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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 혼자 다 해먹어!
작가 : 글먹
작품등록일 : 2017.10.30

1만년전 원시인 사냥꾼의 힘과,
1천년후 우주함대 장교의 지식으로,
나 혼자 다 해먹어!

 
02. 곰같은 힘이여! 솟아라! -02-
작성일 : 17-11-02 20:09     조회 : 210     추천 : 2     분량 : 6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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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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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뜀박질이 아니었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으며 지면을 박찰 때마다 그 어마어마한 힘에 의해 단단한 지면이 스폰지 바닥처럼 움푹 움푹 파였다.

 맨몸으로 달리고 있는데도 마치 오토바이에 올라탄 것 같은 속도감이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언맨 같은 장갑동력복을 입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뭐야? 우리 또 왜 밖에 있어?’

 한동안 들리지 않았던 반가운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쳤다.

 ‘스탠리! 돌돌이 좀 말려봐! 이대로 가다간 큰 사고 나겠어!’

 ‘뭐지? 최석. 네가 몸을 조종하는 게 아니었나? 처리 할 일이 있어 잠시 동료 선원들과 대화하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내가 돌돌이한테 몸을 넘겨줬어!’

 내 대답에 스탠리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이없다는 감정을 나타내는 그 만의 표현방법인 것 같았다.

 ‘뭘 했다고?’

 ‘내가 돌돌이한테 몸을 넘겨줬다니까! 난 돌돌이의 그 엄청난 힘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단 말이야.’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군. 그러니까 말도 잘 안 통하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통제불능의 원시인류에게 자기 몸의 통제권을 덜컥 넘겨줬다는 말이지?’

 ‘그땐 그게 좋은 생각 같았단 말이야!’

 ‘네놈의 지능수준은 돌돌이 수준인가! 아니,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돌돌이가 화내겠군. 네놈의 지능수준은 원생인류 이하다!’

 ‘뭐라고 불러도 좋으니까 일단 어떻게 좀 해 봐! 뭔가 좋은 방법 없어? 너 머리 좋잖아!’

 ‘멍청함을 치료하는 치료법 따위는 모른다!’

 나와 스탠리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꽤 한참을 저돌적으로 내달렸던 돌돌이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흡사 한 마리 야생짐승 같은 포즈로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돌돌이를 보고 나는 일말의 희망을 담아 말했다.

 ‘더 날뛰지 않을 생각인가?’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나는 틀렸고 스탠리가 옳았다.

 돌돌이는 압도적인 힘의 서전트 점프로 수직으로 뛰어올랐다.

 온 몸에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중력가속도를 느끼며 나는 또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거의 건물 5층 높이까지 뛰어올랐던 돌돌이는 근처에 있던 높다란 전봇대 끝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은 전봇대 끝에서 완벽한 균형을 유지한 채 돌돌이는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를 찾아 고지대의 이점을 챙기다니. 돌돌이는 타고난 전사이자 사냥꾼인 것 같군.’

 ‘진심이냐? 스탠리? 지금 그딴 게 중요해?’

 ‘중요하지. 체면이고 뭐고 내던지고 너에게 욕을 한바탕 내질러버리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든 다른 화재로 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스탠리를 더 이상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어쨌든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내게 있는 게 맞았다.

 그의 말이 옳았다.

 말도 잘 안 통하는 통제 불능의 초인 원시인에게 몸을 넘기다니.

 내가 잠시 미쳤었나보다.

 그 사이 돌돌이는 정찰을 마치고 전봇대에서 뛰어내렸다.

 “전혀 모르겠다. 돌돌이 아는 곳 아니다. 돌아갈 방법을 모르겠다.”

 ‘돌돌아! 제발 누가 보기 전에 돌아가자. 요즘 들어 이 말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네.’

 “돌돌이 돌아가고 싶다. 근데 돌돌이 집 안 보인다. 돌돌이도 돌아가고 싶다.”

 ‘너희 집 말고 우리 집 말이야! 아파트로 돌아가자고.’

 “알았다. 근데 어디로 가냐?”

 돌돌이의 물음에 나는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어디로?

 1만년의 시간을 넘어 현세에 강림한 돌돌이에게도 낮선 풍경이겠지만 여긴 내게도 낮선 곳이었다.

