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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이거 의외로 떨린다?
작성일 : 17-08-19 17:47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7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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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수련회를 다녀온 지 벌써 2주가 흘렀다.

  시간 참 빠르기도 하지.

  벌써 8월도 셋째 주에 들어서 여름 방학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공인 심사 날이고, 지금 여기 이렇게 응원차 마지막 황금 같은 주말을 허비하고 있었다.

 

  "야, 어떻게 쟨 심사를 보는 중에서도 저렇게 돋보이냐? 압도적이란 말은 쟤한테 딱이다 딱."

 

  난간 너머 인한이 오빠를 바라보고 있던 한 사범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사범님 말마따나 다 같은 도복을 입고 있음에도 상당히 눈에 띈다.

  점프력이나 절도 같은 게 차원이 다른 느낌이랄까?

  봐봐, 죽도를 단봉으로 다 막아내고 있잖아.

  저거 힘든 건데.

 

  "인한이 오빠는 진짜 사기 캐릭터 같아."

 

  "체력 + 민첩 + 힘 올 만렙?"

 

  여진이의 말에 경수가 덧붙였다.

  진짜 게임 캐릭터가 저러면 밸런스 붕괴로 욕먹을 거다.

 

  "저 체격에 저런 힘이면 솔직히 민첩은 좀 떨어져야 하는 거 아니냐? 진짜 사기캐다. 저걸 다 막네."

 

  "인한이야 워낙 노력 형이니까."

 

  박 사범님의 말에 한 사범님이 한숨 쉬듯 대꾸했다.

 

  "천재가 노력까지 해대니 우리 같은 범재들이 따라갈 수 있나."

 

  한 사범님?

  사범님들이 범재일 리가요.

  대회의 상을 휩쓰시는 분들이요?

 

  "어? 형이 범재면 저흰 뭔가요."

 

  "핏덩이들. 실력 더 키워와서 이야기해라."

 

  경수의 물음에 가소롭다는 듯이 한 사범님이 답했다.

  그나저나 인한이 오빠는 실력이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균형 잡혔구나.

  아, 타케트 날아갔다.

  저거 잡아준 사람도 어이없었겠지?

 

  *

 

  이번 심사의 최우수상을 받은 인한이 오빠를 보며 관장님은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런 관장님의 웃음 뒤에서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인한이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심사를 끝낸 인한이 오빠와 관장님, 그리고 사범님들과 경수, 여진이, 한성이, 세환이, 그리고 이번에 1단 심사자인 초등학생 상철이까지 모두 모여 호열이 오빠가 시키는 데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럼 점심은 짜장면이다."

 

  "에이, 관장님 갈비 같은 거 먹죠? 인한이 3단 최우수상까지 타왔는데."

 

  "됐어. 형. 포기해. 관장님 원래 나 어렸을 때부터 축하할 일 있으면 짜장면 사주셔 포기해."

 

  축하할 일엔 짜장면이지! 라니 뭔가 굉장히 예스럽게 느껴졌다..

  체육관에 도착해서 무려 간짜장과 탕수육을 시켜 매트 위에 펼쳐 놓고 먹기 시작했다.

  먹을 때만큼은 조용히.

  누가 그러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짜장면을 흡입하는 소리만 내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열심히 먹고 있을 때, 거의 다 먹어가는 세환이 녀석이 나를 보며 천진하게 말했다.

 

  "제제형, 알아? 짜장면에 물이 많이 생긴 건 다 침이래."

 

  이게 먹고 있는데 이상한 소릴.

 

  "제제형 것 물 많은 거 보니 다 침인가보다. 더럽게."

 

  얄미운 소리를 하며 세환이는 소리도 안내고 짜장면을 먹었다.

  앤 뭐 남자애가 저렇게 곱게 먹냐.

  내려다본 내 그릇은 국물이 흥건했다.

  괜히 이세환이 이상한 소릴 해서 그런가? 다 내 침 같아서 창피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후루룩 남은 건더기와 국물을 다 먹어버렸다.

  여진이만 빼고 다들 이미 식사를 끝냈다.

  뭐 식사라기보단 거의 흡입에 가까운 행위였지만

  관장님께서는 단무지 하나를 입에 넣고 씹으시더니 이야기하셨다.

 

  "인한이 녀석 이제 3단이니 이제 박 사범, 한 사범이랑 같이 사범 연수 교육 갔다가 4단 따고 체육관을 하나씩 내면 되겠구나. 내 계획이 차근차근 실행되고 있어. 하하."

 

  호탕하게 웃으시며 관장님이 이야기하시자 이상하게 인한이 오빠의 얼굴이 어둡다.

  아니 아까도 그러더니, 신경 쓰이네.

