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resent (Love) - 3화
작성일 : 17-07-30 19:56     조회 : 252     추천 : 1     분량 : 2049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로르는 그와 아침식사를 했다. 따뜻했던 음식은 이제 약간의 온기만 남아있었다. 기름진 소세지는 딱딱했고 계란은 푸석푸석했다. 그녀는 아침식사도중 자신이 왜 아직 정체도 모르는 남자와 아침을 먹고 있는지 계속해서 생각해봤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일단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람의 마음은, 약하고 약해서 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오래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하지 말자던 일을 다시 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부지기수이다. 그녀는 지금 이 다짐이 얼마나 갈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그랫듯이 말이다. 오로르는 식은 토스트를 입에 넣으며 우울한 기분을 참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 맛은 그녀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자신을 구름치기라고 부르는 남자는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음식을 입에 쑤셔넣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먹으라고 두어번 말했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 접시를 비우고나자 그는 기지개를 키었다. 그러더니 부엌으로가 미리 내려놓은 커피 냄새를 맡더니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었다. 매번 같은 듯 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달랐다. 그녀도 접시를 비웠다.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해야할 일이 있었다. 일어나 커피를 따랐다. 그는 여전히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신경쓰지 않은채 커피를 깊게 한모금 마셨다. 카페인은 그녀의 목을 타고 넘어가 그녀의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그녀안에 굳게 갇혀있던 호기심이 그녀 몸 구석구석에서 나타나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갔다.

 "저기..."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당신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거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건 육체가 있다는건데… 사람들이 정말 당신을 볼 수 없나요?”

 그녀가 질문했다. 그가 이번에는 그녀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흠... 저의 대답이 당신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좀 더 영적인 존재라고 했지 영 그 자체라고 한 적은 없어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제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신이 저에게 주신 능력중 하나예요.”

 "구름을 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녀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왠지 모를 초조함이 느껴졌다.

 "네.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달라요. 구름을 칠 수 있는 것도,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도 똑같은 저의 능력이지만 구름을 치는 것이 신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저의 존재이유라고 한다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존재이유를 수행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과적인 능력일 뿐이죠. 그 둘은 같은 능력의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목적과 수단에의 차이로 서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차로 비유한다면 달릴수있는 능력과 라이트의 능력을 비교할 수 없는 것 처럼요.”

 “하지만 저에게는 보이잖아요.”

 오로르가 약간 비난하듯 말했다.

 "어제 말했듯이 그건 저도 예상하지 못한 신의 선물이예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끄덕임은 그녀 안에서 자라고 있는 또 다른 호기심들에게 정중한 사절을 의미하기도 했다.

 "더 궁금한 것이 있나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의 시선은 마치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니오. 괜찮아요. 이제 나가봐야할 것 같아요. 할 일이 있어서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로르는 더 이상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신기한 분위기와 호기심이 그녀를 붙잡았지만 그뿐이었다. 더 이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가 한 말들이 다 사실이더라도 그의 존재는 지금 오로르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따라오는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사라와 제인을 만난다면, 혹은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를 만난다면 적어도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로르, 제가 같이 가는게 불편한가요?"

 그가 그녀에게 조심히 말했다. 오로르는 그의 소름끼치는 타이밍에 번번히 놀랐다.

 "솔직히 그래요. 아니, 아니오… 솔직히 어떤게 더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너무 이상해요. 난 당신을 몰라요. 어디서 온지도 모르겠고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몰라요. 말 그대로 나는 당신을 몰라요. 그런데 당신은 지금 내 집에 있고 아침도 같이 먹었어요. 그런데 더 이상은... 정말로 잘 모르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서로는 침착했다. 그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어 시선을 피했다. 그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거듭되는 거절에도 그의 눈에는 어떠한 실망감이나 분노, 앙금같은 것들이 없었다.

 "그런가요? 내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사실을 당신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겠어요. 하지만 진짜예요, 오로르.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당신을 늘 바라보았어요. 늘 슬픔에 빠져 사는 당신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을 돕고 싶어요, 오로르. 그러나 하늘에서는 언제나 나 혼자였어요. 그러니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 있는지 알려줘요. 진실로 당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라요. 나는 존과 제르딘처럼 거짓말하지 않아요.”

 그가 천천히, 천천히 설득하듯이 말했다. 오로르는 그가 존과 제르딘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으나 여태까지 그가 한 말들을 보면 특별히 더 놀랄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의 표정은 순수했다. 거짓이 섞여있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이번에는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도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자 그녀는 그제서야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단 그럼 같이 나가요. 사람들이 당신을 볼 수 없다면 당신 말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겠죠.”

