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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좀비아일랜드
작가 : 박재이
작품등록일 : 2017.11.8

좀비로 가득차버린 여의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1. 생환
작성일 : 17-11-27 15:06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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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아일랜드

 

 21. 생환

 

 진명은 킥킥댔다.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반대네.’

 

 오히려 가까이에서 봤을 때 희극이었다. 진명은 여전히 옴옴 거리며 자신의 다리를 조물거리고 있는 좀비를 밟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던 지점, 이마트와 일직선 사이에 있는 곳에서 심호흡을 깊게 했다. 옆에 방치되어 있던 차의 문을 열고 라이트를 켰다. 아직 방전이 되지 않은 듯 라이트는 환하게 앞을 비췄다. 그리고 그 빛에 반응한 좀비들이 진명 쪽으로 다가왔다.

 

 ‘아직이야.’

 

 진명은 또 다른 차로 갔다. 열쇠도 없고 문도 잠겨있는 차였다. 진명은 헬멧을 벗어 유리를 강하게 쳤다. 유리가 깨졌다.

 

 ‘삐~삐~’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더 많은 좀비들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헬멧을 다시 착용한 후, 진명은 제자리에 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좀비들의 모습을 봤다. 노란색 가로등 빛을 받으며 천천히 다가오는 존재들이 거리를 점차 채우고 있었다.

 

 ‘트라이. 아니 미식축구니까 터치다운!’

 

 진명은 몸을 숙이고는 정면을 응시했다. 그의 뒤에서 옆에서 좀비들이 가까이 와 금방이라도 진명을 물 것 같았다. 하지만 진명은 미동도 없이 정면만을 봤다.

 

 그는 길을 찾고 있었다. 한 번에 물 흐르듯이 어디에도 잡히지 않고 이마트까지 가야했다.

 

 진명의 옆에 있던 좀비가 진명의 목덜미에 번뜩이는 이빨을 가져갈 때, 진명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 길이 보였다.

 

 ‘탕!’

 

 마치 출발 신호가 있었던 것처럼 그는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물려던 좀비는 그 속도를 쫓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린 진명을 찾을 뿐이었다.

 

 진명은 그가 보았던 그 길을 향해 달렸다. 주저함도 망설임도 없었다. 주변의 좀비들은 그를 아예 인식하지 못하기도 했고 인식했다 해도 그를 잡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는 놓쳐버린 그를 뒤따르지도 못했다. 진명은 마치 안개처럼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진명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제치고 달려가는 좀비들이 마치 그를 불편하게 하던 장애물 같았다. 그 장애물을 하나하나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 쾌감이 작지 않았다.

 

 ‘터치다운!’

 

 진명이 버스 앞에 섰을 때 그가 속으로 외쳤다. 무사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많은 좀비가 쫓아오지도 않았다. 그는 버스 사이로 들어가 정문 계단으로 내려가려다가 후문 쪽으로 갔다.

 

 ‘괜히 놀랄라.’

 

 경계는 총을 들고 있었다. 밤이었고 오인당해서 총 맞기는 싫었다. 이마트의 입구 왼쪽에는 작은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그리로 내려가면 후문이 나온다. 후문은 일행이 쉬고 있는 곳과 가까워서 금방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입구가 작고 구석에 있어 들어오는 좀비들도 없는 곳이었다. 진명은 잽싸게 밑으로 향했다.

 

 ‘..... 진희야…’

 

 이마트는 외부가 유리로 되어 있어 쉽게 안을 볼 수 있었다. 진명은 내부에서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에 그만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환상 같았다. 동생이 살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몇 번 휘젓고는 다시 안을 봤다. 진희가 맞았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있었다.

 

 활짝 웃고 있지는 않았지만 무섭고 두려워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무슨 일을 겪은 건지 표정에서 어둠이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새하얀 빛을 내고 있었다. 긴 생머리도 여전했다. 진희였다. 동생이 살아있었다.

 

 ‘탕탕탕!’

 “문 열어!”

 

 갑작스러운 소리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곧 지유가 반가움에 달려 나와 문을 열었고, 진희는 들어오는 진명을 멍한 눈길로 바라봤다. 빈건은 미소를 지었다.

 

 “어서 가 봐요.”

 

 지유가 작게 말하며 길을 열었다. 진명은 진희에게 걸어갔다. 진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울어도 돼.”

 

 진명이 말했다. 진희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바보야. 니 눈물이나 닦아.”

 

 진명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진희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진희가 한 발짝 앞으로 가서 진명을 안으려 했지만 뭔가 어색했다. 진명도 손을 펼치려 했지만 역시나 어색한지 말아버렸다.

 

 “확실히 진짜 남매 맞아.”

 

 옆에 있던 채영이 둘의 어색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삭였다.

 

 “응. 남매끼리는 훈훈하면 안 돼지.”

 

 태열이 맞장구를 쳤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또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은 간만에 파티 분위기였다. 팀장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남매의 재회를 반가워하는 것이 옳다는 분위기였다. 만식의 음식과 지유의 노래가 이어졌다. 앞으로의 암담함을 애써 지우려는 듯이 다들 어두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있었다.

 

 -

 

 “큰일 날 뻔 했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지?”

 

 금발의 여자가 대꾸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모든 것이 참 의외야.”

 “시작부터 의외였으니까. 그래서 다음 임무는?”

 “무사 복귀.

 그레이. 당신은 어쩔 거야?”

 “난 아직 챙길 사람이 있어서.”

 

 그레이의 말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을 셈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금방 마무리만 하고 복귀할거야.”

 

 그레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앞에 여러 대의 브라운관이 여의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의 모니터에는 이마트 내부의 모습이 영사되고 있었다.

 

 “역시 살아 있었네. 스마트보이.”

