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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위험한 계약
작가 : 농땡이가취미
작품등록일 : 2017.7.31

살인적인 취업난 속 좋은 회사에 취업했어도 개미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평범녀 '주하경'
일진 더럽게 꼬이던 어느날, 감춰왔던 똘기력으로 인해
감당못할 실수를 저질러 좌절하던 그때!
"딱 1년만이야, 성공만 하면 너랑 나랑 인생 역전이야"
지독한 현실주의자 재벌2세 윤도하가 파격적인 계약서를 건냈다.
설마 소설 속 계약연애 현실판인가? 신데렐라 로맨스를 상상하고 계약했지만,
신데렐라 로맨스는 개뿔! 미친 사기극 속에서 한약처럼 쓰면서도
사탕같이 달달한 현실판 로맨스가 펼쳐지는데..

 
세상 좁다
작성일 : 17-07-31 13:15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8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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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호텔 꼭대기층 스카이라운지에 발을 대자 불빛이 아른거리는 서울 야경에 감탄사가 나왔다.

 역시 5성급 최고 호텔 아니랄까봐 시설도 야경도 최고다.

 내 인생에 이런곳을 와보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서오세요. 혼자 오셨나요?”

 “네..”

 

 

 어색하게 입구에 들어서자 바텐더가 친절히 자리로 안내했다.

 야경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메뉴판을 건내받았다.

 

 

 ‘뜨억 비싸다’

 

 

 받자마자 본능적으로 가격부터 확인한 하경은 술의 종류는 신경쓰지 않았다.

 당당히 고급진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한지 5분도 채 되지않았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은 메뉴판 맨 위쪽에 자리잡은 저렴한 술을 찾았다.

 

 

 ‘아냐, 이제부턴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올라갔던 손가락을 다시 밑으로 쭉 내렸다.

 뭔진 모르겠지만 메뉴판 중간쯤에 발렌타인 30년산이라 적힌 100만원짜리 술이 있었다.

 100만원 정도면 신용카드로 12개월 할부 하면 되겠다 싶어 바텐더를 불렀다.

 

 

 “저기.. 이걸로 주세요”

 “킵 하실건가요?”

 “아니요 다주세요”

 

 

 킵이라니, 다시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이 술집에

 무려 100만원이나 하는 술을 킵 해놓는건 너무 아까웠다.

 바텐더가 팔뚝만한 양주병을 들고와선 컵에 따라주고 돌아갔다.

 바텐더가 서있던 자리가 비워지자 하경의 시야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와 남신이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서 광채가 날정도로 아름다웠다.

 살짝 처진 눈은 귀여운 강아지의 눈망울을 보는 것 같았다.

 부드러워 보이는 아치형 눈썹에 갸름한 턱선을 가진 그는 마치 배우같았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혼자 쇼파에 푹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하경이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헉’

 

 

 기분 나빠할까봐 술을 마시는 척 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켁켁”

 

 

 생판 처음 양주를 마셔보는 하경은 그냥 소주느낌이려니 하고 벌컥 한입을 털어넣었다.

 식도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작열감에 사례가 들린 듯 헛기침을 했다.

 이때 하경의 앞에 슈트를 입은 그 남자가 긴 다리로 저벅저벅 다가왔다.

 

 

 “술 잘하시나봐요?”

 “조금 해요”

 

 

 대박, 왠일이지.

 괜찮은 남자가 나에게 직접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가까이서 보니 갈색윤이 나는 차분한 생머리가 그의 이미지를 기품있게 만드는 듯 했다.

 이때 남자는 하경의 옆자리에 앉아 손으로 턱을 괴곤 하경을 쳐다봤다.

 

 

 

 

 

 

 “왜요.. 저 뭐 묻었나요?”

 “아뇨 그게 아니라..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있지 않아요?”

 “예? 저는.. 처음인거 같은데요”

 “아닌가.. 분명 본거같은데”

 

 

 어울리지 않을법한 쌍팔년대 작업멘트도 그가 하니 새롭게 다가왔다.