 그녀가 투덜대는 투로 말했다. 그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로 대답했다. 그녀는 그에 대한 불신에 미소로 대답하는 그가 다소 불편했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는 조그마한 희망도 있었다. 둘은 집에서 나와 거리를 걸어갔다. 오로르는 제인의 집으로 먼저 향했다. 오로르의 집에서 제인의 집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거리에는 아까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는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르는 간혹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지만 누구를 향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주위를 신기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두 골목을 더 돌자 그들은 제인의 집에 도착했다. 제인의 집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구름도 한결같았다. 오로르는 어쩌면 노르위치에서 가장 변함없는 것은 구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제인의 집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때 그녀는 마치 그날로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곧 그 집에서 나오는 3년 전의 자신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불연듯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그 때 나는 좀 더 행복하게 웃고있었어...'

 

 사라의 집은 작았다. 해변에서 약간 멀리 위치한 그녀의 집은 저녁이면 지나치게 한가한 분위기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언제나 아늑했다. 적어도 오로르에게는 그랬다. 집안은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쌓여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 정돈되어 있었고 바닥은 페인트 자국들로 지저분해 보였으나 보기보다 깔끔했다. 그녀의 집은 예전에 부자들에게 팔 술을 저장하는 벽돌 창고였다. 세월이 흐르고 배로 하는 무역이 줄어들자 과거 이 창고의 소유주는 이곳을 집으로 바꾸어보려 노력했다. 판넬로 벽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시멘트로 벽을 칠하고 벽지를 붙여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뭐가 부족했는지 이 곳을 버리고 떠났다. 그리고나서 오랫동안 비어있던 이곳에 다시 거주를 시작한 사람이 사라였다. 그녀는 이곳의 붙여진 벽지를 띄어냈고 자신 나름의 방법으로 꾸몄다. 그 당시에는 남편이 살아있어 남편이 그녀를 도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산지 오래지 않아 그녀의 남편은 사고로 죽었고 그녀는 그 아픈 추억을 지우기 위해 그곳을 다시 꾸며야했다. 벽지를 찢고 새로운 벽지로 그곳을 꾸몄고 바닥은 긁어 페인트를 벗겨내었다. 하지만 여자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고된 작업이었다. 결국 바닥은 긁다말은 색과 새로 칠한 색이 뒤엉켜 지저분해 보였고 벽지도 기존의 것이 잘 떼어지지 않아 울퉁불퉁했다. 그래서 깔끔한 그녀 성격에도 불구하고 집은 언제나 더러워 보였다. 게다가 그녀는 화재경보기를 떼어내고 집 안에서 담배를 피웠기에 그녀의 집 바닥에는 항상 재가 보였다. 그럼에도 오로르는 이곳이 제인의 집과 더불어 가장 아늑한 장소였다. 그녀가 사라를 만나려 올 때면 그녀는 늘 오로르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주었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로르가 가장 먼저 여자가 되었을 때에도 그녀 옆에는 사라가 있었다. 제인이 자신의 할머니라면 사라는 그녀에게 있어 어머니였다. 비록 오로르에게는 잊을 수 없는 친어머니가 있었지만 때로는 사라가 자신의 또 다른 어머니인듯이 편했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말투, 그녀의 행동 모두가 오로르를 편하게 해주었다. 항상 슬픔을 느끼며 외로움과 싸우던 오로르였지만 제인과 사라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그 아픔들로부터 약간은 떨어질 수 있었다. 지금 오로르는 그런 사라의 집 앞에 서 있었다. 빨간 벽돌 집. 문 옆쪽으로 10년 전에는 볼 수 없던 알 수 없는 낙서들이 써 있었다. 하지만 오로르는 깊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문 앞으로 조용히 걸어가 초인종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었다.

 "두렵나요?"

 그가 그녀 옆에서 말했다.

 “아마도요."

 그녀가 힘없이 조용히 말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는 것은 좋은 일이예요. 당신의 감정이 당신 스스로를 속이게 두지 마세요.”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번에도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띵동.”

 종은 자동으로 두 번 울렸다. 그녀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제인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잠시 다른 곳에 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초인종 두 번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이 마을을 떠났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인과 사라 두 사람 모두 집에 없다는 사실은 우연일 수도 있었지만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는 단서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발소리를 간절히 기다렸다. 다시 한 번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문가에 귀를 대어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발소리 뿐 아니라 인기척도 없었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녀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사라의 집 옆에는 간이식 차고가 있었다. 나무 지붕과 쇠 기둥 그리고 플라스틱 벽으로 만들어진 차고는 겨우 비나 눈을 막아줄 뿐이었다. 허름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녀의 에메랄드색 비틀은 거기서 늘 오로르를 맞아주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 거기에 그녀의 차는 없었다. 오로르는 아직 어떤 확신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로르는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이제 그녀가 갈 수 있는 장소는 한 곳 뿐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녀가 오늘따라 일찍 가게를 열었을 수도 있었다. 보통 가게에는 차를 타고 가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차를 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 오늘따라' 가 일어났기를 바랐다.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 한 구석에서 그들이 정말 그녀를 버린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은 그들이 이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선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는 골목을 돌고 돌아 해변이 보이는 탁 트인 광장에 들어섰다. 웰링턴 항구는 여전히 그곳에서 사람들을 맞았고 바다를 맞았고 오로르를 맞았다. 갈매기는 바다 위를 날아다니며 노래했고 파도는 해변을 쓸어내리며 노래했다. 바람이 거칠게 부는 광장 한가운데에 그녀는 서있었다. 다리가 광장의 시멘트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그녀의 가게가 보였다. 늘 사람들이 여유롭게 지나다니던 스톨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게의 셔터는 굳게 닫혀있었다. 가게 옆으로 에메랄드색의 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사라의 스톨 옆으로 그녀가 조금 전에도 보았던 낙서가 있었다. 아까 전에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해서 그것은 낙서가 아니었다. 영국 전역에 깃발처럼 걸려있는 가장 흔한 사인들 중 하나였다.