 “아는 사람?”

 

 남자가 물었다. 그레이는 미소를 계속 띤 채로 답했다.

 

 “함께 밤을 보낸 사이?”

 “아이고. 하여간 취향은 확실하다니까.”

 “내가 그랬잖아. 난 한국 남자들 좋다니까.”

 

 남자도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뭐 그건 그렇고. 관여는 안 돼.”

 “당연해. 직접적인 관여는 절대 안 돼지.”

 

 그레이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남아 있던 그레이가 혼잣말을 했다.

 

 “그럼… 스윗 가이에게 가볼 까나?”

 

 그레이도 켜져 있는 화면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왔다.

 

 -

 

 삼일이 지났다. 사람들은 이마트 안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밤낮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좀비로부터의 위협에서도 안전했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빈건과 세찬의 자기 몸 지키기 원 포인트 레슨이 있었고 아침저녁으로 체력단련도 이어졌다. 사격 법 훈련도 빈건의 몫이었다. 서미자씨를 비롯한 협력직원들도 총기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현재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불편한 미래를 잊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이걸로 괜찮을 까?”

 

 문학이 함께 경계를 서고 있던 태열에게 물었다. 태열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일단 살아 있으니까. 고마워는 해야지.”

 

 태열의 뇌리에 민구의 모습이 스쳐갔다. 그는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좀비가 너무 늘어났어.”

 

 사실이었다.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지 않으면 좀비들이 이마트로 쏟아져 내려왔을 정도로 많은 좀비들이었다. 각자의 집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 외 다른 곳에서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던 사람들도 결국 좀비가 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다 좀비가 되어 여의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너무 걱정마라. 어찌 되겠지. 니 얼굴 하얗게 떴다. 스트레스 그만 받아.”

 

 태열의 이야기에 문학은 한 숨을 내쉬었다.

 

 “경계 서면서 잡담이 뭐 이리 많아?”

 

 진명과 진희 지유와 채영이었다. 간식을 들고 온 모양이었다.

 

 “문학이 이 자식이 고민이 많아요.”

 

 태열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다들 살짝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나도 걱정이긴 한데…”

 

 진명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얼마 있다가 뭐 좀 할 생각이야.”

 

 그렇게 말하자 다들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진명을 쳐다봤다. 물론 지유와 진희는 ‘이 자식이 또?’라는 표정이었다.

 

 “별건 아니고. 여의도 불바다 작전이랄까?”

 “여의도 불바다요?”

 

 채영이 호기심 그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응. 다들 많이 모여 있잖아.

 확 불 질러 버리자고. 그럼 꽤 많이 타 없어지지 않을까?”

 

 진명의 말에 문학이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좀비도 무한히 늘어나진 않을 테니까요?”

 

 지유가 자문자답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다리 끊고 통제한 게 오히려 다행이긴 하네요.

 좀비가 더 늘어날 일은 없으니까.”

 

 진희가 차분히 말했다.

 

 “병신아 다리 안 끊었으면 우리 다 살았고 군대 들어왔음 다 죽이고 끝났어. 어디서 차분한 척이야.”

 “아. 닥쳐. 병신아.”

 

 진명과 진희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고는 다들 웃었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와 같이 있을 때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것이 영락없는 현실 남매였다.

 

 “어쨌든, 우리가 유리해. 음식도 충분하고. 저들은 쪽수가 늘어날 일이 없으니까.”

 “우리는 쪽수를 늘릴 수도 있죠!”

 

 문학이 해맑게 말했다. 태열이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영이 물었다.

 

 “어떻게 쪽수를 늘려?”

 “섹스! 섹스!”

 

 문학이 대놓고 말하자 진희와 지유는 어이없다는, 혹은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명은 크게 웃었다. 채영은 문학의 명치를 강하게 쳤다.

 

 “좀비나 너나. 더러워.”

 

 다들 웃기 시작했다.

 

 -

 

 “괜찮아?”

 

 그레이가 물었다.

 

 “참… 신세를 졌구만.”

 

 자리에 누워있던 팀장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몸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아니 뭘 믿고 그랬어? 진짜 죽을 생각이었어?”

 “목숨을 빚졌거든.

 그런데 또 목숨을 빚졌네.”

 “아니. 이번에는 빚진 건 아니지. 내가 갚은 거야.”

 

 그레이의 말에 팀장은 아련한 눈길을 보냈다. 합당했다.

 

 “그래. 갚은 걸로 치지.

 팀은?”

 “이미 다 철수 했어.

 자기가 보고 해준 덕분에 일처리는 더 쉬웠고.”

 “어쨌든, 임무니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 난리가 날 줄은 전혀 몰랐지만.”

 “사정 이해해줘. 우리도 보안이라는 걸 신경 안 쓸 수가 없으니까.”

 

 그레이는 팀장의 볼에 살짝 뽀뽀했다.

 

 “대신에 구하러 왔잖아. 엑스 허스밴드.”

 

 그레이가 윙크를 했다. 팀장은 그 윙크를 담담하게 받아내고는 자리에 고쳐 앉았다.

 

 “혹시… 다음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는 거야?”

 “3일 후에 All clear up.”

 

 팀장은 한숨을 쉬었다. 옆에 놓여 있던 담배를 꺼내 물어 불을 붙였다.

 

 “회피 방법은?”

 “보안상 말해 줄 수 없어.

 알아서.”

 

 그레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으로 향했다.

 

 “이제 볼 일 없겠네?”

 “.......”

 

 팀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담배만 피울 뿐이었다.

 

 “그래도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당신도. 이마트에 있는 스윗보이도.”

 

 그레이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나섰다. 팀장은 순간 스윗보이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저 여편네가…’

 

 팀장은 다시 담배를 크게 한 모금 들이 마시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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