 남자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골똘히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아녜요 분명히 우리는 봤어요. 근데 나 정말 기억 못해요? 좀 서운한데”

 “봤다고요? 어디서요?”

 “그냥 알려주면 재미없죠.”

 

 

 남자는 주머니 속 지갑을 꺼내 자신의 명함을 꺼내줬다.

 하경은 그의 명함을 보면서도 어디서 본거지 라며 골똘히 고민에 잠겼다.

 

 

 “윤해랑씨...”

 “기억나면 전화줘요 난 기억해낼거라 믿어요”

 “아,아니 해랑씨 힌트라도 주세요 정말 우리 봤어요?”

 “네, 집에 옷장 잘 뒤져봐요. 그럼 내 생각 날지도 몰라요”

 

 

 옷장? 갑자기 옷장얘기는 왜 나오는건지 이해가 안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 그때, 하경의 핸드폰이 요란히 진동했다.

 

 

 [Zzzzz Zzzzz]

 

 

 아, 이 괜찮은 남자를 더 보기위해선 무조건 생각해내야 하는데.

 보탬이 되지 않는 전화를 거는건 누굴까 싶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가방 안에서 폰을 꺼내 확인해보는데,

 

 

 [1억]

 

 

 

 젠장, 윤도하한테서 전화가 와있었다.

 받으려고 하자 전화는 뚝 끊겨버렸다.

 폰 메인화면으로 돌아가자 부재중 통화만 12통이고 카톡도 와있었다.

 

 

 

 

 [전화 왜 안받아]

 [방에도 없던데 어딜간거야]

 [지금 빨리 나와 카톡읽고 있는거 다보여]

 

 

 마지막 카톡을 보고 마치 몰래 컴퓨터를 하다 걸린 초딩처럼 움찔 하곤 주변을 살폈다.

 그 모습을 보고 해랑은 의아한 표정으로 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무슨일 있어요?”

 “저기.. 제가 지금 빨리 가봐야해서요. 꼭 기억해서 연락할게요 명함 고마워요!”

 “어 잠깐만요!!”

 

 

 하경은 흘리듯 말을 하고선 해랑의 명함을 가방에 쑤셔넣곤

 테이블 위의 양주를 들고 바를 나갔다.

 

 

 아쉬운 듯 하경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해랑은 컵 안에 남은 술을 입으로 털어넣었다.

 살짝 취기가 돌자 이마를 짚던 그가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름을 못물어봤네.. 그때도 그랬었는데”

 

 

 

 

 **

 

 

 바를 나오자 도하가 한심하단 눈초리로 하경을 바라봤다.

 하경은 어쩔건데 라는 당당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눈빛을 무시했다.

 말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경이 묵는 객실복도에 내리자 도하가 입을 열었다.

 

 

 

 “술은 갑자기 왜마신거야”

 “왜요 난 술 좀 마시면 안되요?”

 “내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술 압수야”

 

 

 하경이 들고있는 양주를 도하가 쏙 뺏어버렸다.

 하경은 자기가 뭐라도 되는양 술을 뺏는 도하가 얄미웠다.

 

 

 “내놔요 내꺼에요”

 “부산가면 돌려줄게 일단 나한테 킵해놔”

 “으으!!”

 

 

 주먹을 불끈 지어보이며 입을 툭 하니 내밀었다.

 오리주둥이가 되어있는 하경의 입을 보자 도하는 술병을 하경의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왜 불만있어? 계약사항에 갑의 말에 따른다 항목 보여줘?”

 “여긴 또 왜온건데요!”

 

 

 하경은 도하를 째려보며 짜증이 한껏 섞인 신음소리를 뱉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상한 가식에 마음이 설레었는데,

 그의 본모습을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그러는 넌 전화 왜 안받는건데 계약내용 못봤어?”

 “몰랐어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끌려오느라 벨소리로 못바꿨어요”

 “벨소리나 좀 바꾸던지 하지. 유니폼 입고 스카이라운지 갈 생각을 하다니 참 대단하다”

 

 도하의 눈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하경의 모습이 거슬렸다.

