에 만났어도 별로 변한 게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봐서인지 다들 할 말이 많았다. 우리는 음식과 술을 눈 앞에 두고 곧 수다를 꽃 피우기 시작했다.

 

 “사업은 잘 돼가? 뭐, 새로운 거 시작했다며.”

 

 “그냥 뭐 그럭저럭이지. 잘 됐으면 내가 이런 곳에서 너희들 술 먹이고 있겠냐. 저기 스카이 라운지 가서 와인 마시고 있지.”

 

 “뻥치지 마, 너 잘 돼도 우리 와인 안 사줄거잖아.”

 

 “너 자꾸 그렇게 나오면 진짜 성공했을 때 너 버리고 간다.”

 

 “버리고 가기만 해봐 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어서 안 떨어질 거니까. 이렇게.”

 

 “푸하하하, 아, 알겠어. 알겠으니까 이거 놔!”

 

 술자리답게 분위기는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워낙에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와서 인지 어색함도 전혀 없었다. 이야기는 매끄럽게 흘러갔고, 되게 재미있었다.

 

 그래, 그 때까지만 해도 분명 기분은 좋았다. 문제는 술자리가 끝나갈 때 쯤 서로 진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할 때였다.

 

 “그나저나 형수님 되게 뜨셨더라.”

 

 “형수님?”

 

 “있잖아, 왜.”

 

 ......아, 엘레인.

 

 “다 자기가 노력한 거에 보상 받은거지 뭐.”

 

 “겸손한 척 하기는, 그런 건 좀 더 자랑하고 다녀. 형수님 있었으면 섭섭해 하셨겠다.”

 

 ...그런가?

 

 “넌 좋겠다. 그런 스타랑 같이 살고.”

 

 “그러니까. 어때, 좋아?”

 

 “우린 애초에 사이 좋았어.”

 

 “아니, 그런 거 말고.”

 

 “그러면?”

 

 “왜, 어릴 때 그런 로망 하나쯤은 있었잖아. 스타랑 연애하는 꿈. 안 그래, 베이든?”

 

 “그런 로망 없었던 사람 없지.”

 

 “...글세, 그런 건 잘 모르겠던데.”

 

 스타랑 연애하는 꿈이라...물론 어릴 땐 나도 그런 생각해보긴 했지. ...생각해보니 나, 지금 스타랑 살고 있는 거구나.

 

 “좋기야 당연히 좋지. 엘레인이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룬건데.”

 

 “...고든, 우리가 물어보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뭘 어쩌란 거야.

 

 “스타가 된 엘레인 씨랑 같이 사는 건 어떠냐고.”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데?”

 

 “돈 방석에 앉아서 tv보고, 매일 해변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는 모습?”

 

 ......

 

 “재벌 2세랑 착각한 거 아냐?”

 

 “농담이야, 농담. 진짜 어때? 예전보다 더 좋아?”

 

 ......그래, 이 때부터가 진짜 사건의 발달이었다. 내가 엘레인에게 숨겨왔던 고민을 녀석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했을 때가.

 

 “...솔직히 말하면 난 옛날이 더 좋은 걱 타아. 물론 엘레인이 성공하지 않았으면 좋았다는 말이 아냐. 엘레인이 성공한 건 분명 좋은데......예전보다 자주 볼 수가 없어.”

 

 “그건 당연한 거 아냐? 엘레인 씨도 스케줄이 있잖아.”

 

 “알지, 내가 그걸 왜 모르겠어. 그런데 섭섭한 건 어쩔 수가 없나봐. 너네도 알다시피 나, 계속 실패하잖아.”

 

 “......”

 

 “근데 있잖아, 실패할 때 마다 내 옆에 있었줬던 게 엘레인이었거든.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오면 남자는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다녀야 된다며 어깨를 펴주고, 낙심해서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으면 따뜻한 커피를 타주며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그렇게 위로를 해주던 엘레인이 있어서 음악을 포기할 수가 없었단말야.”

 

 ......

 

 “......그런데 이젠 그런 엘레인 얼굴을 보는 날이 못 보는 날보다 더 많아. 집에 들어오면 화사하던 공간은 다 어디로 갔는지 어두컴컴하게 불이 다 꺼져있고, 멍하니 앉아 있어도 위로해줄 사람이 없어.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 당연히 알고 있는데, 섭섭한 건 어쩔 수가 없나봐.”

 

 술기운이 올라와서일까 말이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감정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저번에도 그랬어. 눈보라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뜨는 건 엘레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었는데. 괜히 섭섭했어. 오랜만에 엘레인이 좋아하는 것들, 공들여서 만들었었는데, 못 온다고 하니 되게 허무하더라고. 그 다음 날에도, 밥을 먹으며 그간 있었던 공연 얘기를 해주는데 이상하게 집중이 잘 안되더라. 난 이렇게 실패를 거듭하며 힘들게 너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는 그렇게 재밌게 다녀온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물론 유치한 생각인건 알았다. 그녀가 매번 스케줄에서 있었던 헤프닝을 자세히 말해주는 것도 기쁨과, 슬픔. 그간 있었던 모든 감정들을 나와 공유하고 싶어서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그간 내옆에 없었던 게 미안해서 그러는 거겠지.

 

 ......그런데 왜 자꾸만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

 

 “...나, 미친 놈 같지?”

 

 친구들은 그런 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는 한 동안 말이 없더니, 그 중 오른쪽에 있던 그렌이 말을 꺼냈다.

 

 “응, 미친 놈 같아.”

 

 “......”

 

 “너 있잖아. 엘레인 씨를 말로만 사랑한다, 너의 꿈을 응원한다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엘레인씨 성공하지 말고 계속 네 성공이나 응원해줬으면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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