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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접근의 의도
작가 : 햐뉴
작품등록일 : 2017.11.29

막장집안에서 태어난 외동아들 제경수
전생에 무슨 업보를 지었길래, 집안에는 온통 외면하고 싶은 가족 뿐
그러던 어느 날 경수에게 완벽한 남친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환경이 환경인지라 불쑥 의심부터 먼저... 너 나한테 접근한 의도가 뭐야?
너무 완벽한 남친 선우와 그런 남친이 못내 의심스러운 경수의 이야기

 
2. 커밍아웃 (2)
작성일 : 17-12-02 16:27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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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못하겠어."

  "그럼 내가 할게."

  "아니, 너한테도 못 맡기겠어."

 

  유선우와 나는 작은 실랑이를 버리고 있었다. 어쩌면 나 혼자만의 실랑이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 누가해?"

  "몰라. 그냥 우리 둘다 안 하면 안 돼?"

  "..."

 

  우리가 실랑이를 벌이는 논제는 하나였다. <김현수에게 누가, 어떻게 커밍아웃을 하는가>였다. 상대가 김현수니 웬만하면 난이도 1점짜리 문제였지만, 사안이 사안인만큼 -게다가 왠지 나는 김현수에게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싫었다. 그냥 뭔가 쑥스럽다. 씨발. - 특수난이도가 불어나 꽤 골치아픈 문제가 되어버렸다.

 

  유선우는 그럼 제가 말하겠다 하긴 했지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믿음이 안 갔다. 왠지... 얘는 너무 직설적으로 말할 것 같아.

 

  "둘이서 뭘 그렇게 속닥거리냐?"

 

  아 씨발, 깜짝이야.

 

  불쑥 책상 앞으로 나타난 김현수의 상판에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자, 김현수가 대놓고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와... 내가 뭘 했다고 아침부터 욕을 하냐."

 

  물론 죄책감 따위는 조금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유일하게 켕기는 게 있다면... 김현수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지만... 하여튼 그랬다. 김현수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우리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무언가를 짐작하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희 어제 나 없는 새에 무슨 일 있었지."

  "!!!!!"

  "갑자기 너무 친해진 게 수상쩍단 말야. 오늘 등교도 같이 하고..."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는 듯 했다. 왜 이래, 현수야. 이건 네가 아니잖아... 평소의 너로 돌아와, 이 눈새새끼야...

 

  "뭔.가.수.상.해."

 

  더는 참지 못하고 유선우가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어."

  "!!!!"

 

  나는 유선우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리고 유선우를 향해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앞에서 "뭔데, 뭔데?" 하고 김현수가 우리를 재촉했지만 개의치 않고 유선우에게 다급한 표정으로 메세지를 보냈다.

 

  지금은 안 돼. 아직은 아니야, 유선우. 아직은 안 된다고.

 

  내 절박한 고개짓을 알아차렸는지, 유선우는 안심하라는 듯 내게 옅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입을 벙긋거리며 입 모양으로 '알았어.' 하고 전달했다.

 

  그리곤 김현수를 향해 말했다.

 

  "사실 우리 사겨."

 

  씨발.

 

 

 

  *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가는 지 모르겠다. 먹는 내내 그랬다. 모른 척 하려고 해도 반찬을 집느라 고개를 숙이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시선이 뜨거웠고,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면 황급히 눈을 돌리는 움직임은 또 너무 늦었다. 몰래 쳐다볼라면 잘 좀 하든가. 나는 나를 모른 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김현수를 불렀다.

 

  "야."

  "..."

  "야."

  "...어, 왜? 하하- 내가 경치 좀 보느라고. 참 아름답네."

 

  연기도 드럽게 못해.

 

  "너 솔직히 말해. 너 내가 게이인 거 못마땅하지."

  "...아니?!?! 네가 게이인 걸,"

  "아씹. 좀 조용히 좀 말해."

 

  김현수가 주위를 살피더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너 하나 신경쓰는 것도 이렇게 피곤한데, 여기 있는 수백명이 알면 어떻게 될까... 암튼 좀 끔찍한 상황이 될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좀 괘씸해졌다. 누가 괘씸해졌냐면,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하고도 저 혼자 태연히 밥만 잘 넘기고 있는 내 옆의 대담한 누구 말이다.