 'To Let(임대)…'

 

 오후 2시...

 사라는 제인의 병실에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따뜻한 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조용히 날렸다. 그녀는 책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책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책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2시간 전부터 제인은 자고있었다. 사라는 제인을 쳐다보고있었다. 최근 제인은 전보다 더 잠에 빠져드는 횟수도, 잠을 자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제는 갑자기 잠에 빠져들면 한동안 깨어나지 않았다. 계속 그녀의 몸 상태는 악화되고 있지만 그녀는 사라에게는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사라는 알고 있었다. 가끔씩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일그러지는 제인의 얼굴을 볼새면 사라는 마음이 아팠다. 돌아오지 않는 오로르와 이제 곧 자신의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 제인, 그리고 혼자 남겨질 자신을 생각할때면 그녀는 현실의 순간순간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녀가 읽던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순간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는지도 몰랐다.

 사라는 인생을 즐기다가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남편은 잘생기거나 돈을 많이 버는 그런 부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가정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사라를 사랑했고 그렇기에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그녀에게 있어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가 죽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와 떨어진 아픔은 메워지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냥 하루 속에서 그를 그리며, 그리고 하루를 즐기며 살아갔다. 그의 죽음 후, 그녀는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것도 그 슬픔을 매워주지는 못했다. 그녀의 마음속은 늘 허기졌고 고달픔, 외로움이 매 순간 그녀를 목졸라왔다. 순간순간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다. 빗속에서 피는 담배도 그렇고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커피도 그랬다. 슬픔에 마시는 술도 그랬고 심심할때 보는 잡지나 책도 그랬다. 여행객들과 떠는 수다도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 어느것도 그녀의 슬픔을 매워주지는 못했다... 그녀는 원래 인생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너무 짧은 인생… 특별한 것은 없었다. 기억나는 순간들도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에게 삶에서의 진정한 행복은 없었다. 하지만 동창인 클라라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클라라는 고등학교때 까지는 노르위치에서 살다가 대학교는 런던에서 나왔다. 그 후 런던에서 일을 하다가 그곳에서 동창 아서를 만났다. 둘은 짧지만 깊게 사랑했고 1년 후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너무 완벽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했고 서로가 서로를 세워줄 줄 알았다. 클라라 말에 따르면 이것이 기독교인들의 관계라고 했다. 그러나 요리사로 일하던 아서가 얼마 후 직장을 잃자 그에 따라 그들의 생계는 점점 어려워졌다. 마침 런던의 각박한 삶에 클라라도 지쳐있었기에 결국 둘은 고향으로 돌아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기로 했다. 요리실력이 있는 아서가 요리사를 하고 클라라가 전반적인 관리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에는 사라의 집 건너편 하우스에서 살기 시작했다. 물론 그레이트야머스가 런던보다는 덜 각박했지만 주변 이웃들과의 관계, 그것은 전적으로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었다. 특히 자유분방하고 상처가 있는 사라는 처음에 그들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수개월이 지나도록 그들이 이웃인지도 몰랐다. 한참 후 그들이 이웃이라는 것을 알았을때도 그뿐이었다. 한번은 사라가 집 앞의 골목에서 클라라를 만난적이 있었다. 클라라가 먼저 사라에게 인사를 건넸고 사라도 인사했다. 사라는 단번에 클라라가 늘 유쾌하고 잘 웃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라는 그녀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라는 그녀가 불편했다. 그래서 사라는 아무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몇일 후, 사라는 바에서 만난 중년의 남자와 술을 함께 마셨다. 그는 홀로 여행왔고 사라는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지만 오늘 밤은 그냥 모든 것을 잊고 즐기고 싶었다. 그들은 근처 술집에서 위스키 한 병을 다 마셔 머리 끝까지 취기가 오른 후, 사라의 집으로 향했다. 보통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남자를 초대하지 않았지만 그날 만큼은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싶었다. 오늘은 우울함이 후회가 되어, 그리고 슬픔이 되어 그녀 머리끝까지 쌓인 슬픔이 쏟아져나올 때까지 마시고 싶었다. 그러나 그 낯선 남자는 그녀의 집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사라를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으로 성욕에 무릎을 꿇은 한 남자가 보였다. 남자가 역한 술냄새를 풍기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가방에서 치한 퇴치용 스프레이를 꺼내 남자의 얼굴에 사정없이 뿌렸다. 그가 소리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사라는 역겨움에 술이 깨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바닥을 구르며 울고있는 남자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더 뿌렸다. 남자는 이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스프레이를 그의 얼굴을 향해 들이밀자 그는 지레 겁 먹으며 한 손으로는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는 허공을 거세게 휘저으며 도망갔다. 그의 비명소리가 허공에서 울렸다. 그녀도 억눌려있던 슬픔의 광기를 참지 못하고 그녀 안에서 곪아서 썩어가던 분노를 모조리 내뱉었다. 그녀는 광분했다. 그녀는 하늘을 보고 소리질렀고 땅을 보고 울기도 하였으며 남자를 향해 욕을 하기도했다. 그리고… 어느곳도 쳐다보지 않은채 끓어오르는 분노에 신음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 남자를 향한 분노였고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세상을 향한 분노였고 자신을 놓고 먼저 떠나버린 남편을 향한 분노였다. 하지만 주위는 조용했다. 자정이 지난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놀란 표정을 하고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한 여자를 제외하고는... 그녀는 사라와 아직 욕을 내뱉으며 비틀비틀 거리를 걸어가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고있었다. 사라는 창피함도 수치심도 들지 않았다. 단지 끊임없이 들끓는 분노만이 있었다.