 누군 모레있을 주주파티가 신경쓰여 집에도 못가고 다시 되돌아왔는데.

 천하태평한 모습을 보고있자니 낮에 겁나서 못하겠다던 주하경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하경은 좋은 분위기를 깨고 찾아와 시비 거는 도하가 못마땅했다.

 어쩜 말을 저렇게 얄밉게도 하는건지 얌전히 있던 약이 점점 올라가려 했다.

 

 

 “그래서 설마 전화 안받았다고 여기까지 온거에요? 딱 1시간 연락안된건데?”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도망이라도 갔을까봐 불안해서 다시온거지”

 “와.. 이름 석자걸고 믿어달라 할땐 언제고요?

  그렇게 불안하면 아주 24시간 내도록 붙어서 감시를 하세요 화장실도 같이가면 되겠네”

 

 

 하경이 비꼬며 도하를 바라보자 도하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어보여 약이 바짝 올랐다.

 지금 누구 때문에 도망이라도 간줄알고 심장이 터질뻔했는데.

 약점잡힌 ‘갑’에게 해보자고 시비건걸로 간주한 도하는 하경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경보다 먼저 후다닥 룸으로 들어갔다.

 

 

 

 

 “뭐해요? 안가요?”

 “불안하면 감시하라며 그래서 감시할라고”

 “아니 그건 그냥 해본말이죠 빨리 나가요”

 

 

 하경이 도하의 팔을 잡고 끌어내려고 했다.

 도하는 그런 하경의 팔목을 잡고 쇼파에 앉혔다.

 

 

 “또 치사하게 힘으로 이러기에요?”

 “그게 아니라 여기가 네자리야”

 “예?”

 

 

 도하는 하경을 쇼파에 픽 눕히고선 침대로 가서 푹 하고 엎어졌다.

 

 

 “여기 침대 참 넓고 좋네. 누가 예약한건지 참 예약 잘했어”

 “진짜 거기서 잘꺼에요?”

 “어 네 말대로 계속 감시할거야”

 

 

 

 하경은 푹신거린다며 누워서 장난치는 도하를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노려보는 하경을 보며 도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쇼파에서 못자겠음 여기와서 자든지, 스윗룸이라서 넓고 좋네”

 

 

 침대를 팡팡 두들기는 도하를 보자 하경은 바짝 약이올라 온몸에 털이 서는 기분이였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도와주려 했더니 이런식으로 사람 엿을 먹이다니.

 저 인간을 내쫓아야 이 밤을 편하게 지낼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그 좋은 침대에서 주무세요. 난 밖에 나가서 자고올게요”

 “무슨소리야 감시하려고 여기온건데 나가면 안되지”

 “내 맘이죠 난 나가서 자고올게요”

 

 

 하경이 쇼파에서 일어나 문으로 나가려고 하자 도하는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침대에서 문앞까지 달려왔다.

 열려있는 문 앞에서 하경을 막아서곤 양쪽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난 아주 치사해서 말야. 힘으로 이길 수 있음 이기고 나가봐”

 “흐흐”

 

 

 하경은 도하를 비웃곤 문앞에 서있는 도하를 있는 힘껏 밀어버렸다.

 그러자 도하는 꽝 하고 벽에 부딪혀 넘어졌다.

 

 

 “악!”

 

 도하는 어깨가 벽에 부딪혀 아팠는지 하경을 노려봤다.

 그 모습을 보곤 꼬숩다는 웃음을 지으며 하경은 문을 쾅 닫곤 잠궈버렸다.

 

 

 “나도 치사해서 말예요”

 “아아 주하경씨? 문 열어봐 어?”

 “윤도하씨도 돈 못갚으면 저보고 그꼴난다 그랬죠? ‘갑‘이라고 ‘을’ 우습게 보고

  그러면 그꼴 당하는거에요. 도망갈지 말지는 더 생각해 볼게요”

 

 

 

 밖에서 도하는 문을 달칵거렸지만 절대 열리지 않았다.

 

 

 “야 문열어봐 야!”

 

 

 도하가 몇 번을 노크해도 하경은 대답이 없었다.

