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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년. 죽음을 이해하기도 사랑을 경험하기도 이른 소년에게 다가온 사건들과 소녀들. 이 뒤에 무엇이 있는 지 모른채, 소년은 계속 나아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혼란과 함께.

 
5장 등굣길
작성일 : 17-12-05 22:31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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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잠들었던 걸까? 정신을 차려 보니 한밤 중 이었다. 바닥에 널 부러져있는 책들이 내가 어제 저녁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시계의 위치가 순간 생각나지 않아 주위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자정을 5분 정도 남긴 시간, 마지막으로 보았던 시계의 모습과 시간의 흐름으로 미루어 잠들어 있던 건 30분이 조금 넘을 것 같았다. 잠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시간이면 정말 자야한다.

 몇 시간만 있으면 월요일 아침이다. 월요일이면 이 나라 학생들이 모두 그렇듯 학교에 가야하니까.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썩 졸리지는 않았다. 그럼 아까는 어째서 잠이 든 것이지? 이유야 모르겠다.

 생각은 졸리지 않지만 몸은 피곤한 듯 하품을 연발했다. 눈을 감고 조금 있으니 잠이 들었다. 잠이 든 건 자정을 한 시간 정도 넘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눈을 뜨자 창문 밖으로 방금 뜬 햇빛이 보였다. 아침이다. 상당히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납덩이라도 매달아 놓은 것 같은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을 거의 자지 않았더니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다.

 나가 금요일에 지 윤이 나에게 한말은 내 정신의 상당한 충격을 안겨준 듯하다. 죽은 오빠랑 닮았다니, 상상은 하지도 못했고 해서도 안 될 생각이다. 그런 그녀의 사정을 알았다면 그날, 입학식이 있던 날, 적어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함은 배가 됐다.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니 5월의 첫날의 약간은 더운 것 같은 공기가 몸을 감쌌다. 눈을 감고 가볍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었다. 살짝 눈을 뜨고 다시 걸어갔다. 입학한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느꼈다.

 ‘학교가기 싫다.’

 이 나라의 법 대로면 의무교육인 중학까지는 교육을 받아야한다. 물론 자퇴한다거나 그런 걸 원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막연히 생각했다. 이대로 이 자리에서 발을 떼기 싫다, 라고.

 이틀 동안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면 방에 틀어 박혀있었다. 컴퓨터는 한번 도 켜지 않고 휴대전화도 쓰지 않아 대기 소모 전력으로 배터리 방전만 됐다. 그저 책만 읽어 댔다. 최근에 몇 권 시험 후 읽으려고 사둔 게 잘된 일이었다. 남을 학살하는 잔혹한 서스펜스 소설부터, 유명세를 탄 교수의 에세이까지 다 읽었다. 그 소설은 금요일 이후 한 번 더 읽었지만 난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범인의 트릭은 단순하고 주인공인 경찰은 도저히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살짝 뜬 눈을 다시 제대로 뜨고 걸어갔다. 발걸음이 이토록 무거운 등굣길은 처음이다. 이틀 동안 앉아만 있어 발이 무거워진 건 아닐까, 의심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 정도였다. 골목을 지나며 보이는 주변 풍경은 항상 똑같다. 재빠르게 걸어가며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조금 내려가 큰길가로 가면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이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는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을 보면 나도 수년이 지나면 저곳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먼 미래는 아니라는 것처럼 들리는 말을 듣는 기분이다.

 천천히 길을 따라 가다보면 모퉁이 너머의 횡단보도가 나온다. 모퉁이를 돌자 순간 거북함에 몸을 떨었다. 어찌 이런 우연이 두 번이나 있는 걸까.

 길 건너편에는 지 윤이 서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는 것이었다. 지 윤이 다니는 학교도 근처이니 우연히 마주치는 일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오늘도 마주친다면 슬픈 우연의 경우가 된다.

 헌데, 그녀는 어찌 나를 보고 웃을 수 있는 걸까. 난 아직 그날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데 그날 눈물마저 보인 그녀는 어떻게 나를 보고 웃을 수 있을 까. 비참함에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보이는 웃음이 아니다. 나를 보고 입술을 올리며 반갑다는 듯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심한 거북함이 몰아쳤다. 이틀간 방대한 독서로 잊어 내려한 충격이 다시 뇌리를 관통하려한다.

 고개를 돌리고 서둘러 걸어갔다. 잊어야 한다, 별일 아니다, 나와 관계없다, 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소용없다. 세상 그 어느 누가 자신이 죽은 자신의 가족과 닮았다는 말을 듣고도 또, 그런 말을 한사람이 자신이 미안할 정도로 몰아친 사람이라면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을 수 있으랴.

 서둘러 걸어, 아니 뛰어가자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채 출근길로 붐비는 거리를 걸어가니 당연하게도 안전치 않다. 거리 옆길에서 빠른 속도로 나오던 차와 부딪칠 뻔 했지만 다행히도 운전자도 브레이크를 밟고 나도 몸을 급히 돌려 충돌은 면했다.

 “학생, 천천히 좀 다녀. 위험하잖아.”

 평소라면, 골목에서 나오면서 그런 속도로 달리는 게 더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왜, 왜,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야. 난 계속 생각나고 미안해져서 힘든데, 정작 본인은 나에게 그런 말을 하고 어떻게 웃을 수 있어.’

 배신감일까? 관계없는 건 모두 깔끔하게 배제하고 생각해온 나다. 헌데, 최근 들어 이상하다. 관계없는 일에 신경 쓰이고 감정은 쉽사리 변한다.

 “뭐야 너? 사춘기라도 왔냐?”

 현준의 말이 벌써 두 번째 떠올랐다. 처음 이 말이 떠올랐을 땐 실컷 속으로 욕 짓거리를 퍼부어 주었다. 그게 겨우 사흘 전이다. 하지만 그 사흘 만에 생각이 변한 건가. 이번엔 나름 수긍하는 느낌이었다.

 등굣길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난 이 길을 끝까지 걸어야하고 도중 멈출 수는 없다. 앞으로 수 십 개월을 더 걷게 될 길이지만 오늘 같은 등굣길은 더는 원치 않는다.

 조금 더 걸어가자 내가 올라야 할 골목길이 나왔다. 그리 좁지 않고 차 두 대 정도는 가볍게 지나고 솔직히 골목이라 부르기도 미안한 길이다.

 학교가 가까워졌을 뿐인데 벌써부터 힘이 부쳤다. 언제가 부터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보니 땀이 흥건했다. 손뿐만이 아니라 등도 땀이 나있었다. 달려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침부터 축구며 농구며 운동으로 땀 흘리는 학생도 많은 데 내 이유는 상당히 하찮아 보였다. 심경이 이상하다. 줄곧 걸어왔던 길이 오늘은 낯설다.

 등 뒤에선 자전거로 빨리 지나가며 간단히 인사를 건네며 동급생이 지나갔다. 학교 근처는 학생들로 상당히 시끄럽다.

 골목을 다 올라와 등 뒤를 보니 마침 불어온 바람 덕에 시원함을 느꼈다. 아까 날 보며 웃은 지 윤은 무슨 생각으로 웃을 수 있었을 까. 그녀의 오빠는 왜 죽었다는 걸까.

 ‘또 쓸데없는 생각.’

 아침부터 멀리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까악, 거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려온다. 왠지 귀에 거슬리지는 않다.

 다시 발을 움직였다. 수많은 학생으로 시끄러운 학교로 서둘러 걸었다. 빨리 안가면 지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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