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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 혼자 다 해먹어!
작가 : 글먹
작품등록일 : 2017.10.30

1만년전 원시인 사냥꾼의 힘과,
1천년후 우주함대 장교의 지식으로,
나 혼자 다 해먹어!

 
03. 운동회의 꽃은 역시 계주! -01-
작성일 : 17-11-03 10:47     조회 : 227     추천 : 2     분량 : 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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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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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서 어느덧 운동회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운동회가 다가올수록 우리 교실에선 누가 어떤 종목을 맡아서 경기에 임할지 정하느라 왁자지껄 했다.

 아니 사실 이건 거짓말이었다.

 종목을 정하느라 바쁘고 흥분한 건 선생님뿐이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저 더운 날 쓸데없이 땀 빼지 않는 종목이 배정되길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누누이 말하잖아!

 청소년들이 즐길 거리가 별로 없었던 7~80년대나 운동회가 유행이었지.

 21세기의 청소년들은 운동회 같은 거 안 좋아한다니까!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팀의 단합을 위해 성인들도 체육활동이 많이 포함된 워크숍을 갖기도 하니까.’

 “나쁘다고는 안 했어. 다만 그 발상이 구식이라는 이야기지.”

 ‘확실히 그건 그렇군.’

 “미래의 우주에서도 여전히 운동회 같은 거 해? 단합대회나, 그 우주함대의 승무원들끼리 협동심을 높이기 위해 뭔가 하는 거 없어?”

 ‘단합대회는 없다. 친해질 만한 기회가 별로 없으니.’

 “왜?”

 ‘전쟁 중이니까. 어제 저녁 식사자리에서 함께 떠들던 전우가 오늘 아침 원자단위로 분해되어 작은 전용 용기에 담겨오기도 하지. 친목을 다지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미래는 빡빡해졌구나. 도대체 뭐랑 전쟁 중인 건데?”

 ‘그건 군 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

 치사하기는.

 내가 그걸 안다고 해서 뭘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좀 알려주면 어때서?

 나는 속으로 조금 툴툴거린 다음 운동회 종목을 정하는 칠판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해마다 하나 둘 씩 별 이상한 종목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운동 종목만 거의 20개는 넘어보였다.

 그것은 운동회 종목에 참여하지 않고 뺑끼치는 인원을 단 한명도 만들지 않겠다는 교장의 결연한 의지였다.

 학생들은 괜히 더운 날 땀 빼느라 힘들고 선생들은 요령 피우려는 학생들을 어떻게든 다그쳐서 뛰게 만들려니 힘들고.

 서로 고생인 운동회 같은 날을 도대체 왜 만든 거야?

 ‘그것보다 어떤 종목에 참가할 지는 정했나?’

 “아직 생각 중이야. 어차피 한사람 당 한 종목은 반드시 해야 하는데. 뭘 해야 그나마 돋보일지.”

 이번 작전도 저번 작전과 비슷했다.

 스탠리에게 몸을 빌려줘서 전교 1등이 되었듯이 이번엔 돌돌이에게 몸을 빌려줘서 그의 엄청난 신체능력으로 우리 반을 우승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 학교에서 나의 평판도 좀 올려놓고.

 그러기 위해선 일단 돌돌이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만한 종목을 찾는 게 필요했다.

 “일단 ‘과자 따먹기’라던가 ‘이인삼각’은 재껴. 그건 힘으로 하는 종목이 아니니까.”

 ‘게다가 그런 건 돌돌이에게 룰을 설명하기도 힘들지.’

 “차전놀이는 어떨까? 이건 확실히 힘을 요하는 종목이잖아?”

 ‘돌돌이의 완력이라면 동채를 혼자서 들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대형사고가 날 것 같지 않나?’

 “그럼 줄다리기? 이건 100% 힘의 종목인데다가 그 많은 애들 틈에 끼어있으면 돌돌이의 비상식적인 완력이 의심받을 일도 없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겠지만, 최석. 네 원래 목적은 너 혼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 아니었나? 차전놀이나 줄다리기나 이기던 지던 너 자신은 별 주목받지 못할 것 같다.’