 

  "야, 유선우. 우리를 못 받아들이는 저 정상인 친구를 위해 한 마디 해라."

 

  내가 어금니를 씹으며 말하자, 유선우가 조용히 눈을 들어올리더니 나와 김현수를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태연한 목소리로 내 말을 교정했다.

 

  "정상인이 아니라, 호모포비아."

  "아니, 누가 호모포비아야!"

 

  발끈한 건 김현수였다. 나는 슬쩍 코웃음을 쳤다.

 

  "네가 지금 하는 짓이 호모포비아지, 뭐냐."

  "내가 언제?? 난 너희들을 존... 존중해!"

  "됐어. 니 말 뜸 들인 거 다 봤어. 그리고, 용기있는 고백을 한 친구를 1교시부터 지금까지 실험체마냥 눈으로 해부하는 게 존중이냐?"

  "..."

 

  김현수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눈을 여기저기 굴리며 우물쭈물 하던 김현수와 내 눈이 마주쳤고, 별안간 김현수가 고개를 푹 수그러트렸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를 힘겹게 내뱉기 시작했다.

 

  "...미... 미안하다..."

  "...아니, 사과를 들으려는 건 아니ㄱ,"

  "나도 모르게... 자꾸... 흡... 미안해... 나도 너무... 당황... 흡!"

 

  김현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울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당황했고, 김현수에게 "야, 울지 마."라고 했지만 김현수는 눈물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참으려는 듯 입을 앙다물고 끅끅댔지만, 실은 그 끅끅임이 더 요란스러웠다. 주위의 이목이 하나 둘 우리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야, 김현수..."

  "흐읍, 끄윽-! 미안해! 나도, 안, 안 그럴려고 하는데...!! 흐읍..."

  "아니, 너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니까..."

  "아니야... 난 사실... 너희가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날 놀리나 싶었고... 그게 사실인지 알았을 때는... 흐읍... 진짜... 좀... 혐오한 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김현수가 더는 참지 못하고 엉엉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제는 대놓고 모든 호기심이 우리 쪽으로 쏠려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쪽일에 신경 끄고 식사들 하시라는 의미로 억지미소를 지으며 김현수의 어깨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애가 여친한테 차여서 그래요. 그러자 모두 우리에게 알만하다는 듯, 안쓰럽단 표정을 지어주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자기들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이밍을 맞추어 김현수의 넋두리는 계속 되었다.

 

  "흐읍...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네 친구 자격이 없어..."

  "아니, 그니까... 네 잘못이 아니라니깐? 사실 잘못을 따지면 내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넌 입 좀 다물어."

 

  나는 내 식판의 쿠키를 집어서 유선우의 입에 물려주었다. 생각해보니 김현수가 울기 시작한 것도 네가 호모포비아라고 해서 그런 거잖아. 제발 이거 먹고 얌전히 좀 있어라.

 

  "미안해, 경수야... 흐읍..."

  "아니, 진짜 괜찮ㅇ,"

  "우리 종종 흐읍! 끄윽! 서로 막 게이냐고 놀리면서 놀았잖아... 막 호모새끼냐 그러고, 더럽다 그러면서 킬킬대고... 그래서 진짜 네가 게이일 거라곤..."

 

  유선우의 시선이 내게로 와 박혔다. 먹어, 먹어.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김현수의 식판에 있는 쿠키도 꺼내 유선우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때마다 실은 네 마음 속이 얼마나 아팠을까..."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양심에 좀 찔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난... 사실을 알고도... 너흴 혐오했어... 난 정말 죽일 놈이야!!"

 

  김현수가 소리를 지르며 자책을 했고, 난 정말 이러다가 얘가 옥상 위에서 떨어진다고 난동을 피우진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스물스물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대한 김현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김현수를 끌어안고 아기처럼 토닥였다.

 

  "괜찮아. 진짜 괜찮아. 현수야, 괜찮다, 우리 현수 괜찮다..."

  "끄흡, 미안해, 혐오해서..."

  "괜찮아. 누구나 혐오할 수 있어. 사실 나도 너를 혐오했는 걸? 게다간 난 네가 이성애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김현수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했어. 그러니 나도 미안해. 우리 이제 쌤쌤이지?"

