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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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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30 17:38     조회 : 374     추천 : 0     분량 : 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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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신포동 김 형사의 집에서 보낸 첫날은 몹시 두렵고 무서운 긴 밤을 보내야 했다.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구부정한 자세로 눈을 감은지 꼬박 두 시간여 만에 잠에서 깬 채 눈을 감은 인우에게 몇 번이고 선잠만 들락거렸다. 오래된 나무 창틀이 바람에 덜컹거리며 마구 흔들렸고 시커먼 방과는 달리 달빛이 상큼하게 물든 유리창 너머로 가끔씩 물컹한 물체들이 지나는 것처럼 보여서 자꾸 신경이 곤두섰다. 사람처럼 보인 검은 그림자는 한참을 유리창에 기댄 채 마치 인우가 있는 방안을 훔쳐보듯이 꼼짝 않고 유리창에 기대어 서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무서웠는지 인우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숨소리도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틀어막기도 했지만, 여전히 바깥은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들이 서성이면서 키득거리는 것 같아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인우가 깜빡 잠이 든 것은 동이 트기 시작하는 어스름한 새벽녘이었다. 잠이 들자마자 인우는 요란한 코고는 소리와 함께 깊은 구렁 같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무수한 꿈을 꾸고도 전혀 기억에 한 점 남아 있지 않는 기이하고도 묘한 꿈들이 깊이 잠든 인우 곁으로 일제히 몰려들었던 것이다.

  -넌 오늘까지 집에 있어. 아저씨가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해보니까 오늘까지 나오지 않아도 된다더라구.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인우에게 김 형사가 붉은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김 형사의 말에 인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기진 모습으로 밥을 퍼먹었다.

  -오늘 이 아저씨가 학폭위에 갔다가 소명을 제대로 하면 아마 학교 다니는 일은 문제가 없을 거야. 하지만 학폭위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이 아저씨도 장담은 못해. 그리고 친구들이 괴롭힌다고 친구들과 싸움질하면 그건 곤란해. 그런 일은 이 아저씨도 널 도울 수가 없어. 알겠니?

  -네.

  -마음에 안 들고 화가 나더라도 참아. 이 아저씨도 너처럼 어렸을 때 무조건 맞고 다녔거든. 맞는 게 차라리 편하다는 걸 뒤 늦게야 알게 된 거지. 그리고 설거지 할 줄 알지?

  -네.

  아저씨는 다은이 데리고 먼저 나갈 테니까 설거지 끝나면 방 정리도 좀 부탁하마. 알겠지?

  -네.

  인우는 김 형사와 다은이가 나가자 다은이가 남겨놓은 김칫국물이 흥건한 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기 앞으로 끌어다 놓고 다시 마구 퍼먹기 시작했다. 반찬이라고 해봐야 기껏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계란프라이가 전부였다. 볼품없는 반찬 앞에서도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인우가 차려진 음식만 보고도 군침을 흘릴 만큼 특별히 좋아하는 반찬은 따로 있었다. 갈비찜이 바로 그것이었다.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고난 뒤 유 도환과 함께 양주에 있는 갈비집으로 일부러 가서 사먹은 게 마지막이었다.

  인우는 밥을 먹고 난 뒤 설거지를 하고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방청소와 물걸레질 까지 끝마쳤다. 아침을 먹고 나서 곧바로 설거지를 끝낸 뒤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방 청소를 끝내고 나니 다시 점심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두 그릇을 먹은 탓에 배는 고프지 않았다. 밥을 먹게 되면 설거지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인우는 냉장고 앞을 서성이다가 물 컵으로 두 잔의 물을 연거푸 마신 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햇볕이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마당을 화사하게 밝혔고 그런 마당 한 가운데 우뚝 선 인우를 햇볕이 감싸자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를 맛보는 것 같았다. 평상시 같으면 낯선 환경에 몹시 주눅이 들어서 바깥출입도 삼갔을 테지만 인우는 의외로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마치 익숙한 길을 걷듯 발걸음이 허공에 붕 뜨는 것처럼 가벼웠고 상큼하기까지 했다.

  -어젯밤 보던 그 녀석인데?

  -어떻게 할까?

  인우가 집을 나와 신포시장 근처로 발걸음을 옮기자 낯선 음성이 마치 뒤를 밟고 따라오면서 소곤대는 것처럼 들렸다. 그 소리는 도저히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만큼 인우 가까이에서 발목을 붙잡았다. 인우는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사람은커녕 지나가는 강아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인우가 걸음을 멈춘 곳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 뒷골목이었다. 그곳은 아주 좁은 골목이었고 마주보고 있는 주택 담장마다 넝쿨장미가 어지럽게 덮여있었다. 좁은 바닥은 콘크리트로 만든 커다란 블록을 덮어 작은 시냇물이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게 보였고 그런 골목이 미로처럼 어지럽게 연결된 주택단지 한 복판에 와있었다. 인우가 생각처럼 신포시장으로 가는 길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누군가 따라오면서 중얼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자 방향감각마저 잃었고 점점 더 인우를 성가시게 했다.

