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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5장 만찬
작성일 : 16-05-28 11:33     조회 : 432     추천 : 0     분량 : 5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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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만찬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답의 첫 번째 질문은 티그리스 강가에서 시작되네.

 자네가 대륙에서 산맥을 넘어온 자이든,

 조개껍질 섬에서 탄생과 사라짐을 함께할 자이든 상관없다네

 강은 모든 이를 감고 인내하네.

 

 대륙을 관통하는 강, 조개껍질 섬을 감고 흐르는 강, 티그리스여!

 신탁을 전달하는 무녀이자, 신성한 지주이자, 용맹한 호랑이 같은 물쌀의 소유자이시여!

 심장이자, 척추이자, 우리를 먹여 살리시는 강의 여신이시여.

 당신이 안 계신다면 불행한 이들도 많사오만, 기쁜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몰래 기뻐하는 이들을 축복하시되, 저희의 발치에서 멀어나지 말아 주시옵소서.

 알 수 없는 당신의 물쌀에 우리는 그저 기도하며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일 밖에 할 수가 없나니.

 그저 우리를 가엾게 여기고 보살피소서.

 

 -고서 ‘바보의 현자 흉내’ 중 발췌-

 

 주석: 예로부터 성스럽게 여겨졌던 티그리스 강은 우리네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농사적으로나, 문명적으로나 물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이다. 비록 강의 변덕스러움에 대해서는 알 기가 힘들어도, 섬 어딜 가도 맡을 수 있는 물내음을 가진 티그리스 강으로부터 수혜를 받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상냥한 알피의 도움으로 저택에서의 일과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이 정도의 흐름이라면 몸에 익숙하게 하는 데에는 시간만 흐르면 된다고 여겼을 때쯤,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져 왔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남긴 접시들과 식기들을 정리하며 만난 알피는 오늘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 거라고 했다.

 알피가 내일부터 다른 일을 맡게 되어, 더 이상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언니, 저 책 심부름을 가게 됐어요. 멀리 대륙까지 가서 책을 받아와야 한다네요. 배를 타고 갈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산맥은 사냥꾼같이 전문적인 사람이 아니면 넘기가 힘드니까요. 한동안은 못 볼 것 같아요. ”

 

 

 

 그 전에도 알피는 종종 서재의 일을 맡았다.

 

 

 

 책에 빠지거나 손상된 페이지가 있는지 확인도 하고, 소장 목록이랑 현재 서재의 책이랑 다른 것은 없는지 비교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긴 일정을 가게 됐다.

 

 

 “같이 가면 좋을텐데. 아쉽다. 배를 타고 가면 뱃멀미를 할 수도 있을텐데. 가서 좀 챙겨주고 싶네. 언제 출발하는 거야?”

 

 

 “내일 아침이요. 신기한 게 오늘 저녁에는 평소처럼 부엌에서 식사를 하는 게 아니래요. 무려 집사님하고 같이 저녁 식사를 한데요! 마치 주인님 내외처럼요. ”

 

 

 “정말이야? 네가 일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그런 걸 마련해줬나보다. 또 이번에 맡은 일도 엄청 중요한 거잖아? 잘 먹어야지. ”

 

 

 “그쵸? 그래서 제가 집사님한테 언니도 같이 먹을 수 있냐고 여쭤봤거든요. 다행히 하녀장님께서도, 집사님께서도 허락하셨어요! ”

 

 

 “나까지? 오늘 저녁 만찬에?”

 

 

 “네. 사실 집사님이랑 둘이서 먹으면 좀 그렇잖아요. 워낙 그분이 빈틈없으시기도 하고, 제 상사이시기도 하니까요… 언니가 있으면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언니 괜찮으시죠? ”

 

 

 “나야 좋지. 만찬이라니, 이런 걸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먹어보겠어? ”

 

 

 “이따 집사님이 데리러 가신데요. 그럼 전 서재로 일하러 갈게요. 이따 봐요!”

