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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성범죄 수사팀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12.11

과거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성범죄 피해자 차유연, 유연은 형사가 되자마자 성범죄 수사팀을 만들고 팀장인 한상혁과 함께 끝없이 일어나는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강남역에 일어난 강간사건의 해결을 위해 출동한 유연은 예상밖의 인물과 마주치는데,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독한 악연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유연과 강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택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든 상혁의 미스터리 로맨스.

 
File 17. 답이 없는 문제
작성일 : 17-12-11 16:14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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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언은 망치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당장이라도 결론 지어야할 문제라는 걸 알았지만, 이상하게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가 않은 탓이었다.

 

  수민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답은 나온 문제였지만, 자꾸만 마음속에 누군가가 밟혀서. 시언은 도무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차피, 달라질게 없는 상황이라는 거 잘 알고 있었다. 시언은 수민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수민이 죽은 줄 알았던 날 이후, 시언은 지독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수민을 살리지 못했다고, 수민을 구해주지 못했다고. 마음속에 짐 덩이로 남은 수민의 존재는 늘 시언을 괴롭혔고, 힘들게만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수민이 살아있다니.

 

  시언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한없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하필이면 지금인건지, 왜 하필 괜찮아지려고 할 때쯤인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 진짜."

 

  벅벅 마른세수를 하던 시언이 결국,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지금 당장 선경을 만나야만 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 이 답답한 속이 풀릴 것 같았으니까.

 

 

 

 *

 

  선경은 민식의 병실에서 밤을 보냈다. 이시완 사건 때문에 모두가 바쁜 탓에 교대를 해줄 사람이 없던 탓이었다.

 

  간의 침대에서 쪼그려 잠을 청한 선경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작은 침대에 몸을 우겨넣고 잤더니, 온 몸 구석구석 안 쑤신 곳이 없었다.

 

  뻐근한 어깨를 주물거리며, 선경은 물끄러미 침대 위에 누워있는 민식을 바라보았다. 민식은 오늘도 깨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빨리 깨어나셔야 할 텐데…."

 

  민식의 얼굴은 전보다 더 창백하게 질린 뒤였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민식의 몸을 닦아내준 선경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며칠 째인지 알지 못했다. 아직 이시완도 못 잡았다고 하던데,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혹시라도, 이대로 이시완을 잡지 못하게 된다면, 그럼….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겠지."

 

  문득 든 생각이 답답한 마음을 매섭게 할퀴었다. 선경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안 좋은 생각들을 떨쳐냈다. 아직까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성범죄 수사팀 멤버들 모두, 이시완을 잡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으니까.

 

  선경은 한숨을 쉬며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 시언이 주고 간 음료수는 아직도 마시지 못한 채였다. 그냥, 너무 아깝고, 소중해서,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바보 같긴 하지만, 딱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선경은 시언에게 한없이 약했으니까.

 

  선경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병실 밖으로 나섰다. 시원한 물이라도 마셔야, 이 답답한 속이 풀릴 듯 했다.

 

  "어? 진선경?"

 

  선경이 막 모퉁이를 돌 때쯤이었다. 순간, 기억 저 너머에 숨겨놓았던 끔찍한 목소리가 선경을 불러 세웠다. 선경은 정수기 앞에 멈추어선 채로, 손끝만 파들파들 떨었다. 금세 뒤로 성큼성큼 다가온 남자가 선경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삐그덕 거리는 고개가 돌아가자마자, 다신 볼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끔찍한 얼굴이 시야로 들어왔다.

 

  "야, 오랜만이다."

 

  강민혁. 학창 시절 내내 선경을 죽어라 괴롭혔던 놈 중에 한명이었다. 매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물론, 수치심 가득한 말과, 욕지기까지.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픈 기억들을 심어준 놈이기도 했다.

 

  짧은 스포츠머리와 삐죽 솟은 눈꼬리가 선경을 아래위로 훑어 내렸다. 따가운 시선이 닿을 때마다, 온 몸이 아우성을 쳤다. 아프다고, 이젠 그만해달라고.

 

  '야, 그 얼굴로 왜사냐?'

  '살, 살, 살. 더러워.'

 

  강민혁은 잊을 래도 잊을 수가 없던 놈이었다. 길을 걸어 갈 때마다 발을 걸었던 것은 물론, 선경을 교실 앞에다가 세워놓고 깡통을 던져서 맞추기까지 한 놈이었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얼룩진 교복을 입고 하교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졸업을 하게 된 이후로 다신 보게 될 일 없을 거라고 태연히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던 듯했다. 이렇게 어이없게 다시 만나게 된 걸 보면.

 

  "야, 넌 나 안 반갑냐?"

 

  선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뒤로 주춤 물러섰다. 몸 뒤에 숨긴 물통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손끝에 달랑달랑 걸려있었다. 독한 향수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눈물이 핑 돌았다. 대답대신 고개를 숙인 선경이 꾸역꾸역 숨을 참아냈다. 삐죽 솟은 눈꼬리가 차가운 조소를 흘렸다.

 

  "넌, 어떻게."

  "……"

  "그때랑 똑같냐?"

