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17번째 생일
작성일 : 17-08-17 11:34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44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 번쩍.

 

  썰렁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떴다.

  어라? 나 텐트 안이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돋웠다.

 

  -꼬르륵.

 

  다행히 배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보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던 것도 메슥거리는 느낌도 없다.

  아, 진짜 약 먹고 자니 나아지네.

  덮인 침낭을 걷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머리맡에는 내가 베고 있던 구겨진 사범님의 옷이 보였다.

  하여튼 섬세하시기는.

  여자친구는 좋겠네,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어쨌든 밥때인 거 같으니, 얼른 나가야겠다.

  지이익- 지퍼 소리를 내며 드러난 바깥세상은 아름다운 붉은 노을로 가득했다.

  텐트 앞에 곱게 놓인 슬리퍼에 발을 넣으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현실 같지 않은 기분이다.

  멍하니 그렇게 넋을 잃고 노을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제제. 많이 아팠어?"

 

  허리를 감싸 안으며 여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괜찮아."

 

  "언니 완전히 쓰러져서 주무시던데."

 

  나보다 한 뼘은 큰 서영이는 몸을 살짝 숙여 눈을 마주친다.

  아니, 왜 우리 체육관 애들은 다들 이뻐?

  마주친 쌍꺼풀진 눈매가 너무 이뻤다.

 

  "헤헤, 이젠 좀 살 거 같아."

 

  여진이는 어깨에 손을 두르고 그럼 밥을 먹으러 가자며 이끌었다.

  닭죽을 배식하고 계시는 사모님이 보였다.

  사모님은 걱정하시며 아까 자리 비워서 미안하다며 괜찮냐고 물으셨다.

  괜찮다며 웃으며 말하자 사모님은 죽을 한 그릇 가득 퍼서 주셨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릇을 들고 다른 아이들이 먹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난민 꼴로 여기저기 상자 식탁 위에 밥그릇을 올려놓고 아이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아직 하루도 안지 났는데, 벌써 까매진 아이들은 바닷가 현지 아이들 같았다.

 

  "어? 제제형 괜찮아? 아까 물먹어서 그런 거야?"

 

  대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맞은 편에 있던 세환이 녀석이 드물게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응? 아냐. 아까 체해서 그래. 지금은 멀쩡하다."

 

  "아, 그치? 튼튼하네! 제제형."

 

  멋쩍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세환이를 보니 꽤 걱정한 모양이다.

  짜식.

  자리에 앉자 윤호 녀석이 숟가락을 챙겨주었다.

 

  "누나 얼른 이거 먹어."

 

  아이고 이쁜 윤호.

  딱 너같인 동생 있었으면 좋겠다.

  왜 난 나보다 큰 동생밖에 없니?

 

  "와, 우리 윤호 최고다. 고마워 잘 먹을게."

 

  품에 쏙 들어오는 윤호녀석을 꼬옥 안으며 이야기하자 세환이 녀석이 맨날 윤호만 이뻐한다니까라며 툴툴거렸다.

  그럼 너도 작고 귀엽던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콩나물 같은 녀석이.

  마지막 닭죽을 입에 넣고 나니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거 같았다.

  배가 부르니 찝찝했다.

  생각해보니 씻지를 않았다.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는 여진이와 서영이에게 대충 이야기를 하고 샤워를 하러 갔다.

  붉은 기 가득했던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차가운 물이 몸에 닿자 정신이 번쩍들었다.

  아, 진짜 물만 따뜻하게 아니지 미지근하게라도 나왔으면 소원이 없겠다.

  움찔 움찔거리며 빠르게 머리와 몸의 소금기를 씻어냈다.

  소름이 잔뜩 돋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깔끔했다.

  샤워실문을 열고 나오니 서늘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쳤다.

  올해는 유난히 더 추운 것 같다.

  텐트로 돌아가 걸칠 옷을 찾다가 구겨져서 말려있는 사범님 옷이 보였다.

  아, 저거 가져다줘야겠다.

  내 동복을 위에 걸치고 사범님 옷은 손에 들고 나왔다.

  어두운 모래사장에 랜턴 몇 개를 조명 삼아 경수와 여진이, 아이들이 고개를 맞대고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사범님들도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사박사박 모래를 밟으며 다가갔다.

 

  "어? 제제형? 왔다. 왔어."

 

  눈치 빠른 세환이 녀석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발견하곤 외쳤다.

  애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윤호 출동."

 

  경수의 말에 윤호가 음료수를 들고 엉거주춤 일어서 다가왔다.