 전혀 모르는 동네였다.

 스탠리와 서로를 욕하며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돌돌이의 비인간적인 달리기 실력이 우리를 전혀 엉뚱한 동네로 데려다 놓은 것이다.

 ‘돌돌아! 여기까지 달려온 건 너잖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원래 있던 곳 모른다. 돌돌이 거기로 돌아갈 생각 없었다. 그래서 안 외워뒀다.”

 ‘돌아버리겠네 정말!’

 ‘최석. 돌돌이. 뭘 하던 간에 둘 다 빨리 하는 게 좋겠다.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무리가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

 내 이런 꼬락서니를 누군가에게 들켰다고?

 나는 한시라도 빨리 날 발견한 게 누군지 확인하거나 재빨리 얼굴을 가리고 숨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몸을 조종하는 돌돌이는 아무런 감흥 없이 멀뚱히 서 있었다.

 그러다 한 박자 늦게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너는 뭐야? 학생 같은데 이 밤중에 왜 혼자 여기서 어슬렁거리고 있어?”

 돌돌이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질 나빠 보이는 한 무리의 양아치들이 있었다.

 질 나쁜 인간들은 표정에서부터 이미 티가 났다.

 인생을 사는데 있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이로운 인간들이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그곳을 뜨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내 속을 전혀 모르는 돌돌이는 또 그 물음에 착실히 대답했다.

 “나 돌돌이. 길 잃었다. 집에 가야한다.”

 “뭐야 이 새끼? 저능아인가? 그러고 보니 맨발이네.”

 “저눈아?”

 “마침 잘 됐네. 너 여기서 본거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죽여 버린다. 너희 엄마인지 할머니까지 다 죽여 버릴 거야. 내가 너희 집 어디인지 다 알거든.”

 이젠 완전히 저능아 취급이군.

 오밤중 뒷골목에서 처음 만난 놈이 내 집주소를 알고 있을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가볍게 헛소리 취급해버리는 나와 달리 말을 곧이곧대로 밖에 인식할 수밖에 없는 돌돌이는 아무런 꾸밈없이 되물었다.

 “어디 있는지 알면 알려줘라. 돌돌이 집 어디 있는지 모른다.”

 “뭐?”

 나이스 플레이! 돌돌이!

 상대를 저능아라 여기고 대충 넘어가려는 사기꾼 양아치들에게 재대로 한방 먹여줬다.

 물론 본인은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물은 것이겠지만.

 “너 이 새끼 뭐야? 진짜 죽고 싶어?”

 “안 죽고 싶다.”

 “이 새끼가 진짜!”

 돌돌이의 솔직한 순수함이 양아치들의 복창을 뒤집어놓는 걸 훈훈하게 구경하다가 나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저 양아치 분명 ‘여기서 본 것’을 다른데서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

 내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한 비슷한 시점에 돌돌이의 예리한 시각은 양아치들의 어께 너머로 뭔가를 발견했다.

 “여자. 다쳤냐?”

 “뭐?”

 “여자. 운다. 아파 보인다. 다쳤냐?”

 돌돌이의 예리한 시각을 공유하는 나는, 양아치들의 등 뒤로 바닥에 쓰러진 채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이 세상에 ‘성폭행 교과서’라는 게 있다면 거기 수록될 만큼 정석적인 상황이었다.

 마침내 범죄현장이 들키자 양아치들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칼을 꺼내 펼쳤다.

 “가랄 때 얌전히 갔으면 서로 좋잖아?”

 뭐야? 싸움이야?

 나는 왜 가는 곳마다 싸움을 불러오는 거지?

 정말 지겹다.

 양아치가 칼을 휘적거리는 동안에도 돌돌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 칼날을 바라보고 있었다.

 돌돌이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돌돌이 뾰족한 거 싫어한다. 치워라. 찔리면 아프다.”

 “이 저능아 새끼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했네? 배때기를 찢어서 내장을 꺼내야 정신 차리려나?”

 “돌돌이 쟤네들 싫다. 이유 없이 화낸다. 돌돌이 못살게 군다. 죽일 거다.”

