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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총을 쓰는 마법소녀의 이야기
작가 : 아제
작품등록일 : 2016.8.25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언제나 다크서클을 달고 다니는 여고생 지다희. 어느날 이상한 일을 겪어 죽을 뻔 하지만 로브를 입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그녀를 구해준다. 그날 꿈에서 여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세계를 위해 싸워달라고 말을 하는데.
희망찰지도 모르는 지다희의 이야기.

 
1-2
작성일 : 16-08-29 21:15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9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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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본부로 한 번 더 가야했으니 잘됐다고 해야할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변신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에 잠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 하더니 처음 만났을 때처럼 변했다. 움직이기 불편할 듯한 갈색 빛의 로브.

  변신을 마치고 나서 허공에 손을 흔들자 스태프가 나타났다.

 “지다희씨도 변신을 해보시는게 어떤가요?” 이서희의 권유에 나는 그녀를 따라서 작게 변신이라고 외쳤다. 잠시 눈 앞에 빛이 비치는 듯 하더니 사라졌다. 내 옷은 바뀌어 있었다. 움직이기 편한 검은 색의 티셔츠와 짧은 핫팬츠. 어떤 복장을 하더라도 괴물의 공격을 막아내는 효과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냥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결정했다.

 

 “현실적인 복장이네요.”“만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옷을 입어도 불편하기만 하니까요.”“그건 그래요. 확실히 이 로브도 걸리적 거리죠.”“그러면 다른 걸 입으면 되잖아요?”“싫어요. 로망이니까요.”

  그녀는 아이처럼 투덜거렸다. 성숙한 듯 보이는 사람이지만 역시 아직은 15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라는 것일까.

  변신을 마치고 나서 주먹을 쥐었다가 펴보았다. 무언가 부자연스러웠다. 한 번 주먹을 내질러 보았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진심을 담아 내지른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몸을 한 번 움직여 보는 건 괜찮습니다만. 바깥에서 해주세요.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을 부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담담한 이서희에 말에 나는 시험삼아 벽을 때려보려던 손을 멈추었다. 그녀와 함께 바깥으로 나온 나는 제자리에서 툭툭 뛰어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이 뛰어졌다.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

  별 생각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나를 이서희는 인내심있게 기다려 주었다. 어느 정도 움직이다보니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순 있었지만 세밀한 조절은 불가능했다. 이것은 시간밖에 답이 없을 듯 것 같았다.

 “많이 어색한가요?”“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평소랑은 움직이는 감각자체가 달라요.”“신체의 강화가 뛰어난 모양이네요.”

 

  어느정도 움직임에 적응하고 나서 이서희와 같이 본부를 향해 걸었다. 내 집이 있는 장소와 본부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서 몇 정거장이나 가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우리는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휘말리는 일이 자주 있나요.”“아뇨. 많아도 한 달에 한 번 정도에요. 이틀연속으로 이세계로 휘말린 경우라니 들어보지 못했네요.”

 

  이상하다면서 이서희가 말했다. 원래는 일어나지 않을 예외적인 일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무슨 변수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불필요한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잠시 생각을 하던 이서희는 괜찮을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아마도 나를 안심시켜 주려는 말인 것 같았다. 그녀는 은근히 고지식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으니 이런 일을 간단히 넘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거 보니, 특수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되는 건가요?”“본부에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있어요. 그걸 이용하죠. 지다희씨도 그것을 사용하게 될 거에요.”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나 싶어 물어보았지만 본부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기초적인 마법은 숙련도가 필요하기에 지금 그녀에게 배우더라도 제대로 쓸 수 있을 리가 없었고 특수한 마법에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그것도 불가능 할 줄이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구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다. 어지간한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가 강화되었지만 이것을 제대로 다룰 실력이 없었기에 이것도 애매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일이 없기를 기도하거나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에 이서희의 능력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기를 바라는 것 정도였다. 나도 필사적으로 저항하겠지만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였다.

  우리가 거리를 지나던 도중에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목에서는 날 수 없을 듯한 기분나쁜 소리에 웃고 있던 이서희의 얼굴에서 미소가 굳어버렸다.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가기를 바랬건만.

 “이게 무슨 소리죠?”

  그닥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를 챘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이서희에게 물었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이서희는 스태프를 붙잡은 손에 힘을 강하게 주면서 말했다.

