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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ast (Faith) - 2화
작성일 : 17-07-30 19:29     조회 : 291     추천 : 1     분량 : 1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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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고, 오로르는 젖은 몸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널찍한 일층은 텅 비어있었고 그녀의 방과 아버지의 서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부모님의 방에는 낡은 피아노 한대가 그녀를 맞이했다. 오로르는 젖은 몸 그대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비에 젖은 팔을 무겁게 들어올려 피아노 커버를 열었다. 잠시 피아노를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건반을 치기 시작했다. 늘 하던 손가락 스트레칭도 하지 않고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르는 열려있는 창문에서 들어오는 거친 빗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아노 소리가 묻힌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무거운 몸을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창문을 닫자 집 안이 조용해졌다. 어느새 사납게 내리던 굵은 빗줄기가 얇아지자 그나마 더 조용해졌다. 이제 방은 오직 오로르와 피아노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그녀는 다시 피아노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치려했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가 건반에 닿는 순간 오로르는 아까 전에 느꼈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옴을 느꼈다.

 

 오로르는 당장 모든 동작을 멈추고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거세게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불안감이 현실의 선을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피아노는 이제 너무 늙어버렸는지, 아니면 지쳐버렸는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의 주인인 오로르를 위해 더 이상 울어주지 않았다. 오로지 조용한 침묵 가운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작게 들려올 뿐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미 흠뻑 젖은 그녀의 머리에서도 계속해서 물방울이 떨어져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구별할 길이 없었다. 다만 그녀의 흐느낌이 그녀의 눈물을 증명해줬다. 오로르는 잠시 그 자리에 말없이 서서 흐느낀 후, 피아노의 뒤를 열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피아노를 사랑했던 그녀일지라도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는 피아노를 고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이제 피아노는 영원히 잠들었다는 강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로르는 한참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채 피아노를 바라보더니 이층으로 힘없이 걸어 올라갔다. 그녀는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는 아버지의 서재로 들어가 서랍장에서 잘 정리되어있는 씨디들 중 하나를 골라 꺼내었다. 쇼팽의 CD. 그녀는 책상에 놓여있는 스테레오에 씨디를 넣었다. 책상에는 하얀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었지만 스테레오와 그 주위는 깔끔했다. ON 버튼을 누른 후 2번트랙에 맞추어 놓았다. 스테레오는 작동이 잘 안되는 듯 싶더니 곧이어 희미하게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 빗소리와 함께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자 쇼팽이 작곡한 슬픈 곡들 중 하나로 유명했다. 오로르는 볼륨을 높이고 방문을 열어둔 채 복도를 걸어 욕실로 향했다. 옷을 벗을 의욕도 없이 그녀는 샤워기를 틀고 몸을 벽에 기대었다. 그리고 한없이, 그리고 서럽게, 마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방금 전 떠나보낸 듯이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눈물과 창밖의 눈물 소리, 그리고 빗방울 연주곡의 눈물 소리에 묻혀버렸다. 오직… 그녀의 흐느낌은 그녀 자신에게만 들릴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몸을 들고 샤워기를 껐다. 그리고선 젖은채로 욕실에서 나와 다시 서재로 들어갔다. 트랙은 돌고 돌아 여전히 빗방울 전주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빗줄기는 아까보다 더 약해져 있었다. 그녀는 서랍장 가장 위에 자리잡은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서는 한쪽 구석에 깔끔하게 정리된 아버지의 물건을 꺼내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이미 녹이 슬어버린 아버지의 면도날.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가녀린 손목 끝으로 힘없이 가져갔다. 면도날보다 조금 더 넓은 그녀의 손목에 거친 면도날이 닿자 그녀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가득찼다.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이겨보려고 그녀는 크게 숨을 쉬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서 면도날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이제 몇 초 후면 후회해도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을 거야… 그리고 그 순간만 지나가면 더 이상 어떤 후회도 슬픔도 나를 찾아오지 못하겠지. 내가 어디있는지도,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도. 이제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못할거야. 그리고… 이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눈을 뜨면 나는 어머니가 눈 앞에 있...'

 그녀의 생각이 끝날 무렵, 그 찰나에 그녀의 머리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믿음, 소망, 사랑. 그것이 삶의 원동력.’

