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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혁명적소녀
작가 : an3375
작품등록일 : 2016.8.24

모종의 이유로 가문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리는 도피처로 바탈리온 제국의 기숙사제 아카데미, 아스테리아 학원에 입학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에 최전방에 선 바탈리온 제국은 아스테리아 학원에 극소수의 사람들 밖에 모르는 비밀을 심어 놓는데…….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5)
작성일 : 16-08-28 00:16     조회 : 590     추천 : 1     분량 : 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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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겨울의 스산함이 완연히 사라지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보름이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찬란한 둥근 보름달 아래 서서 유리는 자신이 입학한 지 고작 한 달 만에, 그것도 소꿉친구의 연애 사정으로 인해 교칙을 어기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유리의 절친한 소꿉친구이자 그녀가 교칙을 어기게 된 주된 원인인 하엘은 자신이 주워온 리본첼 영애에 대한 정보로 인해 꼬여든 날파리, 아니 그녀에게 구애하고 싶은 남학생들과 함께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엄숙하게 선언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카릴 폰 리본첼 영애의 이름 아래서 맹세하노니-유리가 작게 코웃음을 쳤다.- 이 시간 이후로 리본첼 영애가 누굴 선택하든 그녀를 미워하지 않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녀의 험담을 하지 않을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달빛 아래 모인 일곱 명의 남학생들이 입을 맞춰 진지한 얼굴로 하는 선언의 내용이 저런 것이라니……. 유리는 ‘낭비’ 라는 단어의 사용을 지금 쓰지 않으면 또 언제 쓰나 싶었다.

 

 

 

 “좋아, 유리시아. 네가 이 선언의 증인이야.”

 

 

 “…슬프게도 그러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동쪽에서 거세게 불어온 바람 소리 때문에 이번엔 그녀의 속삭임을 아무도 듣지 못했다. 하엘이 좌중을 돌아보며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이곳엔 기사인 자도, 기사가 아닌 자도 있지만 우리는 성스러운 리본첼 영애의 이름 아래에-유리는 또다시 코웃음을 쳤다.- 맹세를 했고 이 맹세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명심해. 누구든 이 맹세를 어기는 자는 어기지 않은 자들로부터 큰 벌을 받을 테니까…….”

 

 

 

 마치 지금 이곳에 맹세를 어긴 자가 있다는 듯이 벌써부터 배신감어린 표정으로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눈을 노려보는 하엘의 표정이 날카로웠다. 그의 시선에 유일하게 눈을 떨구지 않은 것은 검술부의 레온하트 뿐이었다.

 

 

 하엘이 수업들을 때도 저런 예리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품을 하던 유리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 그녀의 시선이 어두운 숲, 한 구석으로 향하였다.

 

 

 

 “좋아, 그럼 유리가 여우를 전달하는 동안 우리는 여기서 대기하며 기다…….”

 

 

 “하엘.”

 

 

 

 유리의 검지손가락이 입술을 눌렀다. 하엘은 무슨 일이냐고 눈으로 물었지만 그녀는 바라보던 곳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어느새 레온하트 역시 유리와 같은 장소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두 검술부 학생이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같은 곳을 보고 있자 마침내 다른 아이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 시선을 두었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바라봐도 그곳엔 나무 그늘로 인한 어둠과 희미하게 비추는 달빛만이 있을 뿐 이상한 기색은 느낄 수 없었다.

 

 

 

 “유리, 대체…….”

 

 

 “목소리를 낮춰라.”

 

 

 

 레온하트가 속삭였다.

 

 

 

 “누군가 있어…….”

 

 

 

 유리의 말에 다시금 시선을 고정시키던 하엘은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빛이 반짝이는 걸 보았다. 그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멀리서 작게 보이는 빛은 낯익은 사람의 목소리와 함께 점점 더 가까워졌다.

 

 

 

 “정말 점호할 때 없던 학생들이 여기 있을까요, 사감님? 학원 밖에 있는 마을도 아니고 이런 외진 동쪽 숲에?”