 “괴물입니다. 그것도 평범한 녀석이 아닌 것 같네요.”

  이서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성의, 듣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보았던 잔혹한 풍경이 기억날 정도로 끔찍한 비명이. 이서희는 당장에라도 달려가려다가 나를 보고 잠시 주춤거렸다. 위기에 빠졌을 남성을 구하고 싶지만 나를 내버려 두는 것도 위험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이리라.

 “가보죠.”“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켜주지 못할 지도 몰라요.”

 “어차피 이미 위험해진 것 같아요.”

  우리의 눈 앞에 괴물이 나타났다. 한 두 마리 정도가 아니었다. 거의 열에 가까운 숫자. 신체가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괴물들에게 내가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할 틈은 없었다. 대응할 수 있어야만 했다. 짐이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단검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려만. 아니, 나이프가 있더라도 그 괴물의 몸을 뚫을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미지수인 만큼 무어라고 확신을 내릴 수는 없나.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되는 효과는 있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우리에게 달려든 괴물의 미간에 얼음송곳이 꽂혔다. 괴물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달려드는 괴물은 한 두 마리가 아니었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다가오지 전에 모두 다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그 중 한 마리가 우리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날카롭고 거대한 이빨로 나를 씹으려 들었다. 괴물의 움직임은 빨랐지만 따라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의 목을 씹으려 드는 이빨을 몸을 숙여 피하고 나서 주먹으로 괴물의 턱을 강하게 가격했다.

  전력을 담아 내리친 주먹은 상상이상으로 강했던 모양인지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듯 했던 괴물의 이빨은 가격당한 순간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그런 다음 나는 허공에 떠 있는 괴물의 복부를 주먹으로 찔렀다. 괴물은 약간 날아가더니 움찔거리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가 괴물을 쓰러트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듯 이서희는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단순히 이 괴물들이 약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칠 정도였다. 나는 바로 근처에 있는 다른 괴물에게로 달려들었다.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이 괴물들에게 대응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괴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근육으로 부풀려진 팔을 가지고 있는 괴물은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나는 살짝 뒤로 뛰어서 팔을 피한 다음 괴물에게 달려들면서 괴물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충격에 괴물이 비틀거리는 사이에 괴물의 발 밑에 원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불이 피어올랐다. 괴물은 기괴한 목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내버려두어도 죽을 것 같은 괴물을 내버려 두고서 나는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싸움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주변에는 괴물의 시체만이 남아있었다. 정신적으로 약간 지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이서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대단하시네요.”“어떻게든 잘 됬네요. 저도 놀랐어요.”“일단 뛸까요.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 같으니까.”

 

  말을 마치고 나서 이서희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달렸다. 나는 바로 그녀의 뒤를 따라서 뛰었다. 정의감 같은 것은 아니었다. 이서희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중간하게 도망치는 편보다 이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리가 들린 곳으로 도착했을 때 남성의 흔적인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그곳은 시체가 썩는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생기없는 눈을 한 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좀비들은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주변의 거리를 가득 채울 정도로 압도적인 수를 가진 좀비의 무리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폭력적이었다. 귀를 관통하는 찢어질 듯한 소음이 몇 번이고 울려퍼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무리라고 도망쳐야 한다고. 그런 생각은 이서희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조금이라도 판단을 지체하는 순간 좀비들에게 둘러싸이는 미래가 눈에 선했다.

  이서희가 나의 팔을 붙잡았다.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를 그녀의 찡그린 눈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면서 나에게 말했다.

 “일단은 도망칩시다. 좀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등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좀비들의 속도와 우리가 달리는 속도는 차이가 컸기 때문에 쉽게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망치는 도중에도 그녀는 미련이 남은 듯 자꾸만 남성의 비명이 들렸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무리 속에 일반인이 떨어졌다면 이미 죽여버렸을 것이 당연했고 설령 마법사용자가 그곳에 있었을지라도 우리가 구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서희 또한 그것을 알고 있을 터이지만 그녀는 고지식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누군가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신경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참으로 이상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성격이지만 귀찮고 거슬리는 성격이기도 했다. 만약 그녀가 혼자였다면 그 남성이 죽은 것을 확인하지 않는 한 그 좀비 무리 사이로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저 나라는 짐이 있는 덕택에 우선은 살아남는 것을 우선했을 뿐이다. 동경은 하되 닮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달리고 또 달려도 어디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좀비들은 거리 사이사이에서 튀어나와 우리를 괴롭혔다. 어디까지 도망치더라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불길한 상상이 머리를 스쳤다.