 

 "뭘봐! 꺼져!"

 그녀가 소리쳤다. 하지만 곧 수치심이 천천히 밀려들었다. 그 여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사라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주 살짝 미소지었다. 따뜻했다. 하지만 사라는 그 따뜻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는 몰려오는 수치심을 떠나보내기 위해 더 크게 몸부림쳤다. 더 크게 욕을 했다.

 "꺼지라고! 꺼져! 바보같은 년. 이런 사람 처음봐?!"

 사라는 창피함도 수치스럼도 감당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모조리 쏟아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라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녀는 사라를 비난하지 않았다.

 "내일 저녁에 우리집에서 같이 저녁 먹을래요? 기다릴게요. 우리집은 이 건물 이층 오른쪽이예요.”

 그녀는 그 한마디를 하고서는 자리를 떠났다. 그 때의 그 한마디가 그녀를 바꿨다. 사라는 그녀의 반응에 더 큰 수치심을 느꼈고 자존심마저 상했다. 사라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다음날이 되자 외로움에 목 말라있던 사라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막상 그녀의 집 문앞에 서자 어제의 창피함이 떠올랐다. 사라가 머뭇거리다가 뒤돌아서려는 순간 집 안쪽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길 건너편 사라의 집에서는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사라가 늘 집에 들어갈 때는 차가운 냉기만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곳은 너무 따뜻했다. 포근했다. 비록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집이기는 했지만 사라는 그 포근함이 그리웠다. 얼어버린 그녀의 마음을 녹이고 싶었다. 사라가 벨을 눌렀다. 그리고 그 날 그녀는 클라라와 아서를 만났다. 알고보니 클라라와 아서는 자신과 같은 학교를 다녔던 친구였고 학창시절 그들은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살았었다. 아서는 단번에 사라를 알아보았다. 학창시절 친구나 연애보다는 혼자 음악을 듣고 밴드를 쫓아 다녔던 사라이기에 어찌보면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 후 그들은 자주 어울렸고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사라는 클라라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변하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외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사라는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진심으로 행복함을 느꼈다. 술과 담배같은 순간의 행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점의 행복이 아니었다. 선의 행복이었다. 사라가 그들과 어울리기 시작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그녀는 그들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남자면 폴, 여자면 룻이라고 했다. 그들은 성경 속 인물들의 이름을 따라 지을거라고 했다. 정확히 10개월 후 클라라는 여자아이를 낳았다. 정말 작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생명의 탄생은 그 어떤 보물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클라라가 룻을 보여주자마자 사라는 눈물을 터뜨렸다. 그 눈물은 클라라에게 예상치 못한 초대를 받은 날 그녀가 흘리던 눈물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후에도 사라는 그들과 계속해서 교제를 하였고 그들을 따라 교회도 다니기 시작했다. 클라라가 가게일로 바쁠 때면 룻을 돌봐 주기도했다. 사라는 룻을 볼 때마다 행복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사라가 클라라와 알고 지낸지 몇 년이 지났을 즈음 어느날 클라라는 그녀에게 자신의 지인을 소개해주었다. 클라라는 늘 잘 웃고 남을 잘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 덕에 어디를 가나 금방 친구들이 생겼다. 그건 이곳 그레이트 야머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사라는 이곳에서 쭉 살았지만 마을 사람들과 그닥 친하지 않았다. 클라라의 친구들 중에는 제인이라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녀는 사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제인은 올바른 것만을 고집하기로 유명했는데 언제나 자유분방한 사라는 그녀에게 있어서 흠 투성이와 다름없었다. 사라 역시 평소 제인이라면 치를 떨었는데 그런 그들에게 클라라가 서로를 소개시켜준 것이다. 당연히 제인은 사라를 보자마자 혀를 찼고 사라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기분나쁜 표정을 적나라하게 비추었다. 클라라는 그 둘이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서로의 마음은 서로에게 닫혀있었고 서로는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그 후로 사라와 제인은 다시 한 자리에서 만나지 않았다. 한 소녀가 홀로남겨진 그날까지는. 다행히 그날 이후로도 사라와 클라라의 우정은 변함없었다. 오히려 더 돈독해졌다. 아서도 평소 사라와 가까이 지내는 편이었으나 클라라와 사라의 사이에는 견줄 수 없었다. 어느새 그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세워주었다. 사라는 자신이 훌륭한 기독교인이 되는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나 클라라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분좋았다. 사라는 자신에게 있어 클라라가 너무도 소중한 만큼 클라라도 자신을 더 없이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생각해 주기를 바랐다. 실제로 클라라는 그랬다. 사라는 그녀의 태도와 행동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룻이 태어나고 얼마 후 클라라는 룻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룻이 알아들을리는 없었지만 클라라는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계속했다. 신기하게도 가끔씩 룻이 완벽한 타이밍에 마치 알아듯기라도 한다는 듯이 웃음을 지어보일때면 클라라는 좋아라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룻이 정확히 1살이 되었을 때부터 클라라는 룻에게 믿음과 사랑,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건 사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라는 그런 그녀에게 질문하거나 토달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소중한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것 만큼은 분명했으니까. 다만 사라는 한 번 룻은 그녀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그때 클라라는 룻이 나중에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영혼은 기억할 거라고 대답했다. 사라는 속으로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때 역시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은 그렇게 3년 하고도 8개월동안 더 계속됐다. 모든 것이 영원할 것만 같고 모든 것이 안정된 보이던 어느 날, 순간은 영원을 질투한 나머지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의 행복을 그렇게 순간, 한줌의 재로 바꾸어 버렸다. 그날의 한순간에서 비롯된 사고는 사라가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갔다. 불은 땅의 모든것을 태워버렸고 클라라는 땅끝까지 타버린 후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한사람은 사라졌고 남은 한 사람은 변해버렸다. 그을린 잿더미처럼 아서의 모든것은 검게 변해버렸다. 그의 빛은 어둠으로 변했다. 그리고 사라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그녀의 행복 역시 연기로 사라졌다...