 

  "관장님 저희 군대 안다녀왔습니다만?"

 

  한 사범님이 이야기하셨다.

 

  "아 맞다. 이것들 얼른 다녀오던지 적당히 방산업체로 빠져라. 내 다녀오긴 했지만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좋아."

 

  관장님 의외시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지! 이러실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이호열."

 

  "넵."

 

  "넌 올해 성실히 다니면 다시 조교로 임명할 테니까."

 

  "하하, 관장님 그거 불태워버리시진 않으셨네요?"

 

  "쯧. 쪼개서 불태우려다 말았지. 임명식 날 잠적하는 놈이 뭐 이쁘다고 그걸 그냥 냅버려 뒀을까"

 

  "하하하."

 

  호열이 오빠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처음 본 오빠인데도 검은 띠 매고 왔다 싶었다.

 

  "어쨌든 봐서 내년쯤 다시 임명장 나갈 테니 이제 좀 성실히 다녀라."

 

  "예예."

 

  "사진들은 카페에 잘 올려두고."

 

  "예."

 

  "자, 그럼 다들 먹은 거 같으니 해산하자. 딴 데로 새지 말고. 특히 한성이, 세환이. 너희 요즘 지켜보고 있으니 허튼짓하지 말고."

 

  인한이 오빠는 관장님께 따로 양해를 구하고선 우리와 남았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벌써 가을이 다가오는지 따뜻한 햇볕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냥 헤어지기는 아까운 토요일이다.

 

  "노래방 콜?"

 

  "콜."

 

  이런 주말엔 데이트나 해야겠다는 한 사범님과 아직 어린 상철이를 제외하고는 늘 가던 2층의 노래방으로 향했다.

 

  -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들어선 노래방 내부는 지나치게 하얗고 깨끗했다.

 

  "오늘은 좀 일찍 왔네? 9번 특실."

 

  한창 게임 중이실 진한 화장의 관능적인 눈매를 가진 노래방 주인 언니는 컴퓨터에서 살짝 눈을 떼 우리를 보더니 기계적으로 이야기했다.

 

  "와! 특실이다."

 

  맨날 경수랑 여진이 이렇게 셋이 올 땐 작은 방이었는데 여럿이 오니 특실이군. 좋구나.

  널찍한 특실에 울리는 노래방의 환영 인사를 들으며 벽보의 신곡이 뭐가 있나 살펴보는 동안 경수는 늘 부르던 곡의 번호를 눌렀다.

  사무적으로 번호 소리가 울리고 전주가 시작되었다.

 

  "제제. 간점 눌러줘."

 

  리모컨의 간주점프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곡을 예약할 때쯤 호열이 오빠가 음료와 맥주, 그리고 새우깡을 가지고 들어왔다.

 

  "자, 니들은 음료."

 

  호열이 오빠는 테이블 위에 종류별로 음료수를 놓고는 맥주 3캔을 들고 인한이 오빠와 박 사범님에게 건넸다.

  물론 인한이 오빠도 미성년자이지만 이상하게도 위화감이 없었다.

  아마 주인 언니도 인한이 오빠는 성인인 줄 알고 있는 듯했다.

  고등학생으로 보긴 힘들지.

  그나저나 오늘따라 인한이 오빠 표정이 유난히 굳어있었고 사범님과 호열이 오빠도 썩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왜들 저래?

  신경은 쓰이긴 했지만, 여기는 노래방, 노래에 집중했다.

  우리는 음료수로 가끔 목을 채우며 한창 부르고 싶은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불렀다.

  경수가 성인식 노래에 맞춰서 요염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창 그렇게 신나게 놀고 있을 때였다.

 

  -쾅.

 

  "와씨. 깜짝이야."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노래방의 전주만이 고요한 방 안을 채웠다.

  탁자 위에는 조금 찌그러진 맥주캔이 보였다.

  인한이 오빠는 비장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옆에 같이 술을 마시던 박 사범님과 호열이 오빠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아, 뭐지? 쎄한 기분이 드는데.

 

  "제제야. 오빠 마이크 좀 줘봐."

 

  목소리를 깔며 손을 내미는 인한이 오빠의 손에 마이크를 곱게 올려주었다.

  경수 역시 오빠가 시키는 대로 번호를 눌렀다.

 

  - 9 7 0 6

 

  분위기도 모른 채 밝게 숫자를 읽어주는 기계 언니의 목소리가 울리고 화면에 길, god란 글자가 나타났다.

  흥에 겨웠던 노래방이 순식간에 발라드 분위기가 되었다.

  느릿한 비트가 울려 퍼졌다.

  간주 점프를 눌러야했지만 왠지 분위기가 비장해서 누를 수가 없었다.