 천방지축인 이 여자를 앞으로 계속 관리하려니 깊은 한숨이 내리나왔다.

 도하는 이내 포기한 듯 문고리를 잡고선 소리쳤다.

 

 

 “너! 다른건 모르겠고, 한번만 더 도망간다고 그러든가

  연락 안받으면 확 수갑채워서 다닐거야 알았어?”

 “마음대로 하세요”

 “으휴!! 내일 찾아오면 당장 튀어나와!”

 

 

 

 도하는 터지는 속을 부여잡고 호텔복도를 빠져나갔다.

 하경은 밖이 조용해지자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누워 마음을 진정시켰다.

 술기운은 올라 나른하고, 삶에 새로운 목표가 생기자 적응되지 않았다.

 

 

 ‘내일부턴 어떡해야 하는거지..’

 

 

 다가올 내일이 걱정됬다.

 내가 잘 해낼수 있을까, 윤도하는 얄밉고 치사하던데 믿음직한 사람이 맞는지도 의심스럽고.

 빵에라도 가게 되면 혼자 남는 아빠는 어쩌지 등, 갖가지 걱정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끙..”

 

 

 온갖 걱정이 휘몰아쳤다.

 

 

 

 ‘걱정한다고 달라질거 없잖아?’

 ‘이미 돌이킬 수 없어 정신차리자 주하경’

 ‘잘만 하면 20억 받을 수 있어’

 

 

 스스로를 달래봐도 마음은 머리대로 되질 않았다.

 정신없는 머릿속을 애써 정리해보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눈이 스르륵 감겼다.

 

 

 

 

 **

 

 

 

 “너 씻긴 씻었냐?”

 

 

 운전대를 잡고있는 도하는 가자미 눈으로 하경의 꼴을 스캔했다.

 일주일째 입고있는 후줄근한 유니폼에 노란 고무줄로 질끈묶은 똥머리.

 반쯤 잘려있는 눈썹에 창백해보이는 입술까지.

 누가보면 아픈사람인줄 알 것 같은 외관에 도하는 혀를 찼다.

 

 

 

 “어제 아무것도 못챙겨나왔단 말예요.. 화장을 어떻게해요”

 “여자들 쌩얼이 원래 그래?”

 “그러길래 미리 귀띔을 해줬으면 옷도 그렇고 챙겨나왔을거 아녜요 이게뭐에요 이게!”

 

 

 하경도 억울하다는 듯 꾸깃해진 가디건을 펄럭였다.

 어젯밤, 빵에 끌려가는 꿈을 꾸며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잠도 설쳤다.

 그 와중에 아침부터 찾아와 나오라고 난리법석을 치는통에 겨우 세수만 하고 끌려 나왔다.

 거기다가 아침부터 남의 외모로 시비를 터는 도하가 오만해보였다.

 

 

 하경의 상식으론 아무리 계약상 ‘을’이여도 불평없이 맞춰준걸 고마운 줄 알아야 사람이다.

 그런데 윤도하란 사람은 ‘감사’라는 개념을 일체 모르는 것 같은 인간 같았다.

 

 

 ‘내가 이런인간이랑 동업을 해야하다니’

 

 

 조수석에 앉아있던 하경은 여전히 나오는 도하의 차가운 눈빛과 개매너에 한숨이 절로나왔다.

 사람이 어째 원하는 목적을 얻었다고 휙휙 바뀔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다왔어 내려”

 

 

 하경이 속으로 도하를 욕하는 사이, 도착지 앞에 도착했다.

 1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송도에 있는 한 별장 앞이였다.

 한적한 바닷가가 보이는 이곳까지 오게된 이유를 모르는 하경은 그저 갸웃거렸다.

 도하가 차에서 내려 현관문에 출입카드를 대자 문이 열렸다.

 

 

 “우와”

 

 

 드라마에서나 보던 공간이 펼쳐졌다.

 딱 봐도 비싸보이는 가구들과 정갈하게 정돈된 서재까지 보자 하경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왔니?”