 

 "사라..."

 제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사라가 꿈에서 깬 듯한 표정으로 제인을 쳐다보았다. 사라는 책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어?"

 제인은 아직 잠이 덜 깬 것처럼 힘없이 질문을 던졌다.

 “아니... 아무것두요.”

 그녀가 적당히 둘러대며 떨어진 책을 주웠다. 제인이 의심스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아마 피곤했나봐요.”

 사라가 제인의 시선을 못 본채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제인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 오래 잤어?"

 제인이 피곤한 눈으로 사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적당히 잤어요.”

 사라가 대답했다. 그녀는 제인에게 좋은말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는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딱딱했다.

 "너 무언가 이상하구나. 나 자는동안 안좋은 일이 있었던게냐? 내... 죽음 때문이냐?"

 제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뇨. 제가 이상한가요? 피곤해서 그럴거예요. 그리고 제인, 당신은 죽지 않아요. 그런말 마세요.”

 사라가 의식적으로 부드럽게 말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어..."

 제인이 미소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재미없어요."

 사라도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미소짓지 않았다.

 "제인, 일어나자마자 미안하지만 저 집에가서 옷좀 가지고 올게요. 그리고 샤워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일찌감치 집에 다녀오려 했는데… 이 형편없는 책을 보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지 뭐예요.”

 그녀가 책을 쳐다보며 말했다. 작은 한숨이 뒤를 따랐다.

 "사라. 오늘은 그냥 가서 쉬어. 갔다가 또 오려면 너무 피곤해. 이거리를 왔다갔다 하는건 하루에 한번도 지나쳐.”

 제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사라는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그녀는 짐심으로 제인과 같이 있고 싶었다. 최근 경제적인 형편은 계속해서 어려워지고 있었지만 앞으로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기에 사라는 할 수 있는 한 그녀와 더 같이있고 싶었다.

 "아니예요. 갔다가 잠깐이라도 들를게요. 오고싶어요.”

 그녀가 미소지으며 일어났다. 그녀는 따뜻하게 제인을 안아주고는 금방 돌아오겠다며 병실을 나갔다.

 병실 문을 나갈 때 사라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형편없는 몰골을 보았다. 분명 어딘가는 아픈 몰골이었다. 그녀가 야외주차장까지 쓸쓸히 홀로 걸어갈 때, 아스팔트위로 고인 빗물이 간간히 그녀를 비추었다.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빗물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날씨는 선선했고 구름은 변함없이 하늘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녀의 목과 어깨를 어루만지는 바람이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멀리서 친숙하고도 그리운 냄새가 나는 듯 했다.