  다들 그저 숨죽이고 방 중앙으로 마이크를 들고 선 인한이 오빠를 쳐다보았다.

  마치 군가를 부르는 듯한 비장한 목소리로 인한이 오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오빠 취한 거야? 맥주 한 캔에?

  박 사범님 쪽을 쳐다보았다.

  경악에 가까운 표정의 사범님을 보니 인한이 오빠의 주량을 몰랐었나 보다.

  노래방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해졌다.

 

  *

 

  9시. 이미 해가 져 사방이 어두웠다.

  인한이 오빠도 한 3시간쯤 더 노래방에 있으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빨리 취하고 빨리 깨는군.

 

  "자, 늦었으니까 너희 바로 집에 가서 나한테 연락해라. 여진이는 경수랑 세환이랑 같은 방향이고, 한성이는 호열이, 인한이랑 가면 되고."

 

  다들 가는 방향에 맞춰 짝을 지어주시던 사범님은 나를 쳐다보았다.

  음, 우리 집 방향으로 가는 사람 없는데.

 

  "유지애 너는 나랑 가자."

 

  "사범님네는 완전 반대쪽인데요? 저 혼자 갈 수 있는데."

 

  경수랑 여진이랑 노래방 가면 매번 이 시간에 혼자 집에 가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범님의 눈빛은 왠지 더 대꾸하면 혼날 분위기다.

  저 봐, 또 눈썹 올라가잖아.

  박 사범님은 모두 해산이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럼 유지애 가자. 아 잠깐만."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확인도 안 하고 주머니에서 꺼내 받은 사범님의 표정은 갑자기 딱딱하게 굳었다.

  전화 밖으로 여자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흠.

 

  "김여은? .. 어. 내가 밖인 건 어떻게 알아? 아, 여진이.. 왜 전화했어."

 

  낮게 욕을 내뱉는 사범님 옆에 멀뚱멀뚱 서 있었다.

  사범님은 잠깐만.이라고 입 모양으로 말했지만, 왠지 전화하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러다가 가는 내내 불편한 분위기가 될 거 같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고 있던 사범님에게 저 그냥 혼자 갈게요. 라고 인사하고는 냅다 도망쳤다.

 

  "야, 유지애!"

 

  뒤에서 소리치는 사범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못 들은 척 그냥 뛰어갔다.

  다행히 쫓아오지는 않았다.

  사범님이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도망치고 나서야 천천히 걸었다.

  시원한 밤공기가 기분이 좋았다.

  이제 여름도 끝나가나 보다. 좋았던 방학도 내일이면 끝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체육관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선 검은 봉투를 들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서강민과 눈이 마주쳤다.

  어? 쟤가 왜 여기? 여기 사나? 눈이 마주쳤는데 인사를 해야 하나? 그냥 외면해도 되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망설이는 사이 성큼 바로 옆으로 다가온 강민이가 인사를 했다.

 

  "안녕?"

 

  "어? 안녕."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게 싫어서 사범님한테서 도망쳐 왔는데 이 무슨, 신호야 좀 빨리 바뀌어라.

 

  "유지애 너 어디 갔다 오냐?"

 

  "노래방."

 

  "뭐? 거기서 여태까지 있었어? 지금 시간이 몇신데."

 

  왼쪽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본 강민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어떻게 알고 저러는 거지?

 

  "아까 준성이애들이랑 같이 갔었거든, 청우노래방. 너 거기 있었지? 특실."

 

  아아, 라며 작게 긍정을 했다.

 

  "근데 노래방 좋아해? 그런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반 애들이랑 노래방 한 번도 안 가지 않았나?"

 

  "아, 평일 낮에는 시간이 안 되니까. 보통 주말에 애들이랑 자주가."

 

  "아까 같이 있던 애들?"

 

  "응."

 

  신호 바뀌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강민이가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걸었다.

  뭐야, 집이 같은 방향인가?

 

  "서강민. 집 이쪽이야?"

 

  "아니. 저기 큰 숲 아파트."

 

  강민이는 뒤쪽의 아파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왜 따라서 오는 거야?

 

  "그럼 횡단보도 건너면 안 되잖아? 왜 건넜어?"

 

  "너 데려다주려고."

 

  "날? 왜?"

 

  "이 시간이면 위험하다는 생각 안 들어?"

 

  담담하게 말하는 강민이에게 그런 생각 안 드는데.라고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맨날 다니는 길인데 사범님도 그렇고 왜들 그러는지, 큰 공원의 가로등도 밝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고.

 

  -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우스웠어.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 창에는 박 사범님이라고 반짝거렸다.

  와, 한 소리 들을 거 같은데.

 

  "여보세요."

 

  아니나 다를까 받자마자 화를 내셨다.

