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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resent (Love) - 10화
작성일 : 17-07-30 20:13     조회 : 282     추천 : 1     분량 : 1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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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헉... 헉..."

 그녀는 모든 감각들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처럼 느꼈다. 검은색 만이 가득하던 사방에서 빛이 조금씩 들어와 간신히 주위를 볼 수 있었다. 낯익은 숨소리도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빛도 소리도, 그리고 냄새도 모든 감각이 조금씩 정상치를 찾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감각이 평상시처럼 돌아왔을 때 그녀는 비로소 여기가 어딘지, 힘겹게 보이던 빛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낯익은 숨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몇일 전, 꾼 꿈 속에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숨이 가슴까지 차올라오는 것을 느끼고는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막 위에, 겹겹의 모래 위에 앉아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쓰러져 있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근육에서 오는 피로와 고통으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무거운 쇠줄과 가방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생각보다 다리는 가볍게 움직였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다리로 향했다. 쇠줄도, 가방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쇠줄이 채워져 있던 자리에는 자국이 분명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기쁨을 제대로 느낄 시간도 없이 소리 없이 다가오는 파도를 보고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파도는 여전히 소리내지 않았지만 거칠게 모든 것을 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뒤돌아 보았다. 그녀와 파도 사이에는 약간의, 아주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모래 언덕 위를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그것은 지난번 그때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방향을 약간 바꿔 피아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그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고서 오직 피아노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처음에는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가방도 쇠줄도 없었기에 지난번 보다는 빨리 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 달리는 것 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마지막 힘까지 짜내어 달리자 점점 거리가 줄어들었다. 피아노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떨어졌다. 그녀는 어떻게 꿈이지만 이렇게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를 수 있는건지, 어떻게 근육들이 이렇게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건지 궁금했다. 그 고통은 너무도 생생했다. 마치 이게 꿈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것 처럼...

 마침내 그녀는 모래 언덕의 아래에 닿았다.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잠시 멈춰 헐떡이는 숨을 달랬다. 그때 그녀의 다리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았다. 기분 나쁜 그 느낌에 그녀는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지난번 꿈에서 느낀 소름끼치는 바닷물의 감촉. 그것이 그녀를 다시 뛰게 만들었다. 한발 내딛을 때마다 모래 속으로 다리가 깊숙히 들어갔지만, 다리의 살갗이 찢어지는 듯 욱신거렸지만, 다리의 근육들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녀는 언덕을 올라갔다. 열 발자국만, 다섯 발자국만, 제발…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손이 피아노에 닿았다.

 닿았다. 닿았다. 손 끝에 피아노가 닿자마자 그녀는 파도도 몸의 고통도 모두 잊은채 피아노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이 피아노가 부모님의 방에있는 그녀의 어린시절 피아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스레 피아노 왼쪽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만져 보았다. 클라라가 새겨준 오로르의 이니셜을 만져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은 후, 그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제서야 모래 언덕 너머를 볼 수 있었다. 오로르는 모래 언덕 뒤로 또 끝없는 모래 언덕이 펼쳐져 있을거라 생각했었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뒤로는 광활하고도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숲 사이로 흐르는 커다란 강도 보였고 날아다니는 새들도 보였다. 거대한 생명력,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에너지를 느꼈다. 숲의 광대함이란... 차마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너무 아름다워 방금 전까지 거대한 파도에 삼켜질 불안이나 걱정 따위는 까마득히 잊은채 그녀는 숲을 한 참 동안 쳐다보았다. 숲의 에너지에 취해 그녀는 자신의 몸도 회복되는 것 같았다.