 

 노르위치 동쪽에 위치한 작은 해변, 그레이트 야머스. 그곳에서 사라는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후회와 가슴아픈 상처가 가득한 곳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고향이 좋았다. 어린 시절 사라의 부모님은 그녀가 무엇을 하던간에 자유롭게 하도록 놔두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쓰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첫째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유일한 동생 에마가 태어나자 그녀에게 집중되어 있던 사랑은 점점 옅어지고 희미해져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자 부모님의 사랑은 에마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에마에게 모든 것을 다 주었다. 그들은 사랑하지만 엄격했던 사라에게와는 달리 에마에게는 그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도 용서해주었다. 아직 사랑이 많이 필요한 시기의 사라에게는 이제 에마를 한 번 거치고나서 식어버린 관심만이 남아있었다. 결국 그녀는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문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런 그녀를 사고뭉치로만 여길 뿐이었다. 이런 악순환은 몇년 동안 계속되었고 그녀는 점점 감정을 통제 하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갔다. 쉽게 화내고 쉽게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러한 성질은 그녀가 사춘기 때 절정으로 치달았다.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그녀는 주위사람들과 쉽게 갈등을 만들었는데 한 번은 그녀의 그런 성격덕분에 단 하나 뿐인 친구를 잃은적도 있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가족 내에서도 나타났다. 통제가 안되는 그녀에게 지친 부모님은 그제서야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그러자 그들은 노력이랄 것도 없이 그녀를 포기했다. 그들은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하게끔 놔두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삐뚤어졌더라도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조금 더 나았을 것을... 하지만 그것은 무관심과 의한 것이었다. 사라도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거칠어졌다. 그들은 마치 서로 맞대응이라도 하듯 그만 둘 줄을 몰랐다. 부모님의 마음은 점점 식어갔고 그녀는 점점 더 제멋대로 행동했다. 그때부터 사라의 마음에 부모님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싹트기 시작했다. 언제서 부턴가 그들은 마치 첫째 딸이 없었다는 것처럼 그녀를 차별했지만 사라는 속으로나마 그들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식과 부모의 갈등속에서 부모가 먼저 사랑의 끈을 놓아버렸다는 사실은 매우 슬픈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사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랑받고 싶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더 이상 첫째 딸은 없었다. 그녀는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거기에는 마음도 사랑도 없다는 것을 그녀는 영혼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말투에서 그들의 마음에서, 그녀를 불편해하고 무관심 한 것을 넘어 미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사랑에 대한 스트레스와 갈증에 허덕이던 그녀는 집을 떠났다. 그녀가 사랑하던 고향을 떠났다. 메모 만을 남겨둔 채 런던으로 떠난 그녀는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부모님이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바로 에마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사라는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거부했다. 눈물을 거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떠날 준비를 해야했다. 지금 부모의 슬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최소한 성인이 되었을때 떠나야 했다. 언젠가 떠날 거라면 한시라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런던으로 가고싶었다. 불과 일주일간이었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맛보았다. 그녀의 개성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각종 문화가 섞여있는 곳, 그러면서도 그 곳 나름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 있는 곳. 그녀에게 런던은 그러한 곳이었다. 노르위치에 딸려있는 작은 해변 동네와는 달랐다. 너무 많은 것들이 달랐다. 그렇다고 그레이트 야머스가 시골 냄새나는 깡촌은 아니었지만 런던은 그녀의 고향을 그렇게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언젠가 런던으로 떠날 생각을 하며 남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녀는 마침내 성인이 되었다. 그녀가 부모님께 런던에서 대학교를 다니겠다고 말할때 그녀는 그들의 얼굴에서 몇년 동안 보지 못했던 미소를 보았다. 그녀는 확신했다. 그녀의 선택이 맞다는것을. 그녀는 그렇게 집을 떠났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 결정이 맞다고, 이제 그녀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한 번도 그들을 찾지 않았다. 아니, 그럴수도 없었다. 그들이 떨어져있던 시간은 2년 조금 안되는 시간, 그뿐이었다. 간신히 아르바이트를하며 대학교를 다니던 때에 그녀는 부모님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에마와 함께 영국의 레이크시티로 여행가던 도중 빗길에 미끌려 높은 도로에서 추락사 했다. 어린 에마도 그들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 말로 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을 헤집었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라가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그녀는 부모님이 만약을 위해 미리 작성해둔 유서에서 에마 앞으로 모든 재산을 남기기로 한 결정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재산은 사라의 것이었다. 졸지에 그녀는 막대한 재산 상속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라는 기쁘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그녀는 노르위치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녀의 집이 된 고향 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흔적만 없었다. 그녀가 15년 이상을 지냈던 방에는 에마의 장난감이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떠나자마자 들뜬 모습으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있는 부모님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가혹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그녀에게 무엇이 부족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거실 한가운데서 비참함을 느끼며 흐느꼈다. 그녀의 부모님은 마지막까지 사라를 거부했다. 아마 죽는 순간에도 사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는 그들을 사랑했다. 그녀의 마음도 이미 식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끓어오르는 안타까움과 사랑은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터져나오는 눈물이 뜨거웠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있음을 말해주었고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앞으로는 이 일을 평생동안 안고 살아가야 함을 말해주었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나자 그녀는 이곳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슬픈 과거가 남아있는 곳에서는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집을 팔았다. 부모님의 레스토랑도 팔았다. 그리고 고향을 떠났다. 그리고… 그레이트야머스를 떠났다. 런던으로 돌아간 사라는 상속받은 재산을 가지고 세월을 보냈다. 대학도 그만두었다. 그녀는 몇년간 런던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하지만 돈이란 것은 늘 한곳에 있는 법이 없었다. 그녀도 모르게 그녀 품속의 돈은 날개를 펴 자유로이 날아가버렸다.