 

  불쑥 앞으로 튀어나온 손가락이 선경의 이마를 콕 짚었다. 화들짝 몸을 떤 선경이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참아냈다.

 

  늘 이런 식이었다. 바보같이 말 한마디 못하고, 피하지도 못하고, 늘 이렇게 서서 당하기만 했다. 이젠 그때와 다르다는 거 잘 아는데, 이상하게도 입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못생긴 눈도 그렇고, 입도 그렇고…."

 

  쭉 코끝을 타고 내려온 손끝이 선경의 입술을 툭툭 두드렸다. 소름끼치는 감각이었다. 그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던, 끔찍하고 아픈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스물 스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야이, 살 봐라, 살.'

 

  강민혁은 매번 선경을 이런 식으로 괴롭혔다. 볼 살을 만지고, 팔뚝을 만지는 것은 물론, 가슴까지도 은근히 터치하면서 선경을 고문했다.

 

  거친 손길이 가슴을 쥐어 잡을 때마다, 엄청난 수치스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깔깔 터지던 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꾸역꾸역 용기를 내서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 미안. 가슴이였나? 난 또 다 살 인줄 알았지."

 

  강민혁은 씩 웃으며 태연히 답하는 게 다였다.

 

  "살도 그대로네."

 

  미끄러지듯 내려온 손가락이 서서히 가슴을 향했다. 선경은 저도 모르게 물병을 세게 쥐었다. 조금 더 도를 넘는다면, 이를 악문 채 물병으로 강민혁의 머리를 세게 내리칠 생각이었다.

 

  "징그러울 정도다, 야."

 

  날이 선 손 끝이 쇄골 위를 부유하다가 천천히 윗가슴을 주위를 지분거렸다. 선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잘 못된다고 해도,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아프고, 힘겹고 상처받는 것은 과거만으로도 충분했다. 선경이 이를 악무는 사이,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어디에다가 손을 대."

  "악!"

 

  선경은 눈을 뜨자마자, 화들짝 몸을 떨었다. 언제 온 건지, 선경의 앞으로 다가온 시언이 강민혁의 손목을 잡아채, 우드득 소리가 날정도로 팔을 꺽은 뒤였다.

 

  강민혁은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비명을 토해냈다. 입을 떡하니 벌린 선경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언을 바라보았다. 시언은 잔뜩 화가 난 듯 보였다.

 

  "너, 너 뭐야."

  "너? 말이 짧다?"

 

  시언은 더 세게 강민혁의 팔을 꺾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침을 질질 흘리며 괴로워했다. 시언은 발아래에서 발버둥치는 강민혁을 바라보며, 욕지기를 쏟아냈다.

 

  그러게 어디에다가 손을 대, 죽을 려고.

 

  방금 전, 병실근처에 도착한 시언은 제 눈을 의심해야만했다. 선경의 앞에 이름 모를 남자가 서있던 탓이었다. 처음엔 그저 아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파들파들 몸을 떨고 있던 선경을 보아하니 그건 또 아닌 듯했다. 적어도, 아는 사람이라면 선경이 잔뜩 겁에 질려있지 않을 테니까.

 

  처음엔 그저 지켜보려고만 했다. 아직 무슨 사이인줄 모르니, 섣불리 나서는 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한 탓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선을 넘은 뒤였다. 쓰레기 같은 말을 던진 것도 모자라, 선경의 몸을 더럽게 쓸어내렸으니까. 순간, 시언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화를 느꼈다.

 

  "이, 미친."

 

  남자는 이미 도를 넘었고, 더 이상 화를 참을 필요는 없었다. 시언은 망설임 없이 걸어가, 남자의 손목을 잡아챘다. 더러운 손을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만 싶었다.

 

  “놔, 놓으라고!”

  "아직 살아있나 보네."

 

  시언은 손목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강민혁의 손을 억세게 잡아챘다. 지금이라도 당장 말려야한다는 걸 알았지만, 선경은 좀처럼 입을 떼지 못했다. 차갑게 식은 시언의 얼굴이,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느껴진 탓이었다. 강민혁은 눈물을 뚝뚝 흘린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고통을 호소했다. 탁하게 갈라진 목소리가 시언의 시선을 붙들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애원하는 모습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건 늘 선경뿐이였으니까.

 

  ‘민혁아, 제발 그만해줘.’

  ‘싫은데?’

 

  선경은 뒤로 주춤 물러서며, 저도 모르게 그 상황을 방관했다. 시언을 막아야 한다는 걸, 당장이라도 하지 말라고 말려야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제, 제발요. 제발."

  "난 그 소리가 제일 듣기 좋더라."

 

  시언은 발로 강민혁의 가슴께를 꾹 짓밟았다. 그리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반대편으로 힘껏 팔을 꺾었다. 우드득.

 

  "으아악!"

 

  선경은 입을 틀어막았다. 팔이라도 빠진 건지, 엉엉 눈물을 토해내는 강민혁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갔다. 시언은 천천히 허리를 숙여 강민혁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곤,

 

  "적당히 해, 안 그러면 다음엔 팔이 아니라 목이 날아 갈 테니까."

 

  강민혁의 귓가로 다가가 나직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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