 

 

 할 일이 많이 남은 모양인지, 알피는 급하게 서재로 달려가며 손을 흔들었다.

 

 

 총총히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회랑이 더 길고 어둡게 느껴졌다.

 

 

 화가들이 예술혼을 빛내며 그린 명작들이 벽에 무수하게 걸려져 있었다.

 

 

 그 그림들도 지금의 기분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당분간은 저택에서 혼자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외로움은 조금만 익숙해지면 잠시 쉬었다가 더 큰 강도로 찾아오곤 했다.

 

 

 그에 맞서는 방법이라곤 몸을 빨리 놀리는 수만 알고 있었기에, 다시 일로 주의를 돌렸다.

 

 

 

 **

 고대하던 저녁 만찬 시간이 찾아왔다.

 

 

 손님 접대용으로 주로 쓰는 큰 방으로 안내된 두 사람은 긴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적잖게 머뭇거렸다.

 

 

 항상 하던 일이 나르고 접대하는 일이다 보니, 머리로는 오늘만큼은 하녀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아도 몸은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발을 식탁보 밑에서 구르고 손을 만지작거리던 두 사람은 다른 하녀들이 주인 내외가 먹는 것과 같은 질의 음식을 내오는 것을 보고 나지막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너무 예쁜데?”

 

 

 “이런 음식을 우리가 먹어도 될까? 너무 고급인데…”

 

 

 마드린느가 걱정스레 말했다.

 

 

 “그럼요. 제가 맡은 일이 영주님에게는 꽤 중요한 일이거든요.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구요. 또 배를 타면 이제 앞으로 제대로 챙겨먹기보다는 소금에 절인 청어나 딱딱하다 못해 굳어버린 벽돌같은 빵만 먹을텐데. ”

 

 

 “알피 양 말이 맞습니다. 오늘은 제가 서빙해드릴 테니 두 숙녀분들께서는 양껏 드시면 됩니다. 코스가 계속되니 각 요리는 너무 배부르지 않게 즐기시는 게 좋겠군요.”

 

 

 머리를 깔끔히 올린 집사가 나비 넥타이를 메고 공손해보이는 말투와 함께 샐러드 접시를 가져왔다.

 

 

 지금은 손님 접대용 모드란 말인가.

 

 

 사용인들을 감시할 때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같았다.

 

 

 눈에는 따스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입매는 사랑스러움과 신사다움을 담은 채로 ‘나는 절대 실수하지 않습니다. 재비처럼 재빠르며 그림자처럼 은밀하게 여러분을 보필하지만, 절대적인 친절함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죠.’ 라는 식의 기운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이게 귀하신 분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란 말인가.

 

 

 물론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대단하기도 하면서 얄미웠다.

 

 

 ‘아니, 저렇게 사람을 대할 수도 있었단 말이야?’

 

 

 ‘평소에도 저렇게 상냥하면 좀 좋아. 맨날 지 할 말만 하고 말이야. 지가 무슨 귀족이야? 지도 결국 같은 사용인이면서… ’

 한편으로는 뭔가 안타까웠다.

 지금 저 사람은 일 때문에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다.

 무대 위의 배우처럼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서.

 사람이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먹고 사는 건 대체 뭔가…

 

 

 ‘돈 주니까 저런 것도 하는거지. 밥 먹고 살기 힘들구먼…’

 

 ‘그래, 이해하자. 사는 게 별거 없는거지. 저 사람도 힘들거야.’

 

 ‘집사님 힘내세요… 힘내서 저희에게 음식을 열심히 배달해주세요…’

 

 

 오늘 밤의 만찬에는 그저 먹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걸 잘 깨달은 알피와 마드린느는 넓은 아량으로 다른 이의 행동을 잘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사람이 가져온 캐비아로 입맛을 돋구면서 말이다.

 

 

 집사 양반은 두 아가씨가 자신을 불쌍하게 여김을 알아차렸는지, 약간 구겨진 얼굴을 억지로 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은쟁반에 내오며 설명까지 빼놓지 않고 곁들였다.

