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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티그리스 강가에서
작가 : 애플타운
작품등록일 : 2016.5.19

빚을 갚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 시내로 일자리를 얻게 된 마드린느는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저택은 완벽하지만 그만큼 쓸쓸했다.

 
4장 강가에서의 울음소리 (3)
작성일 : 16-05-27 10:28     조회 : 83     추천 : 0     분량 : 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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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렇게 많은 양의 식사가 간단하다는 말로 표현되다니.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군. 이 아침식사 한 끼가 내 하루 분 3끼 식사량보다 많아 보이는걸.’

 

 

 이걸 점심과 저녁에 밤참까지 차리는데, 갈수록 더 푸짐하게 준비한다고 했다. 더 많은 양의 고기와 버터와 크림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식사라는 것이다. 마드린느는 티그리스 가문 사람들이 이 많은 음식들을 다 먹기나 할지가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알피와 마드린느 둘이서만 아침 식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일에 시간이 촉박해서란 생각이 들었다.

 

 

 ‘젊은 사람들이야 한창 먹을 때라며 나이 든 분들이 좀 봐주시는 거였군. 이것도 눈 밖에 잘못 나면 택도 없겠어.’

 

 

 하인들이 각 방으로 음식을 올리려고 하자, 쉴 틈도 없이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알피가 말했다.

 

 

 “식사 준비가 끝났으면, 이젠 청소를 해야 해요! ”

 

 

 청소 도구를 챙기고 저택 곳곳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코끼리만한 유리창을 티 한 점 없게 닦았고, 훵한 회랑을 박박 쓸고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청소는 끝이 없었다.

 

 

 원래 집안일은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는 게 청소다.

 안 하면 금새 더러워지고, 먼지가 쌓이는 건 순식간이다.

 

 

 ‘농사일은 그래도 쉴 땐 쉬고,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지. 남의 눈치도 덜 보이고 말이야. 집안일은 영 손이 가지 않는단 말이야.’

 

 

 마음속으로 궁시렁대며 빈 방을 쓸고 닦았다.

 이 저택에는 왜 이리도 빈 방이 많을까.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혹시 이 저택은 청소를 위해 지어진 저택이 아닐까?

 

 

 옛 이야기에 나오는 공주들은 이런 저택에서 하하 호호 웃음소리나 내며 살았겠지.

 멋진 왕자님과 함께. 공주들은 노래도 잘하고, 동물들을 사랑하며, 우아한 걸음을 가졌다고 이야기들이 말한다.

 

 

 비단결 같은 머릿결과 얇은 발목으로 마녀의 질투를 사곤 했다지만 그런 일들은 왕자님을 만나기 위한 관문이었다.

 잘생기고, 부유한 데다가 용감하기까지 한 남자가 그녀들 앞에 나타나 무술 실력을 발휘해 곤경에서 구해준다.

 

 

 그러곤 운명 같은 사랑으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그들은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나지만, 그 밑에 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전해지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거겠지.

 그건 나름대로 나쁘지 않아 보였다.

 

 

 오래 기억되는 삶 만큼이나 괜찮아 보였다.

 잊혀져야 할 이들은 잊혀져야 했다.

 나쁜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퇴색되듯이, 물이 자연스럽게 강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걸레질에 손목과 무릎이 시큰거렸다.

 

 

 ‘의미없이 하기보다는, 단순한 동작 하나에도 뜻을 두자.’

 

 

 ‘집을 깨끗하게 하는 건 좋은거지. 여긴 내 집이기도 해.’

 

 

 땀방울을 흘리며 구석까지 닦는 마드린느를 기둥 뒤에서 지켜보는 집사가 있었다.

 

 그 뒤에는 또 다른 사람이 몰래 건넛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조심스럽고도 익숙한 몸짓이었다.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듯 금새 방 안으로 사라졌다.

 

 

 

 **********

 하루 일과를 마친 마드린느는 방에 돌아오자 마자 몸이 푹 늘어졌다.

 

 

 고된 하루였다.

 

 

 일을 가르쳐준다기 보다는 어깨 너머로 눈치를 봐가며 알아서 배워야 했다.

