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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ast (Faith) - 5화
작성일 : 17-07-30 19:36     조회 : 288     추천 : 1     분량 : 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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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실 밖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고 바람은 서늘했다. 사라가 그녀의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어느덧 8시를 지나고 있었다. 사라가 제인을 다시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사라와 노트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러나 사라는 노트를 집어들 뿐 바로 펼치지는 않았다. 다만 노트위로 그녀의 얼굴을 묻은채 떨었다. 제인은 노트 뒷면에 흐느끼는 사라를 쳐다보았다. 그것말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그 아이에게 조금 더 사랑을 주었더라면...이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왜 계속 이런 생각이 드는거죠? 내 딸도 아닌데 말이예요.”

 한없이 누르고 눌렀던 고달픔이 터져나온듯이 그녀는 자신의 슬픔과 후회를 참아내지 못하고 흐느꼈다.

 "누군가...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클라라도 당신도 없었어요.”

 그녀는 잠시 아무말도 잇지 못한채, 그곳에 그대로 그렇게 있었다. 겨우 노트를 펼쳤지만 손에 쥔 노트 위로 눈물이 이어 떨어졌고 그것은 잉크위로 번지며 흘러내렸다.

 "아아아..."

 창문을 타고 흘러오는 바람이 제인의 목소리를 사라에게 전해주었다. 사라는 흐르는 눈물을 막으며 고개를 들어 간신히 제인을 쳐다보았다. 제인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 끝에는 노트가 있었다. 사라가 이제 멈추지 않는 눈물을 조용히 흘리며 집중해서 그녀의 말을 받아적기 시작했다.

 "너는 클라라 이상으로 그 아이에게 잘 했어. 그 아이도 알고 있을게다.”

 제인의 짧은 말을 옮겨적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사라는 제인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감사함을 느꼈다. 사라는 작은 위로에나마 감사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떨림이 멈추었다. 제인의 눈이 다시 노트를 향했다.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미안하지만 시간이 날 때 종종 이곳에 들러 이야기를 해주겠니? 너는 믿을 수 없겠지만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되든 최선을 다해 살고싶다.”

 '땡 땡 땡.’

 8시 45분을 알리는 굵은 종소리. 단지 두번의 짧은 대화를 했을 뿐인데 어느새 면회 종료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병실에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이내 문이 열렸다. 사라가 고개를 돌려 병실 밖을 쳐다보았고, 간호사는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면회시간 종료라는 사인을 주었다. 사라가 알겠다는 제스처를 보내자 간호사는 한번의 깊은 한숨과 함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방문이 닫힘과 함께,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사라는 제인의 침대위에 노트를 내려놓으며 멋지게 미소지어보였다. 눈물은 어느새 말라버려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졌다.

 "이제 가야겠어요. 내일 또 올게요, 제인.”

 그녀가 짧은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에 더이상 눈물은 없었으나 눈물이 흘렀던 자국은 깊이 남아있었다. 사라가 코트를 집을 때 그녀는 제인의 시선이 또다시 노트를 향하고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라는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펜을 꺼내들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자 얼굴에서 눈물이 사라지듯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너의 마음속에 있는 눈물도 사라질게다. 너의 믿음과 소망을 간직하거라.”

 사라는 좀 더 진실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제인.”

 그녀가 잠시 제인의 손을 붙잡고 보듬었다. 이내 사라의 손목시계에서 9시를 알리는 알람이 작게 두번 울렸고 정확하게도 그 순간에 간호사가 방문을 노크했다.

 "사라. 이제 정말 가야해요.”

 불만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음에도 충분히 날카로웠다.

 "알아요. 나가고 있어요. 미안해요.”

 사라는 제인을 다시금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문을 향해 나가던 그녀가 다시 조용히 돌아섰다.

 "제인, 계속 말해야 할지 망설였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말하는게 나을 것 같네요. 저, 제인…"

 그녀가 가방에서 흰색의 봉투를 꺼내 제인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제인의 침대에 놓아두었다. 이미 여러번 구겨지고 한번은 젖었던 봉투라 그 위로 쓰여진 원래의 글씨를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제인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봉투가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게 아까 말한 오로르가 가져왔던 초청장이예요. 제인, 그리고..."

