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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 혼자 다 해먹어!
작가 : 글먹
작품등록일 : 2017.10.30

1만년전 원시인 사냥꾼의 힘과,
1천년후 우주함대 장교의 지식으로,
나 혼자 다 해먹어!

 
01. 내 머릿속 천재가 답을 다 알려줘! -04-
작성일 : 17-11-01 19:33     조회 : 211     추천 : 2     분량 : 6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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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굣길.

 나는 황금빛으로 요란하게 번쩍이는 전교1등 트로피를 만지작거리며 학교건물을 나섰다.

 전교 1등 트로피!

 사립학교 특유의 보여주기식 행사의 극치라고밖에 볼 수없는 이 물건은 학교 이사장의 모습을 본 딴 금속제 전신상(全身像)이었다.

 멀리서 보면 꼭 오스카상 트로피 같이 생겼다.

 물론 학교에서 돈이 썩어 넘치는 게 아니었기에 매번 전교1등이 나올 때마다 새로 만들어주진 않았고 대대로 역대 전교1등들의 손을 거쳐 온 물건이었다.

 그래서 트로피에는 손때가 잔뜩 묻어있었고 눈에 띄지 않는 트로피 바닥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낙서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이걸 갖고 싶긴 했는데 막상 손에 넣고 나니 왜 다들 이따위 걸 가지고 싶어 안달 났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건 그냥 늙고 못생긴 이사장 모양의 도금한 쇳덩어리잖아?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 뿌듯함을 별로 못 느끼는 건가?

 

 어쨌든 이 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홍준호는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기에 이 못생긴 트로피는 줄곧 그의 소유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내 것이었다.

 나는 트로피를 얻게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재수 없는 홍준호가 갖고 있던 뭔가를 빼앗았다는 기쁨에 만족하기로 했다.

 “저놈들은 또 시작이네.”

 집으로 향하던 중에 나는 학교 뒤편 쓰레기 소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스러운 광경을 목격했다.

 흔한 광경이었다.

 질 나쁜 놈들 여럿이 반에서 조용히 지내던 놈 하나에게 역겨운 짓을 시키며 재밌어하는 것이다.

 나 대신 저놈들에게 당해줄 밑바닥들이 많아서 망정이지 그들이 없었다면 저기서 고초를 겪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였을 거다.

 나는 잠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그러자 스탠리는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혹시나 싶어서 하는 말이지만, 저들과 전면으로 붙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네 근접전투기술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야.’

 “내가 왜 이름도 잘 모르는 애를 구하기 위해 저놈들과 싸울 거라고 생각해? 난 지금 몸 성히 집에만 가기만하면 엄마 아빠한테 성대한 대접을 받을 예정이라고.”

 ‘그래서 ‘혹시나’라고 했잖아.’

 “괜한 걱정은 하지 마. 스탠리. 나는 그렇게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야.”

 남을 도와봐야 뭐가 남지?

 이타적으로 행동해봐야 호구취급이나 당하는 이 세상에서.

 애초에 얕보여서 괴롭힘을 당할 만큼 약한 놈이 나쁜 거다!

 그렇게 생각해버리자.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야! 준호야. 저기 최석 지나가는데?”

 일부러 고개를 돌린 채 재빨리 그들을 지나치려는데 그들 중 한 놈이 나를 거론했다.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을 들었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양아치 무리 중에는 홍준호의 얼굴도 보였다.

 항상 그랬듯이 온갖 지저분한 짓은 제 부하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한발자국 물러나 손을 더럽히지 않은 채 구경만 하고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비겁한 새끼.

 놈과 눈이 마주쳤다.

 준호의 눈에서 순간 불이 번쩍 튄 것 같았으나 체면을 생각한 탓인지 그가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 같은 피라미 따위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귀찮아서 피한다는 듯이.

 

 저쪽에서 먼저 싸움을 피해버린다면 나는 더더욱 싸울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때 그들이 무심코 내뱉은 단어 하나가 날아와 내 뒤통수에 꽂혔다.

 “가던 길이나 마저 가라. 찐따 새끼야!”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췄다.

 난 그저 오랜만에 집에서 귀한 아들 대접받으며 행복한 방과 후를 보내고 싶은 것뿐인데.

 대체 왜 세상은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걸까?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나는 스탠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가슴 속에서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했어? 너무 멀어서 잘 안 들렸는데.”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나 따위는 무시하고 하던 짓이나 계속 하려던 놈들이 일제히 내게 고개를 돌렸다.

 처음 나의 존재를 준호에게 까발렸던 덩치 큰 양아치 한 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 이름이 뭐였더라?

 특유의 큰 덩치로 준호의 패거리에서 행동대장 격 지위의 양아치였다.

 덩치는 조롱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던 길이나 마저 가라고 했는데? 찐따 새끼야. 귀까지 먹었냐?”

 나는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간신히 화를 삭였다.

 그리곤 여전히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여전히 안 들려. 이리 가까이 와서 말 하는 게 어때?”

 그러자 덩치는 헛웃음을 지으며 다른 양아치들을 돌아봤다.