 순간 엄청나게 큰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아버지방 창문이 흔들리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빗줄기 뿐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연스레 시선은 손목으로 향했다. 확인했다. 이미 녹슬어버린 면도날이 그녀의 손목을 살짝 벤 후였다. 손목 위로 얇은 불그스름한 선이 생겼다. 천둥소리에 놀라 무의식속에 그랬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로 그랬는지, 그녀는 어떻게 손목에 상처가 생겼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 상처는 얇아보였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피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오로르는 오른손, 반대 손목에 차고있던 시계를 보았다. 8시 14분. 아직 너무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녀는 바지 뒷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피가 나는 손목을 묶었다. 손목이 따끔거리고 욱신거렸지만 그녀는 주체하지 않았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가장 큰 우산을 집어든 채 집을 나왔다. 하지만 어느새 빗방울은 다시금 굵어져있었고 오로르는 이런 빗 속에서 우산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오로르가 사라의 집에 도착했을 때 우산은 이미 뒤로 꺾여져 있었고 그녀의 옷은 이미 흠뻑 젖어버린 상태였다. 오로르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벨을 눌렀다.

 

 "삐."

 잠시 아무런 응답이 없더니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이층에서 작은 불빛이 켜졌다. 곧이어 이층에서 계단을 타고 사뿐히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사라, 저예요, 오로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늘 자유분방한 성격의 사라도 이 시간에, 그리고 이런 빗속에 오로르가 자신을 찾아오자 약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젖은 모습을 보고 얼른 그녀를 집 안으로 들였다.

 "어서 들어와라, 어서."

 둘은 일층의 작은 소파에 앉아있었다. 거실의 커피메이커는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원두를 괴롭히고 있었고 에스프레소가 잔으로 떨어지는 시간동안 사라는 화장실 선반에서 그녀에게 수건을 가져다 주었다. 오로르가 수건으로 조용히 젖은 몸을 닦아내는 동안 거실에서는 빗소리와 커피메이커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니? "

 사라가 창백한 얼굴의 오로르에게 물었다.

 "사라가 말한 믿음이란거, 그 소망이란거. 정말로 삶에 있어서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사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오로르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게 궁금해서 이 시간에 온거니?"

 오로르가 고개를 끄덕였고 창백한 그녀의 볼이 살짝 분홍색으로 변했다.

 "네. 그걸 꼭 알고싶어요.”

 “그래?”

 그녀가 오로르를 바라보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런데 말야, 그건 개인마다 다 다른것 아니겠니? 다만 한가지 내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있어 그것들은 매우 귀중한 삶의 원동력이라는거지."

 오로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라를 바라보더니 이내 약간은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거실에는 사라가 커피를 들이키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피아노가... 죽어버렸어요.”

 침묵을 깨며 오로르가 말했다. 사라는 놀람과 동시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이제 어떻게 하죠?"

 오로르가 자신의 손가락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로르 손가락 위로 따뜻한 빗물 하나가 떨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나에게 있어 삶의 원동력은 피아노 뿐인데… 이제 그것마저 잃었어요.”

 오로르가 고개를 들어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슬픔과 고독 속에서 방황하는 한 어린 여자아이의 따뜻한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라는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리고 담배 한 가치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래서 나 이제… 모든걸 다 잃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라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오로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오로르의 떨리는 어깨를 보며 타들어가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그런데 모든 것을 포기한 그 순간, 아줌마가 오늘 이야기했던 믿음과 사랑과 소망.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그래서 나 여기에 온거예요. 그것들이 나에게도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오로르가 기운없이 고개를 들어 사라를 쳐다보았다. 사라는 지금 이 순간이 아마도 오로르 그녀의 인생에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담배를 재떨이에 내려놓았다.

 "오로르, 사실 내가 너에게 해주었던 삶의 원동력이라는 믿음과 소망, 사랑은 너의 어머니 클라라가 늘 나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란다. 너의 기억속에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클라라는 긍정적이고 믿음과 소망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사랑이 가득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리고 그녀에게 믿음과 사랑, 소망은 다름아닌 너였어. 그녀 자신도 아니었고 그녀의 남편도 아니었지. 오로지 너였어. 그녀의 사랑은 항상 너를 향해 있었단다. 그녀는 특별했어. 때때로 그녀는 정말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당당하게 맞서서 이루어내곤 했어. 그리고선 자신을 들어내지 않았어. 늘 겸손하고 다른사람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때문에 클라라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과 가까이 지냈고 그들은 그녀를 사랑했어. 그렇기에 그녀가 죽은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그녀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그녀가 사랑했던 너 역시 너 자체로 사랑하며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단다."

 오로르가 약간은 위로가 되었는지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처음 듣는 말이지?"

 오로르가 고개를 숙인채 끄덕였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것은 위로가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믿음과 사랑, 그리고 소망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은 그 어느 말 보다도 위로가 되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이 일었다.