 “네, 삼촌은 바로 오신거죠?”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왔어”

 “미국에서 장거리비행하느냐 피곤하셨을텐데”

 “당연히 도하 네 일이라면 내가 발벗고 나서야지”

 

 

 거실 쇼파에 앉아계신 중년남자는 도하와 다정히 대화를 주고받았다.

 또렷한 눈에 인자해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는 누가봐도 부처님 인상이였다.

 도하의 뒤에 서있는 하경을 보자 쇼파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배중화 실장입니다.

  도하 외삼촌이고 미국지사에 있다가 몇시간 전에 한국으로 왔어요”

 “아 예 안녕하세요 예”

 

 

 어색하게 악수를 나누고 셋은 쇼파에 앉았다.

 쇼파 앞 테이블엔 뭔지 모를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혼자 준비하신거에요?”

 “아니 우리 변호인단이랑 같이 준비했지. 주하경씨라고 하셨죠?”

 “네..”

 “여기 이거 한번 읽어보시죠”

 

 

 

 

 배실장은 하경에게 쌓여있는 문서중 하나를 건냈다.

 문서엔 보험 약관처럼 깨알같이 적혀있는 계약내용이였다.

 

 

 

 “지금 이순간부터 정식 계약을 진행할겁니다 주식 양도문제도 있고 하경씨가

  보고 사인할 계약서들이 이만큼이나 있어요”

 “헉!!”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계약서들은 이번 사기극을 위한 설명서들과

 주식양도에 관련된 계약서들이였다.

 어쩐지 아침부터 깨워댔던 도하가 이해가지 않았는데, 이 많은 서류뭉치들을 보니

 정말 사인하는데만 몇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이거 전부 제명의인가요?”

 “아뇨 류가현씨 명의죠. 다른 계약서들은 전부 류가현씨 명의지만

  딱 우리끼리 하는 계약만 하경씨 명의에요. 걱정 안해도 되요“

 

 

 저 많은 계약서가 전부 내 명의였다면 아마 다시 돌아섰을 것이다.

 계약서 한 장당 사기죄 한 개가 성립될 것 같은 느낌이 들것만 같았다.

 하지만 딱 하나, 윤도하와의 계약만이 실제 내 명의로 계약된다니 조금은 안심이 됬다.

 

 

 “그럼 시작해볼까”

 

 

 도하는 널부러져 있는 서류뭉치들을 넘겨보며 오늘 하루 소화해야 할 일정의 시작을 알렸다.

 

 

 

 **

 

 

 

 

 5시간째 계약사항과 예상질문리스트를 공부하며 내일 있을 파티에 대해 알아갔다.

 어떤 사람이 오고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만 듣는데 한시간이 걸렸다.

 

 

 설명을 들으며 예상 질문을 외우던 하경의 눈에 테이블 앞에 놓여진 사진첩이 들어왔다.

 보던 서류를 잠시 내려놓고 사진첩을 열자 여러 사람들의 사진이 모여있었다.

 

 

 “내일 파티에 오실 분들만 추려놓은 사진입니다 보시고 얼굴부터 익히시라고 미리

  준비해봤어요“

 

 “와.. 철저하시네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사진을 넘기다 마지막장쯤에 있는 한 남자사진이 눈에 익었다.

 살짝 처진 강아지 눈망울에 윗니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그 남자는 어제 호텔에서 봤던

 윤해랑씨가 분명했다.

 

 

 하경이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자 배실장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꽤 미남이죠? 이번 차기 대표이사 후보인 윤해랑입니다. 도하의 형이죠”

 “삼촌 누가 내 형이야? 그리고 이게 어딜봐서 미남이야”

 

 

 도하는 사진속 웃는 해랑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나 하경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윤도하와 대표이사를 노리고 경쟁하는 상대가 윤해랑씨였다니.

 이런 기구한 일이 벌어지자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멍하니 사진만 바라보자 기분이 언짢아진 도하는 사진첩을 휙 하고 뺏었다.

 

 

 “그만봐 입 좀 다물고 입에서 침나오겠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배실장은 하경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하경씨, 혹시 아는사이는 아니죠?”