 사라가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빨리나와요.”

 잠시 침묵이 다시 이어지는가 싶더니 바로 간호사의 짜증섞인 말투가 들려왔다.

 "수잔, 제발 나가서 기다려줘요. 더 이상 기다리라는 소리하지 않을거예요!"

 사라가 감았던 눈을 뜨고 조용히 문을 향해 말했다. 다소 협박처럼 들리는 사라의 말에 수잔은 거칠게 발을 쿵쿵대며 사라졌다. 사라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요. 이제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을거예요. 한번 더 짜증내면 이제 더 이상 2층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필 수 없을테니까요. 그 정도는 수잔도 알거예요.”

 사라가 제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하지만 사라는 그녀의 농담에 제인이 웃는지 우는지 알길이 없었다.

 "제인, 오늘이… 바로 그 날이예요. 바로 오늘이 그녀의 콘서트가 있는 날이예요. 그리고 오늘이 제인이 침대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은지 2주째 되는 날이예요.”

 제인이 사라를 쳐다보았다. 뒤이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봉투를 쳐다보았다.

 "제인, 미안해요. 하지만 매일매일이 위태로웠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끝에 가지 않기로 한 거예요. 정말 가고 싶었지만, 어쩔수 없었어요. 단순한 콘서트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지만… 당신의 목숨이 달린 문제니까요.”

 사라가 제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말도 없었고 사라는 이내 문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돌렸다. 그 순간 그녀의 짧은 한마디의 고백은 제인의 마음속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메세지가 되었다.

 "그녀의 공연이 시작할 때, 나… 속으로 기도했어요. 오로르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 바로 그 때, 당신이 기적처럼 깨어났어요. 바로 그 순간에요, 제인.”

 제인은 자신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그것은 어떤 이성적인 판단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순간의 깨달음이 그녀 위에 머물렀다. 믿음없는 그것은 때때로 위험을 수반하기도 했지만 제인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그녀는 문 밖으로 사라지는 사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라는 작은 미소를 남기고 떠났다. 이제 그녀가 떠난 후 병원에 남아 있는 손님이라고는 문이 닫히는 소리에 이어 복도에서 들리는 몇몇 발자국 소리뿐이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사방에 달려있는 조명들, 그리고 앞줄을 장식한 수많은 기자들. 카메라들은 그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길다란 주둥이를 삐쭉 내밀고 있었다. 오로르는 많은 사람들이 무대와 객석을 나누고있는 얇은 커튼 한 장 너머로 그녀에 대해 수근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 몸은 후끈거렸다. 마치 그녀가 입은 검은색 치마와 긴 소매의 블라우스가 이 곳의 모든 열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검은 색 킬힐은 그녀가 중심을 잡는데 모든 집중을 하게 만들었고 마치 높은 곳에 서 있어서 어지러운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했다. 그새 조금 더 길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은 블라우스를 간지럽히고 있었고 빨갛게 물들인 그녀의 입술은 오늘따라 창백한 그녀의 피부와 대조되었다. 웅장하게 쿵쾅거리는 심장과는 달리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천가지의 부드러운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렀다. 오늘 연주할 단 세개의 피스… 그녀의 여태까지 모든것을 결정해 줄 것들이었다. 그리고....

 

