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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5
작성일 : 17-12-15 22:4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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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녀는 딱 그렇게 말하고서 두 번째 잔의 마지막 한 모금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잔을 내려놓는다. 그 뒤엔 소리 없는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생일이라니......

 

 “어...저...그게...”

 

 나는 또다시 더듬거렸다. 뭔가 예쁘게 축하해주고 싶은데 딱히 단어가 생각 나질 않았다.

 

 “축하해요. ......진심으로.”

 

 ......난 진짜 바본가보다.

 

 “고마워요.”

 

 ......

 “진심으로.”

 

 ......그리고 그녀는 내 더듬거리는 축하인사에도 따뜻한 말투로 고맙다고 전했다.

 

 나는 또 다시 수중에 아무 것도 없는 나를 원망했다. 케이크 하나라도 사주고 싶은데 돈은 없고, 아까 그 보드카만 마시지 않았어도 술 한 잔은 살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애초에 오디션을 안 보고 일을 해서 일당만 받았어도 케이크랑 술 둘 다 사 줄 수 있었던 거잖아. 하다 못해 길거리에 핀 꽃 하나라도 꺽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랜만에 생일 날 혼자 않 있어 보네요.”

 

 내가 그녀에게 준 건 침묵이었나보다. 그 뒤로 내가 잠시 동안 말을 하지 않자, 엘레인은 말을 이어나갔다.

 

 “대충 5,6년 정도 됐나? 독립하고 나서는 계속 혼자서 생일 지냈었거든요.”

 

 “아......”

 

 그래서 살짝 서글퍼 보였던 건가.

 

 “그래서 지금은 기분이 되게 좋네요. 생일도 혼자서 안 보내고, 친구도 생겼고, 내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찾았고.”

 

 그러면서 그녀는 끝에 속삭이는 목소리로 내게 ‘고마워요.’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대를 올려다 보았다. 다행히도 그곳에는 피아노 옆에 기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대충 보기에도 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이 누군가 매일 치는 기타인 것 같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무대 위에는 더 이상 공연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 있던 손님들도 시간이 지나며 빠져나갔는지 가게 안은 텅 빈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면 노래를 부르기에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란 뜻이었다. 거기까지 확인한 나는 고개를 돌려 엘레인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볼래요?”

 

 “......?”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

 

 엘레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그녀가 보여줬던 작은 미소를 지어줬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

 

 보통 이런 곳은 공연이 없을 때면 하고 싶은 사람이 올라가 노래를 부를 때가 많았다. 다행히 이 카페도 그런 곳인 듯 했다. 무대 위로 올라가는 걸 봤을 텐데도 카운터에서 돈을 세던 남자는 무대 쪽을 힐끗 보더니 다시 돈을 세는 데 열중했다. 노래를 부르던 기타를 치던 상관 없다는 뜻이겠지. 어차피 손님도 없으니까.

 

 무대 중앙에는 작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난 기타를 들고 와 의자에 앉았다. 옆에는 스탠딩 마이크도 있어서 살짝 끌어왔다. 손바닥으로 탁탁 쳐서 잘 나오는지 확인했다.

 

 엘레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이 쪽을 보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잘 들리죠?”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그녀의 귓가에 전해지기까지는 충분한 소리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치 멍을 때리듯 시선만 고정하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서 못 들었을까봐 다시 한 번 말했다.

 

 “잘 들리죠?”

 

  그제서야 엘레인은 움찔하더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그러니까...”

 

 올라오긴 했는데 막상 뭐라 말하며 시작해야 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멋있게 말하고 싶은데 아까도 말했듯이 말재주가 뛰어난 편이 아니니까......

 

 그러다 문득 아까 그녀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뒤로 고맙다며 웃던 그녀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래, 진심만 통하면 되는 거니까.

 

 “우리가 비록 하루, 아니 이틀 봤을 뿐이지만, 음...그냥...”

 

 ......진심.

 

 “난 엘레인씨가 좋아요. 그래서 술집에서도 따라나온거고, 계속 같이 걷고, 당신만 보면 웃음이 나왔어요.”

 

 엘레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당신 생일 날 내가 함께 있는 것도 좋고, 비록 가진 건 없어도......선물, 주고 싶었어요.”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눈을 보고 싶었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봤다. 그녀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동자가 내 눈 안에 담겼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그 눈동자가.

 

 난 그 눈을 보며 마지막 말을 했다.

 

 “당신을 위한 노래에요.”

 

 ......

 

 “생일 축하해요, 엘레인”

 

 그와 동시에 난 기타줄을 튕겼다.

 

 -어느 순간부터 심장이 뛰질 않았어. 그녀의 손만 잡으면 터질 것 같던 심장은 누구의 손을 맞잡아도 멈춰 있었고, 그녀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멎을 것 같던 심장은 그 누구의 눈을 바라봐도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어. 그러다 널 만났지. 예쁜 가로등 아래서 길을 걷던 너의 뒷모습에, 바람에 찰랑이던 그 머릿결에 나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널 보고 있었어. 팝콘을 먹다 너의 손에 스치면 커지는 심장소리가 영화관에 울려퍼질까봐 조마조마 했고, 얘길하다 너의 눈과 마주치면 머릿속이 하얘지며 네 모습밖에 생각나질 않았지.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어. 눈을 감으면 너만 떠오르고 네 손이 내 손 안에 없으면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네가 떠나면 다시는 심장이 뛰는 법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네 손을 놓을 수가 없어. 날 바라봐줘. 내 눈동자에 네가 담길 수 있게.-

 

 ......