 “네?”

 

 

 순간 갑작스러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다.

 하경은 무언가 들킨 듯 딱딱히 대답했다.

 도하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배실장과 도하는 동시에 하경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아는사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내 기억속엔 윤해랑씨가 없는데 윤해랑씨는 나를 봤다고 우기니 뭐라고 답해야할지 헷갈렸다.

 거기다 어제 만났다고 하면 계약을 한 이들에게 혼란의 카오스만을 안겨줄 것 같았다.

 그래서 ,

 

 

 

 “아뇨 당연히 모르죠”

 “하 다행이네요 그렇죠 아는사이인게 이상한거죠”

 “왜 뜸을 들여서 사람 간 떨리게 만드냐”

 

 

 

 하경은 하는수 없이 거짓말을 쳤지만 속마음은 이내 찝찝했다.

 

 

 ‘어제 나를 알아보던데 이렇게 그냥 일을 진행해도 되나?’

 ‘근데 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사인데’

 

 

 가뜩이나 시끄럽던 머릿속은 새로운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양쪽에서 피터지게 토론을 하는 머릿속 때문에 관자놀이가 지끈해졌다.

 

 

 고민하던 차에 계약서에 적힌 20억이 하경의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됬다.

 어차피 내 이름도 모르는 것 같던데 주주총회 할 때만 속이면 될 것 같았다.

 사는곳도 다른 그와 또 마주칠 일이 있을까 싶어 일단 그 고민은 제쳐두기로 했다.

 멍하니 생각하는 하경을 보자 도하는 다리를 꼬고 언짢은 듯 하경을 위아래로 훑었다.

 

 

 

 “삼촌 근데 내일 이러고 파티에 보낼순 없지않을까?”

 “그렇지 벌써 1시네 홍선생한테 가봐”

 “알았어 삼촌 뒷마무리좀 부탁할게”

 “그래 알았다. 하경씨는 이거 들고가서 틈틈이 읽어보세요 도움이 많이 될거에요”

 

 

 배실장은 하경에게 사진첩과 질의응답리스트, 그리고 각종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서류봉투에 넣어 챙겨줬다.

 또 어딜 가야한다는건지 모르겠는 하경은 멀뚱히 서류만 챙겨받고 앉아있었다.

 

 

 

 “굼벵이냐? 빨리 일어나 여기서 멀어”

 

 

 도하는 하경의 팔목을 잡고 일으켜 별장을 나섰다.

 마치 어제 서울에 끌려갈 때 처럼 어벙하게 도하를 따라나섰다.

 하경은 또 생각지도 못한 골때리는 일이 생길까봐 불안해졌다.

 

 

 “어디가는건데요 나 좀 알고가자”

 “이러고 파티에 갈순 없잖아?”

 

 

 아리송한 한마디만을 남기곤 도하는 차를 세워뒀던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여긴어디 나는누구가 되어버린 하경은 그저 낭창히 도하를 따라 차에 올랐다.

 부디 뒷골땡기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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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각별한 이웃사촌 2017 / 7 / 31 259 0 6250   
13 기묘한 만남 2017 / 7 / 31 239 0 8171   
12 묘한 동질감 2017 / 7 / 31 273 0 4877   
11 그녀의 이름은(2) 2017 / 7 / 31 270 0 6806   
10 그녀의 이름은(1) 2017 / 7 / 31 270 0 8031   
9 백의종군 2017 / 7 / 31 242 0 7460   
8 비비디바비디부 2017 / 7 / 31 244 0 5317   
7 세상 좁다 2017 / 7 / 31 260 0 8203   
6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2017 / 7 / 31 254 0 6667   
5 위험한 계약 2017 / 7 / 31 240 0 6128   
4 나는 니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있다 2017 / 7 / 31 251 0 4676   
3 도둑이 제발 저렸다 2017 / 7 / 31 255 0 4531   
2 페라리 GTC4 루쏘 2017 / 7 / 31 251 0 5152   
1 내 남자의 바람 2017 / 7 / 31 430 0 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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