 '이런 대단한 광경을 모래 언덕 하나 사이로 보지 못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곧 숲 속 가운데에서 한마리의 새가 날아오르자 그녀는 그 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새는 고상한 자태로 공중에서 몇번 날개짓을 하더니 그녀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 새를 따라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생명도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는 어둑한 바다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삼키려던 파도를,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녀는 만약 쇠줄이 묶여있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늦게 알아차렸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 만약 자신이 힘들다고 조금만 천천히 뛰었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를 상상해 보았다. 마치 거위처럼 그녀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무사해 보였다. 적어도 성난 포효와도 같은 파도는 이곳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가 있는 언덕의 5미터 정도 아래로는 이미 바닷물에 잠기어있었다. 모든 것이 다 잠겨있었다. 그곳에는 죽음 뿐이었다. 파도라는 이름의 죽음을 제외하고는 다 죽어있었다. 모든 생명을 다 덮어버리는 죽음... 그러나 그 죽음은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그 죽음의 어금니는 그녀를 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울부짖는 성난 맹수처럼 모래 언덕을 향해 더욱 거칠게 파도쳤다. 예전 파도 위의 길에서 슬픔에 가득차 피아노를 치던 그녀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 죽음의 바다에는 더 이상 지난번 보았던 길도, 작은 언덕도 없었다. 거기에는 죽음의 침묵과 비통, 그리고 슬픔의 소용돌이만이 감돌았다. 새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오로르는 저 탐욕스러워 보이는 슬픔의 바다가, 죽음의 파도가 그 새를 삼켜버린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숲을 바라보았다. 죽음의 파도와는 정 반대로 숲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안도감과 함께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지금 해야할 일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사실도 알고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한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근육통 때문에 떨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까 전 모래 언덕을 뛰어 올라올 때 보다는 힘이 났다. 그녀는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모래 위에 놓인 의자임에도 제법 안정감이 있었다. 그녀는 어깨를 풀고 손가락으로 건반을 하나씩 누르며 스트레칭을 했다.

 ‘딩… 딩... 댕...'

 단조로운 음의 연속. 하지만 이 음들은 곧 모여서 연주를 할 것이었다. 그것들이 함께 울리면서 화음을 낼 것이었다.

 그녀가 연주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하나씩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녀는 집중했다. 힘은 얼마 남아있지 않았지만, 연주하기에는 충분했다. 모래 언덕 위에서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연약하게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색이 공기를 타고 퍼져나갔다. 이 꿈 속의 공간이 얼마나 크던 상관 없이 그녀의 연주는 그곳을 가득메우며 울렸다. 생명력 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그녀의 연주는 더 이상 슬픔의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용서도 있었다. 사랑도 있었다. 아직 그녀는 모르고 있지만 거기에는 소망과 믿음도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연주가 모래 언덕 위에서, 생명의 숲에서, 그리고 죽음의 바다 위에서도 울려퍼질때 피아노를 치는 그녀의 손가락 위로 작은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마치 빗방울처럼... 마치 떨어지는 다이아몬드처럼...

 

 “… 빵!”

 오로르는 거대한 경적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시계를 보기도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늦잠을 잤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하늘은 우중충했고 묵직한 빗소리가 창문 넘어로 들렸다. 10시 12분.

 "오로르?"

 집 밖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로르는 침대에서 뛰어내린 후, 계단을 타고 내려와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사라가 서 있었다. 그녀 뒤의 에메랄드 색 비틀에는 제인이 타고 있었다. 제인이 차 속에서 오로르를 향해 멋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로르도 미소로 대답했지만 어제보다 한 층 더 야윈 그녀를 보자 가슴이 아팠다.

 "오로르, 준비해야지.”

 사라가 손가락으로 손목 시계의 유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오로르는 그녀가 오랜만에 화장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아챘다.

 "화장했네요, 사라.”

 오로르가 약간은 짖굿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어린 소녀처럼 금세 분홍빛으로 달아올랐다.

 "빨리준비하고 나와, 늦겠어.”

