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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접근의 의도
작가 : 햐뉴
작품등록일 : 2017.11.29

막장집안에서 태어난 외동아들 제경수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길래, 집안에는 온통 외면하고 싶은 가족 뿐
그러던 어느 날 경수에게 완벽한 남친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환경이 환경인지라 불쑥 의심부터 먼저... 너 나한테 접근한 의도가 뭐야?
너무 완벽한 남친 선우와 그런 남친이 못내 의심스러운 경수의 이야기

 
2. 커밍아웃 (3)
작성일 : 17-12-02 16:27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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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현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까지는 약간의 시일이 걸렸다.

 

  김현수의 '비정상'이 어땠냐 하면... 사실 별 건 없었다. 우릴 의식하고, 걷는 것처럼 눈치를 보고, 숨 쉴 때마다 미안하다고 하고, 하루 종일 의기소침하게 축 처져있고, '너희가 어떻든 난 여전히 너희의 친구다. 그러니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란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루에 오십 번쯤 내뱉는 거 말고는 별다른 게 없었다.

 

  '너의 과도한 배려와 관심이야말로 우리를 일반인들과 다른 특별한 부류로 구분짓는 행위다.' 란 말을 백 번쯤 되뇌었을 때, 드디어 김현수는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김현수가 본래의 싸가지 없는 모습을 되찾았을 때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업은 뒤 어화둥둥 내 새끼야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말 그대로 심정일 뿐이다.

 

  아무튼 나는 커밍아웃에 넌더리가 났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의 발달자인 유선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언제쯤 알릴 생각이야?]

 

  '지이잉-' 하는 진동음과 함께 온 카톡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 얘기야... 기껏 화제를 돌려놨더니.

 

  나는 침대 위에 엎어져 가슴 아래 베개를 깐 채 다리를 달랑거리면서 유선우와 카톡 중이었다. 한창 재밌게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또 대화 주제가 커밍아웃으로 돌아가버렸다. 끄응하는 신음을 내뱉으며 빠르게 타자를 쳤다.

 

  [뭐를?]

 

  일단은 시치미를 떼고 봐야지.

 

  [우리 사귀는 거]

 

  그러나 유선우는 작정 한 듯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가족들한테 폭로하자고?]

 

  보낸지 1초도 안 되어 진동음과 함께 도착한 톡은 얄미울 정도로 똑 부러지는 내용이었다.

 

  [폭로가 아니라 커밍아웃]

 

  "아오... 누가 그걸 모르냐..."

 

  나는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아니, 커밍아웃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도대체 왜 이렇게 커밍아웃에 집착을 하는 건지. 김현수 꼴을 우리 가족한테서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거냐고.

 

  하긴 김현수 정도야 양반이지. 김현수 성격상 우릴 대놓고 비난하거나 무시할 거란 생각은 안 했어도, 미안하다고 울며불며 사과할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김현수에게나 해당되는 특수성인 거지,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통하길 기대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어쨌거나 여긴 korea니까. 게이란 걸 밝혀봤자 존중은 커녕 멸시만 당할게 분명하다.

 

  그래서 유선우는 사서 멸시를 당할 필요는 없다며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알리자고 했다. 그치만 얘 정말 퀴어 영화 한 번도 봤나. 게이란 걸 밝히면, 호적에서 판다 어쩐다 하며 불법도 마다 않는 게 대한민국 family인데. 옹호는 커녕 오히려 가족이란 명분으로 입에 담지도 못할 모욕을 주고 간섭을 하는 게 대한민국 가정이란 말이다.

 

  그리고 유선우가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우리 가족은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아니란 거다. 생각 만큼.

 

  [ㅁㅊ 우리 할아버지랑 아빠한테 알리자고?]

  [응]

  [우리 할아버진 쓸모없는 인간이라 몰라도 돼]

 

  유선우의 답톡이 오지 않고 있었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길어지는 부재에 궁시렁거리고 있을 무렵, 진동음이 울렸다.

 

  [그럼 아버지께 말씀드려]

 

  "큭큭, 아니라고 부정은 안 하네."

 

  [아빠도 마찬가지야 할아버지보단 덜하지만]

  [... 너희 아버지도 바람피셨어?]

  [아니 그건 우리 엄마가]

  [아... 그렇구나]

  [ㅋㅋㅋㅋㅋ무슨 대답이 그러냐]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 같았어도 '그렇구나' 밖에 딱히 대답할 게 없었을 것 같다. (남자)친구 부모님이 바람피우셨다는데 달리 할 말이 있을까?

 

  [암튼ㅇㅇ 난 알릴 생각 없음 우리 둘만 좋으면 되는 거지 굳이 알릴 필요 없잖아]

  [언젠간 모두 알게 되실거야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난 너랑 당당히 있고 싶어]

 

  타자를 치려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너랑 같이 손도 잡고 싶고, 좋아한다고 말도 하고 싶고, 항상 함께 있고 싶은데]

 

  "..."

 

  [주변에서 아무도 우릴 이해하지 못하면 힘들잖아]

 

  "..."

 

  [난 네가 정말 좋은데 숨기고 싶지 않아]

 

  "..."

 

  나는 핸드폰을 이불 속으로 쏙 감추고 멈췄던 숨을 들이켰다. 학교에서 보여준 비디오에서 발작하는 환자를 놓고 명연기를 펼치던 의사선생님이 떠올랐다. 진정하세요. 그리고 천천히 숨쉬어요. 자. 따라해봅시시다. 들숨날숨. 들숨날숨. 호흡이 격해진다.

