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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좀비아일랜드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좀비로 가득차버린 여의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2. 내부의 문제
작성일 : 17-11-27 15:07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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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아일랜드

 

 22. 내부의 문제

 

 

 석현은 재고 창고로 들어갔다. 여전히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그는 밖에서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편한 일상을 즐기다가 밤이 되면 몰래 재고 창고로 들어가 왕이 됐다. 그의 포로는 좀비로 변한 보람이었다.

 

 “이젠 못하겠다.”

 

 석현이 말했다. 보람의 몸은 이제 생기를 잃었고, 냄새가 점차 많이 나고 있었다. 석현은 그런 보람이 불쾌해졌다.

 

 “봐봐. 이렇게 쉽게 변한다니까. 사람은.”

 

 보람을 보고 말한 것인지, 자신을 두고 말한 것인지 모를 말을 하면서 석현은 가만히 보람을 바라봤다. 그녀를 어떻게 처리 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여전히 눈을 뜨고 있었고, 여전히 움직이려 했지만, 손은 여전히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입에는 청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하나씩 자를까… 아님 썩어 없어질 때까지 그냥 놔둘까…”

 

 보람은 이제 하나의 시체와 같았다. 석현은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한참을 내려다보더니 바지를 내렸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석현은 보람에게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풀기 시작했다.

 

 보람의 몸이 요동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람의 손목이 끊어졌다. 묶어놓았던 케이블타이가 그녀의 손목을 파고들어 약하게 하고 있었음을 석현은 모르고 있었다. 오른쪽 손목이 끊어지자마자 오른쪽 팔이 석현의 등을 쳤다. 보람이 석현을 잡으려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석현은 그 움직임만으로도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악!!”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보람은 오른손을 뻗으며 석현 쪽으로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왼쪽 손목이 여전히 묶여 있었다. 뒷걸음질 쳤던 석현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보람을 보고 말했다.

 

 “와… 이 X발년. 졸라 놀랐잖아!”

 

 석현이 소리를 꽥 질렀다. 보람은 계속해서 앞으로 가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손이 없는 팔만 계속 휘둥거렸다.

 

 석현은 보람에게로 가 발로 얼굴을 찼다. 보람의 얼굴이 돌아갔다. 하지만 보람은 그 상태로도 계속 석현을 향해 가려고 했다.

 

 ‘드득.’

 

 보람의 왼쪽 손목이 끊어진 것은 그때였다. 보람은 석현을 향하기 시작했고, 석현은 놀라서 자빠졌다. 보람이 손목 없는 팔로 기어서 석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석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목은 여전히 돌아간 상태였다. 하지만 눈은 석현을 보고 있었다. 곁눈질, 째려보는 듯 한 눈으로 석현을 쳐다보며 보람이 계속 기어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석현은 비명을 질렀다.

 

 -

 

 ‘뭐지?’

 

 비명 소리를 가장 먼저 들은 것은 빈건이었다. 옆에는 명지가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 빈건이 고개를 돌리자 명지가 볼에 공기를 한 아름 넣고는 채근 댔다.

 

 “나랑 있을 때 한눈 팔거에요?”

 

 빈건은 그런 명지의 입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으악!”

 

 또 한 번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석현이 시야에 나타났다.

 

 “무… 무슨… 일... “

 

 명지가 달려오는 석현을 보고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빈건은 아무런 말도 안하다가 명지의 손을 잡았다.

 

 석현이 둘을 지나쳐갔고 이어서 좀비하나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끼야아아악!”

 

 명지의 비명소리가 이마트를 울렸다. 빈건은 쫓아오는 좀비를 무시한 채 석현을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명지도 함께였다.

 

 석현이 나타나고 곧이어 비명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놀라 모였다. 진명도 놀라서 빨리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진명이 재빨리 물었다. 석현은 숨을 헐떡이며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순간 진명이 들고 있던 총으로 석현을 겨눴다.

 

 “움직이지 마. 쏜다.”

 

 진명이 총부리를 석현에게 겨누자 놀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특히 이마트 직원들은 더욱 놀란 눈치였다. 세찬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진명씨 총은 내려놓죠.”

 

 세찬의 만류에도 진명은 미동이 없었다. 세찬이 움직이면서 진명에게 다가가려 하자 옆에 있던 태열이 곧바로 작은 주머니칼을 꺼내더니 세찬의 목에 갖다 댔다.

 

 “유도 하신 거 알지만 일단은 서로 조심해요.”

 

 태열은 공손하게 말했다. 태열은 캠핑용 나이프를 하나 챙겨 논 것이 아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이유라도 들어보고 총을 들어야,”

 

 세찬이 말을 끝내기 전에 빈건과 명지가 나왔다. 세찬은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진명은 계속 석현을 겨누고 있었고, 태열은 계속 세찬의 목에 칼을 대고 있었다. 빈건이 나오자마자 한 씨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진희가 총을 던졌다. 빈건이 뛰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거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빈건은 옆에 있던 진희가 던져주는 총을 잡고는 바로 문 쪽을 겨눴다.

 

 “좀비에요. 다들 멀리 떨어져요!”

 

 천천히 문 밖으로 여자 좀비 하나가 걸어 나왔다.

 

 “보람아!”

 

 소리를 지른 것은 주아나였다. 그녀는 입을 꼭 틀어막았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보람은 셔츠를 풀어 헤친 채로 가슴이 다 드러나 있었고, 하의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양 팔에는 손이 없었다. 고개는 살짝 옆으로 돌아갔지만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탕!”

 

 빈건의 총구가 연기를 뿜었다. 보람의 머리를 총알이 꿰뚫었고, 그 충격으로 보람의 몸이 살짝 뒤로 밀려났다.

