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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 혼자 다 해먹어!
작가 : 글먹
작품등록일 : 2017.10.30

1만년전 원시인 사냥꾼의 힘과,
1천년후 우주함대 장교의 지식으로,
나 혼자 다 해먹어!

 
03. 운동회의 꽃은 역시 계주! -02-
작성일 : 17-11-03 10:50     조회 : 233     추천 : 2     분량 : 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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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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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생천 처음으로 기다리던 운동회 날.

 한 여름의 땡볕 아래 작열지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운동장에서 나는 다른 애들과 함께 지루하게 내 차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머리에 둘러 맨 청팀의 머리띠가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것이 느껴졌다.

 너무 더워서 복날의 개처럼 입을 벌린 채 헉헉거리고 있는데 스탠리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런 비생산적인 행사에 집착하는지 모르겠군. 아무도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보통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행사가 매년 없어지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이유는 누군가 뒤에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어.”

 ‘그건 좀 지나친 억측 같은데.’

 “지나치지 않아. 스탠리. 이건 그 좆같은 교복 같은 거야. 교복은 학생들은 불편해서 좆같아하고, 부모들은 비싸서 좆같아하고, 선생들은 그거 단속하기 귀찮아서 좆같아하는데 여전히 교복이 안 없어지잖아? 거기에 교복회사들의 이득이 걸려 있으니까. 학교에서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누가 착용감은 불편하고 값은 바가지인 교복을 사겠어?”

 ‘일 리가 있군.’

 운동회가 한창인 운동장은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작열하는 여름 한낮의 태양.

 뭘 하는지도 정확히 모를 온갖 경기들이 사방팔방에서 벌어지고 색색의 거대한 공들이 학생들을 깔아뭉개며 왔다 갔다 하는가 하면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폭풍이 운동장 가장자리에 쭈그려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휘몰아쳤다.

 여기가 황사 진원지였냐!

 일회용 마스크라도 하나씩 나눠주던가!

 더운 날씨에 사람들도 하나 둘 씩 미쳐가기 시작했다.

 막상 몸을 움직여 땀을 내니 괜히 기분이 들뜨기 시작한 남학생들은 웃통을 벗어 깃발을 만들어 휘두르는 기행을 펼치기 시작했고 여학생들은 얼마 안 되는 가로수 밑 좁은 그늘에 다닥다닥 모여앉아 핸드폰으로 남자친구와 가족들에게 이 끔찍한 행사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그 광기에 가까운 행위에 대해 뭐라 하고 싶진 않았다.

 제일 먼저 웃통을 벗어 깃발을 만든 게 바로 나였으니까.

 “3반! 이겨라! 3반! 오오! 승리는 우리의 것!”

 ‘도대체 지금 누굴 응원하고 있는 건가? 경기는 전혀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서.’

 “내가 응원하면 누군가는 보겠지! 또 아무도 안 보면 뭐 어때? 나는 나 스스로를 응원할 테다! 나는 일인군단이다! 으아! 이겨라!”

 ‘제 정신을 차리고 나면 그때 다시 대화하도록 하지.’

 ‘많은 인간들. 쓸데없이 힘 빼고 있다. 돌돌이. 이해 안 간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자네가 살던 시대보다 물리적인 활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생활에 직접적인 활동들은 모두 전문화되었으니 각자 자기 분야의 일만 하면 되지. 그래서 더 이상 육체활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건강을 위해서 그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를 ‘운동’이라 부르지.’

 ‘엉덩. 이해했다.’

 ‘생각보다 이해력이 좋군. 오히려 저 녀석보다도 이해력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지금 내 흉 봤지! 이 자식아!”

 사람도 많고 보는 눈도 많은 곳이었지만 나는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스탠리와 마음껏 대화할 수 있었다.

 모두들 더위에 반쯤 정신이 나가있어서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한들 아무도 그다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엉망진창이었던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운동장에 널려있던 체육물품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감췄다.

 그것은 곧 운동장을 통째로 써야 하는 운동회의 꽃 400미터 계주가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마침내 이 학교에서 내가 빛날 타이밍인가?

 마지막으로 신중하게 운동화 끝을 바짝 묶은 나는 달리기 트랙으로 향했다.