 

 어느 비오는 날 사라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안의 문이란 문은 모두 열려있었다. 문도 창분도 서랍들도 활짝 열려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것들을 살펴보았으나 방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옷가지부터 보석, 소액의 돈 등 조금이라도 돈이 될만한 것은 다 사라진 후였다. 우편함은 부서져있었다. 도둑은 그녀가 늘 우편함에 스페어키를 두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사라는 두려웠다. 도둑이 아니라 돈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당장은 실감이 가지 않았지만 곧 실감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녀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도둑이 누군지 찾아내겠다며 그녀를 위로했다. 그녀는 그들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말투는 혐오스럽고 경멸스러웠으며, 그리고 익숙했다. 그녀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걱정하는 척, 이해하는 척, 관심을 갖고 위로하는 척을 할 뿐이었다. 그녀는 집 주인의 호의로 당분간 모텔에 투숙했는데 몇일이 지나도 경찰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런던에서, 그것도 빌린 저렴한 스튜디오에서 물건을 조금 도둑맞았다고해서 경찰이 몇일씩 신경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모텔에서도 나와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자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을 수 없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부모님에게 물려 받은 재산은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 당장 제대로된 일을 시작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그레이트 야머스로 돌아가야 했다. 몇일 후, 그녀는 싸구려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구직 정보를 알아보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이 시간에 혼자 바에 있다니. 얼굴도 이쁘장한데 말야, 어떤 멋진 남자라도 기다리나?"

 그녀가 구직 신문을 넘기며 조건들을 확인하고 있을때 한 노파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바에 앉아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던 그녀는 반죽이 흘러내리는 것 처럼 쳐진 피부에 사나운 눈매를 한 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오. 남자 없어요.”

 사라가 귀찮다는 듯 짧게 말했다.

 "허허. 웃기는 아이로군. 표정을 보니 틀림없이 술이 필요한 일이 있는게군.”

 그녀가 혼잣말을 끝낸 후 껄껄대며 웃었다. 사라는 이 수상한 노파가 가까이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노파는 마치 사라의 마음을 읽은것 처럼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

 "저 이제 가려구요.”

 노파가 그녀옆에 앉으려하자 사라가 일어났다.

 "노포크 억양을 쓰는군.”

 노파가 조용히 말했다. 사라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노파는 나가려는 그녀를 무릎으로 막았다. 사라가 당황해 그녀를 쳐다보았다. 노파의 눈동자 속으로 깊은 어둠이 보였다. 소름이 돋았다.

 "자네가 어떤 사연이 있던, 또 어떤 일을 하려던간에 여기는 런던이네. 이게 런던인게지.”

 노파가 말했다. 사라가 자리에 멈추어섰다.

 "어떻게 아냐고? 허허… 내가 한 소리가 맞나보구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게 그래. 런던의 보이는 것을 보고 좋아하지. 멋진 곳, 멋진 음식, 멋진 사람들. 모든것들이 멋져보이지. 그래서 나도 멋진 사람인 된 것 처럼 생각해.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런던에는 너같은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도 있고 나같은 주정뱅이 할망구도 있고 살인범도 있고 거지도 있고 자기밖에 모르는 정치인도 있지. 이 모든것이 합쳐진 것이 런던인게야. 거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부터 여왕까지 이들의 모든 노력이 런던을 만든게야. 너의 노력도 런던의 일부분이지. 너가 좋던 싫던 너도 지금의 런던을 만드는데 협조했고 지금도 만들고있어. 그런게다.”