  와, 우리 엄마도 이러진 않겠다.

 

  - 그래서 지금 어디야?

 

  "여기요? 거의 다 왔어요. 집 근처 공원이요."

 

  전화기 너머 빨리도 갔네라며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사범님 갑자기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지셨을까?

  왠지 여동생을 걱정하고 있는 친오빠가 생긴 기분이다.

 

  "잘 가고 있어요. 마침 학교 친구 만나서 같이 가고 있어요."

 

  - 친구?

 

  "네, 같은 반 남자애요."

 

  - ...조심히 들어가고 집 도착하거든 연락해. 딴 데로 새지 말고.

 

  "네네."

 

  전화를 끊자 되게 강민이는 신기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냥. 근데 누구야? 남자친구?"

 

  "뭐? 아니."

 

  "흠. 그런데 그런 전화를 해?"

 

  "사범님이라?"

 

  "사범님이어도.. 어? 너 운동해?"

 

  몰랐었나?

  내가 학교에서 말 안 했던가?

 

  "응."

 

  강민은 피식 웃더니 다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화려한 무늬의 반바지에 한 손을 찔러 넣고는 쪼리를 신은 발을 찍찍 끌면서 나란히 걸었다.

  나 되게 늦게 걷고 있는데 속도 맞춰주는 건가?

  몇 분 침묵 속을 걷다 보니, 작은 숲 아파트라고 적힌 아파트 입구가 보였다.

 

  "아 다 왔다. 여기야."

 

  "집 여기 이동이야?"

 

  "아니 집은 좀 더 안쪽, 저 끝에 있는 동."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집 앞까지는 데려다줄게."

 

  "어 그래, 고.. 맙다."

 

  이번엔 앞장선 강민이를 뒤따라 걸었다.

  예전에 한 번 업혔던 넓은 등이 보였다.

  짜식. 그래도 등빨 좀 있네. 유도부라고 했나?

  해미가 유도부 들어가면서 강민이도 거기 같은 부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역시 운동하는 애들이 몸이 좋아요.

  어차피 뻘쭘한 거 눈 호강이나 하자는 생각에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갑자기 강민이가 돌아봤다. 깜짝이야.

 

  "유지애."

 

  안 그래도 저음인 녀석이 분위기 잡으니까 좀 무섭네.

 

  "어? 왜?"

 

  "너 남자친구 있냐?"

 

  "어? 아니?"

 

  "그래? 그럼 우리 사귈래?"

 

  "뭐?"

 

  뭐야 앤, 뜬금없이.

  윙?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강민이는 재미있다는 얼굴을 하고선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사귀어보자고. 우리."

 

  "아니? 왜?"

 

  원래 사귀자는 고백이 이렇게 뜬금없는 건가?

  우리 오리엔테이션 이후로 이야기도 제대로 안 하는 데다가 인사하기도 어색한 사이인데?

 

  "싫어?"

 

  "싫다기보단 너랑 이야기도 제대로 안 해봤는데?"

 

  "차차 알아가면 되잖아."

 

  아니, 지금 한 학기가 지나도록 우리 이야기도 안 하는 사이야.

  고백이라는 걸 처음 받아보는 거라 이 상황이 좀 어이가 없었다.

  아니, 고백이라는 게 그래도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하는 거 아니냐고.

 

  "어.. 음... 그러니까 왜 나랑?"

 

  순수한 의문이었다. 아니 그렇잖아.

  생각해보니 강민이 얘 좋다는 여자애들이 좀 있는 거로 아는데.

 

  "그냥 눈이 가서?"

 

  "눈이 가?"

 

  "응. 그냥 학교에서 지내면서 그냥 눈이 가더라고. 그래서."

 

  "그게 다야?"

 

  뭐 옛날부터 좋아했어 그런 건 아니고?

  갑자기 강민이가 작게 웃었다.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라 실망했어? 실망했으면 미안."

 

  활처럼 휘어지던 눈꼬리가 다시 돌아왔다.

  유난히 까맣다고 생각이 드는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갑자기 내가 어린애처럼 미숙한 느낌이 들어 얼굴이 붉어졌다.

 

  "근데 지켜보고 있던 건 진짜야. 계속 눈길 가더라고 궁금도 하고,"

 

  아까보다는 진지한 말투로 강민이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대체 뭐가? 언제?

  눈알만 굴리면서 강민이를 쳐다보았다.

 

  "궁금해?"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이는 또 웃었다.

  여자들이 외모 찬양하던 이유가 있었구나. 잘생겼네.

 

  "그럼 적어도 고백에 대답은 해줘야지 유지애. 나 고백했잖아. 지금 또 말하면 세 번인데? 이거 의외로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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