  "미안해... 미안해... 으헝헝헝헝헝헝헝헝헝헝"

 

  김현수가 내 어깨에 얼굴을 박고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끈적끈적한 것이 느껴졌지만 (정체는 말 안해도 다들 알겠지...) 지금은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김현수를 진정시키느라 무진 애를 썼다. 우리 쪽으로 수많은 시선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급식실에서 쏠리는 게 적어도 옥상 위에서 쏠리는 것보단 나을 거라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독였다. 게다가 "저기 한 쌍의 게이커플이다."라는 비아냥은, 사실 (대상을 잘못 짚었을 뿐) 절반 정도는 맞는 사실이라서 크게 타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김현수가 얼마나 애절하게 울었던지... 오히려 우리를 향해 비웃는 사람은 주변 학생들의 뭇매를 맞아야했다. 물론 그들은 김현수가 우는 이유를 실연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김현수가 단벌반팔이라 벗지도 못하는 내 교복상의를 콧물범벅으로 만드는 것으로, 급식실 소동은 일단락되었다.

 

 

 

  *

 

  결국 김현수는 울다가 탈진을 해서 실신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유선우에 등에 엎혀 보건실까지 당도하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과 수다의 장을 벌이고 있던 보건선생님은 우리를 보더니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유선우가 비어있는 침대에 김현수를 눕힌 뒤, 보건선생님은 김현수를 이러저리 관찰하기 시작했다.

 

  "별 이상은 없어보이는데... 얘 왜이러니."

  "울다가 쓰러졌어요."

  "탈진인가 보군. 한숨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질 테니까 그만들 가 봐."

 

  보건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우리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우리는 선생님께 꾸벅, 고개를 숙이고 보건실을 나왔다. 나오기 전에 김현수의 얼굴을 한 번 더 확인했는데, 너무 격하게 울어서 잔뜩 부은 눈두덩이가 유난히 눈에 띠었다.

 

  밖으로 나오자, 점심시간도 끝난 뒤라 나와 유선우 밖에 없는 복도는 굉장히 한적하고 고요했다. 오로지 터덜터덜 걸어가는 힘없는 발소리들만이 존재했다. 그제야 온 몸의 힘이 풀리기 시작하고, 도대체 오늘 하루동안 뭔 일이 벌어진건가 싶었다.

 

  "야. 유선우."

 

  유선우의 눈동자가 내 얼굴로 조용히 와 박혔다.

 

  "어째 오늘 나 혼자 발버둥 친 거 같지 않디?"

  "..."

  "넌 왜 가만히 있었냐."

  "..."

  "따지고보면, 네가 벌인 일이잖아."

 

  이제사 치사하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대로 넘기기엔 억울했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먼저 다짜고짜 커밍아웃을 한 것도, 그래서 김현수를 놀래킨 것도 다 너였잖아. 그런데도 너는 마치 남일인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지. 오늘 하루 심장을 졸인 것도, 정신 나간 김현수를 안고 너덜너덜해진 것도 모두 나였다. 유선우는 멀쩡했다. 옷 매무새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그리고 아마 평소였다면- 개구진 표정으로 우리와 함께 웃고 있었을 녀석이- 미안하다고 골백번 외친 뒤 지쳐 쓰러진 몰꼴을 보자, 게다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버린 그 얼굴을 보자, 속에서 죄책감이 피어올랐다.

 

  그런데 넌 멀쩡하지. 멀쩡해도 너무 멀쩡하지. 망가진 건 나하고 김현수 뿐이지. 그러니 속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선우는 싸늘해진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더니,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뜬금없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현수는 좋은 애 같아."

 

  ...허. 기가 막혔다. 기막힌 숨을 토하는 나를 개의치 않고 유선우가 다시 입술을 열었다.

 

  "사과할 거라곤 생각 못 했어."

  "..."

  "처음이었어. 누가 나한테 사과를 하는 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유선우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현수의 잘못은 없었어. 걘 우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왜 말리지 않았어?"

 

  유선우가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었다.

 

  "그냥 듣고 싶었거든."

  "..."

  "사과하는 거."

 

  유선우의 눈은 지독히 쓸쓸해보였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햐뉴입니다 :)

 심사위원님들... 끝까지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제 글이 웹툰이나 웹드라마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bl로 느끼실 수도 있지만 사실 bl을 첨가한 <성장물>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성장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발 끝까지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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