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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비에타-여기사의 두 번째 선택
작가 : 홍단
작품등록일 : 2017.7.9

"당신은 목숨을 걸 만한 남자를 만나, 죽음 같은 사랑을 할 것이다."

400년 전 전란의 시대 나라를 구했던 여기사 이비. 그러나 어렸을 때 들은 예언의 영향인지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이비에타'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로 환생하게 되어 새 삶을 살고자 하나, 전생과 똑같은 내용의 예언이 또 다시 자신을 옭아맨다.

예언을 피하기 위해 400년 전의 자신이 세운 기사단으로 도피하지만, 기사단은 부패로 몰락해 있어 이비에타를 짜증나게 만들고, 이 와중에 전생의 연인의 환생과 만나게까지 되는데. 이비에타는 예언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을까?

 
21화
작성일 : 17-08-04 12:39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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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서임식 준비가 여차저차 이루어지기는 했다. 서임식에서 자신이 참여하는 부분이라고는 부기사단장이 검이 놓인 단상 앞으로 걸어 나오면 자신이 단상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부기사단장을 상징하는 검을 건네주는 것뿐이었다. 왼손에는 검 끝 부분을, 오른손으로는 검 자루를 받쳐 들고 부기사단장에게 공손히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 건네준 이후엔 단상 뒤에 서 있으면서 부기사단장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설이 끝나면 부기사단장의 뒤를 따라 걸으며 퇴장하면 자신의 역할이 끝나게 되어 있었다.

 

  퇴장할 때는 부기사단장이 검이 놓인 단상을 향해 걸어온 바로 그 방향으로 걷기만 하면 되었다. 다만 받쳐 들고 있던 검 대신 횃불을 들고 걸어야 했다. 횃불은 단상 뒤쪽에서 알아서 준비해 줄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시구르드는 친절히 부가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불렀단 말이야?’

 

  하지만 친절하신 설명에도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솔직히 이 정도로 간단한 매뉴얼이라면 리허설 한 번만 해도 될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며 부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비에타는 지금 시구르드와 함께 같은 방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혼란으로 미쳐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심기가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간단한 일로도 마주칠 기회를 마련했으니, 앞으로는 더 많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들어 자신에게 접근해 올 게 뻔히 보였다.

 

  “그렇다면 함께 리허설을 할 수 있을까요?”

 

  엥, 벌써? 시구르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이비에타는 당황하여 눈이 동그래졌다. 시구르드는 그런 이비에타가 귀엽다는 듯 빙긋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함께 가시죠. 리허설을 진행하는 곳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손을 잡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살이 닿는 것만으로도 죽어 버릴 것 같았다. 저 손에 내 가족의 피를 묻히고, 내 자식의 피도 묻히려 했었는데! 시아나가 고통스럽게 산 것의 단초도 결국에는 저 손에 들린 검이었다.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전 그저 일개 견습 기사일 뿐입니다. 감히 부기사단장님의 손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일개 견습이라뇨, 당치도 않으십니다.”

 

  “시구르드 님께서는 제게 구혼을 신청하셨으니, 제가 특별해 보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구르드 님과 만난 적도 없는데, 시구르드 님께서는 마치 저를 오래 전부터 알았다는 듯이 행동하십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습니다.”

 

  “그건...”

 

  “시구르드 님의 수행원인 할도르 씨는 처음엔 시구르드 님께서 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개혁 의지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들은 바로는 제가 시구르드 님께서 구혼한 상대라고 하더군요. 시구르드 님께 전 어떤 존재인 것입니까?”

 

  이비에타는 일부러 시구르드의 의중을 묻는 질문을 하며 시구르드의 손을 잡는 것을 회피했다. 대충 ‘처음 보는 사이라 어색하다. 왜 날 이렇게까지 대우하려 드느냐, 왜 날 좋아하냐.’ 뭐 이런 의미를 담아 질문했다.

 

  시구르드는 이비에타의 날카로운 언질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내밀었던 손을 슬쩍 내렸다. 멋쩍었는지 내밀었던 손을 내리고도 손가락을 계속 꼼지락댔다. 폈다가 접었다가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시구르드는 조금 심각한 표정이 되어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답을 어떻게 할까 궁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새 귀 끝이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이비에타는 어이가 없어져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영애는 잘 모르시겠지만, 오래도록 사모해 왔습니다. 긴 시간을 그대를 바라보며 버텼습니다. 이유는 아직은, 너무나도 두려워서 말해 드릴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말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다.”

 

  결국 얼버무리고 끝나는 시구르드였다. 결국 그는 이비에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하고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얼버무린 이후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둘은 리허설을 할 장소까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시구르드는 더 이상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며, 이비에타는 시구르드를 뒤따라 걸었다.

 

  이비에타는 이 상황에 대해 그럭저럭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구르드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느 정도 선을 긋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되, 쓸데없는 접촉은 피해야 한다.

 

  손을 잡는다던가 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에게 친밀감을 쌓고, 점점 가까워지려고 시도하는 것이 뻔했다. 그렇게 가까워지면 본색을 드러내겠지. 그런 일은 피해야 했다.

 

  그런 만큼 백주대낮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남자에게 적대감을 품는 자라는 가면은 매우 적절했다. 아직까지 확실하지는 않긴 하다지만 시구르드가 이비에타는 전생의 기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니까. 가면을 통해 쌀쌀맞게 굴며 거리를 유지하는 정당성도 부여받을 수 있고, 동시에 시구르드가 어떤 수작을 부리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유추해 낼 수 있으리라 싶었다.

 

  “라르힐리덴 영애께서는 장미를 좋아하십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구르드가 갑자기 뚱딴지같은 질문을 했다.

 

  “아뇨.”

