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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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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5 22:53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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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2월 23일.

 

 눈을 뜨고 해야 될 게 생겼다. 그녀에게 일어났다고 전화하기. 거울보고 외모 가꾸기. 외출 준비가 끝나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문자든 전화든 직접 보고 말하든. 그녈 위해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다 설렜다. 아침을 먹고 나서 거울을 보는데 거울 속의 내가 웃고 있었다. 삶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 같았다.

 

 다시 알바를 구했다. 만날 사람이 생겼으니 자연스레 돈도 필요했다. 예전에 같이 음악을 하던 형이 하는 음반 가게였는데 마침 자리가 하나 비어 있다고 했다. 이왕이면 아는 사람네 가게에서 일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바로 한다고 했다. 가게도 집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일도 딱히 어렵지는 않아서 형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틈틈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항상 작곡을 하고 작사를 했다. 엘레인은 바쁠 텐데도 내 말에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대답하고 웃어줬다.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꿀이 떨어지는 전화였다. 오글거리는 말을 밥 먹듯이 해도 오글거리기는커녕 설렜다. 그녀와 전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오늘도 그녀를 보고 싶었지만 사장 형이 오랜만에 본 김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 일도 첫 날이고, 오랜만에 봐서 할 얘기도 많았기에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내일 보자고 말했다. 다행히 그녀도 오늘 늦은 시간에 공연이라 힘들었을 거랬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자정 근처에 다다르고 있었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됐기에 그 쯤에서 헤어졌다. 날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쌀쌀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가게 쪽으로 향했다. 가게에 다다를 때 쯤 문 앞에는 추운지 몸을 웅크린 채 서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특이한 머리색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보자마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엘레인이었다. 다가가서 외투를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왜 여기 서있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그런 나에게 ‘당신이 올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며 내 눈을 바라봤다. 나는 그 순간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꼭 안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사랑해요 엘레인.

 

 3월 1일.

 

 그녀와 말을 놓은지도 어느새 며칠이 흘렀다. 처음엔 서로에게 존댓말을 안 하는게 되게 어색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엘레인, 고든이라고 불렀다. 존댓말을 할 때도 그것만의 묘한 설렘이 있었는데 말을 놓고 나니 전보다 더 편해진 느낌이 들어 좋았다. 우리는 매일 밤 전화를 끊기 전이나 헤어지기 전 사랑해 고든. 사랑해 엘레인.이라 말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은 주말이라 일을 안 나가도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엘레인을 만났다. 어제 저녁에 그녀와 밥을 먹다 그녀가 미술관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했던 것이 떠올라서 손을 잡고 미술관으로 갔다. 엘레인은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다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미술관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엘레인이 이 그림은 어쩌고 저쩌고 하며 내게 설명해주는데 전혀 감흥이 오질 않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감상하는 척 했다. 나는 그저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녀만 보며 다녔다.

 

 점심을 먹을 때는 음악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는 지금 작곡하고 있는 곡들을 모아 오디션을 볼 거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큰 무대에 서는게 꿈이랬다. 엘레인은 그 얘기를 하면서 되게 행복해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분명 잘 될 거라고 말하는 한편, 마음 속 한 켠에선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음악을 포기한다 했으면서 음반 가게에서 일하고 이렇게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인지 대화 도중에도 쉽사리 웃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엘레인은 한동안 활기차게 얘기를 하더니 내 반응이 살짝 이상하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말을 멈췄다. 나는 그녀가 왜 말을 멈춘지 알고 있었지만 애써 웃으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엘레인은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얼마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시 음악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 순간, 많은 감정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복잡한 마음속의 말을 전부 꺼내려다......그저 그녀에게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점심을 먹고는 사진관으로 갔다. 옛날부터 소중한 사람과는 같이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어서 그녀에게 예쁜 사진 하나 찍자고 했다. 그녀는 너무 좋다고 빨리 가자고 오히려 자기가 더 다그쳤다.

 

 사진사는 우릴 보더니 부부냐고 물었다. 그 말에 우리는 서로를 보고선 키득키득 웃었다. 나는 그에게 미래에 부부가 될 거라고 대답했다. 사진사는 입 꼬리를 올리며 우리에게 보기 좋은 커플이라 해주었다. 그가 셔터를 눌렀고,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우리는 그 사진을 한 장씩 나눠 가졌다. 사진은 너무 예쁘게 잘 나와 있었다. 저녁엔 그녀가 공연 준비를 해야 된다고 해서 가게 앞까지 바래다 주었다. 깜깜한 밤하늘 아래서 난 그녀를 보내기가 아쉬워 품에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선 항상 헤어지기 전에 하는 말을 했다. 아니, 하려 했다. 말을 꺼내려던 순간 엘레인은 팔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곤 나보다 먼저 말했다.

 

 오늘은 내가 먼저 말할래.

 

 사랑해. 영원히.

 

 3월 6일.

 

 오늘은 그녀를 음반 가게에서 만났다. 엘레인은 곡 작업은 어제 마무리 했고 가게도 쉬는 날이라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출근을 해야 된다고 했더니 그럼 놀러가도 되냐고 물어 봤던 것이었다. 마침 나 빼곤 아무도 안 나오는 날이었기에 그러라고 했다.

