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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혁명적소녀
작가 : an3375
작품등록일 : 2016.8.24

모종의 이유로 가문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리는 도피처로 바탈리온 제국의 기숙사제 아카데미, 아스테리아 학원에 입학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이종족의 전쟁에 최전방에 선 바탈리온 제국은 아스테리아 학원에 극소수의 사람들 밖에 모르는 비밀을 심어 놓는데…….

 
Chapter 1. 그 소녀, 비밀(秘密) (3)
작성일 : 16-08-26 21:42     조회 : 429     추천 : 2     분량 : 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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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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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테리아 학원이 위치한 동쪽, 바탈리온 제국에서만 서식하는 은빛 여우는 제국 내에선 나무가 울창한 숲에 들어가기만 하면 볼 수 있는데다 보름달이 뜨면 더더욱 찾기 쉬워 발견하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은 동물이었다. 다만, 달의 마력을 소량 흡수하여 몸에 내재하고 있는 이 동물은 발이, 특히나 달빛이라도 비추는 날엔 어찌나 빠르던지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생물이었다.

 

 

 개체수가 적지 않음에도 그들의 예쁜 털들이 고가에 거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만세! 만세!”

 

 

 “모두 수고했어!!”

 

 

 

 감각이 예민하고 기척에 민감한 이 동물들은 숙련된 사냥꾼도 잡기 힘들어하는데 사냥꾼도 아닌 평범한 귀족 자제들이,더군다나 교복 재킷에 새겨진 문양으로 비추어 보건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부특성상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게 일인 경영학부인 걸 감안했을 때 대체 어떻게 그들이 이 은빛 여우를 잡았는지가 의문이었다.

 

 

 유리는 더러워진 옷과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만세 삼창을 해대는 남학생들을 보며 소리 없이 입술만 달싹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남자건 여자건 간에 귀찮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위대했다…….

 

 

 

 “자, 어서 이걸 리본첼 영애에게 가져다 드리자!”

 

 

 “크, 우리가 고생해서 이걸 드디어 잡았다는 걸 보시면 얼마나 기뻐할까!”

 

 

 

 사랑의 힘이라는 이름하에 그 잡기 힘들다는 은빛 여우를 잡았다는 것에 유리는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어야 할 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야 할 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이걸로 하엘은 은빛 여우를 리본첼 영애에게 바치는 걸 포기해야 한다는 것…….

 

 

 

 “잠깐…헉…잠깐 기다려!!!”

 

 

 

 ……일 터인데.

 

 

 숨이 찬지 옆구리를 부여잡고 땀범벅으로 나타난 하엘이-유리는 그가 땀범벅이 된 게 대체 몇 년 만에 보는 모습인 건지 잠시 고민했다.- 버럭 소리쳤다.

 

 

 

 “그 여우는 내 거야!!”

 

 

 “…….”

 

 

 “…뭐 임마?”

 

 

 

 잠시간의 정적이 감돈 뒤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와 험악해진 시선이 하엘과 그의 옆에 있던 유리를 향해 쏟아졌다.

 

 

 

 “못 들었으면 얼마든지 다시 말해주마!”

 

 

 

 어느새 숨을 가다듬고 허리를 쭉 피는 하엘을 보며 유리는 진작 짐작했어야 했다.

 

 

 

 “그 여우는 내 것이다!!”

 

 

 

 이 여우잡기 사건이 결코 평온하게 끝날 리 없었음을 말이다…….

 

 

 

 “이건 우리가 잡았어!”

 

 

 “그래, 하엘! 아무것도 안한 놈은 빠지라고!”

 

 

 

 뻔뻔스러운 하엘의 말에 여우를 둘러싸고 있던 대여섯명의 남학생들이 격분하여 소리쳤지만 웬만한 귀족자제 못지않게 귀하게, 그리고 부족한 것 없이 자란 하엘은 기죽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좀 더 오만하게 턱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긴! 나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공을 세웠어!”

 

 

 

 하엘의 말에 이제는 옆에 있던 유리까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가 철면피라는 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얼굴에 철판을 깔았을 줄은 처음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하엘은 그런 유리의 시선을 무시하며 다시 외쳤다.

 

 

 

 “너희들이 은빛 여우를 리본첼 영애에게 가져다주려는 이유는 뭐지?”

 

 

 “그거야 리본첼 영애가 바랐으니까…….”

 

 

 “그래! 바로 그거야! 하지만 그녀가 은빛 여우를 원한다는 걸 알려준 사람은 누구지?”

 

 

 

 하엘의 말에 남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동그란 안경을 쓴 한 왜소한 학생에게 닿았다. 시선이 집중된 그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처, 천사님이 은빛 여우를 원한다는 건 하, 하엘한테 들은 정보인건 맞아.”

 

 

 

 그 학생의 말에 다른 남학생들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는 친구들의 표정이 급격히 썩어 들어가는 걸 보고는 황급히 덧붙였다.

 

 

 

 “하, 하지만 이건 우, 우리가 잡은 거라고! 하, 하엘, 너, 너랑은 아무 사, 상관도 없어!”

 

 

 “뻔뻔하긴!”

 

 

 

 하엘의 말에 유리는 코웃음을 쳤다. 물론 하엘은 그것을 무시하였다.

 

 

 

 “은혜도 모르는데다 괘씸하기까지 하구나! 말 못하는 짐승들도 제 주인들에게 은혜를 갚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너흰 짐승보다 못하군!”

 

 

 “뭐가 어쩌고 어째?”

 

 

 “내가 없었으면 애초에 너희는 은빛 여우를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어! 정보를 제공해준 내게 감사하며 은혜를 갚는 건 당연한 것 아냐?”