 수없이 자신을 타이르고 침착해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터질것만 같이 고동쳤다. 시계를 보자 7시 2분전이었다. 이제 떨림은 긴장을 넘어서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진정시켜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콘서트는 그녀의 피아노를 평가받는 자리이자 그녀 인생에서 처음으로 그녀 홀로 겪는 일이었다. 사실 그녀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란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 이 자리는 레코팅회사의 손님들에게 그녀가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피아니스트인지 보여주어야 하는 자리였다. 그녀의 피아노는 6년전에비해 실력이 향상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했다. 즉, 그녀에게 오랜기간 투자한 그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회사 안팍으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것은 그녀가 찾고있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찾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며 피아니스트로서의 위치도 확고히 하게끔 도와줄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긴장감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심장박동 사이로, 피를 타고 온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손이 떨리고 두 발이 후들거렸다. 속이 메스꺼웠다.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감아보았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눈을 떠 보니 잔인하게도 스태프 중 한 명이 그녀에게 스탠바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새 조명은 어두워져 있었고 관객들은 조용히 그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곧 자주색 벨벳에 금색의 수가 일자로 새겨져 있는 화려한 커튼이 무대 위로 올라갔고, 관객들은 커다란 박수로 그녀를 맞았다. 커튼 뒤 무대 안쪽에서는 피디가 그녀에게 시작의 사인을 보냈고 그 옆에 서 있던 레코딩회사의 보스는 미소를 띄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무대쪽을 바라보며 크게 한번 숨을 들이쉬었다. 마치 인생을 건 연주를 하는 것 같았다. 여태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연주해왔을 뿐,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연주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무대로 걸어나갔다. 무대뒤에서 무대에 첫 발을 딛는 순간까지, 그리고 그곳에서 피아노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녀가 무대에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기다렸다는 듯이 흰색의 플래쉬 불빛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한손으로 눈을 가린채 무대위를 걸었다. 하지만 공격적인 플래쉬 소리와 빛에 그녀는 마치 시야와 소리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반드시 확인해야만 할 것이 있었다. 화해의 의미,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이해해준다는 의미. 그녀는 그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객석 A12, A13, 그리고 짧은 순간 그녀의 시선이 거기에 머물렀다. 흰 색의 플래쉬가 마치 환영이라도 만들어낸 듯, 그 순간 그녀는 비어있는 두 자리에서 그들을 보았다. 그녀를 향해 환하게 미소짓고있는 그들의 모습을. 하지만 그녀가 채 기쁨을 느끼기도 전, 그녀는 그것이 환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다림도, 사랑도, 그리고 용서도… 없었다. 기자들은 평범하게 피아노로 향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서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다시금 피아노를 향해 몸을 돌린 그녀에게 다시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대었다. 그러나 오로르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기자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데뷔 공연 시작전 강렬한 임팩트를 위한 일종의 쇼라고 생각한 채 열렬히 환영하며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나 공연을 책임지는 피디와 제작자들 그리고 레코딩회사 관계자들과 거기에 있던 스탭들 모두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채 커튼 뒤에서 그녀를 향해 피아노로 가라는 신호를 보내려 애쓰고 있었다. 누구도, 그녀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관객들도 이것이 그녀의 연주전 퍼포먼스라고 믿어 의심치 않은채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지자 손바닥이 아파오는 관객들도, 이 이벤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제작자와 피디들도, 그리고 기사거리에 굶주려 연이어 사진을 찍어대던 기자들도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순식간에 무대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 완벽한 침묵이 공연장을 덮었다. 콘서트를 통해 돈을 버는 관계자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그들은 커튼을 내리기로 결정했고 스태프에게 신호를 했다. 하지만 스태프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관객들 사이에서 조용한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관계자들도 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눈을 떴다. 알 수 없는 표정을 한채 그녀는 피아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걸음 뒷편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이 피어올랐다. 관객들의 수군거림이 점차 커졌다. 피디는 제작자를 쳐다봤고 제작자는 관계자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중 누구도 지금 이것이 사고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들에게는 제작자의 감이란 그들만의 특별한 것이 존재했다. 그들은 그녀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무엇인가가 이미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소속사 상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 흐름에 자신의 이성을 내던져버린채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의자에 앉은 그녀는 자신의 블라우스 소매를 힘차게 걷어올렸다. 그리고선 그녀의 오른손에 걸려있는 끈을 빼 머리를 묶었다. 이미 칠이 벗겨진 은색 피아노 장신구가 그녀 머리카락의 움직임에 맞춰 달랑거렸다. 그녀가 피아노 커버를 열었다. 그리고 주위의 웅성거림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모두가 그렇게 이 순간을 느끼고 있었다.

 침묵이 그들을 사로잡았을 때 그녀의 오른손이 머리위로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서는 부드럽게, 감미롭게, 아름답게 그리고… 그리고 그렇게 슬픔을 타고서 연주가 시작했다.