 

 “잠시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쉬도록 하죠.”

 

  이서희가 전방에 보이는 높은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둘 다 숨이 차오르지는 않았지만 무슨 생각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얌전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일단 이곳에서 그녀는 나의 선배였고 나보다도 많은 경험을 해왔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건물의 안에 들어온 우리는 문을 틀어막고 한숨을 돌렸다. 변신하기 전이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속도로 오랫동안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땀 한 방울 흐르지 않고 있었다.

  이서희는 스태프를 쥐고 문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번에 카페에서 그랬던 것처럼 결계를 치고 있는 것이겠지. 만능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으리라.

  마법사용자가 되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지팡이를 중심으로 무언가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마력이라는 것일까. 그녀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짧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 입을 열었다.

 “혹시나 싶어 묻는 것입니다만 저희는 상위의 괴물에게 휘말린 것이 아닌가요.”

  줄곧 머릿속에 품어왔던 의문을 이서희에게 물었다. 이서희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몇 가지 말이 안 되는 점이 있었다. 분명 이 근방에서 마법사용자들의 본부는 그닥 멀지 않았다. 그리고 이서희의 설명에 따르면 수백에 가까운 마법사용자들이 머물고 있다고 했다.

  좀비들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수가 많을 뿐이었다. 이서희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용자가 수십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좀비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마법사용자 수 백명이 머무르는 본부의 근처에 이렇게 좀비들이 날뛰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휘말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 주기적으로 순찰까지 도는 그곳에서 이런 좀비 무리들의 폭주를 눈치채지 못할리도 없었고.

  어떤 사유로 본부가 마비되었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소란이 일어났는데 마법사용자로 어느정도 활동을 하고 있었던 이서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니까.

  이리저리 생각을 해 봤을 때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어떤 괴물이 만든 세계에 휘말렸을 가능성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좀비의 무리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라고 생각하고 물어보았지만 이서희가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보아 그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어쩌다가 이 세계에 휘말렸다 싶었는데 그 다음 날에 상위의 괴물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또 다시 휘말리다니 나는 운이 없는게 아닐까. 어릴 적에 그만큼 고생을 했는데 조금 보답을 해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결계를 다 치고 나서 이서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마력을 소모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소비하는 일인 것 같았다.

 

 “괜찮을 거에요.”

 

  내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이서희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내가 무서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처음에 그녀가 설명하기를 주인을 설득하거나 죽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바깥에 있는 좀비들은 이 세계의 주인이 만들어 낸 부하들 일 것이고 이 세계의 주인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 좀비들을 쓰러트려야만 했다. 그것이 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무리라는 말밖에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서희의 정확한 전력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그 좀비들을 뚫고 이 세계의 주인을 쓰러트릴 정도의 힘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오지 않았겠지.

  남은 방법은 주인을 설득하는 것이지만 그것 또한 힘들었다. 애초에 이 세계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민을 해봐야 의미가 없었다.

  설령 어떻게든 만났다 치더라도 주인을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주인을 우리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이 세계로 불렀을 텐데 그런 주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재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상대가 솔깃해 할만한 무엇인가가 없었다.

  조금만 더 정보가 많았더라면 블러핑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상대방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부리는 허세는 오히려 입장을 더 불리하게 만들 뿐이니까.

  외통수였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고민하고 있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찾아야했다.

 

 “옥상으로 올라가보죠.”

  이서희에게 제안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한 말이었다. 이서희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높은 건물이었지만 마법사용자로 변신을 한 덕분에 오르는 것이 그닥 고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빠른 속도로 뛰어올라가고 있는데도 숨 하나 차지 않았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니 상황이 명확해졌다. 좀비들은 우리가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서희가 친 결계덕분일 것이다. 이서희는 애써 웃고 있었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결계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건가.

  난간에 팔을 걸치고 가만히 손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사용할만한 무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좀비와 싸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멍하니 있던 중에 손 안에서 작은 원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권총이 생겨나 있었다.

