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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접근의 의도
작가 : 햐뉴
작품등록일 : 2017.11.29

막장집안에서 태어난 외동아들 제경수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길래, 집안에는 온통 외면하고 싶은 가족 뿐
그러던 어느 날 경수에게 완벽한 남친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환경이 환경인지라 불쑥 의심부터 먼저... 너 나한테 접근한 의도가 뭐야?
너무 완벽한 남친 선우와 그런 남친이 못내 의심스러운 경수의 이야기

 
2. 커밍아웃 (4)
작성일 : 17-12-02 16:28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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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도와줄게."

  "책이나 보세요."

  "좋은 생각이 있어."

 

  예예- 나는 책을 휘리릭 넘기며 유선우의 말에 건성으로 대꾸했다. 우리는 어젯밤 나눴던 대화의 주제를 아직도 끌고 있는 중이었다. 지겨워 죽겠는데, 유선우는 독불장군처럼 도통 물러날 생각을 안 했다. 그렇지만 이번 것은 나 역시 물러날 수 없다.

 

  유선우는 자꾸 자기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며 날 꼬드겼지만 난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좋은 생각이고 나발이고... 유선우의 계획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이번에는 뭐, 우리 가족을 노발대발하게 만든 다음 가만히 지켜보다가 나중에 '누가 나한테 화내는 건 처음이야.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라고 뿌듯해할 거 아냐.

 

  "너희 뭐 하냐?"

 

  우리가 벌이는 실랑이에, 멀리서 김현수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다가왔다. 이 상황 낯설지 않은데... 뭔가 데자부가...

 

  "무슨 얘기 중이야, 아침부터?"

  "얘가 우리 가족한테 커밍아웃 하쟤."

 

  순간, 나는 김현수의 몸이 흠칫 떨리고 표정이 미세하게 굳는 것을 눈치챘다. 아. 요새 좀 괜찮아졌나 했더니, '커밍아웃'이란 단어가 김현수에게 '첫 커밍아웃' 사건을 상기시킨 것 같았다. 쯧쯧. 이거 봐, 유선우. 우리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애를 보고도 커밍아웃 하잔 말이 나오니?

 

  "근데 난 커밍아웃할 생각 없거든."

  "너희 가족만이야."

 

  옆에서 유선우가 단정적인 어조로 말했고, 나는 그보다 더 단호하게 말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도, 우리 할아버지랑 아빠는 안 돼."

 

  김현수가 흐음-하고 입을 다시더니 별안간 두 눈을 찡그렸다.

 

  "아... 하긴. 너희 할아버지한테 말하는 건 좀 그렇긴 하다. 너희 할아버지 성격상 이해해주실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좀 그렇잖아."

  "...? 네가 우리 할아버지를 어떻게 알아?"

 

  할아버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에 놀라서 김현수를 쳐다보았다. 김현수가 할아버지와 만났을 리가 없는데. 김현수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은 많지만, 할아버지가 있었을 때는 한 번도 없었다. 그 시각이면 할아버지는 주로 (새 여자친구와 함께) 밖에 싸돌아다니니까. 내가 의아한 눈길을 보내자, 되려 김현수가 "너 몰랐어?" 하며 눈을 동그랗게 키웠다.

 

  "너네 할아버지랑 우리 할머니랑 사겼었잖아."

 

  유선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김현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뭐, 예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난 경수 너도 아는 줄 알았는데."

  "..."

 

  내가 우리 할아버지 연애사를 다 꿰고 있으려면 머리통이 열 개는 필요할걸? 그치만 정말 친구의 할머니까지 건드렸을 줄이야... 아무리 내가 할아버지의 여성편력에 해탈했다고 해도, 이번 건 좀 황당하긴 했다. 김현수와 내가 사촌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직 나와 사촌이 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애에게 살벌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무튼 도와주는 건 절대 안 돼. 진짜 죽어, 너."

 

  유선우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일부러 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은 샐샐 웃음이 새나갈 것 같았다. 아. 얘 왜 이렇게 귀엽냐. 상황 파악 안 되게.

 

 

 

 

  *

 

  "..."

  "..."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하교 내내, 나와 유선우 사이에선 무거운 적막감만 돌았다. 산호 빌리지 입구를 지나고부터 유선우는 아예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보며 걸었다. 유선우가 말 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명백한 무시였다.

 

  도대체 얘가 왜 이러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혹시 삐졌나? 내가 커밍아웃을 거부했기 때문에?

 

  하지만 커밍아웃에 대해 얘기를 했던 건 1교시였고 그 이후로도 우리는 아무 문제없었다. 적어도 7교시가 끝나고 교실문을 나서기 전까진. 유선우가 이상해진 지점을 곰곰이 따져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교 때 밖에 없다. 애들이 사라지고 둘만 남게 되었을 때.

 

  도대체 문제가 뭘까. 나한테 왜 화가 난 걸까. 왜 말을 하지 않는 걸까. 가슴이 답답해졌다. 확실히 유선우는 김현수와 달랐다. 김현수는 내가 묻지 않아도,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과 느끼는 감정을 속시원히 털어놓는다.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할 게 없었다. 말이 너무 많은 게 흠이긴 하지만, 같이 있으면 귀가 조금 아플 뿐이지 머리가 아프진 않다.

 

  반면 유선우는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도통 말을 안 하니까. 그리고 캐릭터도 종잡을 수도 없다. 차분하고, 냉정하고, 어쩔 때 보면 감성적이고, 저돌적으로 들이밀 때도 있고. 그래, 그런 신비주의 컨셉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런데 지금은 갑자기 왜 저러는 거냐고.

 

  찝찝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는데, 어느덧 우리는 우리 집 철문 초인종 앞에 도착했다. 유선우는 여전히 땅만 보는 채로 짧게 "안녕."하고 내뱉더니 바로 돌아서 가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멀어지는 유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철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 멈추었다.