 돌돌이의 유아적인 말투 때문에 나는 한 박자 늦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파트 창문에서 뛰어내려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고 서전트 점프로 전봇대를 오르내리는 돌돌이가 누군가를 죽이기로 맘먹는다면?

 맨손으로 머리를 뽑아버릴 수도 있을 거다.

 그런 일만은 막아야 했다.

 ‘돌돌아! 안 돼! 죽이면 안 돼!’

 “죽이면 안 돼?”

 ‘그래!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하냐?’

 “왜 죽이면 안 되냐? 돌돌이 지금까지 많이 죽였다. 죽일 거다.”

 바로 이게 그 오싹함의 원인이었나?

 돌돌이라는 유아적인 이름과 어눌한 말투 때문에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고대의 원시인류였다.

 헌법은커녕 국가도 존재하기 전의 존재이기에 돌돌이에게 살인은 금기가 아니라 그저 편리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 돌돌이에게 과연 살인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 자신조차 왜 안 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주제에?

 그때 스탠리가 나 대신 나섰다.

 ‘돌돌아. 네가 만약 저 자를 죽인다면 저 자를 아끼던 자들이 네게 복수하러 올 거다.’

 “돌돌이 강하다. 몇 명이 덤비든 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야 있겠지만 굳이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있겠나? 네가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네가 죽기 전까지 평생 새로운 놈들이 덤벼올 거다. 그럼 평생 귀찮아지겠지.’

 “그건 귀찮다. 돌돌이 잘 때 건드리는 거 싫어한다.”

 나는 머리 좋은 스탠리가 돌돌이를 설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리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이유는 정말 단순히 경찰에 쫒기고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일까?

 양심이라던가 도덕적 금기 같은 것은 정말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개념에 불과한 걸까?

 어쨌든 사람을 죽이면 귀찮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돌돌이는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렇지만 놈들이 시비를 걸었다. 이대로 봐 주면 돌돌이 얕보인다. 얕보이면 덤벼오는 놈들 많아진다. 그것도 귀찮다.”

 ‘죽이진 말고. 좀 세게 때리는 정도는 괜찮겠지.’

 그걸로 괜찮은 거야?

 스탠리와 합의가 끝난 돌돌이가 양아치들에게 말했다.

 “돌돌이 경고했다. 아니면 때릴 거다. 아프게 때릴 거다.”

 “해봐! 이 새끼야!”

 양아치가 나이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안 돼!

 싸움을 건 것은 돌돌이지만, 다치는 건 내 몸이란 말이야!

 게다가 돌돌이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얼굴로 날아오는 칼날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얼굴은 안 돼! 얼굴은!

 “앙!”

 내 얼굴에 깊은 흉터를 남기려던 나이프의 칼날이 갑자기 공중에서 멈췄다.

 돌돌이는 여전히 두 팔을 늘어뜨린 상태였다.

 칼을 휘두르는 양아치의 두 눈이 당혹감으로 크게 커지고 그 사이 돌돌이는 이빨로 물어서 멈춘 칼날을 비틀었다.

 고탄소강으로 만들어진 나이프 칼날이 돌돌이의 이빨에 씹혀 날카로운 소릴 내며 부러졌다.

 돌돌이는 부러진 칼날을 뱉어내며 말했다.

 “돌돌이 경고했다. 이제 아프게 때린다!”

 이빨로 칼날을 물어 부러뜨리는 광경에 넋이 나간 양아치의 텅 빈 복부에 돌돌이는 돌과 같은 주먹을 꽂았다.

 별로 힘이 실린 것 같지도 않은 주먹이었지만 그 주먹에 얻어맞은 양아치는 그렇지 않았다.

 주먹에 얻어맞는 순간 양아치는 눈 깜짝할 순간에 허공을 날아 다른 양아치들을 지나쳤다.

 주먹질로 사람을 붕붕 날려버리다니!

 이게 무슨 철권이야?

 “뭐야?”

 다른 양아치들도 방금 벌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긴 힘든 모양이었다.

 그 중에 사태를 조금 빨리 파악한 한 양아치가 각목을 휘두르며 돌격해왔다.

 피하고 막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돌돌이는 달려오는 양아치에게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축구공만 날아와도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올리기 마련인데 아예 막거나 피할 생각도 없는 돌돌이를 보고 양아치는 오히려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양아치는 온 힘을 다해 각목으로 돌돌이의 머리를 내리쳤다.