 오로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서둘러 이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녀는 사라와, 그리고 제인과의 관계가 예전보다 한 층 발전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은 미소가 얼굴에 번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알 수 없는 설레임과 긍정적 자세, 그리고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로르는 자신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는 동안, 그녀는 몇번인가 창가 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에는 하늘 가득 고인 구름들과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우중충한 날씨, 그리고 그와 더불어 무겁게 불어대는 바람이 있었다. 모두 늘 있는 일이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짙었다. 비도 거의 매일 같이 폭우에 가깝게 쏟아졌고 바람도 마치 태풍이 일어날 때의 것 같았다. 최근 일어나는 이상 기후에 걸맞게 파도 소리도 평소와 달리 거칠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것도 그녀의 설레는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일이면 이곳을 또 다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제야 이곳이 좀 편해졌는데 또 다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이곳에 남고 싶었다. 다시 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결정을 하는 것은 존이니까. 제르딘이니까. 제인이 아픈대도... 오로르는 아직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자 거칠게 숨쉬고있는 차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라와 제인이 보였다. 오로르가 미소지었다. 그들이 그녀를 향해 멋진 미소를 지어보였듯이.

 교회로 가는 길에 그들은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차에 타고있는 세명의 여성들은 나이층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그들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예정되어 다가오는 또 하나의 죽음이 그들 사이에 깊은 침묵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이미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으면서도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나, 다가올 죽음을 바라보는 일에 대해서, 어느것 하나 마음의 굳은살은 없었다. 오로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사라도 그 무거운 공기 밑에서 아무말도 꺼내지 않았다. 제인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말 없이 마치 목석처럼 가만히 앉아있었다. 오로르는 병실 안에서 작은 미소와 함께, 때로는 큰 웃음소리와 함께 지난 시간 묵혀두었던 깊고도 간절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꺼냈었던 그 날이 그리웠다.

 그들이 교회에 도착했을 때, 아직 예배시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사라는 차에서 내려 교회를 한번 쭉 훑어보더니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내 제인이 앉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선 주차장이 가득 찼으니 근처 골목에다 차를 대놓고 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짙은 회색의 구름은 아직도 하늘에 가득히 떠다녔지만 다행히도 무겁게 내리던 비는 이제 제법 멈춘 듯 했다. 제인과 오로르는 교회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제인의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오로르가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휠체어를 끄는데도 별 무리가 없었다. 그들은 교회 입구에 있는 의자로 가서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의자 위에는 빗물이 있었지만 오로르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곳에서 둘은 사람들이 교회로 걸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오로르, 너 아직도 믿음 사랑 소망을 찾고 있다면서?”

 제인이 물었다. 오로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찾았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제인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오로르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인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할 때, 오로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 분홍빛이 감돌았다. 그녀가 희미한 미소를 띄며 제인을 쳐다보았다.

 "찾았다는게냐?"

 제인이 다시 물었다.

 "찾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그치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말과는 달리 자신없는 목소리였다.

 "그렇구나. 어떤 계기가 있었니?"

 오로르는 제인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다. 구름치기와의 만남과 그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그 모든 것들을. 제인과 사라는 그녀가 분노와 배신, 슬픔과 두려움을 가득 싣고 영국으로 온 것만 알 뿐, 구름치기와의 이야기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사실… 평범하지 않은 이 이야기에 대한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다.

 "나중에 말해 드릴게요.”

 때마침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요.”

 오로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인의 휠체어를 잡았다. 제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로르는 그것이 수긍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둘은 교회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제인은 휠체어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이제 예배는 곧 시작하려 했지만 사라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오로르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예배당에는 아직 빈자리가 가득했다. 제인은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비록 마비로 그녀의 두 손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녀가 눈을 감고 조용히 무언가를 말하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오로르 앞쪽에 앉은 몇몇 사람들은 서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 이야기 하다가 격렬하게 웃기도했고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좀 더 앞쪽으로는 음악 장비들을 설치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진지한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보는것은 그들의 겉모습 뿐이었지만, 정말 행복해보였다. 오로르는 낯설음을 느꼈다. 기독교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국가인 만큼 기독교 자체가 낯설음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분위기가 낯설었다. 모두가 매주 무언가를 위해 한 곳에 모인다는 것이 낯설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매주마다 이곳에 와서 돈을 내며 서로를 위해 힘든 일을 자처해 하고 매일 아침마다는 무릎을 꿇는 아픔과 시간을 감수하며 기도를 한다. 그렇게해서 그들이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구름치기가 말하는 신. 그녀는 한 번도 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과 자비의 신, 절대자. 정말로 신은 존재하는 것인가?’

