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4
작성일 : 17-12-13 17:42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510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 내일도 만날래요?

 

  엘레인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던 중이라고 했다. 나와는 반대로 그녀는 내가 가는 방향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녀는 오히려 우리 집 쪽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밤 산책을 즐길려던 참이라 집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그녀와 나는 알 수 없는 거리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늦은 시간이라 지나가는 택시도 없었고 기가 막히게도 그녀의 폰은 배터리가 없어서 꺼진 상황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집에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도 희미했다.

 

 "......"

 

 "......"

 

 마침 나름 번화된 거리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술집이 있었다. 우린 엘레인의 폰도 충전하고 몸도 녹일 겸 들어가서 한 잔 하기로 했다. 혹시나 작업을 거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녀가 거절하면 어쩌지 걱정했었는데 엘레인은 그런 기색 없이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한산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고, 거리에 몇 없는 가게였던지 적당한 사람들은 있었다. 신기하게도 요즘 술집은 음악 카페가 대세인 듯 했다. 이 곳도 가게 앞 쪽에 단상처럼 된 무대가 있었고, 그 뒤로는 테이블들이 깔려져 있었다.

 

 공연이 끝났는지 무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엘레인은 무대만 봤을 뿐인데도 너무 좋아라 했다. 그녀는 내게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앉자고 했다.

 

 "그냥 무대만 봐도 좋아요."

 

  나는 그녀의 미소 앞에선 불가항력이었다.

 

  그녀와 술집에 들어온 건 신이 내게 주신 기회였다. 그녀 집 앞에 도착하면 무슨 핑계를 대며 다음에 만나자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평생 쓸 운을 다 쓴 느낌이었다. 엘레인과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오늘 있었던 오디션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어떤 말을 해야 그녀가 웃을까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그러나 일은 항상 내가 원하는대로만은 돌아가지 않았다. 다행 중 불행은 바로 돈이었다. 아까 그 싸구려 술을 사먹는다고 전 재산을 탈탈 털었는데 이제 와서 술 두 잔을 살 돈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자주 가는 술집이었다면 사장한테 말해서 외상으로라도 시켰을텐데. 처음 오는 거리에 자주 가는 술집이 있을 리가 없지. 난 착잡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엘레인은 분위기가 예쁘네, 무대 되게 잘 꾸며 놨다 등 환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 있다. 나도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될 지가 걱정이었다.

 

 ......핸드폰을 담보로 맡기면 술 두 잔 정도는 외상으로 달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안 되면 다음 날 두 배로 갚는다고 해야 하나. ......만약 그러라고 해도 그 돈은 어디서 구하지? 기껏 구한 알바도 짤렸는데......정 안되면 메이 이모한테 돈 좀 빌려달라고......

  딱.

 ......딱!

 

 "고든씨?"

 

 "......네?"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내 눈 앞에서 손가락을 부딪히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 정신 좀 봐. 이런 여자를 앞에 두고 이게 뭐하는 지이야.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요?"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요, 그냥....."

 

  나는 그렇게 말하며 또 다시 내 말주변을 원망했다. 적절한 변명이 생각나질 않아서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다행히 그녀는 눈치를 못 챘는지 '흠......'이라며 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갑작스럽게 뭔가가 생각난 듯 내게 말했다.

 

 "그나저나 고든씨."

 

 "네?"

 

 "우리 뭐라도 시켜야 되지 않을까요?"

 

 ...... ......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내가 사장이었어도 별로 좋게 보진 않을 것 같아서요."

 

 "...그...쵸?"

 

 위기였다. 그녀는 메뉴판을 내게 내밀며 콕콕 짚었다.

 

 "뭐 먹을래요? 이거? 저거?"

 

 "저...그게..."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 사장이랑 협상할 시간이라도 주면 좋겠는데 그걸 모르는 그녀는 훅 들어오는 것이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첫 인상부터 돈 없는 남자라고 보여지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 망설이면 티가 날까봐 손가락으로는 메뉴판의 비싼 술 쪽에서 더듬거리며 고르는 척을 했다.

 

 그 때 엘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비싼 술은 봐줄래요? 나, 그렇게 부자는 아니라서......"

 

 ......?

 

 그 말을 들은 난 3초 정도 무슨 뜻인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엘레인은 예쁜 조명 아래서 옅은 웃음을 띄고 있었다.

 

 "아까 고든씨가 들려준 휘파람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제서야 난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다. 어떻게 내가 신청한(?) 데이트(?)에서 그녀에게 돈을 내게 할수 있겠어. 이런 건 외상을 달아서라도 내가 내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

 

  그러나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열려던 찰나 어느샌가 엘레인의 손가락이 내 입술을 막고 있었다.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사양할 생각 하지 마요. 오늘은 내가 살게요. 그런데 고든 씨도 내 노래 들은 거 알죠? 그러니까 다음에 만날 땐 고든 씨가 사줘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또 다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그녀는 내가 돈이 없는 걸 알고 있었다. 아까 내가 그 카페에서 싸구려 술을 먹었다는 것과 얼버무리는 것에서 짐작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것일 거다. 최대한 내가 부끄러워지지 않는 방식으로, 독특한 이유를 붙여가며.

 

 내가 아까 그녀가 사려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댔었나? 아니, 생각이 아니었다. 이번엔 확신이었다. 그녀는 사려가 깊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물론 이 점에서도 충분히 그녀가 더 좋아졌지만......

  나느 다른 부분에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 만날 땐 고든 씨가 사줘요.'

 

 다음에 만날 땐. 다음에 만날 땐. 다음에......다음에......

 

 나는 차오르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꼭."

 

 이라 말했다.

 

 엘레인은 그런 날 보더니 문득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요, 꼭."