 단숨에 두 동강 난 각목이 핑 하는 소릴 내며 허공에 튕기쳤다.

 각목으로 머리를 내리쳤는데도 돌돌이는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이 계속 양아치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기를 잃고 얼굴에 공포가 떠오르기 시작한 양아치에게 돌돌이는 밑도 끝도 없이 손을 뻗어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박살난 각목의 나무 부스러기가 붙은 이마로 그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양아치는 돌바닥에 패대기친 개구리처럼 몸을 쭉 뻗은 채 부르르 떨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돌돌이는 기절한 양아치를 대충 옆으로 버렸다.

 “사람 살려!”

 나머지 하나 남은 양아치는 싸움이고 뭐고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돌돌이는 후퇴를 허락하지 않았다.

 단 세 걸음 만에 도망치던 양아치를 따라잡은 돌돌이는 그의 발목을 낚아채서 양아치를 넘어뜨렸다.

 그리곤 그의 발목을 잡고 크게 내휘둘러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패대기쳐버렸다.

 뼈가 부러지는 악독한 소리와 함께 양아치는 시멘트 바닥과 하나가 되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마어마한데? 혼자서 어벤져스랑 맞다이도 뜨겠네.’

 ‘맨손으로 혼자서 공룡을 길들였다는 말이 허풍은 아닌 것 같군.’

 많이 걱정하긴 했지만 호쾌하게 단 몇 초 만에 장정 여럿을 초죽음으로 만든 돌돌이에게 나는 잔뜩 흥분해 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나 싶었더니 돌돌이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돌돌이는 바닥에서 양아치들이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하나 집어 들더니 곧장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돌돌아? 뭘 하려고? 적들은 다 해치웠잖아? 그 사람은 우리가 구하려던 사람이라고!’

 그러나 내 물음에 돌돌이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 저 놈들이랑 한 패다.”

 ‘뭐?’

 돌돌이의 말은 당연히 나 뿐만 아니라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피해여성에게도 들렸고 아마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 하던 그녀의 얼굴엔 당혹감이 떠올랐다.

 “아니에요! 그게 무슨! 전 피해자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놈들이 저 여자를 강간하려 했잖아? 너도 같이 봐 놓고서.’

 “여자. 돌돌이 안 보이는 줄 알고 등 뒤에서 저 놈들 부축해서 도망치려 했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돌돌이의 말을 듣자마자 여자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손사래를 치며 돌돌이에게 호소했다.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에요! 전 한패가 아니에요!”

 그때 돌돌이는 무자비한 표정을 한 채 쇠파이프로 여자를 내리쳤다.

 나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다행인지 아니면 일부러 인지 쇠파이프는 여자의 머리 바로 옆 벽을 때렸고 돌돌이의 강력한 힘에 의해 벽이 부서져 패여 버렸다.

 돌돌이는 무미건조하고 무감정해서 더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 참말만 한다. 아님 아프게 때린다.”

 그러자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모양인지 여자는 성폭행피해자의 가면을 벗고 본색을 드러냈다.

 “알았어! 알았다고! 미친 새끼! 지나던 사람 하나 등쳐먹으려다가 이게 무슨 꼴이야?”

 이게 그건가?

 강간당하는 여성을 구해주려던 피해자에게 누명을 씌워 합의금을 뜯어낸다는 그 유명한 사기수법.

 그녀를 믿고 그녀를 구할 생각이었던 나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내 속도 모르고 그녀는 숨기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아서 오히려 후련하다는 투였다.

 “약속한대로 사실대로 다 털어 놨어. 설마 여자를 때리진 않겠지?”

 그리고 내 인내심은 그녀의 마지막 말로 인해서 툭 하고 끊어졌다.

 ‘돌돌아. 이 여자도 다른 놈들이랑 똑같이 아프게 때려.’

 “알았다.”

 ‘난 페미니스트거든. 여자라서 때리지 않는다니. 너무 여성차별적인 발언이야!’

 남을 강간범으로 몰아 인생을 망치려 든 사기꾼이 여자라서 뭐가 어째?

 야밤의 골목길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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