 

 조용한 목소리로 마지막 가사를 마무리 지었다. 호흡이 줄어들며 꼭 잡았던 마이크에서 살며시 손을 내려놓았다. 부르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 차올랐던 건지 눈은 감겨 있었다. ......어두웠던 광경에서 그녀를 보기 위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짝짝짝짝짝짝.’

 

 박수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시야가 점점 들어오면서 카페 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자가 보이고, 기타가 보이고, 피아노가 보이고, 무대가 보이고......그 뒤로는 그녀가 보였다. 박수는 엘레인이 치고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 취기 오른 얼굴로 느리게 손을 움직였다.

 

 난 마이크에다 무슨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그냥 그녀의 얼굴 앞에서 말하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타를 정리한 뒤, 무대에서 내려왔다. 계속 날 따라서 시선을 움직이는 그녀 앞에서 의자를 빼서 앉았다. 남아있는 술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어땠어요? 열심히 불렀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로?”

 

 “정말로.”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불경기라...줄 게 이것밖에 없었어요.”

 

 살짝 웃으며 내뱉은 농담.(사실이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쿡쿡대며 웃는다.

 

 “나한테는 비싼 케이크보다 이 노래가 훨씬 좋아요.”

 

 “빈 말이라도 고맙네요.”

 

 “진짠데.”

 

 “진짜라면 더 고맙고.”

 

 이번엔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노래 제목이 뭐에요?”

 

 “너와 심장이요.”

 

 “너와 심장......제목 예쁘다.”

 

 엘레인은 제목을 듣더니 ‘너와 심장......’이라고 나지막히 읊조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노래의 한 소절을 흥얼거렸다.

 

 ‘날 바라봐줘, 내 눈동자에 네가 담길 수 있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난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쿵쾅거렸다.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적은 가사의 내용과 똑같았다. 그녀의 눈을 볼 때면 숨이 멎을까봐 의식하며 숨을 쉬었고, 그녀가 웃을 때면 머리가 하얘지며 그 모습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감정을 좌우했다.

 

 심장소리가 점점 커지는 걸 느끼며 난 생각했다. 이 사람과 함께 계속 웃고 싶다고. 이 사람과 떨어지기 싫다고.

 

 ......그리고 결심했다.

 

 다시 한 번 진심을 전하기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불러주려고 했어요.”

 

 “......네?”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부르려고 했던 노래라고요.”

 

 하나.

 

 둘.

 

 셋.

 

 마음 속으로 셋을 세었다. 그녀가 빨리 아무 말이라도 대답해주길 바랬지만 엘레인은 그 예쁜 눈으로 날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 이번에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멎을 거 같은 숨도, 터질 것 같은 심장도 꾹 참은 채 그 눈을 응시했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1초가 100초 같았고, 10초가 1시간인 듯 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그녀는 그 상태로 입을 열었다.

 

 “되게 솔직한 사람이네요, 고든 씨는.”

 

 ......

 

 “난 이런 거 말하기 되게 부끄러운데.”

 

 ......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내 노래에 박수 쳐준 것도 고맙고, 나 따라 나와준 것도 고맙고, 같이 휘파람 불러줘서 고맙고, 생일 축하해준 거랑 근사한 생일 선물 준 것도 고마워요.”

 

 ......

 

 “그리고 있잖아요. ......나도 당신이 좋아요. 당신의 그 이야기, 그 웃음, 눈빛 하나하나 계속 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순간, 엘레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 안에 담긴 내가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고든씨......”

 

 ......

 

 ......

 

 “우리, 내일도 만날래요?”

 

 3. just keep and go

 

 감겨진 눈꺼풀 위로 햇살이 드리우는 게 느껴졌다. 까맣던 시야가 밝은 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눈 위를 가리려다 그냥 살며시 눈을 떴다. 창문 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셨지만, 몇 번 눈을 깜빡거리는 것으로 적응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불을 푹 뒤집어 쓴 채 아침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잠이 지루해질 때까지 잤겠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았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홀드를 풀었다.

 

 그러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건 대기화면에 뜬 메시지 한 건. 그걸 보자마자 부스스했던 두 눈은 말끔하게 떠졌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화면을 터치했다. 대기화면이 풀리며 내용이 폰 전체를 드리웠다.

 

 -잘 잤어요? 일어나면 답장해요.-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답장을 날렸다.

 

 -방금 일어났어요. 엘레인씨는요? 다시 자고 있는건 아니죠? ㅋㅋㅋ일어나면 답장해요.-

 

 그리고 나서는 메시지 창을 닫은 채 화면 위에 떠 있는 시계를 봤다.

 

 8시 32분.

 

 10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1시간 30분 정도 남았네.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닌데 오랜만에 좀 꾸미고 이것 저것 준비하려면 시간이 빠듯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이불 속을 벗어나는게 여간 쉬운 게 아니지만, 엘레인을 만나는 일이잖아.

 

 핸드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삐쭉빼쭉 솟아난 머리에 진하게 내려앉은 다크 써클, 덕지덕지 붙어있는 눈곱이 되게 낯선 모습이었다. 아무리 내가 안 꾸미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어젯밤에 술에 취해서 곧바로 침대에 누운 것이 큰 것 같았다. ......이 정도 견적이면 최소 30분이겠네.

 

 난 부스스한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이제는 슬슬 일어나야지. 나는 미련이 남지 않게 이불을 확 걷어차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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