  뭐야?

 

  "헤헤. 누나. 음료수 마실래?"

 

  윤호는 음료수를 따서 건넸다.

  뭐야? 일단 주는 거니까 마셨다.

  눈길을 슬쩍 무리 쪽으로 돌리자 윤호는 자기를 보라며 눈웃음을 지으며 내 앞을 막아섰다.

 

  "이윤호! 다 됐다."

 

  경수의 외침에 윤호가 나를 무리로 이끌었다.

  어어?

  여진이는 초코파이를 가득 쌓아 만든 케이크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스파클라 하나씩을 손에 든 아이들이 뒤로 섰다.

  17이라는 숫자 촛불 등대 주위에서 빛나는 별들 같았다.

 

  "짜잔! 이거 초 내가 일부러 가져온 거야. 완전 감동이지?"

 

  여진이가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하하. 뭐야.

 

  "자자, 노래 노래."

 

  경수의 성화에 다들 노래를 들고 있는 불꽃을 마이크 삼아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 아니 이건 아니고 .. "

 

  "제제의, 제제형의, 조교님의, 지애 누나의,"

 

  "생일 축하합니다."

 

  고요한 밤바다에 퍼지는 노래에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내 앞으로 내민 촛불을 향해 바람을 불었다.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빌면서.

 

  -후우.

 

  촛불이 꺼지자 피유웅~ 소리와 함께 폭죽이 하늘에서 터졌다.

  그리고 사범님들 앞쪽으로 불꽃 분수가 치솟아 올랐다.

  와!

 

  "먹자. 먹어."

 

  촛불이 꺼진 초가 꽂혀있는 초코파이를 내게 쥐여 주고는 다들 초코파이를 입에 하나씩 물었다.

  먹을 때만큼은 진짜 조용했다.

  우물거리는 소리와 음료수를 잔에 따르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여진아 사랑해."

 

  열심히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따라 주는 여진이 뒤에서 목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고맙지?"

 

  "응. 고마워. 완전 감동."

 

  깔깔 웃으며 뿌듯해하는 여진이를 더 꼬옥 껴안았다.

 

  "아! 제제형 잡아. 생일빵. 생일빵."

 

  "뭐?"

 

  갑자기 다가오는 녀석들에게서 도망치는 나를 기어이 붙잡아 인디언 밥을 연타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모두 웃었다.

  까만 바다, 반짝이는 불꽃,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꺼져가는 분수를 발로 차는 한 사범님과 뒤통수를 때리는 박 사범님의 모습도, 그것들을 치우고 있는 흰둥이 오빠와 인한이 오빠도, 이 모든 걸 담고 있는 호열이 오빠도 꿈처럼 반짝였다.

  여진이가 준 스파클라를 손에 들자, 한성이 녀석이 주머니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줬다.

 

  "어? 한성아 고마.."

 

  어? 한성아 근데 네가 그걸 왜?

  귀신처럼 조용히 한성이 뒤로 한 사범님이 다가와 씩 웃었다.

 

  "우리 이쁜 한성이. 너에게 왜 라이터가 있는지 우리 잠시 진지한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겠네?"

 

  당황한 듯 한성이가 그저 하하 웃으며 이야기했다.

 

  "에이, 사범님. 그냥 가지고만.. 아악! 사범님 귀! 귀!"

 

  쯧쯧.

  한 사범님에게 한쪽 귀를 잡혀서 질질질 사범님 무리에게 끌려갔다.

  너의 명복을 빈다.

  착하고 순둥이 같던 한성이가 어쩌다가 저리됐는지는 모르겠다.

  요즈음 들어 머리 스타일이나 교복 분위기가 이상하게 날티나게 바뀐 거 같더니만

 

  "멍청하긴. 그걸 왜 꺼내. 쟤 요즘 질 안 좋은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그래. 누나가 이해해."

 

  세환이 녀석이 쯧쯧거리며 이야기했다.

  옆으로 다가온 세환이는 자기 스파클라를 불꽃을 튀는 내 스파클라에 대고 불을 붙였다.

  희미한 담배 냄새가 났다.

 

  "야, 이세환 너 왜 담배냄새가 나?"

 

  인상을 찡그리며 이야기했다.

 

  "응?"

 

  당황해하는 꼴을 보니 맞네! 맞어.

  이 양아치 같은 중딩들이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사범님이라고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나의 입을 막으며 세환이가 웃었다.

 

  "하하, 제제 누나. 잘못했어. 그러지 마. 체육관에서 안 필게. 악."