 노파는 말을 마치고나서 몸을 흔들거렸다. 사라는 그 노파가 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한번도 이런식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노파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고 사라는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모텔로 돌아갔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돈이 있을 때는 천국과도 같았던 런던이지만 이제는 추운 겨울날 자신을 향해 거칠게 불어대는 바람같은 존재였다. 런던이 타향이라는 느낌을 처음 느꼈다. 자신이 바보같았고 비참했다. 그녀는 자신이 애증하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돈만 믿고 살았다. 그 동안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이나 그녀 내면의 상처, 공허함, 허전함, 그리고 외로움 등은 전혀 보지 못했다. 사라는 자신의 소속과 자신이 소속하고 싶은 곳을 생각해보았다. 어려운 문제일수도 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명확했다. 그녀는 짐을 싸고 나와 뒤돌아보지 않고 거리를 걸었다. 곧 택시를 타고 지하철을 타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런던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한순간도 런던을 뒤돌아보지 않았다.

 

 사라는 그레이트야머스로 돌아갔다. 그녀는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시작해 보기로 했다. 꿈도 우정도 사랑도... 그녀는 다시 예전의 가족과 함께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렇게 그리워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새로운 가정을, 그녀가 앞으로 만들어갈 가정을 만들고 싶었다. 마을에서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더라도 가게를 운영하고 싶었다. 사라가 떠난 시간동안 그레이트 야머스의 부동산 가격은 꽤 올라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남은돈과 대출을 통해 창고 같지만 아담한 집 한 채와 작은 스톨 하나를 살 수 있었다. 앞으로 그녀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 사라는 그녀의 남은 인생을 이곳에서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장사는 그녀의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냈고 그녀는 홀로 생활하는데에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하지만 그녀는 곧 샘이라는 남자를 만났고 결혼했다. 그는 사라의 스톨과 수백미터 떨어진 레스토랑의 종업원이었다. 샘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둘은 서로를 많이 사랑했고 살아가기에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벌었다. 둘의 결혼생활은 평범하면서도 안정적이었다. 가끔씩 부부싸움도 빠뜨리지 않았지만 누가보더라도 평범한 결혼 생활, 그 이상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다. 장사도 날씨도 좋았다. 사라는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모든게 평화로웠다. 모처럼 햇살도 내리쬐고 모처럼 상쾌한 바람도 불었다. 모처럼 해변도 갈매기도 조용했다. 그때 사라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은 이 모든 평화를 깨고 요란하게 울었다. 사라가 핸드폰을 들었다. 모르는 번호가 떠 있었다. 그녀는 기분 나쁜 낯설음을 느꼈지만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사라는 핸드폰을 귀에 가까이 대었다. 거기에는 고통이 있었고 비명이 있었다. 거칠게 부르짖는 그 목소리 뒤로 절망이 들렸다. 그 목소리는 사라의 마음에 눈물을 낳았고 눈물은 고통을, 그리고 고통은 그녀의 마음을 닫아버렸다.

 "남편 샘이 오늘 오후 역 주변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에 의해 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저희가 신고를 받고 도착했을때 그는 이미 죽어있었으며 즉사로 판명됩니다. 시체는 노르위치병원으로 이송중이며..."

 그녀는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뜨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숨도 쉴 수가 없었다. 이어서 그녀의 심장주위로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이 느껴졌다.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고 손이 떨렸다. 시야가 흐려지는 듯 싶더니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아픔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2017 / 7 / 30 263 1 341   
22 The Future (Hope) - 2화 2017 / 7 / 30 309 1 21066   
21 The Future (Hope) - 1화 2017 / 7 / 30 298 1 6355   
20 The Present (Love) - 13화 2017 / 7 / 30 266 1 3144   
19 The Present (Love) - 12화 2017 / 7 / 30 286 1 12557   
18 The Present (Love) - 11화 2017 / 7 / 30 282 1 9281   
17 The Present (Love) - 10화 2017 / 7 / 30 283 1 13988   
16 The Present (Love) - 9화 2017 / 7 / 30 295 1 23328   
15 The Present (Love) - 8화 2017 / 7 / 30 268 1 22308   
14 The Present (Love) - 7화 2017 / 7 / 30 272 1 15631   
13 The Present (Love) - 6화 2017 / 7 / 30 288 1 11151   
12 The Present (Love) - 5화 2017 / 7 / 30 270 1 14877   
11 The Present (Love) - 4화 2017 / 7 / 30 280 1 11502   
10 The Present (Love) - 3화 2017 / 7 / 30 253 1 20498   
9 The Present (Love) - 2화 2017 / 7 / 30 281 1 14875   
8 The Present (Love) - 1화 2017 / 7 / 30 263 1 10304   
7 The Past (Faith) - 6화 2017 / 7 / 30 289 1 23343   
6 The Past (Faith) - 6화 2017 / 7 / 30 256 1 20128   
5 The Past (Faith) - 5화 2017 / 7 / 30 289 1 8840   
4 The Past (Faith) - 4화 2017 / 7 / 30 289 1 20543   
3 The Past (Faith) - 3화 2017 / 7 / 30 275 1 14306   
2 The Past (Faith) - 2화 2017 / 7 / 30 292 1 12770   
1 The Past (Faith) - 1화 2017 / 7 / 30 431 1 1969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