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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26. 쟤들이 저러는데 왜 내가 기분이 더러운거야
작성일 : 17-10-31 11:01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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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아가 학원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핸드폰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업 시간은 다가왔고 주차장에 그녀가 섰다. 곧 그가 올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잠시 후 그의 흰둥이가 멀찍이서 보였다. 하완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지상에서 서서히 코너링 해 딱 그녀의 무릎 앞에 차를 세웠다.

 

  "여어, 이렇게 버선발로 나와서 반겨주다니...눈물 나는 조우일세."

 

 팔짱을 낀 채 그녀가 그를 노려봤다.

 

  "설마 내 차에 담배빵을 놓으려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트라우마 때문에 지하에만 주차한다더니 왜 지상에 세워요?"

  "니가 여기 있는 걸 봤으니까. 이제부터 기스나는 건 다 니가 한 거야."

  "우기기는 세계 챔피언급이시네요."

  "야, 한두 번 당해야지."

  "내 폰은 언제 줄 거에요?"

  "폰? 아, 이거..."

 

 그가 주머니에서 그녀의 폰을 꺼냈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상사병이 낫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보다 극한 형벌이자 슬픈 이별은 또 없을 것이었다.

 

  "얼른 줘요!"

 

 그녀가 그에게 다가오자 그가 바닥에 떨구려는 자세를 취했다.

 

  "으악! 스톱! 움직이지 마!"

 

 그가 능글맞게 웃었다.

 

  "그렇게 나한테 명령할 처지가 아닐텐데?"

  "아, 알았어요. 그, 그만 하라고요. 다가가지 않을 테니까 그쪽이 나한테 오라고요."

  "싫은데?"

  "아, 그럼 원하는 게 뭔데요?"

  "전에 말했잖아. 녹음한 거 지우라고."

  "같이 지우는 걸로 해요."

  "아니, 너만 지워야지."

  "네? 아니, 동시에 지우기로 했잖아요."

  "야, 넌 바보냐? 그땐 내가 아쉬우니까 그렇게 타협을 보자고 한 거지만 지금은 그럴 위치가 아니잖아. 넌 인질협상도 모르냐? 영화 안 봤어?"

  "헐...그럼 그쪽 폰에 있는 녹음은 안 지우고 내 것만 지워라?"

  "고롷지, 빙고!"

  "와, 완전 깡패네.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그런 인질극에서 최후에는 인질범이 총 맞아죽는다는 거?"

  "야, 유괴범이 인질을 살려놓는 경우보다 죽인 채 협상하는 경우가 실제로 더 많다는 거 모르냐?"

  "와...잔인해. 의대 다닌다면서 사람 살리는 것보자 죽이는 걸 더 좋아하나봐."

  "뭐? 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쨌거나 좋, 좋아요. 지울게요."

  "잠금 해제를 알려줘. 내가 지울게."

  "그러다가 다른 것도 지워지면 어떡하려고요? 내놔 봐요! 내가 지우고 보여줄테니까."

  "야, 내가 너한테 한두 번 당하냐? 주면 바로 날라버릴 거잖아."

 

 그녀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다시 평정심을 되찾기로 했다.

 

  "이거 잠금 해제 가르쳐주고 다시 니가 바꾸면 되잖아. 내가 고딩 폰 내용에 뭐 그리 관심이 많겠냐? 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야."

  "그, 그래요. 좋아요. 그럼 해제할 테니 이리로 와요."

  "아...수갑이라도 채워야 마음이 편할 텐데 영 니 곁으로 가는 게 불안해서 말이다. 내가 너한테 급소 가격 당했지, 목 졸렸지, 너 왜 미용 배우냐? 저기 오는 길에 보니까 무예타이 학원있던데 거길 다니지..."

  "자꾸 거기서 중얼거릴래요? 나도 마음이 바뀔 수가 있다고요?"

  "아, 간다 가."

 

 그는 핸드폰을 꽉 줘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옆에서 전원을 켜는 순간 역시 가만히 있을 시아가 아니었다. 그녀가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채 달아나려는 순간, 하완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때 들어오던 오토바이크 불빛에 그녀는 차가 가까이 돌진하는 줄 알고 깜짝 놀라 폰을 놓치고 말았다. 핸드폰은 공중으로 붕 하고 날아 오르더니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설상가상 오토바이가 그 폰 위로 지나가버렸다.