 "오로르,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니?"

 제인이 어느새 기도를 끝내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눈동자가 오로르를 쫓고 있었다.

 "아니, 그냥요. 교회에 너무 오랜만에 와보니 좀 어색해서요. 저는... 신이란 존재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원망은 해봤을테지.”

 제인이 날카롭게 받아쳤다. 오로르는 잠시 아무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더니 이내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추상적이고 대답하기 어려운것들만 물어보았지. 너는 늘 어려운 것만 쫓고있구나.”

 제인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그 힘든 세월과 고통을 통해 너는 더 단단해지겠지.”

 제인이 오로르에게서 시선을 거둔채 말했다.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말이다. 클라라도 보석같은 여자였지. 하지만 그녀는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은 아니었어. 너가 다이아몬드라면... 클라라는 마치 사파이어같은 사람이었어.”

 오로르는 아버지가 편지에서 어머니와 자신을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로 비유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녀는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라면 그 둘이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오로르가 제인에게 물어보려 할 찰나, 사라가 나타났다.

 "오래 기다렸어요?"

 사라가 기분좋은 웃음을 던지며 그들 사이에 앉았다.

 "아니, 오랜만에 오로르랑 둘이서만 비밀 데이트중이었어.”

 "그건 정말로 부러운데요?"

 사라와 제인이 서로 말을, 웃음을 주고받았다. 오로르는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채 여전히 그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곧 주위가 조용해지더니 예배가 시작했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교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곧 노래가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일어서서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조용히. 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찬양했다. 곡들은 전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았고, 누구나 부르기 쉬운 것들이었다. 대중적이나, 예술성은 높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기뻐하고, 또 더러는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로르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낯설었다. 어릴적 봤었던 광경이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그 무언가가 보이는 것처럼 찬양을 음미했다. 제인과 사라도 그들 중 일부였다. 오로르는 왠지 혼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 예배를, 그들을, 그리고 신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확실히 그녀는 그들이 말하는 신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구름치기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관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 모든 이성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찬송시간은 지루했다. 사실, 그녀에게는 이 예배 전체가 그럴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여기서 어떤 재미를 느끼겠는가? 똑같은 소절이 끝없이 반복되자 결국 그녀는 교회에 온 것이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찬송 시간은 그 후에도 한참을 더 반복하고 나서야 끝났다. 이미 한없는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지만 아직 설교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오로르는 약간 지쳤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제인과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마치 생명력을 찾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마치, 가문 땅 위로 단비가 내린 것처럼.

 "오늘의 말씀은 고린도전서 13장 13절 말씀입니다.”

 목사가 엄숙하게 말했다. 그녀는 지루함을 이겨내고 집중해보려 노력했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And now these three remain: faith, hope and love. But the greatest of these is love.)”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 오로르는 깜짝 놀랐다.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슬픔의 늪에 빠져 자신도 모르는 새에 돌처럼 굳어있던 심장이 다시 설렘으로 가득차 뛰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구름치기와의 대화로 행복에 대해, 그리고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말씀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듣고 이해해, 그것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찼다.

 "믿음 소망 사랑. 이 메세지는 교회에 나오신지 오래되신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은 구절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도 이 말씀을 읽어본 분들이 꽤 되실 겁니다. 그러나 이 말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얻으신 분들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군요.”

 그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날카로운 눈매처럼 그의 말투는 직설적이면서 분석적이었다.