 달리기가 시작하기 전 나는 다른 반의 달리기 주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마지막주자인 나는 네 번째, 아니 뒤에서 두 번째 주자인 홍준호의 바로 옆에 서게 되었다.

 적과의 동침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거지.

 내 덕에 뒤에서 마지막이라는 포지션으로 밀려난 준호는 나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너 때문에 우리 반은 지게 될 거야.”

 “뭐야? 현 학생회장이자 ‘전’ 전교 1등이신 홍준호 님께서 말을 걸어 주신 거야? 이거 영광인걸!”

 “좆 까! 이 개새끼야! 네가 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건진 몰라도…….”

 격한 감정에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 준호는 주변의 눈치를 살핀 다음, 한 단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험은 무슨 짓을 해서 속일 수 있어도 운동실력은 속일 수 없다는 걸 알아야지? 체육은 노력의 영역이거든. 네가 그 피땀 어린 노력에 대해서 알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길 낀 거야?”

 “우와! 무슨 개그맨이세요? 웃겨 죽을 뻔 했습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아버지 빨로 지금까지 호위호식하며 살아온 새끼가 노력에 대해서 운운하다니? 웬만한 드립보다 빵 터지네요. 컥!”

 그때 느닷없이 준호가 내 옆구리를 후려쳤다.

 남들 눈에 들키지 않을 만큼 은밀하고 짧고 묵직한 잽으로.

 놈은 마치 내 목에 칼이라도 들이민 것 같은 분위기로 말했다.

 “내 앞에서 아버지 얘긴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너 따위가 나에 대해서 뭘 한다고……. 으악!”

 당연히 당하고만 있을 내가 아니다.

 준호가 뭐라고 하는 지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나는 있는 힘껏 체중을 실어서 놈의 발등을 짓밟았다.

 “이제 체면이고 뭐고 안 차리기로 한 거냐? 아주 손찌검이 프리스타일로 날아오데? 차라리 이게 낫다. 착한 척 모르는 척 어른들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붙자. 비겁한 새끼야.”

 “비겁? 나라고 네까짓 새끼가 무서워서 여태까지 참아 줬는지 알아? 이걸 그냥 확!”

 “드루와! 드루와! 오늘 오와 열을 가리자!”

 “우와 열이겠지. 이 멍청한 새끼야! 그런 지능으로 어떻게 시험을 본거야?”

 우리 둘이 아웅다웅하는 동안 어느덧 운명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함께 각 팀의 첫 번째 주자들이 스타팅블록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아직 전혀 풀리지 않았지만 일단 한 팀인 이상 우리는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다른 반 계주 팀들은 대부분이 육상이나 태권도 등의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체육특기생들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 반의 체육특기생들은 체조나 양궁 등 종목의 여학생들이었기에 계주에 별달리 전력이 되진 못했다.

 결국 우리 반에 남은 것은 일반인들 치고는 그나마 잘 달린다는 편인 애들뿐인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일반인은 절대로 프로선수를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계주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반의 주자는 처참하게 뒤처지기 시작했다.

 “보고 배워라. 이 자식아.”

 내가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기습적으로 깔보는 말을 내뱉어버리고 준호는 바톤을 이어받기 위해 경기장으로 나섰다.

 거기에 약 올라 할 만한 틈도 없었다.

 바로 다음 주자가 나였다.

 홀로 남은 나는 혹시라도 있을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지막 점검을 하기로 했다.

 “돌돌아. 전에 나랑 스탠리가 이야기한 거, 잊진 않았지?”

 ‘돌돌이 잊어버리지 않는다. 돌돌이 다 기억한다.’

 ‘역시 네 녀석보다 돌돌이가 더 똑똑하다니까.’

 “너무 긴장해서 너한테 쏘아줄 말도 안 떠오르네. 스탠리.”

 운동회가 있기 며칠 전 나와 스탠리 그리고 돌돌이는 밖에 나가 계주연습을 했었다.

 돌돌이가 비록 비인간적인 힘을 갖곤 있지만 그걸 스포츠경기에 알맞도록 올바르게 사용하는 건 또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다.

 계주연습이라고는 해도 직접 달리는 것은 돌돌이고 돌돌이를 연습시키는 건 스탠리라서 내가 할 일은 두 사람을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아까 내가 나 자신을 응원한다던 헛소리도 여기서 비롯된 거였다.