 

 

 원래부터 있었다는 하녀들은 뭐가 그리도 묵뚝뚝한지, 뭘 물어봐도 잘 대답도 안 해주는 데다가, 표정 변화도 하나 없어 말을 붙이는 일 조차 쉽지 않았다.

 

 

 마치 유령같이 다들 창백했고, 쉬지 않고 일했다.

 

 

 다들 걸을 때에도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잘들 움직였다.

 

 

 오직 알피와 마드린느만이 걸을 때 ‘뚜벅뚜벅’ 하고 홀 안을 울려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린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기억을 떨쳐버리려고 했다.

 

 

 대충 잘 준비를 하고서 침대로 들어가려는데, 순간 놀라 까무러칠 뻔 했다.

 

 

 흑…

 

 

 흑흑…

 

 

 흑…

 

 

 누군가 울고 있었다.

 

 

 이런 야심한 밤에?

 

 그것도 여자 아이가?

 

 목덜미가 싸늘해졌다.

 

 저택에는 어린 여자 아이가 없다.

 

 영주님의 자식들도, 사용인들도 모두 다 성인이다.

 

 입술이 바싹 말라왔고 등이 꼿꼿해졌다.

 

 울음소리는 저택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밖에서 창문 틈을 헤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몸이 오싹해졌고, 소름이 돋아 머리카락이 다 곤두서버린 것 같았다.

 

 마지막 남은 용기를 내 휴대용 촛대에 불을 붙이고 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려야 해. 아이가 길을 잃었을지도 몰라. 가서 구하려면, 일단은 나가서…’

 

 구조가 꼭 필요하다는 의무감으로 복도를 걷다가, 반대쪽 끝에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려 마드린느는 반가워 한숨을 놓았다.

 

 

 

 “알피, 너도 들은거지? 저 울음소리 말이야. 난 처음에 귀신인 줄 알았지 뭐야. 그럴리가 없는데에도 말이야. 애가 길을 잃었나봐!”

 

 

 

 

 밝게 말했건만,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아뿔싸, 집사 허트 반의 목소리였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마드린느 테르피 양. 이 울음소리는 바람소리죠. 저택의 구조상 소리가 울리고 부딪치다 보니 어린 여자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게 된 겁니다. 많이 놀랐겠군요.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혹시 아이가 잘못 들어왔다거나, 이상한 사람들 밑에서 도망쳤다거나, 그런 일은 아닐까요?”

 

 

 

 “풍부한 상상력에 아이에 대한 동정심까지. 마음 씀씀이는 좋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수색대를 파견해 보기도 하고, 순찰도 돌았습니다만…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영지에 누가 들어온다 해도 금방 발각되기 십상이죠.”

 

 

 

 “그렇겠지요?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거죠?”

 

 

 

 “글쎄요. 티그리스 가문을 수호하시는 강의 여신은 장난을 잘 친다고 하죠. 그녀가 머물고 있는 강의 이름도 티그리스, 여기 가문의 이름도 티그리스. 이건 우연일까요?”

 

 

 “네?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 ”

 

 

 “아주 장난기가 많은 여신께서 티그리스 가문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 것을 알고 여신이 환영 겸 장난을 친 건 아닐지?”

 

 

 

 허트가 긴 눈을 흘기며 말하자, 린느도 마음도 좀 놓였다.

 

 

 ‘종종 있는 일이구나. 내가 큰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괜히 겁을 먹었나보다.’

 

 

 “티그리스 강은 소중하지만 멀리서 요상한 바람 소리를 이곳까지 전해주곤 합니다. 그럼 들어가 주무시죠.”

 

 

 등에 떠밀려 다시 제 방에 들어온 마드린느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찜찜했다.

 

 

 자신이 느꼈던 괴기스러움이 단순한 바람소리로 치부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금씩 쌓아져 왔던 저택에 대한 수상한 느낌은 의문으로 연결되었지만, 뭐가 이상하다고 딱 뭐라 집어말하기에는 아직 섣불렀다.

 

 

 

 그냥 마음을 가다듬고 단잠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일을 맞이하려면, 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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