 "흔히 우리가 세상적으로 볼 때 사랑은 이성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체내 속 호르몬의 화학작용, 또는 부모와 자식간 혹은 친구간에 일어나는 관계 속의 특별한 감정을 이야기하죠. 맞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이렇게 사람들간의 좋은 관계속에서 싹트는 것 뿐만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가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오로르는 그가 말할 때 사용하는 제스처라던가 그의 예리한 안경태와 연설 스타일을 보면서 그가 마치 강연으로 유명한 교수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설교는 양파 껍질처럼 한겹씩 벗으며 점점 핵심으로 파고들었다. 아까 전 찬양 때부터 시작해 아직도 지겨움의 둘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몇몇의 성도들과는 달리 오로르는 이제 갈망하는 마음으로 설교에 깊이 집중하고 있었다. 목사는 한참 동안 껍질을 벗겨낸 후에야 그가 진정 하고자하는 메세지를 꺼내려했다. 오로르는 귀를 세웠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그러나 분명히 곧 나올 메세지의 핵심을. 그녀가 할 수만 있었다면 비유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귀를 세웠을 것이었다. 그녀는 준비했다. 그의 메세지를. 하지만 동시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예상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그래서, 하나님 안에서의 믿음과 소망도 중요하지만... 말씀 구절에서 보듯이 이중 제일은 사랑입니다. 그럼 사랑은 무엇이냐? 사랑은... 용서입니다. 그러나 물론, 사랑이 용서 그 자체는 아닙니다. 용서 또한 사랑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죠. 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용서가 없고 용서없는 사랑 또한 완벽할 수 없습니다. 오직 완벽한 사랑... 그것은 용서가 수반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의 힘이 아닌 그분에게서 오는 것이죠.”

 그의 설교는 그렇게 계속되었고 잠시 후 그는 설교의 마무리로 접어들었다. 그녀는 앞에서 그가 말했던 사랑과 용서에 대한 구절을 기억하려고 애를 썼기에 그의 설교 나머지 부분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곧 그는 설교를 끝냈고 축도와 함께 예배를 마쳤다. 예배가 끝나자 예배당 뒷편에서는 친교의 모임이 열렸다. 오로르는 예배당 뒤로 가는 목사를 지켜보았다.

 "오로르, 친교 장소로 가자. 목사도 그리 오실거다.”

 지나가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제인이 말했다.

 "그래,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던데?"

 사라가 거들었다. 오로르가 제인과 사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왜? 여기 오자고 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었어?"

 "아, 네…”

 사라의 질문에 오로르가 짧게 대답했다.

 

 그들은 예배당 뒤로 향했다. 친교 장소는 예배당과 정면 입구 사이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간단한 간식거리와 마실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자유로이 먹고 마시며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과연 친교라 부를만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목사는 없었다. 오로르는 제인의 휠체어를 끌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꾸미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고 말을 붙일 것에 대비해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통성명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은 거기서 이방인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서로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이었다. 마치 과거 그레이트 야머스의 주민들처럼. 아까 예배에는 별 관심없는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던 몇몇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오로르는 예배때와는 달리 그들의 얼굴에서 지루함을 읽을 수 없었다.

 "오로르, 그나저나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게냐?"

 제인이 물었다. 그러나 사람들 목소리로 가득해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네?… 아, 그냥 안부인사요.”

 오로르가 겨우 알아듣고 대답했다.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제인은 마치 그녀의 대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듯이 오로르를 계속 쳐다보았다. 하지만 제인도 더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오로르는 제인과 사라에게 아버지의 일을 당장에라도 다 말하고 싶었다.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아직... 아직은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든 그녀를 지지해 줄 것이고 언제든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심을, 순간적이지만 충동적이지는 않은 그 결심을 목사를 통해 아버지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다. 어제부터 시작된 이 생각에 선뜻 결심을 내리기가 힘들었지만 오늘의 설교,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의 결심은 점점 확고해져만 갔다. 나중에 혹여나 실망하거나 후회할지라도, 지금은 그녀의 결심을 어떤 도움이나 변함없이 전하고 싶었다. 자신이 품은 그 뜻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직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오로르는 뒷통수로 느껴지는 사라와 제인의 시선을 무시한 채 예배당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사는 다시 예배당에 모습을 드러내 몇몇 성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로르는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긴장감을 누르려고 애를 썼다. 수많은 의심들과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맞서 싸웠다. 오로르는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목사를 기다리며 어제 저녁 구름치기와의 대화를, 그리고 오늘 새벽에 꾼 꿈을 다시 기억해 보았다. 행복과 용서를, 그리고 그 찬란한 광경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목사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친교 장소의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목사 근처로 다가갔지만 목사는 이내 오로르를 발견하고서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왔구나. 사실 아까 설교할때 너를 봤다마는… 너가 이렇게 일찍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구나.”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말과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가 뿜어져 나왔다.