 “그러네. 힘쓰는 종목 중에 나 혼자서 주목을 받을만한 종목은 기마전 정도인데.”

 ‘마찬가지로 대형사고가 예상되는 종목이군. 그날 새벽에 뒷골목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해라.’

 “그렇지. 머리띠를 빼앗으려다 다른 반 애의 머리통을 뽑아오면 정말 곤란하지. 일단 상대와 직접적으로 몸을 부대낄 일이 많은 종목도 빼야겠어.”

 그냥 단순히 ‘전부 참가해서 전부 우승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순 없었다.

 스탠리의 뛰어난 지능과 달리 돌돌이의 비인간적인 힘은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돌돌이는 문제가 없지만 내 몸이 버텨내질 못했다.

 그래서 짧은 시간동안 내 몸의 한계까지 돌돌이의 힘을 100%발휘할 단 한 종목을 정하는 게 중요했다.

 운동회 종목이 빼곡히 적힌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마침내 결정이 섰다.

 “역시 운동회의 꽃은 계주지.”

 400m 계주.

 몇 개의 교육과정을 거치며 ‘이어달리기’로 순화된 이 종목은 왠진 모르지만 그 옛날부터 운동회의 꽃으로 불리는 듯 했다.

 아마도 400m 계주를 할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은 환호를 보내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이건 오해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계주는 보통 운동회의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학생들은 계주경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마침내 이 지긋지긋한 뻘짓거리 축제가 끝나는 것에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뿐이라고!

 “이놈들아! 어차피 운동회에서 빠질 순 없어. 최소한 하나는 해야 돼. 그러니까 빨리빨리 손 좀 들어!”

 운동회 참가 종목을 정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다.

 그때는 서로 원하는 종목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분쟁이 오가며 시끌시끌했다.

 나처럼 운동회에서 자신을 최대한 돋보이기 위한 경쟁?

 그럴 리가 있나.

 최대한 쉽고 땡볕에서 고생하지 않는 편한 종목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었다.

 하지만 이 사회에 모든 일이 그렇듯이 암묵적인 룰에 의해서 그런 몸 편한 종목들은 전부 여학생들의 차지였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밀린 남학생들만 운동장 흙바닥에서 온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가지 굴러다녀야하는 악독한 종목들을 남겨둔 채 최대한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평등한 사회?

 좆 까고 앉았네.

 정말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

 나는 이러한 선생님의 고충을 하나 덜어드리고 싶었다.

 “선생님. 전 계주에 한번 나가보고 싶은데요?”

 안 그래도 조용하던 교실에 숨소리마저 멎어들었다.

 일순간 나를 향해 몰린 반 아이들의 시선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 이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잖아?

 내가 무슨 ‘전 세계의 모든 아기를 잡아먹겠습니다!’라고 선언한 것도 아니고.

 고작 운동회에 계주주자로 나서고 싶다는 얘기에 모두들 마치 내가 암묵적인 인류의 금기라도 어긴 듯한 반응이었다.

 사실 아이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 가는 부분은 있었다.

 운동회의 꽃은 계주.

 운동을 좋아하고 몸 쓰는 것에 자신 있는 놈들은 관심을 가질만한 종목이다.

 다른 종목보다 훨씬 더 개인이 주목받을 수 있는 종목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반에서 계주 종목은 꽤 마지막까지 지원자가 텅텅 비어있는 편이었다.

 우리 반 남자애들이 남에게 주목받으며 잘난척하는 것을 꺼리는 금욕주의자라서가 아니다.

 운동회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400미터 계주의 주자.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꿀자리인 ‘마지막 주자’자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른 사람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이젠 언급하기도 지겹다.

 그 마지막 주자 자리는 항상 홍준호의 차지였다.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을 만큼 머리가 좋은 걸로는 성에 안 찼는지 준호는 운동마저도 잘 했다.

 그래서 운동회에서 가장 중요한 계주의 마지막 주자 자리는 이미 놈의 예약석이나 다름없었다.

 오늘도 아무도 ‘감히’ 자신의 마지막 주자 자리를 노리지 않을 걸 아는 준호는 일부러 느긋하게 선심이라도 쓰는 양 손도 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게 절호의 기회였다.