 "그렇겠지. 마을사람 누구도 이 사실을 알리기보다는 그냥 너를 있는 그대로의 오로르로 사랑하기를 원하니까 말이야.”

 사라가 오로르를 쳐다보며 작은 미소를 건넸다.

 “그럼, 나는… 내 믿음과 사랑, 그리고 소망은 어떻게 알 수 있죠?"

 오로르가 진지한 표정으로 사라를 쳐다보았다. 사라의 말이 위로는 되었지만 아직 그 '믿음과 사랑, 소망’ 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사라도 오로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하얘져있었다.

 "그건 너가 정하는 거지. 앞으로 삶을 살아나가면서 너에게 있어 소망과 믿음이 될 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잘 생각해보렴.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것들 모두, 클라라처럼 사랑으로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

 오로르가 침착하게 그녀의 말들의 의미를 천천히 곱씹고있는 동안 사라는 새로운 담배 한 가치를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는 진한 커피의 수증기와 만나 함께 공중으로 사라졌다. 오로르는 뭔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곧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지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침묵이 잠시 흐르는 동안 빗줄기는 다시금 거세지기 시작했고 사라는 조용히 이 침묵을 즐기며 창 밖의 비를 구경했다. 사라가 커피의 마지막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불길한 예감과 함께 그녀의 머리속에 오로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더이상 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사라의 머리속으로 오늘따라 유난히 그녀의 안색이 창백했던 것과 계속해서 고개를 떨구고 있던 것, 그리고 기운없이 보이는 모습들이 마치 영화의 장면들처럼 떠오르며 재빠르게 지나갔다. 차가운 두려움이 그녀의 마음속으로 엄습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오로르, 너 설마. 룻!”

 사라가 커피를 재빨리 내려놓고 그녀가 앉아있는 소파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오로르는 이미 의식을 잃은 후였다. 그때 사라는 그녀의 손수건이 이상하게 붉다는 것을 눈치챘다. 사라는 그녀가 자신과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수건을 이제서야 알아챈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불안감은 점점 실체가 되어 사라의 목을 조여왔고 두려움은 점점 실체가 되어 그녀를 숨통을 끊을 칼로 변해갔다. 두려움과 알수없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사라는 떨리는 손으로 오로르의 손수건을 풀었다. 원망스럽게도 그녀의 불길한 느낌 그대로였다. 오로르의 왼쪽 손목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상처 자체는 크거나 깊어보이지 않았지만 피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방금전 보다도 더 창백해져 있었고 온 몸은 싸늘했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지 10년도 안되 이번에는 그 친구의 딸이…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사라는 더럭 겁이났다. 떨림은 멈추지 않았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버릴 수 없기에 소리라도 질러 도움을 요청해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강한 정신적 의지와는 달리 몸이 거부했다. 그녀는 침착해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것 역시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몸이 서서히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혼란과 마비는 그녀의 마음속, 광대한 두려움을 먹으며 겁없이 자라났다. 그녀는 지금 즉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에 직면한 이 때, 그녀의 몸은 침묵을 지킬 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그냥 입을 닫은채 오로르가 죽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려 하고 있었다.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두려움 속에서 잠들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실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런 종류의 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한적도 들킨적도 없었다. 이 증상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 앞에 두번다시 살아서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남편이 죽고, 가장 친한 친구가 죽으면서 그녀는 일종의 공포증에 걸리게 되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갑자기 겁을 먹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다였다. 몸이 상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 어느 공포증보다 위험하고 두려운 심각한 정신적 질환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눈을 감는다면 모든것이 편해질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었다. 단순한 도피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말했다.

 '제발, 제발… 하나님, 당신이 존재한다면 제발 나의 기도를 들어주세요. 제발, 부디 오로르를 살려주세요.'

 사라는 말을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속에서 겨우 기도를 끝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났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의식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너의 믿음과 소망은 무엇이니?”

 

 사라가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화창한 어느날이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작은 병실에는 침대 네개가 있었으나 두개는 비어있었다. 환자의 머리맡쪽 흰색의 벽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화가의 그림 몇 개가 나란히 걸려있었고 창문 사이로는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커튼은 바람에 맞춰 흔들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춤추는 무용수 같았다. 사라는 아직 온전치 않은 의식으로 한참동안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오로르가 누워있었다. 그녀는 이미 일어나 사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왼 손목에는 커다란 붕대가 감겨 있었다. 오로르가 눈물이 고인 눈으로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다행이예요. 우리 살아있네요.”

 사라가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오로르를 쳐다보았다. 햇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슬퍼보였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는거지?"

 오로르가 일어나 침대에 앉아 말을 꺼냈다.