 "아서는 그 후로 아직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너가 이렇게 일찍 찾아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 같아.”

 "..."

 오로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서 있었다. 제인과 사라는 그녀의 뒷통수만 볼 수 있었기에 그녀가 여러차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니, 아녜요. 그냥 안부인사 드리고 싶었어요. 내일 콘서트 때문에 뉴욕으로 다시 떠나거든요. 감사합니다.”

 오로르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렇구나. 언제 돌아오니?"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오로르의 짧은 대답은 그들의 대화에 침묵을 던졌다. 목사가 그녀에게 무엇인가 말하려 했지만, 이내 오로르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입을 닫았다.

 "그렇구나. 콘서트 잘하렴. 오늘 만난 사실을 아서에게 전해줘도 괜찮겠니?"

 그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로르는 아무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히 계세요."

 오로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와 동시에 오로르는 아무말 없이 교회 입구를 향해 발을 떼었다. 오로르는 혼자 걸어갔다. 그녀 뒤로 사라가 제인의 휠체어를 끌며 따라갔다. 사라도, 제인도 그녀에게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너에게 사랑이 넘쳐나기를 기도하마..."

 목사가 떠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 역시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녀도, 사라와 제인도,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 인사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그렇게 거기서, 조용히 홀로 사랑을 전했다.

 오로르는 교회 앞쪽, 아까 전 제인과 이야기하던 조그마한 주차장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이제 비는 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비구름이 하늘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이려 노력했지만 라이터는 희미한 연기와 부싯돌이 부딪히는 소리만 낼 뿐, 불은 뿜어내지 않았다.

 "오로르, 이야기 해보렴.”

 제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오로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라이터를 몇번 더 시도해 보더니 이내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오로르, 도대체 무슨일이야?"

 사라도 거들었다. 오로르는 이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벤치 위에는 그녀가 앉은 자리 주위로 빗방울들이 있었다.

 "오로르, 제인은 오늘 교회만 다녀온다고 해서 겨우 허락을 받은거야. 시내 구경은 어려울것 같아. 이제 다시 병원으로 가야해. 괜찮다면 제인의 병원에 같이갈까? 거기서 우리... 이야기할까?"

 사라가 어린아이를 달래듯 천천히 말했다. 오로르는 여전히 손에 얼굴을 묻은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버지를 용서하고자 했다. 적어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계획과는 달리 막상 목사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예전 아버지의 무책임한 행동들이 떠올랐고 결국 용서하고자 했던 그녀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혼란스러웠다.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에 후회만 있었다면 지금 다시 목사님에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 때의 아버지의 행동들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은, 그리고 노력은 있었으나 행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도 너무 큰 벽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를 마음속으로 용서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도 안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오로르는 제인이 많이 아픈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이 그녀를 이해한다는 사실에 수치심과 창피함을 느꼈다. 그들은 오로르에게 늘 사랑을 주는데도 그녀는 무엇이 부족한지 늘 무언가를 감추었고 그들의 사랑으로는 충족하지 못한채 슬픔에 빠져 살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철부지 아이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가슴이 아팠다.

 "그럼 차가 있는 곳으로 가자.”

 사라가 제인의 휠체어를 끌고 앞장서자 오로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뒤를 말없이 따라갔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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