 

 칵테일 두 잔이 나왔다. 그녀와 나는 한 모금씩 마신다. 깔끔한 뒷 맛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인 듯 했다. 우린 술 맛이 되게 좋다며 어딘가에서 쉬고 있을 바텐더를 칭찬했다.

 

 대화를 나눈다. 아까 그렇게 걸으며 그리 말을 했는데도 어찌나 할 얘기가 많은지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떠오르는 얘기, 해주고픈 얘기가 너무 많아 머릿속엔 비서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고 시어서 말이 빨라진다. 그래도 엘레인은 아무런 불편한 기색 없이 내 얘길 들어준다.

 

 술을 한 모금씩 더 들이킨다. 취기가 살짝 올라오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와 난 꽃에 대해 얘기한다. 평소 꽃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그녀도 좋아한다고 했다. 한 때 꽃말을 찾아보는게 취미였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의 이름을 대니 엘레인도 그 꽃을 참 좋아한다며 웃는다. 동시에 꽃말을 말하기로 했다. 우린 둘 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안개꽃. 내 모든걸 당신께 받치겠습니다.'

 

 

 술 잔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녀는 술 잔을 머리 위에서 거꾸로 들더니 탈탈 털어보인다. 한 방울도 안 떨어지는 걸 본 엘레인은 다 마셨다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한 잔씩 더 먹을까요? 라고 물어본다. 난 더 마시고 싶지만 미안한 마음에 괜찮다고 말한다.

 

 "먹고 싶을 땐 먹는 거에요."

 

 애초부터 내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날 보며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웨이터를 불러 술을 두 잔 시킨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다음엔 꼭 세 잔 넘게 살거라고 다짐한다.

 

 뛰어난 바텐더씨가 만드는 술은 금방 왔다. 우리는 짠! 하고 술잔에 입을 댄다. 알코올이 목을 간질이고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녀와 난 웃으며 역시 맛있다며 감탄을 한다.

 

 시간이 계속 흘러도 지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끓어오르는 취기에 텐션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있으면 있을수록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더욱 더 커져서 시간이 멈춘 채로 계속 이렇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 하는 모든 게 다 좋았다. 대화를 하고, 같이 웃고, 술을 마시고,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좋았다. 비록 오늘 처음 봤지만,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을 놓치면 너무 너무 후회할 것 같다고.

 

 아무리 그녀를 만나고 그 뒤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 졌다지만, 시간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멈추어주지 않았다. 어느새 12시가 되었는지 벽에 걸려있던 앤티크 풍의 시계에선 정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댕, 댕, 댕.'

 

 ......그리고 그 소리를 듣자 엘레인은 날 보며 말했다.

 

 "벌써 12시네요."

 

 "그러게요"

 

 "시간 되게 빨리 간다, 그쵸?"

 

 "엄청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그녀는 내 대답을 듣더니 '흐음'하는 소리를 내며 술잔을 어루 만졌다. 그리고는 잠시후 다시 말을 잇는다.

 

 "그거 알아요. 고든씨?"

 

 "뭘요?"

 

 "우리 벌써 이틀 째 술마시는 중이에요."

 

 "......?"

 

 ......이틀 째? 난 그녀의 말을 듣고 고래를 갸웃거렸다. 엘레인은 내 의아한 표정을 봤을 텐데도 턱을 괜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난 무슨 말인가하고 잠시동안 멍을 때렸다. 그러다 문득 지금이 몇 신지를 깨달았다. 하루가 지났구나.

 

 난 그제서야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작게 웃었다.

 

 "그러게, 그것도 그렇네요."

 

  그녀와 이틀 째 술을 마시고 있다라......뭐, 따지고 보면 사실이긴 한데, 막상 저렇게 말하니까 뭔가 조금 부끄럽다고 해야하나?......음, 하여튼 그런게 있었다. 그래서인지 볼이 살짝 빨개지는 느낌도 들었다.

 

 엘레인은 여전히 턱을 괜 채였다. 아까와 같은 자세였지만, 살짝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면 그 눈동자로 내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그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고든씨."

 

 "네."

 

 "그럼 그것도 알아요?"

 

 ......이번엔 또 뭘?

 

 난 가벼운 목울림으로 응?하고 반문한다.

 

 그녀는 그런 날 보고선 낮은 목소리로 계속 말한다.

 

 "오늘, 그러니까 5분전인 어제 말고 오늘 있잖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다.

 

 "오늘이 나한테 되게 중요한 날이거든요."

 

 ......?

 

 "그러니까 나 좀 축하해줄래요?"

 

 "......?"

 

 "오늘, 내 생일이에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9 2017 / 12 / 15 264 0 6144   
18 18 2017 / 12 / 15 288 0 5844   
17 17 2017 / 12 / 15 242 0 4669   
16 16 2017 / 12 / 15 261 0 5196   
15 15 2017 / 12 / 15 250 0 5072   
14 14 2017 / 12 / 15 239 0 5103   
13 13 2017 / 12 / 15 247 0 5189   
12 12 2017 / 12 / 15 238 0 5032   
11 11 2017 / 12 / 15 240 0 6786   
10 10 2017 / 12 / 15 235 0 5191   
9 9 2017 / 12 / 15 262 0 6087   
8 8 2017 / 12 / 15 282 0 5750   
7 7 2017 / 12 / 15 268 0 5210   
6 6 2017 / 12 / 15 241 0 5187   
5 5 2017 / 12 / 15 233 0 5217   
4 4 2017 / 12 / 13 275 0 5102   
3 3 2017 / 12 / 13 275 0 5475   
2 2 2017 / 12 / 8 291 0 5104   
1 1. 2017 / 12 / 8 418 0 500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