 

  입을 막은 손을 콱 물었다.

  이럴 때만 누나지. 요녀석.

  아픈 손가락을 탈탈털면서 세환이 녀석이 안 이를 거지라며 웃었다.

 

  "아주 둘 다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와선."

 

  세환이 녀석의 볼을 가볍게 잡아 늘렸다.

 

  "헤헤.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냄새나 풍기지 마라."

 

  "조심할게."

 

  세환이 녀석은 타닥거리는 불빛을 살랑거리며 뛰어갔다.

  에구, 녀석들 어디서 나쁜 물이 들었는지. 쯧.

  그리고 이세환, 미안하지만 다 이를 거다.

 

  "아, 진짜 박지한 깐깐해서는."

 

  투덜거리며 불꽃놀이의 잔해를 한손에 들고선 한 사범님이 다가왔다.

  입이 툭 튀어나오는 모양새가 엄마에게 혼나 삐친 5살짜리 아이 같아 웃음이 나왔다.

 

  "야야, 네 생일이라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사범님에게 뭐 할 말은 없냐?"

 

  "고맙습니다?"

 

  "끝이 올라갔다?"

 

  "헤헤."

 

  "웃기는. 그거 지한이 옷이냐?"

 

  "네."

 

  "흠. 그럼 내가 가져간다?"

 

  사범님은 피식 웃으시더니 옷을 어깨에 대충 걸치며 사라지셨다.

  초코파이를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사범님에게 혼나고 있는 한성이의 모습.

  모래사장 위에서 체조 대결을 벌이며 웃고 있는 모습들.

  음료수병을 들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여진이와 서영이 모습도.

  여전히 반짝거리는 반딧불이 아이들도.

  이 순간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반짝반짝하고 간질간질한 이 순간이.

  딱! 그냥 멈췄으면 좋겠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글을 고치고 있습니다. 2017 / 9 / 24 788 0 -
공지 사범님은 키스할 때 고개를 오른쪽으… 2017 / 8 / 1 760 0 -
53 그날 밤 그를 불안하게 한 건 2017 / 10 / 22 60 0 5292   
52 수련회의 밤 2017 / 10 / 19 36 0 5227   
51 고3, 각자의 길. 2017 / 10 / 17 39 0 5046   
50 1차 수시 접수 2017 / 10 / 13 38 0 5082   
49 내가 진짜 뭐 하고 있는 거냐. 2017 / 10 / 9 40 0 5278   
48 나도 열심히 해야지. 2017 / 10 / 5 42 0 5129   
47 시간이 이대로 멈추면 좋겠다. 2017 / 10 / 3 44 0 5472   
46 함께 보내는 이브 날 밤에. 2017 / 10 / 1 45 0 5411   
45 설레는 이브. 2017 / 9 / 29 43 0 5332   
44 다시 평화로운 일상. 2017 / 9 / 27 43 0 5359   
43 그는 좀 이상했다. 2017 / 9 / 23 45 0 5304   
42 사범님은 휴가를 나오고 2017 / 9 / 21 46 0 5561   
41 다가오는 겨울을 깨닫지 못했다. 2017 / 9 / 20 53 0 4152   
40 정점 2017 / 9 / 18 45 0 6675   
39 그때와는 다를 거야. 2017 / 9 / 16 35 0 5089   
38 그 둘은 사귀고 있었다. 2017 / 9 / 13 52 1 5339   
37 Show me the money. 2017 / 9 / 10 54 0 6151   
36 이상한 기류. 2017 / 9 / 10 52 0 5159   
35 교실 안에 너와 나. 2017 / 9 / 7 54 0 5275   
34 근데 왜 혼자야? 2017 / 9 / 5 48 0 7492   
33 18세,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2017 / 9 / 3 50 0 6780   
32 잔잔한 수면 위로 던져진 돌 둘 셋. 2017 / 9 / 1 54 0 8556   
31 잔잔한 수면 위로 던져진 돌 하나. 2017 / 8 / 30 55 0 4963   
30 변화하는 일상 2017 / 8 / 29 51 0 7716   
29 첫 데이트. 2017 / 8 / 27 56 0 6215   
28 둘 중 누구야? 2017 / 8 / 24 50 0 5299   
27 비가 왔다. 아주 많이. 2017 / 8 / 23 53 0 6180   
26 사귀는 게 처음이라. 2017 / 8 / 21 51 0 4940   
25 이거 의외로 떨린다? 2017 / 8 / 19 52 0 7554   
24 17번째 생일 2017 / 8 / 17 52 0 4423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