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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30. 도플갱어의 습격
작성일 : 17-10-31 11:05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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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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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처럼 보이게 할까? 아니면 처녀귀신?"

 

 신나서 분장하는 그녀를 린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내 친구가 이렇게 신나서 화장하는 건 처음 보는 듯하다."

  "나 너무 잘 하지 않냐? 아직 메이크업 수업도 제대로 안 들었는데 어깨 너머로 본 것만으로도 이렇게 잘 하니 말이야. 안 그래? 아 케첩 입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그녀가 혀를 낼름거리며 쩝쩝거렸다.

 

  "시체가 낫겠지? 그럼 입술은 검보라로..."

 

 생각보다 그녀는 색깔의 구성을 잘 맞췄다. 그때 린의 번호로 문자가 왔다.

 

  "야, 오빠 다왔대."

  "어, 진짜? 거의 다 해간다."

 

 그러면서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자 린은 알면서도 깜짝 놀랐다.

 

  "으악, 깜짝이야. 야, 너무 리얼한 거 아냐?"

  "어, 진짜? 유치하지 않아? 안 어색해?"

  "어, 소름 돋아. 너 같지 않아."

  "엥? 나같지 않다고? 아, 나 같아야 하는데...그럼 좀 지울까?"

  "그럴 시간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지금 엘베 탔대."

  "아, 그래, 그럼 그냥 고고하자. 내가 니 옷 입고 니 책상에 앉아 있을 거야. 당연 불은 꺼놓고. 야, 문 열어 놔. 그리고 니가 화장실에 있으니까 현관문 열어 놓겠다고 해. 혼자 들어오게 해야지. 불 다끄자. 그리고 이 방에 오면 내가 뒤돌아서 앉아있는 거지. 그러다 그가 날 부르며 내가 홱 고개를 돌리는 거지. 키킥...그러면 완전 놀라겠지? 그때 그가 놀라서 뒤돌아설 때 니가 숨어있다가 그의 앞에 있는 거야. 그럼 반가워서 널 와락 껴안지 않겠니?"

  "그게 무슨 명랑만화 같은 스토리냐..."

 

 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아를 쳐다봤다. 절대 그런 거에 놀라지 않을 것 같단 표정이었다. 하완은 20대 초중반의 남자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만우절 초딩들 장난에 놀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얼른 현관문 열어놔."

  "알았어."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녀가 방을 나갔다. 시아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린의 책상에 앞에 앉았다. 책상 위에 거울이 있는데 불을 끄고 자신을 보고 있자니 좀 무섭긴 했다.

 

  "너무 리얼했나? 왠지 으스스하네. 괜히 수술방 얘기는 해가지고. 날 닮은 누군가가 있는 건가? 혹시 도플갱어?"

 

 순간 온몸에 소름이 쏴악 들었다. 빨리 이 쇼를 끝내고만 싶어졌다. 그때였다. 현관으로 하완이 중얼거리며 들어왔다.

 

  "아니, 스승님이 들어오면 버선발로 마중을 나와야지. 아주 요샛 것들은 스승에 대한 예의도 없고...치매 걸렸냐며 기어오르질 않나...말세다, 말세."

 

 아까 시아를 걱정했다는 말투는 어디로 가고 다시 아말고로 돌아온 그였다. 그러면서 그가 방 앞으로 왔다.

 

  "넌 불도 안 켜놓고 뭐하냐?"

  "고장났어요."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뭐? 야, 그럼 촛불 켜고 과외할래? 형설지공 할 거야? 반딧불 잡아왔어?"

 

 그가 들어오지도 않고 방문 밖에서 소리쳤다.

 

  "과외 준비도 안 해놓고...그럼 다른 방에서 하든지 거실에서 해."

 

 그러더니 그가 들어오지 않고 거실로 바로 갔다.

 

  ‘엥? 어디 가? 이게 아닌데?’

 

 계획에 1차적 차질이 일었다. 그렇다고 따라 나갈 수는 없었다. 그가 거실 불을 켜고 테이블에 앉아 가방을 풀었다. 그러는 데도 그녀가 나오지 않자 하완이 외쳤다.

 

  "야, 너 이제 숙제하는 거 아니지? 빨리 나와! 내가 니네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숙제도 안 해놓고..."