 

  이 찝찝함을 집안까지 가져갈 순 없어. 고민 같은 건 질색이다. 나는 곧장 뒤를 돌았고 유선우를 불렀다.

 

  "유선우."

 

  유선우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나와 겨우 서너 발걸음 남짓한 거리였다. 유선우는 천천히 몸을 돌렸고, 까만 눈동자로 나를 마주했다. 유선우의 눈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다. 고작 집에 올 때 좀 못 본 것뿐인데,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날 쳐다보네."

  "..."

  "왜 날 무시해?"

 

  시비조가 아니었다. 정말 궁금해서 물은 것이었다. 표정 없는 유선우의 입술이 살금 열리더니, 평이한 어조로 말을 했다.

 

  "무시한 게 아니야. 안 보려고 노력한 거지."

  "..."

 

  뭔 소리야.

 

  "왜 안 보려고 노력했는데?"

  "..."

 

  유선우는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선을 회피한 채 입을 꾹 다문 모양새를 보아,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화가 난다기보다, 그냥 좀 마음이 허무해졌다. 차라리 유선우가 김현수처럼 말이 많은 애였다면 어땠을까. 많이 시끄럽긴 하겠지만, 그런 소음 정도는 눈 감고 참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김현수처럼은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을 얘기해주었다면.

 

  그러다 불현듯 내가 누군가한테 뭔가를 이렇게 원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유선우를 기다렸다. 인내심이랄 것도 없었다. 그냥 유선우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다. 한참 뒤에야 유선우는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고, 다급함과 절박함과 참담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배제할 수 없는 본체의 차분함이 뒤섞인, 복잡미묘한 얼굴로 말했다.

 

  "말할 수 없어."

  "왜?"

  "이 상황과 맞지 않아."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너야."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폭주한 폭주기관차처럼 따져 묻기 시작했다.

 

  "삐진 거야? 도대체 왜 말을 안 하는 건데? 그럼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라도 주던가. 아무것도 안 주면, 내가 점쟁이도 아닌데 네 마음을 어떻게 알아? 아- 그래 물론 넌 내가 네 마음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지. 나도 주제넘은 생각인 거 알아. 근데 그러려면 아예 삐진 티를 내질 말던가, 사람을 계속 신경 쓰이게..."

 

  나는 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순간, 유선우가 내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철문으로 밀쳐졌고, 그러기 전에 재빨리 내 등 뒤로 달라붙은 유선우의 오른손 덕에 아픔을 느끼지는 않았다. 밀쳐진 위치가 초인종이 있는 곳이었는지 초인종 소리와 인터폰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당장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유선우와 내 코가 부딪혔고, 동시에 유선우의 입술이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

 

  유선우의 입술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지나치게 강렬하고 매서웠다. 유선우는 거침없이 내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말랑한 혀가 내 입속으로 침범해 굳어있는 내 혀를 뭉근하게 쓸어올렸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저릿저릿한 감각이 빠르게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뇌수를 마비시켰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유선우의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얼굴을 받치고 있는 왼손으로부터, 그리고 끊임없이 맞닿고 있는 유선우의 혀로부터 유선우의 모든 전율이 전해졌다. 내 전율은 모두 유선우의 전율에서 전이된 것 같았다. 유선우는 급하면서도 부드럽게 내 혀를 휘감았고,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빠른 혀놀림으로 입안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기 때문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치열을 훑기도 하고, 입천장을 쓸기도 하고, 입안쪽 볼을 살살 건드리기도 했다. 내가 모자란 숨 때문에 헐떡거리자 유선우가 내 입속으로 제 숨을 불어넣었다. 유선우 특유의 시원한 체향이 밀려들어와 내 몸속 깊숙이 퍼졌다.

 

  순간, 여태 어벙찌게 굳어있던 내 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혀가 유선우의 혀를 부드럽게 쓸어내렸고, 유선우는 약간 놀란 듯이 눈을 키웠다. 나는 한 손으론 유선우의 얼굴을 받치고 나머지 손은 유선우의 등을 받쳐 유선우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유선우의 입속을 탐했다. 마치 반격을 가하듯이. 유선우가 눈을 예쁘게 휘어 트리며 웃더니, 나와 마찬가지로 내 입속을 탐하기 시작했다. 두 혀가 끊임없이 서로를 쓸어올리고 감싸올리면서 얽혀들었다.

 

  우리는 다급하고 절박하게 서로를 탐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마찰력이 거세져서인지 키스는 더 부드럽고 달콤해졌다. 농염하게 움직이는 유선우의 혀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짜릿짜릿한 감각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유선우가 내 등을 단단히 받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시간은 우리만 남겨놓고 완전히 멈춰버린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만큼 동적인 존재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마저도 멈춰버리는 키스라니. 아, 그래. 우리가 지금 '키스'를 하고 있구나. 정신과 육체를 마비시키는 이 행동의 이름을 새삼 깨닫자, 흥분이 더 배가 되었다. 그리고 그건 유선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우리의 키스는 매 순간 절정이었고 끝은 보이지 않았다.

 

  아... 이런 게 황홀경이구나.

 

  우리는 황홀경에 빠져 허덕였다. 그런데 순간, 넘치는 황홀경을 감당하지 못했는지 유선우가 폴싹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나는 바닥에 엎어진 유선우의 뒤통수를 황망히 내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아빠?"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든 채, 아빠가 분노에 찬 얼굴로 쓰러진 유선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햐뉴입니다 :)

 심사위원님들... 끝까지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제 글이 웹툰이나 웹드라마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bl로 느끼실 수도 있지만 사실 bl을 첨가한 <성장물>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성장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발 끝까지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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