 

 달빛이 비추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저녁은 언제나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거리에는 흥분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공연을 볼 사람들, 이미 보고 나오는 사람들, 웃음 소리, 떠드는 소리, 그리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소리들. 거리는 온갖 소리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기쁨 역시 가득했다. 적어도 슬픔보다는 확실히 기쁨이 많아보였다. 하지만 그 화려한 기쁨의 향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큰 태풍이 오기 전일 수록 날씨가 화창하고 거대한 해일이 닥치기 전의 해변이 가장 잔잔하다고. 오늘따라 기쁨이라는 이름의 새가 뉴욕의 한복판에서 날개짓을 하는 것도 그런 것이었을까? 모두가 웃고 떠드는 가운데 큰 박수소리와 함께 브로드웨이의 한 건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매우 아름다운 것을 본 것처럼 얼굴에 흥분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깊고 어두운 기운이 함께했고 그들 대부분의 눈가에는 깊은 눈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골목으로 흘러나와 브로드웨이에 합류했고 슬픈 얼굴을 한 그들 뒤로 거대한 박수소리는 멈추지 않은 채 계속 이어졌다. 그들은 곧 기쁨이 가득했던 그 거리 속으로 한명씩 흩어져나갔다. 신기하게도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곧 웃음과 흥분이 사라졌고 침묵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런 광경에 신기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분위기의 일부가 되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몇은 이들이 나왔던 건물을 쳐다보았다. 건물에서는 이제 몇몇 사람들의 수근거림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도대체 연주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심지어 몇명은 눈물까지 흘리다니. ‘눈물의 세기의 콘서트' 어떤가?”

 연주가 끝난 후에도 슬픔에 감염되지 않은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레코드 회사 관계자들이었다. 그들은 그녀가 가진 음악의 힘을 보았다. 진작에 알았지만 그들은 이것이 실제로 뉴욕에서 통한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참이었다. 그들은 사무실 창가에 선채로 건물 밖으로 나가는 관중들을 지켜보았다. 브로드웨이의 작은 홀에서 나온 그들은 각자의 길을 가면서 입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수근대고 있었다. 어떤 이는 조용히, 어떤이는 슬프게, 또 어떤이는 열정적으로...그들 중 몇몇은 프로그램 표나 팜플렛에 실린 오로르의 사진을 집은 채 아무말도 없이 바라보며 걸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런 그들과 그들이 나온 콘서트 홀 건물에 신기함을 담은 시선을 보냈다. 레코드 회사의 관계자들을 승리의 웃음을 지으며 미리 준비한 샴페인을 터뜨렸다.

 

  오로르는 대기실에서 샴페인 코르크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창 오늘의 연주를 다시 떠올리고 있는 참인데 소음이 조금씩 섞여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사실 오늘 연주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자신의 실력에 인색한 편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칭찬 해줄만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날이니까. 그녀는 제인과 사라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 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제인의 일을 모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심장이 베인 것 처럼, 그래서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뜨거우면서도 아팠다. 자신이 그날 한 일에 대해서 후회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자신이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회의감이 밀려 들었다.

 '그냥 그 마을에서 희망 없이, 소망 없이 그냥 살아도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오늘 그녀는 한가지 건진 것은 있었다. 바로 음악이었다. 그녀가 연주했던 쇼팽, nocturne - no 8 in d flat major op 27-2. 그것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펐다. 그녀조차 그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음악이 남았다.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그것은 이제 조만간 그녀에게 소망과 사랑과 희망을 안겨줄 것이었다. 그러면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슬픔에 갇혀 살지 않아도 될 터였다. 더 이상 삶의 소망을 잃어버린 채로 살지 않아도 될 터였다. 그녀의 음악, 그것은 이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는 제인과 사라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이제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자 너무 슬프다 못해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먼저 놓아주기로 했다. 버림받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싫으니까. 누군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그 아픔을 또 겪기는 싫었으니까...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 그녀의 긴 머리는 더 자라 그녀의 허리까지 내려왔고 용모나 행동 모두, 제법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6년이 지나간 뒤, 또 다른 3년이란 시간은 그녀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전히 단 한가지만을 제외하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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