 

 시아는 안절부절했다. 그가 영영 들어오지 않으면 환한 거실 등 앞에서 시도도 못해보고 우스운 꼴로 놀림감만 되어버릴 테니. 그래서 올 때까지 기다렸다.

 

  "아, 이게 진짜..."

 

 기다리던 그가 엉덩이를 떼고 다시 방으로 왔다.

 

  "뭐해? 불 꺼놓고 혼자 분신사바하냐?"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야 하완은 뭔가 다른 기운을 느꼈다.

 

  "뭐야? 왜 그러고 앉아있어? 뭐, 뭐 해?"

 

 그러면서 천천히 접근해왔다. 시아는 흡족했다. 한 발만 더 오면 쇼타임인 것이다.

 

  "야, 야...괜찮아?"

 

 그가 그녀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순간 그녀가 벌떡 일어나 그를 쳐다보며 다가갔다.

 

  "으, 으악!!!"

 

 시아와 린은 그가 득음하는 줄 알았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이웃집에서 불이라도 난 줄 오해할 것만 같아 그만 소리 질렀으면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었다. 놀란 그가 도망갈 줄 알았는데 순간 보이는 보조의자를 집어들더니 시아를 향해 던졌다. 그 의자로 말할 것 같으면 과외할 때 그가 앉는 의자였다. 이제 놀란 건 시아였다. 아니, 놀랄 겨를도 없이 그녀는 의자에 머리를 맞았다.

 

  "아!"

 

 그리고 쓰러졌다. 이 모든 상황을 화장실 문틈으로 보던 린은 놀라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시아야!"

  "뭐, 뭐?"

 

 불을 켜며 들어온 린을 보자 하완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누워있는 시아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뭐? 유시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럴리가...얜 지금 병원에 있단 말이야. 너, 너 뭐야? 누구야? 가린아, 손 대지마. 강도일 지도 몰라. 비켜 서! 이러고 있을 때 얼른 신고해! 얘 시아 아니라고!"

  "아, 오빠, 무슨 소리에요? 얘 시아 맞아요. 학원부터 내내 나랑 같이 있었다고요"

  "뭐어?"

 

 시아의 분장 때문에 하완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 했다. 그녀가 묻힌 피 분장이 그를 다시 한번 정신적인 궁지로 몰았다.

 

  "뭐해요? 빨리 뭐라도 해봐요! 의사잖아요!"

  "나...의사 아니야."

  "아, 암튼 그쪽 이잖아요! 의대에서 뭐 배운 거 있잖아요."

  "얘 진짜 시아야?"

  "그렇다고요. 야, 시아야, 정신 차려봐! 아니, 어떻게 이걸 던져요?"

  "시아라고? 야, 왜 이런 장난을 쳐? 내가 얜 줄 알았냐? 난 엄청 놀라서...이거 진짜 아니지. 그렇지?"

  "케첩이고 아쿠아컬러 화장품이라고요!"

  "아, 씨...젠장."

 

 그제야 안심이 든 그가 시아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그녀를 재빨리 업었다.

 

  "야, 내 차로 가자. 아, 택시 타고 왔지. 이런...필요할 때는 없고. 야, 택시 불러. 얼른 가자."

 

 그렇게 그들은 허겁지겁 밖으로 나갔다.

 

  "아우, 왜케 무거워. 야, 엉덩이 좀 받쳐봐."

 

 도로변에서 업고 서있는데 점점 등에 업힌 시아가 축축 처졌다.

 

  "내가 의자 던졌다고 벌 받나 보다. 우씨...니들 정말."

 

 그가 그렇게 린을 째려봤다.

 

  "난 하지 말라는 쪽이었다고요. 시아가 그런 데도 계속 하겠다고..."

  "아, 이 초딩들...야, 내가 장담하는데 얘 괜찮아. 잠깐 기절한 것 뿐이야. 숨도 잘 쉬고 머리도 안 다쳤어. 내가 확인했어."

 

 그렇게 그들은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했다. 시아를 눕히자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간호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옴마야!"

 

 그리고 연이어 들어오던 의사 역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으악!"

 

 그렇게 시아는 그 날 밤 응급실의 십수명의 사람을 놀래키고 들어온지 5분만에 장렬히...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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