 

  이비에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갑게 대답했다. 과거에 시구르드가 자신에게 프러포즈했을 때, 장미가 가득한 궁전에서 프러포즈를 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전생 때 그렇게나 사랑했던 꽃이었는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꽃이 되어 버렸다.

 

  공교롭게도 장미꽃은 라르힐리덴 영지에서 무척이나 잘 자랐다. 옛날에도 시구르드가 정원에다 잔뜩 심어 두었기는 했지만, 400년 전 초대의 죽음 이후로 아예 성의 외벽과 정원을 잔뜩 뒤덮을 정도로 잘 자랐다고 전해 들었다. 겨울이 되어 꽃이 지더라도 끊임없이 다시 피어올랐다고, 라르힐리덴의 고문서에 상세히 적혀 있는 기록을 본 적도 있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특상품 수준의 큼직하고 화려한 장미들뿐이라, 라르힐리덴 영지의 명물이 되었다고 했다. 라르힐리덴 가에서는 초대 이비 게르헨 라르힐리덴 백작의 사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기 때문에 가문의 상징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고. 정작 이비에타가 들었으면 기절할 일이었다.

 

  이비에타는 라르힐리덴 영지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을 볼 때마다 활활 다 태워 버리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곤 했다. 어린 시절에는 실제로 시행에 옮기기도 했었다. 불로 태운 것은 아니었고, 그저 칼로 난도질한 정도이기는 했지만... 불행히도 난도질한 부분은 다음 년도에 더 아름답게 자라나서 이비에타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는 칼로 난자하는 것도 그만두었고 말이다.

 

  장미와의 인연이 이러하니 장미를 좋아하려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이비에타는 장미를 시구르드와의 행복했던 시절을 계속해서 떠오르게 만드는 만큼 싫어했고, 증오했다.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좋아하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르힐리덴 영지에 장미꽃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북쪽에까지 소문이 자자해서요.”

 

  “하도 많이 봐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장미꽃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저렇게까지 아쉬워하는 건지. 시구르드의 표정이 다시 축 늘어진다. 이비에타가 장미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상당히 실망했다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저 딴에는 숨기려고 나름대로 천장도 바라보고 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걸 몰라볼 리가 없었다.

 

  ‘멍청이 시구르드, 옛날이랑 똑같네.’

 

  이비에타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잠시 옛날 생각에 빠졌다.

 

  오랜 옛날, 전란 때 이비에타는 작은 보석 하나를 빼앗긴 적이 있었다. 전쟁 중에도 견공자제분들은 있기 마련이라, 귀족 하나가 평민과 귀족의 차이를 들먹이며 보석을 빼앗아 간 것이었다.

 

  매우 고가의 보석까지는 아니었다. 지름 1cm정도에 물결 같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이기는 했지만 한 쪽에 실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전에 짐승을 처치한 보답으로 한 마을에서 받은 것이었기에, 이비에타는 보석을 빼앗긴 것에 상당히 괴로워 했었다.

 

  죽이고 빼앗아오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었지만 전쟁 속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해 댔다가는 혼란만 야기할 게 뻔했다. 어쨌든 같은 나라의 사람이기도 하고. 결국 이비에타는 포기하고 싸우는 데나 집중했었다.

 

  당연하겠지만, 같은 나라 귀족이 열심히 싸우는 전사의 물건을 제 잇속 차리기 위해 빼앗았다는 게 알려지는 것 또한 혼란을 야기하기 충분하기에 이 일은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않고 비밀로 남겨 두었다. 시구르드에게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막사에서 쉬고 있는데 시구르드가 뒤에서 이비에타의 눈을 장난스레 가렸다. 손으로 눈을 덮으며 줄 게 있다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똑똑히 기억이 난다.

 

  “이비, 줄 게 있어요. 어쩌다가 얻은 건데...”

 

  그리고 이비에타의 목에다가 뭔가를 걸어 주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웠을 때, 이비에타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금으로 만든 목걸이 줄에 커다란 보석이 세 개 달려 있는 목걸이였다. 세 개 중 양쪽의 보석은 하얗게 부서지는 빛을 뿜는 보석이 정교하게 세공된 난집 안에 싸여 있었다. 금으로 된 난집의 테두리는 역시나 하얗게 빛나는 조그마한 보석들로 이루어졌는데, 저 조그마한 것들을 어떻게 저렇게 수공을 했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웬만한 실력의 대장장이로는 꿈도 못 꿀 만한 세공이었다.

 

  하지만 이비에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중앙의 보석이었다. 중앙의 보석은 물빛으로 빛나던, 이비에타가 빼앗겼던 바로 그 보석이었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 가공되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시구르드는 어떻게 이 보석을 찾아온 것일까. 이비에타는 놀람과 기쁨으로 가득 차 시구르드를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경외심마저 담긴 눈이었던 것 같다.

 

  “대단찮은 선물도 아닌 걸요... 어쩌다 보니 얻었어요. 정말입니다.”

 

  시구르드는 이비의 시선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막사 천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있을 뿐이지 귀 끝이 살짝 빨개져 있었다. 기뻐해 주고, 알아봐 준다는 것에 행복감과 동시에 괜스레 부끄러움까지 느끼고 있다는 게, 바보가 아니라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확고히 드러났다.

 

  시구르드는 감정을 숨기는 데 너무나도 서툴렀다. 그건 현재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한창 회상을 하고 나서야 제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이비에타는 자신의 나약함을 계속해서 탓했다. 회상 도중 자기 얼굴에도 얼빠진 표정이 드러났을까. 이비에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자기 뺨을 찰싹 때렸다.

 

  시구르드가 이비에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는지 한동안 이비에타를 바라보며 걸었다. 이비에타는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그렇게 얼마간을 걸어 도착한 곳이, 바로 서임식 리허설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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