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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총을 쓰는 마법소녀의 이야기
작가 : 아제
작품등록일 : 2016.8.25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언제나 다크서클을 달고 다니는 여고생 지다희. 어느날 이상한 일을 겪어 죽을 뻔 하지만 로브를 입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그녀를 구해준다. 그날 꿈에서 여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세계를 위해 싸워달라고 말을 하는데.
희망찰지도 모르는 지다희의 이야기.

 
1-1
작성일 : 16-08-27 23:58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7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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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눈을 뜬 곳은 도서관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다. 돔 형태의 건물 안을 둘러싸듯 내 키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책장이 서 있었다. 그 안에는 하나같이 책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건물의 한 가운데에는 책상과 식탁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여성은 내 모습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읽고 있던 책에 제목은 없었다. 다만 겉표지에 잔상처가 많아 오래된 책이거니 추측할 뿐이었다.

  여성은 특이한 외견을 지니고 있었다. 염색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하늘 빛의 머리카락과 물결이 치는 듯 그라데이션이 되어 있는 녹색의 눈동자. 생기가 감도는 흰색의 피부.

  남자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여자들 조차도 본 순간 반해버릴 정도로 매혹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성은 나의 앞으로 다가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지다희씨.”

  이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처음 본 상대방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머릿속을 수많은 상상이 휘저었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상대방이 대화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동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약점을 잡힐 뿐이다.

 

 “누구시죠?”“소개가 늦었습니다. 아마라고 합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신이라는 것에 가까운 사람이죠.”

  아마는 농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진심으로 자신이 신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인 것인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힘들지도 모르겠다.

  책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식탁의 옆에 앉은 그녀는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비어있던 식탁위에 티포트와 찻잔이 생겨났고 그 아래에는 분홍빛의 식탁보가 깔렸다. 속임수는 없었다. 최소한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놀라지는 않았다. 마법이라는 것을 보고 난 이후인지라 그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다만 그녀가 초현실적인 힘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확인했다. 그녀가 진실로 신에 가까운 존재인지는 모르지만 환상을 접하고 있는 인물인 것은 확실했다.

 “가만히 서 계시면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앉으시죠. 지다희씨.”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앉았다. 아마는 찻잔에 차를 따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허공에서 나타났을 티포트의 안에는 김이 오르는 붉은빛의 차가 담겨있었다. 홍차의 향이 식탁 주변에 퍼졌다.

 “갑자기 튀어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쉽게 믿진 못하시겠죠. 그냥 꿈속에서 일어난 바보같은 일 정도로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안심했다. 심각하게 정신이 나간 이들은 남의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최소한 남의 말을 들을 생각은 하고 있었다. 즉 정신이 나가지 않았거나 최소한 덜 정신이 나갔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녀가 따라 준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좋은 찻잎을 쓴 것인지 맛이나 향은 괜찮은 편이었다.

 “제가 할 말은 당신이 겪은 이세계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곳의 본부에서 한 분이 말을 했듯이 지금 상당히 손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현재 괴물의 수는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마법사용자들의 수는 그대로인지라 상황이 상당히 힘들어 졌습니다.”

 “그렇군요.”“그래서 당신에게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마법사용자가 되어서 저희와 함께 싸워주십시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아실테지만,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가만히 여성을 바라보던 나는 웃었다. 그녀가 이런 제안을 할 줄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기에 별로 놀라움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평화같은 뜬구름 잡는 말을 내뱉으면서 제안을 할 줄은 몰랐다.

  나는 현실적인 인간이었다. 만화나 소설 속의 그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은 하더라도 닮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그런 인간. 세계의 평화보다는 나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아무런 보상도 없는데 그런 괴물들과 싸우라니. 고개를 끄덕일 리가 없지 않은가.

 “싫습니다.”

 

  그녀의 말을 끊으며 거절의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다음말을 바로 내뱉었다.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마치 나의 거절이 당연한 것이라는 듯 자연스러웠다.

 “너무 성급히 결정을 내리진 마시죠. 아직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니까요. 공짜로 일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따른 보상도 당연히 지급을 해드릴 생각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금말고도 개인에게 특수한 보상을 드리기도 합니다.”

 

  마치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말했다. 아마 최초의 거절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순간 그녀의 여유로운 웃음을 보면서 완전히 그녀의 의도대로 흘러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도권이 넘어갔다. 단호한 대답을 통해 위에 설 생각이었는데 그것마저 상대방의 예상대로. 헛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기싸움에서는 완벽하게 져버리기는 했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척을 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돈에 부족함은 없고, 지금의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었다. 굳이 위험을 무릅써가며 괴물과 싸워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정말, 너무 성급하시군요. 이야기가 끝이나고 나서 대답을 해주세요.”