 

 아침 일찍 일을 나와 새로운 음반들을 정리하다보니 시계는 어느새 점심 때를 가리키고 있었다. 엘레인은 딱 어떤 cd를 재즈 쪽에 꼽을 때 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딱 느낌이 왔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막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엘레인의 집과도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편한 추리닝 복장이었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오더니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고든?”

 

 그녀의 물음에 나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여기.”

 

 그러자 그녀는 소리가 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엔 당연히 내가 있었고. 날 발견한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여기가 당신이 일하는 곳이야?”

 

 “응, 어때?”

 

 엘레인은 나의 물음에 선반에 놓인 음반들을 만져보며 대답했다.

 

 “예쁘네, 디자인이 딱 내 스타일이야.”

 

 “이런거 좋아해?”

 

 “좋아하지. 이런 옛날 분위기들을 보면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것 같잖아.”

 

 그녀는 늘, 한결같이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저번에는 세련된 게 끌린다더니?”

 

 “그런 것도 좋은데......여긴 당신이 일하는 곳이니까.”

 

 ......

 

 “여기가 더 좋아.”

 

 ......언제나, 매번 사랑스러운 말만 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사장 형이 어젯밤 가구니 선반이니 이것 저것 많이 사들이는 탓에 음반을 정리하는 것 말고도 할 일이 꽤 많았다. 나는 그녀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고, 엘레인은 그럼 자신이 도와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저번 대화를 통해 그녀가 몸이 허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냥 금방 끝낼 테니 쉬고 있어라고 말했다. 한동안 도와주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그녀는 결국 나의 완강한 태도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대신 따라 다녀도 되냐는 엘레인의 물음에 나는 나야 좋지.라고 대답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힘든 일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손과 입을 같이 쓰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날 따라 다니며 선반에 놓인 음반들을 구경했고, 나는 일을 하며 그녀의 질문이나 말에 대답했다.

 

 “R&B 쪽 cd가 제일 많네?”

 

 “그래?”

 

 “응, 뽑아보는 것 중에 대다수가 그 쪽이야.”

 

 음......

 

 “사장 형이 좋아해서 그런가보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인가봐.”

 

 “그..럴걸? 옛날부터 음악했던 사람이니까.”

 

 “흐음......”

 

 그러면서 엘레인은 ‘음악 취향 괜찮네, 손님 많겠다.’라고 말했다. 나는 왜 주문한지도 모르겠는 캣 타워 같은 수납장을 상자에서 꺼내며 ‘신기하게 손님은 또 적어.’라고 대답했다.

 

 엘레인은 그 뒤로 cd를 구경하는 재미에 맛 들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게에 있는 모든 음반들을 외울 기색으로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봤다. 처음에는 간간히 말을 걸더니 이내 엄청 집중을 한 모양인지 혼자만의 세상에 빠진 것 같았다. 나도 어차피 일을 빨리 끝내고 그녀와 놀려면 일에 집중하는 편이 좋았기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일이 거의 마무리 될 때 쯤이었다. 엘레인은 음반 하나를 빼서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그 cd를 불쑥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신기하다.”

 

 “뭐가?”

 “이거 봐봐.”

 

 cd를 보라는 것 같았다. 굳이 보라고 안 해도 눈 앞에 있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노란색의 앨범이었다. 단순한 디자인의 노란 바탕에 안개꽃이 몇 송이가 그려진 것이었는데 처음 보는 앨범이었다. 가수도 안 나와 있고 수록된 곡 같은 것도 나와 있지 않았다. 뭔가 앨범 같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뭔가 감이 왔다. 안개꽃을 보는 순간 누구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혹시 당신 앨범이야?”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안개꽃이 있어서. 너 안개꽃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그거 하나만 보고 안 거야?”

 

 “감이지 뭐.”

 

 나는 그녀의 손에서 앨범을 받아들었다. 앨범을 여니 cd 한 장이 들어 있었다. cd는 앨범 표지보다 더 심플했다. 마치 공 cd 마냥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그것은 새하얀 표지만 있었다.

 

 엘레인은 cd를 뽑더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되게 오랜만이다......”

 

 “근데 언제 앨범 냈었어? 나한텐 얘기한 적 없잖아.”

 

 “부끄러워서 그랬지. 보다시피 이 모양이잖아.”

 

 “이 모양이라니?”

 

 “아무것도 없잖아. 노란 표지에 안개꽃 빼고는.”

 

 “충분히 예쁜데.”

 

 “정말?”

 

 “나 거짓말 못해.”

 

 이 대목에서 그녀는 날 보더니 베시시 웃으며 내 팔짱을 꼈다.

 

 “근데 당신같은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고. 이렇게 망한 걸 보면.”

 

 “망...했어?”

 

 “안 망했으면 너도 이 앨범을 알고 있지 않을까.”

 

 “......”

 

 맞는 말이긴 했다.

 

 “뭐, 애초에 성공할 생각으로 낸 건 아니니까.”

 

 “그러면?”

 

 “그냥 내 이름으로 된 앨범 한 장 정돈 내보고 싶었어.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서 만들었지.”

 

 “낸지 꽤 됐어?”

 

 “...그럴걸? 그 때가 대학교 다닐 때였으니까......5년 정도 됐겠다.”

 

 5년......

 

 “오래 됐네......”

 

 “그치, 그래서 놀랬어. 몇 십장도 안 팔린 오래된 이 앨범이 여기 있어서.”

 

 애틋한 눈빛이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옛 연인을 보는 것 같달까...물론 지금 연인은 여기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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