 

 “타다당!”

 

 반자동이었다. 한 번에 세발의 총알이 보람의 목으로 발사됐고, 그 충격으로 보람의 목이 하늘 위로 살짝 솟았다. 그리고는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몸도 바닥으로 쓰러졌다. 보람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다들 끔찍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서미자씨를 비롯한 이마트 직원들은 끔찍한 모습에 눈물을 흘렸고, 주아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펑펑 울고 있었다. 가슴을 치면서.

 

 “자... 이제 해결 됐으니까 총 내려놓자고.”

 

 세찬이 말했다. 하지만 진명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이미 좀비물에서 내부가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초지종 먼저 들어야겠어요.”

 

 진명의 단호한 목소리에 세찬은 살짝 열이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난 잘 못한 게 없어!”

 

 석현이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절규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그냥 좀비에 물린 여자를 보호한 것뿐이라고!”

 

 석현이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진희가 말했다.

 

 “성폭행이에요.”

 

 여자라면 모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사실 누구라도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법했다. 단지, 그것을 입으로 꺼냈을 때, 다가오는 무게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나만 한 게 아니야! 세찬이 형도 했고! 경준이도 했고!”

 

 석현이 소리를 지르자마자 갑자기 세찬이 뒤에 있던 태열을 엎어치기 했다. 태열은 칼을 써보지도 못한 채 그냥 바닥에 고꾸라졌다. 언제나 조용히 있던 경준은 이런 상황에서도 조용했다. 단지 들고 있던 총을 진명에게 겨눴을 뿐이었다.

 

 “총 내려요... 우리 다 같이 살아야죠...”

 

 경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채영은 그의 목소리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차분하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같이... 못 지내요. 저런 놈들이랑은... 같이...

 보람아... 보람아....”

 

 아나는 더욱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절규를 보며 사람들은 더욱 비탄에 빠졌다. 대다수가 충격을 받은 채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빈건이 총구를 경준에게 돌렸다. 진명이 석현을, 경준이 진명을, 그리고 빈건이 경준을 겨눈 상태였다. 움직임이 자유롭던 세찬이 진명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에이. 총 없는 사람은 총 없는 사람들끼리 노는 게 맞지 않겠어요?”

 

 세찬이 가는 길을 문학이 야구 방망이로 막았다. 세찬은 날카로운 눈으로 문학을 노려봤다.

 

 “다들 오해하는 것 같은데... 석현 씨를 겨누고 있는 이유는 하나야.”

 

 마침내 진명이 입을 열었다. 다들 그를 쳐다봤다.

 

 “묻어 있는 피.”

 

 석현의 옷깃에 피가 묻어 있었다.

 

 “석현 씨가 어떤 짓을 했는지는 관심 없고!

 내부에서 좀비가 나타나면, 그땐 다 끝날 수도 있어.

 그래서 자초지종을 들어야 겠어.“

 

 진명의 말에 경준과 세찬이 빠르게 기세를 잃었다. 잘잘못을 떠나서 생존의 문제였다.

 

 “이... 이 어린놈의 새끼가!”

 

 석현이 진명에게 달려들었다. 진명의 총구에서 빛이 발했고, 석현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경준과 세찬은 다행히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석현은 보람의 옆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죽어!”

 

 그 때, 주아나가 태열이 떨어트린 칼을 주워서 세찬에게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경준이 총을 쐈고 주아나의 팔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바로 이어 발사된 빈건의 총알이 경준의 관자놀이를 꿰뚫었고, 경준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세찬이 진명에게 달려들었지만 문학이 휘두른 방망이에 뒤통수를 맞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쓰러진 세찬의 목에 주아나가 칼을 찔러 넣었다.

 

 한 씨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미자씨와 이마트 아주머니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유는 갑자기 벌어진 참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마트 직원들도 이 참상에 어이가 없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명만이 담담하게 총구를 돌려 주아나를 겨눴다. 그 모습을 보고 다들 놀랐다.

 

 “진명씨! 지금 무슨!”

 

 지유가 진명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빠...”

 

 명지가 빈건을 잡아 당겼다. 어떻게든 해보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빈건은 총을 내려놓고는 담담하게 진명을 바라봤다. 진명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다는 표시였다.

 

 “형님. 아나 씨는 왜요?”

 

 문학은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이해가 안돼서.”

 

 진명이 차분하게 답했다.

 

 “이정도 까지 할 이유가 없거든.”

 

 진명은 아나가 갑자기 세찬에게 칼을 휘두른 것을 이상하게 여겼던 것이다.

 

 주아나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팔은 이미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진희는 어느새 허리띠 하나를 가져와서는 아나의 팔을 허리띠로 단단히 매어 출혈을 지연시켰다.

 

 “설명할 거 있으면 빨리해요.”

 

 진희의 말에 아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말했다.

 

 “우리... 연인이에요...

 보람이랑 저... 연인사이였다구요!”

 

 아나의 말에 다들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특히, 아나가 진명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지유는 더욱 놀란 눈치였다.

 

 “보람이가 사라져서... 그래서 죽은 줄 알았는데...”

 

 아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진명은 가만히 총을 내려놨다.

 

 지유는 아나를 부축해서 이동했다. 채영과 진희, 명지가 함께 도왔다. 일단은 눕혀야 했다.

 

 

 “죄송합니다. 치우죠.”

 

 진명은 전에 더욱 더 철저히 살피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는 말없이 시체를 들었다. 빈건이 도왔다. 태열과 문학도 마찬가지였다. 시체를 모두 재고창고로 옮기자 서미자씨의 지휘아래 아주머니들이 바닥을 청소했다. 만식은 도대체 오늘 식사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리가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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