 

  거듭된 거절에도 아마는 여유로웠다.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약점을 쥐고 있는 것만 같은 그녀의 태도에 불안감이 강해졌다. 잠시 뜸을 들이며 홍차를 마시던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특별한 보상에는 개인이 바라는 정보같은 것도 포함이 됩니다.”

  찻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처음부터 내가 거절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저 내 반응을 보고 싶었던 것 뿐. 지금의 나는 완전히 그녀가 준비한 무대 위에서 놀아난 광대였다.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좋아요. 하죠. 마법사용자니 뭐니 하는 것.”“그것 참 잘된 일이네요.”

 

  별로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흔히 말하는 윈윈이었으니까. 나는 그녀를 위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녀는 나를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좋은 협력관계였다. 아마가 우위에 서있는 관계이기는 했지만 상관없었다. 목이 마른 것은 내 쪽이었다.

  아마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일어난 순간부터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마비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웃더니 나의 뺨이 입술을 가져다댔다.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아쉽지만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해야할 것 같네요. 잘 가세요. 지다희씨.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관계였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서서히 나는 정신을 잃어갔다.

  다시금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침대에 뉘여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방안을 살펴보아도 다른 사람은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방 안에 걸려있는 달력을 보고서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커튼을 열어 바깥 날씨를 확인해본다. 해가 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바깥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여러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랜만에 오랜 시간 잠을 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평소보다도 더 피곤했다. 지금 당장 침대에 다시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누워도 자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러지는 않지만.

  씻기도 귀찮아서 머리를 대충 묶었다. 하루 쯤 안감아도 문제는 없었다. 날씨도 선선해서 땀도 별로 나지 않았으니 별 상관 없겠지 싶었다.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아서 아침도 넘겨버렸다.

  마땅히 약속도 없었다. 오늘 하루는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책이나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나의 작은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산 소설이었다. 그닥 특별한 것은 없었다.

  책을 읽던 중에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내 집으로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인걸까. 한켠에 던져 놓았던 모자를 집어서 쓴 다음 문을 열었다. 얼마 전에 보았던 사람이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때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었다.

  괴물에게 죽을 뻔한 나를 구해준 이서희는 문 앞에 서서 나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더니 얼굴을 약간 붉혔다.

 “이서희씨. 어쩐...”“지금 이게 무슨 옷차림인가요! 만약 제가 남자였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입고 계신거죠?!”

 

  그녀는 나의 말을 끊고서 대뜸 소리를 내질러서 순간적으로 귀를 막았다. 확실히 지금 내 옷차림은 상당히 헐렁했지만 그렇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여자애답지 않게 보수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

 

 “일단은 들어오시죠. 여기서 떠들면 다른 분들게 실례일테니까요.”

 

  그제서야 이서희는 자신이 실례를 저질렀단 것을 알았는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녀를 안으로 데려오면서 나는 집에 커피잔이 하나가 더 있었던가 생각하다가 예전에 마음에 들어서 질렀던 녀석이 남아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고뇌에 빠졌다.

  거의 관상용으로 남아있었던 녀석이기에 그걸 써야할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결국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컵을 쓰기로 결정했다. 컵을 꺼낼 때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혼자 사시는 건가요?”“네. 여기가 학교에 가까워서.”“그렇군요.”

  이서희는 신기한 듯 나의 방을 두리번 거렸다. 별 것 없는 원룸이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에 비해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방이다. 누가 와서 본다면 심심해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을 정도로.

 

 “깔끔하네요.”“평범한거죠. 그렇게 깨끗한 편은 아니에요.”

 

  깔끔떠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쓰기 편하도록 필요 최소한의 정리를 해두었을 뿐이다. 집에 있는 것이 적어서 비교적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커피를 타서 그녀에게 가져다 주었다. 커피를 양손으로 공손히 받은 그녀는 나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옷 때문인걸까. 입고 있는 헐렁한 티셔츠를 만지작거리는 나에게 이서희가 말했다.

 “제가 무어라고 할 것이 아니란 건 압니다만 그래도 거의 처음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 집에 들어왔는데 그런 헐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어떨까 싶습니다.”

  그녀의 걱정이 담긴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옷장을 열었다. 밖을 돌아다닐 때 입으려고 사둔 회색 빛의 저지를 위에 걸친 나는 그녀의 앞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약간 머리가 멍했었지만 뜨거운 커피가 머릿속에 들어오니 정신이 차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서희씨는 어쩐 일로 여기에 찾아오신 건가요.”“지다희씨가 마법사용자가 되었다고 들어서 당신을 맞이하러 왔습니다.”

