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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23. 우리 저기서 좀 쉬어갈래요?
작성일 : 17-10-30 12:31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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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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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사는 클럽에서 나온 후에도 파랑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그녀의 화끈하게 달아오른 몸은 이런 날씨에도 뜨겁기만 했다. 그녀가 퍼붓는 키스에 파랑은 정신을 못 차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그들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파랑은 술을 한 모금도 하지 않았으므로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몹시 취했고 상당히 기분이 업 돼있는 상태였다.

 

  "저, 저기...로, 로사샘?"

 

 잠시 입을 뗀 순간 그가 로사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그 역시 그녀와의 키스가 황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대로 간다면 자제력을 잃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

  "나, 나 누군지 알죠? 파랑?"

  "파랑? 하늘이 파랗다고요?"

  "아뇨, 나 파랑이라고요."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도 잊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스킨쉽이 지속되는 건 좀 찜찜하긴 했으나 몸이 원하는 건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아, 파랑씨, 음...오늘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진, 진짜요?"

  "물론이죠.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취했으니까..."

  "나 안 취했어요."

 

 취한 사람이 어디 자신이 취했다고 고백하는가. 그걸 고백한다면 취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오늘 정말 나랑 있을 거에요?"

  "그럼요, 우린 환상의 파트너였잖아요. 우린 분명 이 밤에도 환상의 짝꿍일 거에요."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그건 남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이 파랑이란 걸 알고 있고 원한다고 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미혼인 성인 남녀가 밤을 함께 보내는 게 무슨 범죄가 되겠는가. 파랑은 자신의 오토바이로 그녀를 안내했다.

 

  "와...파랑씨 거에요? 멋지다. 이거 오늘 나 태워주는 거에요?"

  "이것만 태워주겠어요? 내 몸도 태워줄 수 있죠. 흐흣...자, 꽉 잡아봐요. 절대 손 놓으면 안 되요."

  "손 놓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로사샘, 날아갈 지도 모르죠."

  "꺅, 날아간다고요. 그것도 재밌겠다! 나, 나는 게 꿈이었는데..."

 

 파랑은 이 사람을 끈으로라도 동여매야하나 순간 고민했다. 하지만 설마 손을 놓을까싶어 바이크로 들어서 앉혔다. 오늘따라 힘이 불끈불끈 솟는 그였다.

 

  "와! 오빠 달려! 빠라바라바라밤!"

 

 로사가 그의 등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녀의 매서운 손바닥에 그는 찔끔 눈물이 났다. 술 취한 여자가 힘은 왜 이렇게 센지 모르겠다.

 

  "꽉 잡아요!"

 

 그리고 그가 달렸다.

 

  "우와악!"

 

 처음에는 놀란 그녀가 그의 허리를 꽉 안았다.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렇게 얼굴을 때려대는 바람을 가르고 지구 끝까지 달리고만 싶었다. 한동안 잘 가던 중 그녀가 팔을 놓더니 만세를 외쳤다.

 

  "만세! 난다, 날아, 오호호!"

  "위험해요! 날 잡아요!"

 

 하지만 그녀의 귀에 이미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만세를 부르며 목청껏 노래까지 하는 로사였다. 신호에 걸려 서있는 중에도 그녀의 고성방가는 이어졌다.

 

  "오 마이 티티, 이이잉, 티티!"

 

 그때 옆 차선에 서있던 차에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아, 이 여자야! 조용히 안 해? 어디서 술을 먹고 도로 한 가운데서 고성이야!"

 

 그의 말에 로사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넌 뭐야? 내가 노래를 부르건 말건 뭔 상관이냐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

  "뭐, 이 술집 여자가 어디서 소리를 지르고...야, 너 어디 업소냐? 어?"

  "나 술집 여자 아니거든? 너야말로 어디 조직 깍두기냐?"

 

 그러고 보니 그의 차는 조폭차의 대명사인 검은 세단이었고 그의 헤어스타일은 잘 다듬어진 네모였다. 파랑의 뇌리에 서늘한 두려움이 스쳤다.