  손 안에 갑작스레 나타난 총에 놀라 바닥에 떨어트렸더니 권총은 입자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이서희가 갑작스레 놀란 나에게 무슨 일이나며 물었지만 별 일 아니란 말과 함께 나는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다시 한 번 손을 바라보면서 상상했다. 내 손 안에 글록이 잡히는 모습을. 그러자 또 다시 손 안에 작은 원이 생겨나는가 싶었더니 작은 빛과 함께 원이 사라지고 나서 글록34가 내 손에 생겨나있었다.

  탄창을 분리해서 확인을 해보았더니 탄알이 모두 다 장전되어 있는 상태였다. 다시 탄창을 끼우고 나서 자세를 잡았다. 그립 부분을 양 손으로 잡았다. 왼 손가락으로 오른 손가락을 덮듯이.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대충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소리가 울려퍼지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애초에 좀비들이 우리들의 위치를 이미 알고있으니 말이다. 허공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발포음과 함께 불꽃이 스쳤다. 반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겠지.

  다시 허공으로 총을 집어 던져서 없애버린 다음 이번에는 돌격소총을 상상해보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손 안은 비어있는 채 그대로였다.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권총류 뿐인걸까. 다른 총을 상상해 보았더니 바로 생겨났다.

 

 “신기하네요.”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총을 바라보면서 이서희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것은 흔히 알려져 있는 마법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것이 나의 특수한 마법이라는 소리겠지.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결계가 깨지기라도 한 것인지 좀비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옥상으로 들어오기 위한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미친듯이 달려드는 좀비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이서희는 철제의 스태프를 양 손으로 붙잡고 눈을 감았다. 기도를 하듯이. 무슨 마법이라도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녀를 내버려 두고서 나는 시험삼아 허공에 총 몇 발을 쏴 보았다.

  반동의 거의 느껴지지 않아 한 손으로 잡고 방아쇠를 당겨 보았지만 별 차이는 없었다. 마법사용자의 신체능력이라면 양 손에 권총을 들더라도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양 손에 권총을 들었다. 실전에서 사용해보고 잘 안된다면 바로 하나를 버릴 뿐이니 별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좀비들이 옥상에 도착한 것인지 철제의 문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이서희는 눈을 부릅뜬 채로 철제의 문을 바라보며 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 앞에 내가 알지 못하는 문양이 그려진 거대한 원이 나타났다.

  나는 총 두 개를 문 앞에 겨누었다. 두 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소총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이상 좀비들의 무리를 상대하기에 권총 하나로는 불안했다. 어쩔 수 없었다. 따라갈 수 없다면 포기할 뿐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 손에 떨림은 없었다. 철제의 문은 조금씩 찌그러지기 시작하더니 곧 모양이 이상할 정도로 뒤틀렸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터져라.”

  살벌한 목소리로 이서희가 외쳤다. 원의 중심에서 불꽃이 터져나오는 가 싶더니 일직선으로 좀비들이 기어나오고 있는 옥상의 입구 안으로 날아가 터져버렸다. 문 근처로 역겨운 초록 색의 액체와 좀비들의 썩은 살이 튀었고 옥상의 입구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양 손을 내렸다. 방아쇠를 당길 이유가 없어졌다. 그야 좀비가 올라와야 할 계단까지 날아가버렸으니까. 썩어 문드러져 가는 좀비들이 벽을 기어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이서희가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지친 듯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괜찮나요?”“..네. 마력이 떨어져서 그런거에요. 잠시 쉬면 괜찮아져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나를 안심시켜주려고 이서희는 미소를 지었지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도저히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녀에게 감사라도 전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너무한걸.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놨는데 그렇게 부숴버리다니.”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한 여성이 하늘에 둥둥 떠있는 광경은 비현실적이었지만 놀라움은 없었다.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았다.

  이곳저곳이 썩어들어가고 있는 생기 없는 피부. 길게 늘어진 다크서클과 초점이 없는 것 같은 눈. 짧은 검은색의 머리카락. 누더기나 다름이 없어서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옷.

  하늘을 날고 있는 여성은 지루하고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한 번 내쉬고 나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금 전에 폭발해버린 옥상의 입구가 돌아왔다. 시간이 되돌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여성은 그 위에 걸터 앉아서 다리를 꼬았다.

 

 “반가워. 마법사용자 여러분. 나는 키네르. 이 곳의 주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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