 마치 ‘저놈이 감히 내게 저딴 말을 한 게 믿겨지나?’라는 식으로.

 덩치는 한껏 거들먹거리는 걸음으로 내게 걸어왔다.

 나란히 마주 서자 놈의 몸집이 나보다 거의 머리 하나가 더 컸다.

 방금 전 스탠리가 전면으로 붙어서는 가망이 없다고 했던가?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그의 판단이 옳아보였다.

 어차피 나도 정정당당하게 붙을 생각은 없었다.

 “이제 뭐라고 했는지 천천히 또박또박 말 해줄래?”

 “찐…….”

 덩치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 내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묵직한 강철트로피로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으니까.

 중심을 잃고 쓰러진 놈에게 잽싸게 달려들어 나는 놈의 머리에 트로피를 두 번 더 내리찍었다.

 확인사살 겸으로 더 이상 나와 싸울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난 머리를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덩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한번만 더 날 찐따라고 부르면 뚝배기 깨버린다. ‘뚝배기=머리’야. 니 새끼 골통을 부셔버릴 거라고.”

 이 좋은 날에 이게 대체 뭔 짓인지.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뼈다귀를 쫒는 강아지처럼 거의 척수반사 적으로 과격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이 싸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무참한 패배였다.

 애초에 난 특정 단어에 미친 듯이 반응하는 분노조절장애자지 매일매일 무술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새로운 대전 상대를 찾아다니는 길거리 싸움꾼이 아니었다.

 1대1로 맞붙어도 이길까 말까 한데 일대 다수의 싸움이래봐야 불 보듯 뻔했다.

 내가 두들겨 맞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짧게 줄이자면 나는 홍준호 패거리에게 몰매를 맞았다.

 “삐익! 삐익!”

 어디선가 들려온 호루라기소리에 나를 두들겨 패던 패거리들의 발길질이 멎었다.

 문제 일으키기 좋아하는 놈들에겐 익숙한 호루라기소리임이 분명했다.

 웬만한 법은 죄다 훈방조치 받으며 피해갈 수 있는 미성년자라 해도 일단 경찰에게 붙잡히는 순간 그날부터 한동안은 피곤해지기 마련이었다.

 놈들은 경찰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내가 트로피로 머리를 후려갈겨 기절시킨 덩치를 부축해서 허겁지겁 도망갔다.

 무식하게 경찰에게도 덤벼들다가 전기 총이라도 얻어맞았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멍청한 놈들은 아니었다.

 “으으으…….”

 몸을 움직일 때마다 뼈마디가 쑤셔서 절로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람?

 그냥 멀쩡히 집에 돌아가기만 했으면 부모님의 사랑과 칭찬을 한 몸에 받으며 평화롭고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걸어 흠씬 얻어맞은 다음 일어날 기운도 없어 바닥에 쓰러져 끙끙대고 있는 꼴이라니.

 ‘정말 쓸데없는 짓을 했군.’

 “그랬어? 네가 알려주기 전까진 이게 쓸데없는 짓거리인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야. 정말 고맙다! 스탠리!”

 “지금 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야?”

 바닥에 쓰러져 스탠리에게 툴툴거리고 있는 내 눈앞에 길고 매끈하게 뻗은 흰 살결의 종아리가 나타났다.

 나는 남은 힘을 쥐어짜서 몸을 추슬렀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느라 세상이 한 바퀴 뒤집히고 나는 내 곁에 선 채 생글생글 웃고 있는 한세현의 얼굴과 마주했다,

 한세현.

 날개 잃은 천사라 불리는 학교의 아이돌.

 이 근방에서 우리 학교 이름은 몰라도 그녀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다지?

 나는 급하게 둘러댔다.

 “자연?”

 내 엉터리 대답에 세현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세상에!

 환하게 웃는 표정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까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잠시 그녀의 미모에 새삼 넋을 놓고 있던 나는 뒤늦게 덧붙였다.

 “평소에도 나는 자연과 대화하는 걸 즐기거든. 안녕. 개미야.”

 그냥 처음부터 혼잣말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했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텐데.

 게다가 그건 거짓말도 아니었다.

 실제로 스탠리가 머릿속에 들어오기 전까지 내가 하루에 떠드는 대화 중 절반은 혼잣말이었다.

 느닷없이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서 학교의 여신을 갑자기 만나는 바람에 너무 당황해서 아무말대잔치를 펼쳐버렸다.

 고맙게도 땅 위의 천사 세현은 내 헛소리에도 나를 비웃거나 조롱하지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방해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지구랑 대화하는 거 말이야.”

 “전혀 방해되지 않았어.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야?”

 “뭔가 특별한 일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야. 나도 그냥 집에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네가 좀 곤란해보이기에.”

 세현은 교복 블라우스 속에 손가락을 쏙 넣더니 작고 귀엽게 생긴 목걸이형태의 호루라기를 꺼내보였다.

 흔히들 호신용 호루라기라 불리는 그 물건이었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뭔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걸 꺼내서 불기로 했지. 혹시 내가 멋대로 오해한 거라면 사과할게.”