 

  "아니, 이 기지배가 어디 기둥서방은 물어가지고 좋은 바이크 타고 술주정이셔? 니들 바이크랑 통째로 납작하게 밟아주랴? 죽고 싶어? 캉통캔 만들어 한강에 던져줄까?"

 

 겁이 난 파랑은 로사의 다리를 툭툭 치며 눈치를 줬지만 그녀는 더 양양했다.

 

  "기둥서방 아니거든? 유명 댄서거든? 잡을 수 있음 잡아봐라! 메롱, 이 깍두기 자식아!"

 

 그리고 그녀가 파랑의 등을 또 후려쳤다.

 

  "오빠, 달려! 이랴, 이랴!"

  "너 이것들 잡히기만 해봐, 댄서라고? 내가 업소는 꽉 잡고 있어! 잡히기만 해봐! 다신 춤 못 추게 면짝, 다리몽댕이 모조리 아작낼 줄 알아!"

 

 파랑은 눈물을 머금고 달렸다. 이번에는 정말 살기 위해 운전해야 했다. 목숨을 걸고 차선을 바꾸며 질주했다. 생전 태어나서 이렇게 미친 듯 뛰어본 건 처음이었다. 교통사고로 죽던가, 조폭에게 잡혀 죽던가 둘 중 하나였다. 어쨌거나 살려면 앞으로 가야했다. 다행히 좁은 이면도로로 진입해 인파와 주차차량 틈을 헤치고 꼬리떼기에 성공했다. 파랑은 바이크를 세웠다. 온몸이 땀에 젖었다. 헬멧을 벗으니 목틈으로 연기가 솔솔 피어올랐다. 로사 역시 내렸다.

 

  "휴... 살았다."

  "와, 잠이 확 깨네. 완전 스릴 넘쳐! 어쩜 못 하는 게 없어요? 하이파이브!"

 

 또 다시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파랑은 십년 감수한 얼굴에 주름이 생길 지경이었지만 그녀가 즐거웠다니 그것에 행복해야하는 것인가 갈등했다. 짝 하고 하이파이프를 하는그때였다. 욱신거리던 발목이 찡 하더니 신경을 타고 파랑의 머리로 통증이 올라왔다. 더는 걷지도 못할 것 같이 저려왔다.

 

  "아..."

  "왜 그래요? 아파요?"

  "다리가 좀..."

  "아, 밟느라 무리했구나. 그럼 우리 저기서 좀 쉬어갈래요?"

 

 그렇게 그녀가 가리킨 곳은 어두컴컴한 외곽에서 홀로 북극성처럼 빛나는...모텔이었다.

 

  "아플 땐 알콜이지. 오늘 재밌게해준 감사로 진통제 양주 한 병 쏠게요."

 

 사실 지금 그에게 진통제는 오직 하나, 기대하는 그것...뿐이었다. 쉬어가자는 그녀의 말에 아픔이 쏙 들어간 것만 같았다.

 

  "...정말요?"

  "싫어요?"

  "아, 아뇨. 아...아픈 것 같아. 한 발짝도 디딜 수가 없네?"

 

 엄살을 한번 부렸다.

 

 "나한테 부축해봐요."

 

 그렇게 그녀가 어깨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도 휘청휘청 갈지 자로 걸었으므로 결국, 그가 그녀를 부축해 가는 형상이 되고야 말았다.

 

  "쳇, 똑바로 못 걷기는 로사샘도 마찬가지네요."

  "나 똑바로 걷잖아요."

  "아, 네, 네..."

 

 못 이기는 척 그렇게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파랑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실 모텔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단전이 뜨끈거린 했다. 방에 들어가면 어떻게 행동해야하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데 그 혼란을 그녀가 단번에 정리했다. 문을 닫자마자 로사가 그의 목을 양 팔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 정확하게 입을 맞췄다. 파랑은 아무 것도,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어져버렸다. 오로지 본능대로, 한 방향으로만 아까 바이크를 몰 때처럼 질주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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