 "제인이 우리를 발견하고 신고했어요. 의사선생님 말로는, 제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 그대로 시간이 더 흘렀으면 위험했을거래요.”

 사라가 말을 꺼내기 전에 오로르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제인이 저희를 발견했을 때 사라가 제 손목을 꽉 쥐고 있었대요. 그래서 손목이 조금이나마 지혈되서 천만다행이었대요.”

 사라는 자신이 기절하기 전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기억하는 한 그녀는 오로르의 손목을 잡은 적이 없었다.

 "고마워요, 사라.”

 오로르가 한동안 사라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사라는 자신이 그녀를 빨리 구해주지 못한데에 미안함을 느꼈다. 필요없는 위험에 처하게 한 것 같아 괜한 죄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사라는 그것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복잡한 심정을 미소로 대신했다.

 "제인이 우리를 어떻게 발견한거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제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검은 봉지 한개가 들려있었다.

 "그날따라 오로르가 말하는게 범상치 않아 저녁에 오로르의 집에 한 번 들러봤다. 처음에는 불도 꺼져있고 아무런 응답이 없길래 자는 줄 알고 돌아가려는 찰나에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봤더니 집 문이 열려 있지뭐냐. 불안한 마음에 불을 켰더니 바닥에 피가 떨어져 있더구나. 집에는 아무도 없길래 오로르가 저녁에 찾아갈 만한 사람이 나 아니면 사라 너 밖에 없으니까 당장 너희 집으로 향했지. 오로르에게 무슨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다리가 후들거리더구나. 그렇게 너희 집에 도착하니 문은 열려있었고 너희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거실 바닥에 너희 둘 다 쓰러져 있는게 보이더구나. 다행이도 사라 너가 오로르의 손목을 두손으로 꽉 지고 있기에 피는 거의 멈춰져 있었다. 다행이었지. 그렇다고 너의 행동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로르. 그리고 바로 999에 전화해 응급실로 데려왔다.”

 오로르가 대답하려 했지만 제인이 태연하게 병실을 들어오며 대답했다. 사라는 여전히 자신이 오로르의 손목을 감쌌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제인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서웠어요.”

 제인은 잠시 사라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봉투에서 음료수들을 꺼내며 말했다.

 “죽음이라… 무섭지. 하지만 때로는 전혀 무섭지 않기도 한 법이야.”

 사라는 제인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제인은 꺼낸 음료수를 오로르와 사라에게 하나씩 주었고 두 사람은 제인의 작은 성의를 조용히 감사함으로 받아 들었다.

 "마시렴, 목이 마를테지. 조금은 나을게다."

 사라는 제인의 말이 끝나자 쌓여있던 갈증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사라는 음료수를 따서 한번에 다 마셔버렸다. 갈증이 해소되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시선이 머무른 곳에는 음료수를 따놓은 채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오로르가 있었다. 그녀는 마네킹처럼 움직이지 않은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제인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왜 그러느냐?"

 오로르는 아무말이 없었다.

 "이제 드디어 삶을 포기한 것이냐? 아침에는 조금은 좋아보이더니… 내 착각이었던 게냐?"

 오로르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인도 더 이상 아무말 하지 않았다. 셋은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또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오로르는 고개를 숙인채로 뭔가를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라는 그 모습에서 그녀가 쓰러졌던 날 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진짜로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그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제인을 바라보았다. 입을 열어 말했다. 고백했다.

 "할머니, 나 살고싶어. 나… 지금이라도 런던에 갈 수 있을까?"

 제인도, 사라도, 그리고 병실의 공기도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곧 제인과 사라의 얼굴은 진심어린 기쁨의 미소로 가득찼다. 마치 이 한마디 기다려왔다는 듯, 제인은 감격에 못이겨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제인의 주름진 뺨 위로 한방울, 눈물이 흐르자 오로르는 이 분위기를 어찌할지 몰라 당황해했다. 그녀는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라는 그녀에게 멋진 윙크를 지어보였다.

 “할머니,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오로르가 쑥스러워하며 제인에게 말을 건냈다. 제인은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갑자기 하루만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게냐? 어제의 너와는 사뭇 다르구나.”

 제인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물었다. 오로르는 잠시 사라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삶의 원동력을 찾고싶어서요. 그리고..."

 사라와 제인은 오로르의 말이 끝나기를 숨죽이며 기다렸다. 오로르는 둘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쑥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내려 말을 이었다.

 "지금은 정말… 피아노가 치고 싶어요.”

 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인에게 미소를 보냈다. 제인은 오른쪽 눈썹을 올린채 이해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좀 더 좋은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의미이냐? 너에게는 낡았지만 이미 피아노가 있지 않느냐?"