 나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세현을 쳐다보았다.

 천만다행의 요행으로 마침 근처를 순찰 중이던 순경이나 학교보안관을 만난 줄 알았더니 나를 구한 것은 세현과 그녀의 재치였다.

 스탠리는 드물게도 무척이나 호의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수려한 용모에 현명하기까지 한 소녀라. 네가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을 만 하군. 물론 그녀 쪽이 좀 많이 아깝지만 말이야.’

 “닥쳐. 스탠리.”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아직 자연과의 대화가 덜 끝나서.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 네가 날 구해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 맞아 죽었을 거야.”

 “감사인사 받을만한 일도 아닌 걸? 당연한 일인데. 일어설 순 있겠어?”

 “당연하지.”

 호기롭게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혈기 넘치게 벌떡 몸을 일으키기엔 아직 체력이 없었다.

 모양 빠지게 노인네마냥 일어나기 위해 끙끙거리고 있는 내게 세현은 선뜻 손을 내밀었다.

 그 가늘고 하얀 손마디는 흡사 하늘에서 구름 사이로 쏟아진 광휘인 듯 했다.

 그에 비해 내 손은 흙먼지와 피로 지저분해서 그녀의 깨끗한 손을 더럽히기가 망설여졌다.

 “지금 내 손이 많이 더러워서…….”

 선뜻 손잡기를 망설이는 내게 세현은 아랑곳 않고 먼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그 손의 감촉에 빠져있는 동안 그녀는 단숨에 나를 끌어당겨 일으켜 세웠다.

 그것도 너무 쉽게.

 비록 내가 몸집이 작고 마른편이긴 하지만 종이인형마냥 휘두르고 다닐 정도는 아니다.

 “생각보다 힘이 세네?”

 “이래봬도 운동이 취미거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배웠어.”

 발레라.

 아름다운 그녀에게 더 없이 어울리는 운동이었다.

 이 경우엔 누군가 그녀에게 어울리는 운동을 만들기 위해 발레를 발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몸을 일으킨 내가 교복바지에 뭍은 흙먼지를 털어내는 동안 나와 손을 잡느라 손이 지저분해진 세현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틀림없이 자기 손을 닦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꺼낸 손수건을 곧장 내게 건넸다.

 “얼굴이라도 좀 닦는 게 좋을 것 같아.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세현으로부터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손수건을 건네받고서도 나는 조금 고민해야 했다.

 그녀의 손을 감히 잡지 못한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가게에서 막 새로 산 것보다 더 깨끗해 보이는 그 손수건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세현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눈빛을 보내왔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뭔가를 타락시키는 듯한 기묘한 죄악감과 함께 그녀의 손수건으로 얼굴의 흙과 피를 닦았다.

 “야! 뭐 하다가 이제 오는…….”

 뭔가 오묘한 상황이었다.

 세현과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길모퉁이를 돌자마자

 전봇대에 등을 기댄 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은하가 튀어나왔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은하의 집은 우리 집과 거의 근방이었고 매일 똑같은 하굣길 길목에서 은하가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놀래키는 일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놀란 표정을 지은 쪽은 은하였다.

 그녀는 놀란 감정이 역력히 드러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가 세현을 쳐다봤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그녀가 놀랐을 때마다 자주 하는 버릇이었다.

 나와 은하가 뭐라 입을 열기 전에 세현이 가장먼저 말했다.

 “그럼 나는 가 볼게. 버스정류장은 저쪽이거든.”

 “잘 가. 내일보자.”

 샤방샤방한 오라를 내뿜으며 홀연히 내게 왔던 학교의 천사는 왔던 것만큼이나 홀연히 떠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내 오랜 소꿉친구 은하는 송구스럽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내가 다 망친 거 맞지?”

 “뭐? 아니야!”

 “괜찮아! 욕먹을 만하지. 짝사랑하던 사람이랑 함께 하교할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였는데, 내가 다 망쳐버렸으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사람 말을 들어!”

 “어쩌지? 내가 뭔가 만회할 방법이 없을까? 지금이라도 뛰어가서 세현이한테 우리 아무 사이 아니라고 말할까?”

 “너 그러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은하는 ‘최석 연애공작단’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후원자 겸 창립자 겸 유일한 맴버였다.

 믿을만한 친구가 든든하게 뒤를 봐 준다는 점은 좋은 일이었다.

 문제는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내 의사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대체 뭐 때문에 그런 오해를 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은하는 틈만 나면 나를 학교의 아이돌인 세현과 엮으려 들었다.

 좋은 의도긴 했지만 그녀가 그럴 때마다 나는 다른 애들한테 조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너 따위가?’라는 식의.

 

 집에 돌아온 내게는 예상대로 호화로운 포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무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눈부신 형상의 트로피 덕에 나는 오래간만의 가족회식으로 비싼 한우를 실컷 먹었고 용돈도 무려 두 배나 올랐다.

 내가 전교 1등을 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무도 내 상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긴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비싼 고기도 배불리 먹었고 용돈까지 올랐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나는 10대였고 부모님의 관심 따위 오히려 귀찮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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