 

 

 “뭐, 제보한 학생의 말에 따르면 은빛 여우니 뭐니를 잡는다하지 않았나? 나 참, 아무리 은빛 여우가 제국에서 흔히 볼 수 있어도 그렇지 사냥꾼도 아닌 학생들끼리 그 발 빠른 여우를 어떻게 잡겠다고…….”

 

 

 

 기숙사 사감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저 목소리를 아스테리아 학원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모를 리 없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신입생들에게서 ‘융통성 없는 깐깐쟁이’ 라는 별명을 얻은 기숙사 사감은 별명 그대로 교칙과 규율에 어찌나 깐깐한 사람이던지 기숙사 밖을 나설 때 셔츠에 작은 얼룩이라도 묻어 있다면 누구든 그에게서 벌점을 받음과 동시에 덤으로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어떤 신분과 권세가 높은 집안의 사람이라도 봐주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이 아스테리아 학원에서 귀족 자제들이 상대하기 꺼려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오, 젠장! 우린 빨리 돌아가야 해!”

 

 

 “그, 그래 마, 맞아! 사, 사감에게 거, 걸렸다간 벌점으로 아, 안 끝날 거야……!”

 

 

 

 덜덜 떨며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자고 속삭이는 이들 사이로 하엘이 낮게 이를 갈았다.

 

 

 

 “적어도 점호는 하고 나왔어야지 이 바보들아!”

 

 

 “그래서야 저 여우를 잡을 수 있었겠냐! 다른 놈들이 선점하기 전에 빨리 잡았어야 했다고! 그보다 넌 숟갈만 얹었으면서 왜 자꾸 잘난 척이야?”

 

 

 “너 잘났다. 덕분에 나도 깐깐쟁이에게 걸리게 생겼어!”

 

 

 

 하엘과 카드밀론이 서로를 탓하는 동안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레온하트가 유리를 향해 외쳤다.

 

 

 

 “우리가 저들을 유인할 테니 유리시아, 너는 특별동으로 가라.”

 

 

 “무, 뭐? 우리, 우리가 유, 유인하는 거야?”

 

 

 “유리시아가 특별동으로 가기 위해선 기숙사사감과 보조가 있는 곳을 지나야 한다. 이것 밖에 방법이 없어.”

 

 

 “하, 하지만……!”

 

 

 

 기숙사사감과 맞닥트려야 한단 사실에 그들은 기겁하며 발을 빼려고 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레온하트가 일갈했다.

 

 

 

 

 “우리는 방금 전 리본첼 영애에 대한 변치 않을 사랑을 맹세했다! 영애에 대한 귀공들의 마음은 고작 그 정도란 말인가!”

 

 

 “…….”

 

 

 “기숙사 사감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 내게도 마음 아픈 일이다. 하지만 가끔은 희생도 불가피한일! 보다 더 크고 뜻 깊은 대의를 위해 우리의 몸을 희생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아니, 그냥 여우를 포기하면 되잖아…….’

 

 

 

 한 발 떨어져서 이 참사를 관망하던 유리는 동기들의 한심한 모습에 동정이 들 정도였지만 이미 결의에 가득 찬 그들의 얼굴을 보아하니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씨알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가자, 제군들! 오늘 그대들은 굳이 검술부의 학생이 아니더라도! 장래에 기사가 될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뜨거운 용기와 기사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와아아!!!”

 

 

 “유리!”

 

 

 

 앞으로 돌격하는 아이들 사이로 하엘이 그녀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뒷일을…부탁해!”

 

 

 “…….”

 

 

 

 그리곤 다른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 사감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유리는 그런 그들을 보며 황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멍청이.”

 

 

 

 얼마 지나지 않아 숲 속엔 가여운 남학생들의 비명이 가득 울려 퍼졌다. 드높게 올라가는 남학생들의 목소리를 배경음삼아 유리는 여학생 전용 특별동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 안에 있던 은빛 여우가 캥, 하며 울었는데 유리는 그 모습이 꼭 사감에게 붙들려 고생할 남학생들을 비웃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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