 “지금 나온 음식은 로스트 비프(Roast beef)입니다.

 등심을 덩어리 째 구웠습니다.

 

 

 

 한 조각씩 얇게 썰어놨으니, 겨자 소스나 호스래디시(서양고추냉이) 소스와 곁들어 드시면 됩니다.”

 두 숙녀분들의 포크와 나이프가 열심히 움직였다.

 

 고기 조각을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았고, 자연스럽게 생긋 미소가 지어졌다.

 

 집사는 먹는 속도까지 고려하며 음식이 식지 않게 타이밍을 맞추며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다음에 나온 빵은 가장자리는 바삭하게 부풀어오르고 가운데는 움푹 들어간 모양이었다.

 

 “요크셔 푸딩(Yorkshire pudding)입니다.

 

 밀가루, 계란, 우유로 만든 반죽에 로스트 비프를 구울 때 흘러나온 육즙을 부어 구운 빵입니다.

 

 로스트 비프와 같이 드시면 좋습니다.

 

 로스트 비프를 식힌 다음, 얇게 썰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말씀하시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요리도 둘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 다음에 나온 요리들은 피쉬 앤 칩스, 뱅어즈 앤드 매시, 스테이크 앤 키드니 푸딩 등 다양했다.

 마실 것으로는 우유, 포도 주스, 녹차, 페퍼민트 차, 캐모마일 차 등이 준비되어 있어 선택할 수가 있었다.

 이것저것 신기해하며 음미하며 신나게 먹다 보니 디저트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둘은 디저트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하지 않던가.

 “다음은 트라이플(Triffle)입니다.

 스펀지 케이크, 체리, 커스터드 소스, 견과류, 과일을 깊은 그릇에 층층이 넣은 다음 맨 위에 생크림을 얹은 요리입니다.

 특별한 날에 영애분들께서 즐겨 드시는 디저트 중 하나입니다.“

 체리와 청포도, 망고, 수박 등 알록달록하게 여러 색으로 꾸며진 모양새도 마음에 쏙 들었지만, 폭신한 스펀지 케이크에 부드러운 식감까지!

 “아, 진짜 달고 맛있다! ”

 “체리가 완전 상큼한데? 견과류도 고소하니 잘 어울리고. ”

 

 

 

 이 디저트는 왜 이리 맛있는가, 어떻게 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해 미식가들처럼 토론을 하던 중 집사가 가져온 것은 꽃 한송이였다.

 

 

 

 티그리스 가문이 사랑하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장미가 아니었다.

 

 

 

 흰 국화 한 송이.

 

 

 

 마드린느는 깜짝 놀라 먹던 디저트를 뱉어버렸다.

 ‘흰 국화라고? 사람이 죽을 때 올리는 꽃을 왜 여기 가져온거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무것도 몰라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 지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했었을 때, 사람들은 흰 국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편안하시라고.

 ‘그런 국화를 왜 가져온거지? 정원에 널린 게 장미인데?’

 

 

 집사가 국화 줄기 끝을 잡고 알피에게 내밀었다.

 

 

 

 “내일부터 막중한 임무를 띄고 떠나는 당신께 드립니다. 흰 국화의 꽃말은 성실, 진실, 감사죠. ”

 알피가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막중한 임무라니요! 집사님도 참! 꽃은 감사해요. 생크림처럼 하얗고 예쁘네요.”

 꽃을 받으며 기뻐하는 알피의 모습, 그게 마지막이었다.

 알피는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알피가 없어도 저택은 잘만 돌아갔다.

 마치 알피는 없었던 것처럼, 그런 사람은 애초부터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처럼 다들 행동했다.

 알피가 돌아오지 않은 채로 딱 6개월이 된 오늘, 마드린느에게 다시 한 번의 만찬이 있었다.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내일부터 갑작스레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은 채로 방안에 돌아왔다.

 흰 국화 한 송이가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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