 

  "으악!"

 

 시아는 하완의 파랑의 손에 나머지 팔을 잡힌 채 경악했다.

 

  "내 폰!"

 

 예상대로 그 오토바이의 주인공은 파랑이었다.

 

  "헐? 뭐였어?"

 

 가장 먼저 내린 사람은 뒤에 타고 있던 로사였다. 로사는 내리자마자 하완을 의식해 허겁지겁 옷매무새를 만졌다. 그리고 마치 처음 타본 것처럼 파랑에게 어색하게 말했다.

 

  "와, 안 태워줘도 되는데...여기 언덕이어서 올라가는 길에 태워줘서 고마워요. 오토바이 처음 타보는데 진짜 무섭네."

  "네에?"

 

 파랑은 갑자기 순진한 척 하는 그녀가 어이 없었다.

 

  "아, 난 빨리 들어가서 수업 준비를 해야겠네. 하완씨, 이따 봐요."

 

 그러면서 그녀가 샴푸모델처럼 머리를 힘껏 휘날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파랑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하완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이가 한 사람있었으니 그녀는 다름 아닌 시아였다.

 

  "으악! 이게 뭐야? 액정이, 액정이...나갔잖아! 으헝헝."

 

 이제야 그녀의 절규가 들리는 둘이었다. 파랑이 그녀를 보았다.

 

  "어? 그럼 아까 바퀴 밑으로 뭔가 깔린 게 돌이 아니었어? 소리가 꽤 경쾌하긴 하더만..."

  "아, 지금 농담이 나와요? 경쾌하다니? 오빠 꺼가 이렇게 부숴져도 그런 말이 나오겠어요?"

  "아니, 몰랐어. 진짜 몰랐다구."

  "아, 어떡해. 물어 내! 물어내라구요!"

 

 이 상황에서 웃음을 흘리는 이가 한 사람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하완이었다.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었으니 이보다 행복할 수 없었다. 이제 증거는 사라졌고 타겟은 파랑이 되었으니 모든 상황이 그에게는 베스트였다.

 

  "아, 나도 들어가서 수업 준비 좀 해야겠네. 로사샘, 엘리베이터 같이 타요."

  "뭐, 뭐야? 이래놓고 너는 들어간다고?"

  "내가 부순 거 아니잖아?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야, 야...그냥, 가? 야, 김하완!"

 

 그의 뻘쭘한 외침에 하완은 대꾸도 안 했다.

 

  "아, 이거 난감하네."

 

 급기야 시아는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

 

  "아앙, 어떡해!"

 

 난감해진 파랑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발을 뗐다. 하지만 새끼 맹수에게 접근하는 것마냥, 다가가는데 두려움이 몰려와 성큼 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 꽤 가까이 갔다.

 

  "야, 그거 내가 사줄게. 이따 대리점 가자. 메모리칩만 잘 꺼내면 안에 있는 거 복구할 수 있어."

 

 그러자 그녀가 울음을 뚝 그쳤다. 설핏 고개 숙인 채 미소 짓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잘못 봤을 거라 파랑은 여겼다.

 

  "정말요? 아, 진짜 정이 많이 든 건데..."

 

 그제야 마음이 놓인 파랑은 그녀 옆으로 갔다. 몸이 부숴져라 클럽에서 한 스테이지 더 뛰면 핸드폰 비용은 나올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쩐지 모텔에서부터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 딱 어제까지 좋았는데 행운은 거기까지 였나보다 속으로 한탄했다. 여자의 눈물은 고금 막론, 나이 불문, 남자를 향한 영원한 무기였다. 그가 시아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런데 창밖으로 그들을 보며 기분이 꿀꿀해지는 이가 있었으니...그는 바로 하완이었다.

 

  "아, 왜 이래...쟤들이 저러는데 왜 내가 기분이 더러운거야. 아, 뭐야...이 기분은...젠장. 아, 수업이나 듣자."

 

 그렇게 억지로 고개를 돌리고 교실로 향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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