 

  확실히 그녀도 마법사용자이니 내가 마법사용자가 되기로 했다는 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들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신입인 나는 마법사용자에 대해 아는바가 없고 그에 대해 안내를 해줄 사람으로 나와 안면이 있는 그녀가 선택되었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서희는 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괴물말고 다른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며.

  우선 마법사용자에 대한 것. 마법사용자라는 것은 신과의 계약을 통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들을 통칭하는 것이다. 마법은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것과 몇몇의 특정한 사람이 사용하는 특수한 마법이 있다.

  특수한 마법이라고는 해도 공통마법보다도 효율이 안 좋은 경우도 있고 공통마법의 극에 달하면 최상위에 속하는 특수마법과도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위력을 지니는 경우도 있어 마냥 특수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대부분의 특수한 마법은 숙련도에 비해 효율이 좋아서 쉽게 활약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환영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아쉽게도 자신은 그런 것이 없어 여러모로 고생을 해가며 마법을 익혔다고 한다.

  그리고 마법사용자가 되면 신체능력이 상승하게 되지만 하지만 이것은 변신했을 때 한정이므로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상승치는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무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변신이라구요?”“네.”

 “그 TV속의 마법소녀들이 하는 그 변신 말하시는 건가요?”

  중간에 도저히 관과할 수 없는 말을 들어 이서희에게 물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변신이라는 단어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마법소녀들이 구호와 함께 빛에 물들어 프릴이 가득한 드레스로 갈아입는 것이었다. 이미 마법사용자가 되겠다고 해버린 이상 어쩔 수는 없었지만 그런 일을 한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인지 이서희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좀 달라요. 오랜시간을 들여가며 변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프릴 달린 옷을 입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변신한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복장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그녀의 대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이 재밌었는지 연신 웃으며 설명을 계속했다.

  마법사용자들에게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임무가 주어진다고 한다. 요즘 들어서 이 빈도가 늘어서 힘들었다고 그녀는 한탄했다.

  이것 말고도 자신에게 내려온 임무를 해결하고 나서 지원이 필요한 임무에 자원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와 그녀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 스스로 자원해서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힘들었다면서 왜 스스로 자원을 한 건가요.”“그야. 제가 좀 힘든 걸로 지다희씨 같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잖아요?”

 

  올곧은 사람이었다. 진지하게 이상을 생각하고 스스로 그 이상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 소설 속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그런 성격. 동경은 하지만 닮고 싶지는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 이후에 내가 관심없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 말을 하던 그녀는 곧 설명할 것이 떨어진 듯 팔장을 끼고서 설명할 것이 없는지 고민하며 끙끙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가볍게 소리를 냈다.

 

 “그러고보니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상위의 괴물에 대해서는 설명해 드리지 않았었죠?”“아마도요. 들어 본 적 없네요.”“중요한건데 깜박하고 있었네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 그녀는 상위의 괴물이라는 것에 대해 말해주었다. 상위의 괴물이라는 것은 괴물 중에서도 비정상적인 진화를 거듭해 어지간한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지게 된 괴물을 말한다.

  그들은 어지간한 괴물은 비교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로 사람을 끌어들여서 사냥한다고 한다. 그곳에 말려들게 되면 그곳의 주인을 설득하거나 죽이는 것 외에는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러니까. 여기하고 괴물이 사는 세계말고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소리죠?”“정확하네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순간부터 그 괴물을 상위의 괴물이라고 불러요.”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체감은 되지 않았다. 이서희가 순살한 괴물조차 나에게는 한없이 강해보였는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의 강자라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목이 말랐는지 이서희는 나에게 물이 없느냐고 물었다. 커피는 진작에 다 마신 뒤였다. 그녀에게 물을 건네주려고 냉장고로 향하던 도중에 바깥 하늘이 흐린 것을 확인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는데, 마치 그것이 거짓말이었던 것 같았다.

 “왜 그러세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상을 찌푸리기라도 한 모양이다. 이서희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별 일 아니에요. 갑자기 날이 흐려져서.”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나의 말에 이서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서는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바깥의 흐린 하늘을 확인한 이서희는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또 휘말린 모양이네요.”

  이서희는 굳은 얼굴로 나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휴대폰의 오른쪽 위에는 통화권에서 벗어났다는 표시가 나와 있었다. 내가 죽을 뻔 했었던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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