 제인의 물음에 오로르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사라가 대신하여 대답하였다.

 "아마도 오로르의 피아노가 수명을 다한것 같아요.”

 오로르의 피아노가 고장났다는 사실에 제인의 반대쪽 눈썹도 올라갔다.

 "그 말이 사실이냐? 사람을 불러 고쳐보면 되지 않느냐? 돈은 걱정하지 말거라.”

 사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는 아직 피아노를 소생시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시도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제인의 말에 오로르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 피아노는 나에게 가족이자 연인이자 친구였어요. 그런데 어제 건반을 쳤을 때…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았을 때 이제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런던으로 가겠다고 결정한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피아노가 혹시라도 고쳐진다면 떠나기 망설여질 것 같아요.”

 사라와 제인은 오로르의 마음을 확인하자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만... 하나만 부탁해도 되요?"

 오로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봤다.

 "당연하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주마.”

 사라도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런던에 가서 만일 계약이 성사되면 한 동안은 이곳에 안 돌아오고 싶어요. 연락도 못할지도 몰라요. 아니, 안할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잠시 내게 있는 모든 소중한 것들을 잊고싶어요. 그렇다고 사라나 제인이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 이해해주세요.”

 한동안 보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아쉬운 소식이지만 그정도도 이해하지 못할 제인과 사라가 아니었다. 오로르는 그들의 미소로 대답을 들은 후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피아노를 고쳐주세요. 이곳에 다시 왔을 때… 나에게도 믿음이라는 것이 생겼을 때, 그때, 제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어요.”

 사라와 제인은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오로르가 한 시름 덜었다는 듯이 안도의 한 숨을 쉬고나자 병실에 기분좋은 침묵이 흘렀다. 셋은 모두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며 이 순간을 음미했다. 그리고 몇분간은 서로의 숨소리, 바람의 노랫소리, 복도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만이 존재했다. 잠시 후 '땡' 하는 소리와 함께 멀리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셋만의 기분좋은 침묵은 그렇게 끝을 맞이했다.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이 왔나보다. 너가 걱정된다고 난리이지 뭐냐? 저들이 너가 한 소리를 들으면 이 조금한 병원에서 기뻐서 난리를 쳐대겠구나."

 제인은 곧 들어올 그들과 이 기쁜 소식을 나눌 준비를 했고 사라는 조금 더 이 순간을 음미하고 싶은 듯 눈을 감은채로 침대에 누웠다. 오로르는 병실의 창틀 안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너머로, 그리고 커튼 사이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너머로 보이는 구름을 쳐다보았다.

 

 한적한 평일 정오의 그레이트 야머스 기차역과는 달리 오늘은 기차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한 대의 기차가 플랫폼으로 천천히 들어서자 한 여자아이가 버거워 보이는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서 기차 앞으로 걸어갔다. 20명 남짓 되는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오로르가 이내 객차 앞에 멈춰서자 그들도 멈춰섰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오로르가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마을 사람들은 제각기 안부의 인사를 건넸고 마지막으로 무리에서 가장 늙은 할머니가 그녀를 향해 걸어나왔다.

 "잘 다녀오거라. 그쪽에서 처음에는 인터뷰를 한다고 했지만 형식적인 절차라고 했으니 다시 돌아올 걱정은 없을 거다. 이왕 떠나기로 마음먹은거 성공하고서나 돌아오너라.”

 오로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은 말을 끝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제인, 고마워요. 다녀올게요. 건강히 계세요."

 제인은 오로르의 그 말에 눈이 빨개졌다. 오로르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오로르는 알 수 있었다. 제인이 눈물샘을 억지로 틀어막으려고 노력하는 사이 이번에는 사라가 오로르 옆으로 다가왔다. 기차역 안이었기에 담배는 피우지 않았지만 대신 그녀는 커다란 커피잔을 들고있었다.

 "오로르, 여기있는 마을 사람 모두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잊지마렴. 그리고 지난번에 부탁하나 해도 되냐고 물었지? 언제나… 너가 필요할때, 어떤 부탁이든하렴. 우리는 늘 네편이야. 가끔씩 제인 할머니에게라도 연락하렴.”

 사라가 말을 마치며 오로르의 볼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사라도 자신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사랑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로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차에 올라탔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캐리어를 끌고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는 한 가녀린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리에 앉아 손을 흔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기차가 출발하고 멀어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들의 안타까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기차는 그 여린 소녀를 태우고 점점 작아지더니 곧 마을사람들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날, 그레이트 야머스에는 하늘 가득한 먹구름 아래로 때아닌 폭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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