 놈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을 두 번째 기회.

 선생님은 한시름 놨다는 투로 내게 되물었다.

 “이렇게 나와야 진전이 좀 있지. 몇 번째로 뛸 거야?”

 “계주의 꽃은 역시 마지막 주자 아니겠습니까? 선생님.”

 내가 ‘마지막 주자’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느긋하게 주변엔 관심 없는 척 하던 준호가 갑자기 획 하고 내게 고개를 돌렸다.

 흔히들 사람을 찢어 죽일 표정이라는 건 저런 걸 두고 하는 말일 테지.

 하지만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그 답게 이내 표정을 숨기고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비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과 교장과의 관계는 이미 뻔히 아는 사실이니 놈의 머릿속에선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는 계산일 거다.

 하지만 그날 면담실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담임선생님은 완전한 내 편이었다.

 그 증거로 선생님은 별 문제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래. 이번엔 석이가 한번 뛰어봐라.”

 “선생님!”

 선생님이 알아서 갖은 핑계를 대며 자신의 마지막주자 자리를 지켜 주리라 믿었던 준호는 선생님이 너무나도 쉽게 그 자리를 내게 던져주자 너무 놀라서 비명처럼 외쳤다.

 그러게 평소에 인덕 좀 잘 쌓아놓지 그랬어?

 그동안 교장과의 관계 때문에 편파적일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이 자기 소신껏 행동하기로 결심한 이상 더 이상 마음에 들지도 않는 준호의 편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이 속사정을 알 리가 없는 준호는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따졌다.

 “마지막 주자는 원래 제 자리잖아요?”

 “원래 네 자리? 너 그 자리에 침이라도 발라놨냐?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마지막 주자로 뛰고 싶었으면 진작 말을 하던가. 여기가 무슨 영화관이야? 야구장이야? 좌석예약을 하게. 내가 이 자리를 남들 못하게 고이 모셔두고 있다가 마지막에 너한테 갖다 바쳐야 하는 거냐?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여러분. 이것이 바로 궁극의 청량감이라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맺힌 것이 많았던 담임선생님은 준호를 향해 거의 폭언에 가까운 일침을 쏘아냈다.

 상황파악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팩트로 뒤통수까지 얻어맞은 준호는 거의 울기 일보직전인 표정이었다.

 이제 이 완벽한 아이스크림에 체리 한 알을 올려놓을 때였다.

 “정 계주에 나가고 싶으면 뒤에서 두 번째 주자라도 하던가?”

 나는 최대한 깐족거리며 준호에게 말했다.

 내가 굳이 ‘뒤에서 두 번째’ 주자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것이 전교 1등이 되기 전 평소 내 별명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의 1등은 내 차지다.

 너는 내가 갖고 있던 꼴지 자리나 가져라.

 대충 이런 의미였다.

 이를 꽉 깨문 채 두 주먹을 꽉 쥐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준호.

 그런 준호를 좀 더 놀리려다가 날리려다가 나는 그저 그윽하게 칠판을 응시하며 그를 무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마치 준호에게서 1등을 빼앗은 일은 별것도 아닌 그저 시대의 흐름일 뿐이기에 너 따위에게서 1등을 빼앗은 일 따위 별달리 기쁘지도 별 감흥도 없다는 그런 표정을 얼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유치하게 더 놀리는 것보다 이쪽이 좀 더 있어 뵈지 않겠는가?

 게다가 프라이드 높은 홍준호 같은 놈에겐 이쪽이 더 굴욕적일 것이다.

 결국 준호의 포지션은 마지막 주자보다는 덜하지만 400m 계주에서 두 번째로 주목받을 수 있는 뒤에서 두 번째 주자였다.

 그래봤자 마지막 주자를 빛내기 위한 바람잡이에 불과하지만!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게 2등이란 쉽게 경험해본 적 없는 낮선 것임에 분명했다.

 게다가 평소에 달리기에는 관심도 없는 놈에게 가장 주목받는 자리를 빼앗겼으니.

 나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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