 

 

 

 분위기가 한층 더 험악해 졌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살기에 실체가 있었다면 벌써 몇 번이고 찔려 죽었을 거라 생각하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유리와는 다르게 하엘은 대체 뭘 믿고 있는 건지 도무지 입을 다물질 않았다.

 

 

 

 “사실 내가 너희에게 준 도움은 감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값진 것이지만 이번만은 특별히, 저 은빛 여우로 너희들이 은혜를 갚을 수 있게 해준다 이거야.”

 

 

 

 이제 우린 죽었다. 유리는 생각했다.

 

 

 

 “그러니 당장 그 여우를 내게 넘겨!”

 

 

 

 그녀는 뻐근하게 당겨오는 뒷목을 부여잡았다. 친구는 잘 사귀어야 한다는 옛말에 역시 틀린 점은 없었다…….

 

 

 

 “멍청한 소리하지 마, 가넥스.”

 

 

 

 ‘멍청하다.’ 라는 수식어에 하엘의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유리는 무리의 앞으로 나온, 키가 큰 남자를 보고는 제 눈을 의심했다. 그는 무리의 다른 학생들과 유일하게 다른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와 같은, 검술부의 제복이었다.

 

 

 

 “그런 억지 주장으로 네가 우리의 여우를 가져갈 순 없어.”

 

 

 

 그녀는 눈을 한 번 비벼도 보고 손바닥으로 눈꺼풀을 꾹 누르기도 해보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슬프게도…….

 

 

 

 “아니면 가넥스 상회에서는 언제나 상대에게 그런 억지주장으로 남의 물건을 강탈하는 건가?”

 

 

 “…닥쳐, 레온하트. 감히 우리 집안을 모욕할 생각인가?”

 

 

 “네가 뻔뻔스럽게 주장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만?”

 

 

 

 어두운 붉은 머리칼에 그보다 선명한 붉은 눈. 같은 학년에 학부까지 같은 그의 얼굴을 유리는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레온하트 폰 이실도르.

 

 

 이실도르 후작가의 차남으로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큰 키에 수려한 얼굴, 그리고 냉정하고 차분해 보이는 성격으로 검술부 내에서는 동기들과 선배들의 신뢰와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었고 밖에서는 많은 여학생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제게 매달리는 여자들에게 한 줌의 관심도 주지 않는 차가운 남자였다. ……라고 유리는 여태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약혼자가 없음에도 언제나 고백을 받으면 ‘지금은 검술에 집중하고 싶다.’ 라는 말로 누군가와 사귀는 걸 멀리해 와서 여태까지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레온하트도 리본첼 영애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리본첼 영애 효과’ 라고 불러도 좋을 그녀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란 말인가! 유리는 이 이성에게 손끝만큼도 관심 없던 목석같은 남자도 리본첼 영애를 위해서는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래! 게다가 감히 상인 집안 주제에 어디 귀족에게……!”

 

 

 “바난!”

 

 

 

 뒤에 서 있던 한 남학생의 말에 레온하트가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아스테리아 학원에서 신분으로 인한 차별은 용납되지 않아.”

 

 

 “그렇지만, 레온하트! 너도 후작 집안의……!”

 

 

 “이건 학교 교칙에도 나와 있는 사항이야, 쏜 폰 바난. 그 이상 말했다간 내가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레온하트의 위엄 있는 낮은 목소리에 말을 꺼낸 남학생은 입을 꾹 다물었고 하엘은 조금 놀란 얼굴로 레온하트를 바라보았다. 한층 살기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유리는 ‘지금 너희 모두 교칙을 어기고 있다.’ 라는 지적을 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하엘, 그만 가자.”

 

 

 

 레온하트와 쏜이 서로를 노려보는 동안 내려앉은 침묵을 뚫고 유리가 입을 열었다. 거의 속삭이듯이 말하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주변이 고요해서 그녀의 말을 이곳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유리의 말에 하엘은 펄쩍 뛰었다.

 

 

 

 “뭐? 내가 왜 가? 저 여우는 내 거라니까!”

 

 

 “…아직도 그 소리야?”

 

 

 

 하엘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고집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처음처럼 강하게 맞서 주장하진 못했다. 레온하트가 그의 편을 들어준 게 표현하지 않아도 꽤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그만 고집 부려. 저건 쟤들이 고생해서 잡은 거잖아. 은빛 여우가 이 넓은 숲에 저거 한 마리도 아닐 테니 우리도 지금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면…….”

 

 

 “쟤들이 먼저 주고 난 다음 주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아니, 잠깐만.”

 

 

 

 말을 하던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을 돌아보았다. 하엘이 물었다.

 

 

 

 “그런데 너네 그 여우, 리본첼 영애에겐 대체 누가 잡았다고 할 거야?”

 

 

 “그야 물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잡았다고 해야지!”

 

 

 “…이 여섯 명이서?”

 

 

 

 유리는 그제 서야 하엘이 뭘 말하려던 것인지 깨닫고는 똑같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 그래. 그게 문제겠네. 그녀는 이곳에 온 순간 들었던 ‘드디어 이걸로 여신님께 고백할 수 있어!’ 라는 기대에 찬 남학생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여우는 하나고 리본첼 영애에게 고백하고 싶은 사람은 여섯 명인데…….”

 

 

 “…….”

 

 

 “누가 가서 고백하려고? 너네 전부 다 가서 고백하게?”

 

 

 

 하엘은 유리가 남학생들의 본심을 들었던 당시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들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 역시 리본첼 영애에게 여우를 바치며 고백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는 남학생들을 보며 생각했다.

 

 

 

 ‘…안정했군.’

 

 

 

 이들은 발 빠른 여우를 잡는데만 급급했지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다시금 내려앉은 침묵이 아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진 건 분명 기분 탓은 아닐 거라고, 유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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