 

  갑자기 억울해졌다. 유선우한테 이런 면이 있다는 걸, 가끔씩 이렇게 훅치고 들어와 상대를 당황시킨다는 걸 누가 알기나 할까? 아마 나 밖에 모를텐데. 이러면 어퍼컷을 맞아서 발광해도 나 혼자 관종환자 될 거 아냐.

 

  방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는데도 꼭 누가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괜히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온몸의 열기가 온통 얼굴로 쏠린 것처럼 귀와 볼이 화끈 거렸다. 그리고 동시에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소름이 돋았다.

 

  본래 느끼한 애가 느끼한 말을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유선우처럼, 쿨하고 시크한 이미지를 가진 애가 이런 말을 하니까 굉장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튀어나온 괴리감은 온몸에 주체할 수 없는 소름을 만들었다. 누가 깃털로 겨드랑이 밑을 살살 간지럽히는 것처럼... 뭔가 굉장히 낯간지러운 기분이었다.

 

  나는 큼큼 목을 가다듬으면서 천천히 이불 아래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형형한 불빛과 함께 유선우가 보낸 문장들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라 떨림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화제 전환이 시급했다.

 

  [넌 할머니한테 알렸어?]

 

  두근거림을 가라앉히는데 할머니(혹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역사 선생님 등등) 얘기만큼 좋은 것 없겠지. 곧바로 지이잉하고 휴대폰이 울렸다.

 

  [응]

  [뭐라셔?]

  [할머니는 내가 게이인 걸 알고 있어]

  [...그건 공평하지 않잖아!]

  [내가 도와줄게]

 

  순간,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도와준다니. 김현수 사건 이후, 나는 앞으로 유선우의 '도와준다'라는 말은 '망쳐준다'로 해석해도 좋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적어도 커밍아웃에 관해서는. 나는 다급하게 손가락을 눌렸다.

 

  [아니 절대 하지 마]

  [도와줄게]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마]

  [좋은 생각이 있어]

  [좋은 생각이고 나발이고 손끝 하나 움직였다간 죽을 줄 알아]

 

  협박이 제대로 먹혔는지 한동안 유선우에게서 답신이 없었다. 나는 내심 안도했다. 역시 협박은 세계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써 가장 탁월한 예방책이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지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화면에 드러난 내용은 꽤 뻔뻔한 것이었다.

 

  [나도 좋아해]

 

  설핏 웃음이 나왔다. 나'도' 좋아해라니. 내가 언제 너한테 좋아한단 말을 했어? 죽인다고 했지.

 

 

  *

 

  아빠는 야근이었고, 할아버지는 (아마도 유선우의 할머니와) 데이트를 나가셨다. 그릇을 박박 문질러 닦던 중이었다.

 

  "설거지하니?"

 

  물소리 때문에 못 들었는데, 아빠가 퇴근한 모양이었다. 등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싱겁게 대답했다. 네.

 

  "놔 둬. 내가 할게."

  "어차피 다 했어요."

 

  그릇을 식기 건조대에 올려 넣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나서 나는 물을 잠그고, 뒤돌아 나가는 아빠를 불렀다.

 

  "아빠."

  "응?"

  "게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나. 그러나 의외로 아빠의 대답은 빨랐고, 목소리는 가벼웠다.

 

  "뭐... 생각하고말고 할 게 있나?"

  "음- 그니까 제 말은, 아빠도 게이를 혐오하냐고요."

  "아니? 내가 왜?"

 

  나는 뒤를 돌아 아빠를 쳐다보았다. 아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동성애는 나쁜 게 아니잖아. 그리고 그 사람들이 게이인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라고."

  "..."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아빠의 눈길이 의아함으로 변하더니, 돌연 아빠가 눈을 가늘게 뜨며 "너 혹시...?" 하고 말 끝을 흐렸다. 나는 재빨리 "아니에요." 하고 대답했지만, 아빠는 숨을 헉 들이키더니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동성애 친구를 혐오하는구나."

  "..."

 

  온몸의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 아빠가 내가 게이란 걸 알아채지 못해서 다행이긴 한데 다른 오해가 생겨버렸다. 잘못 짚어도 대단히 잘못 짚은 아빠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경수야. 동성애는 죄가 아니야. 동성애자란 이유로 네 친구를 차별하고 괴롭히면 안 되는 거야."

  "안 그러거든요? 그리고 제 친구는 동성애자가 아니,"

  "네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친구의 성 정체성을 부정해도 되는 거야?"

  "아니, 진짜 아니라니까요? 그냥 물어본,"

  "난 내 아들이 그런 편협한 사고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질린 표정을 짓고 아빠를 지나쳐 얼른 부엌에서 빠져나왔다. 등 뒤로 아빠가 뭐라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등을 기댔다. 잠시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무거워진 눈동자를 아래로 데굴 굴리니, 깜박하고 벗지 않은 빨간 고무장갑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헛웃음을 집어삼켰다. 장갑도 안 벗고 왔다니. 장갑에 달라붙은 물기가 내 발치로 똑똑 떨어졌다.

 

  눅진한 몸을 매트리스 위로 쓰러트렸다. 흰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팽팽 돌아가고 속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 같아. 눈커풀을 덮어내렸다. 그랬더니 이번엔 유선우의 얼굴이 둥둥 떠올랐다.

 

  "거짓말."

 

  아빠 말은 하나도 못 믿겠어.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햐뉴입니다 :)

 심사위원님들... 끝까지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제 글이 웹툰이나 웹드라마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bl로 느끼실 수도 있지만 사실 bl을 첨가한 <성장물>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성장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발 끝까지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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