 궁극의 완전체!

 경기, 감독, 응원까지, 나 혼자 다 해먹어!

 마지막 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긴 했지만.

 홍준호 그 자식이 고깝고 재수 없긴 했지만 그의 운동신경만큼은 나름 괜찮았다.

 이를 악문 채 누군가를 죽일 듯이(아마도 나겠지만) 내달린 준호는 경기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서 간신히 일발의 대 역전극을 시도해 볼 수는 있을 만큼 선두와의 거리를 좁혀 놨다.

 나로썬 반가운 일이었다.

 나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준호가 어쩔 수 없이 팀을 위해서 내가 빛날 기회를 직접 마련해 준 거니까.

 계주경기가 끝나자마자 내게 쏟아질 빛나는 찬사 속에서 과연 어떤 우승소감을 마련해야 할지 김치국을 좀 마신 다음 나는 바톤을 이어받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섰다.

 긴장감을 덜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손목과 발목의 스트레칭을 마친 나는 최대한 빨리 준호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저 멀리 달려오는 준호를 노려보며 자세를 취했다.

 “어이쿠!”

 준호가 내게 바톤을 넘겨주기 일보 직전 놈은 느닷없이 발에 뭔가 걸린 듯한 자세를 취하며 거꾸러졌다.

 그 어설픈 비명소리로 보아 분명 일부러 넘어진 게 틀림없었다.

 도대체 왜 지금 상황에서 이딴 짓을?

 내가 도저히 놈의 심증을 파악하지 못해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사이 놈은 바닥에 쓰러진 채 마치 전장에서 죽어가던 병사가 최후의 힘을 짜내는 듯이 힘겹게 내게 바톤을 내밀었다.

 대사는 ‘이걸 꼭 어머니께 가져다줘. 부탁이야.’정도가 괜찮겠지.

 뭐야? 이 자식.

 마지막 주자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니 동정표라도 받기라도 한 건가?

 자신이 넘어져서 아픈 것보다 반의 승리를 우선시 하는 고귀한 남자인 척?

 너무 한심해서 놀리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재빨리 그 바톤을 넘겨받으려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내가 너무 순진했다는 걸 깨달았다.

 “놔 이 새끼야.”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던가.”

 이 치졸한 자식이!

 아무리 그래도 이따위 치졸한 짓을 하냐!

 준호는 팔뚝에 힘줄이 튀어나와 보일 만큼 바톤을 쥔 손에 혼신의 힘을 실은 채 내게 넘겨주지 않았다.

 놈의 작전은 이러했다.

 일단 준호는 ‘가망이 없을 만큼 뒤쳐져 있던 경기를 그나마 아직 해볼 만하게 끌어올린 공적을 세우고 자신은 넘어져서 부상을 입으면서도 마지막까지 바톤을 넘겨주려한 순교자’를 연기한다.

 나야 바로 옆에 있었고 놈에 대한 감정도 별로 안 좋으니 뺑끼라는 걸 금방 눈치 챘지만 멀리서 보는 관중들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러한 연기를 하는 동시에 내게는 바톤을 넘겨주지 않으면서 나를 ‘값진 기회를 줬는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타팅 라인에서 멀뚱히 서 있느라 반의 우승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호환마마같은 역적놈’으로 만들려는 수작이었다.

 도대체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면 이따위 치졸한 발상을 떠올릴 수가 있는 거야?

 쓰러진 준호의 얼굴을 발로 뻥 차버린다는 과격한 발상도 떠올랐지만 이미 순교자를 연기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차버리는 게 관중들에게 좋게 보이진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준호와 바톤을 놓고 실랑이하는 사이 준호가 좁혀놓은 거리는 다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진 후였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절체절명의 상황.

 영웅은커녕 모리배로 몰려 손가락질 당할 위기에 처한 이 상황에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곧장 돌돌이에게 물었다.

 “돌돌아. 바톤보다 좀 더 무거운 걸 들고도 뛸 수 있겠어?”

 ‘무거운 거? 점박이 정도까지는 문제없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너한테 한 말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나는 그렇게 말 했다가, 장훈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다. 이젠 신경 써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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