  -이상하네? 분명히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인우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역시 지나는 사람도 동물들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었다 여기고 인우는 신포시장으로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틀림없어. 어제 본 그 놈이야. 어쩌지? 당장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직은 안 돼. 만약 우리의 정체가 탄로 나면?

  -그, 그럼 어떡해 해? 그 놈이 분명해 보이는데…

  인우가 들었던 음성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들어보라는 투로 귀에 쏙쏙 들어왔다. 곁눈질을 하면서 힐끔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인우 뒤엔 텅 빈 공간처럼 스산하기까지 했다. 특히 신포시장이 가까워질수록 소곤거림은 더욱 크게 들려서 인우는 목덜미를 붙잡힌 것처럼 불편하고 거북했다.

  -의외의 일이 벌어진 거야! 어떻게 저런 녀석이지?

  -틀림없어. 이건 뭔가가 대단히 잘못된 걸 거야.

  -내 말이. 두고 보면 알겠지.

  -보나마나야. 넌 그렇게도 보는 눈이 없어서 어쩜 좋을까?

  -내가 왜? 난 이래 뵈두 10km 밖에 있는 개미새끼를 구분할 줄 안다구.

  -자랑이다.

  인우가 골목어귀를 벗어나서 수림공원과 신포시장으로 가는 갈림길에 들어서자 소곤거림은 더욱 요란해졌다. 인우는 소곤거리는 소리 때문에 도저히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갈림길이 있는 골목 어귀에서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렸다. 인우가 섰던 곳은 단층 주택이 정갈하게 늘어선 곳이었다. 인우는 그곳이 오래전부터 유행처럼 지어진 곳이라는 것을 언뜻 들은 기억이 있었다. 주택에 딸린 마당은 잔디정원으로 제법 잘 가꿔져 있었고 담장마다 감나무와 장미가 넝쿨로 장식돼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겐 감나무 마을로 통했다. 그러니까 주변이 온통 비슷한 환경으로 가꾼 주택들로 밀집한 곳이 바로 감나무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인우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구는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한참을 두리번거린 것이다. 하지만 돌아볼 때마다 소곤거림은 마치 거짓말처럼 뚝 그치는 것이었다. 인우는 순간적으로 짜증이 살짝 넘어오려는 것을 침을 삼켜가면서 간신히 참아내고 조심스럽게 주택가 골목을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유난히 싱싱해 보이는 담장이 넝쿨장미 쪽을 쳐다보자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게 눈에 띈 것이다. 그곳은 넝쿨장미가 수북하게 담장을 휘감고 바닥까지 내려와 있었다. 인우는 그곳으로 슬그머니 걸음을 옮겼다.

  -크, 근일인데… 우리를 본 게 아닐까?

  -쉿, 조용히 하란 말이야. 저 녀석 척 봐도 엉큼한 거 모르겠어? 우리가 발각되면 이건 다 너 때문이란 걸 기억해 둬! 악!

  -도대체 너희 뭐지?

  인우가 담쟁이 장미넝쿨로 다가가 장미꽃을 살짝 들어 올리자 흰색 올빼미 두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인우를 보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인우는 그런 곳에 올빼미가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주택가에 올빼미라니, 이건 신포동 생활 시작부터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올빼미가 말을 하고 있었고 인우를 보자마자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하나는 커다란 눈을 내리 깔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말똥말똥 뜨고 쳐다보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인우는 말을 잃고 한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저, 정말 너희들이니? 너희가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소곤거린 거 맞니?

  -…

  인우의 말에 수다스럽게 소곤거렸던 올빼미들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뭐지, 그런 태도는?

  -저, 정말 우리가 보인 거니?

  두 마리 올빼미 중 희고 약간 연분홍빛의 부드러운 털로 덮인 덩치가 보다 큰 올빼미가 인우를 빤히 올려다보면서 입을 연 것이다. 인우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올빼미들을 향해 말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처럼 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올빼미가 인우의 말귀를 알아듣고 대꾸를 한 것이다.

  -너, 지금 말 한 거 맞지?

  -…

  -그렇게 물어보면 어쩌니? 네가 우릴 알아 본 거 아니었어?

  -정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올빼미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을…

  -설명하고 말고 할 게 뭐 있니? 네가 본 대로 들은 대로 그대로인 걸.

  -그런데 왜 내 뒤를 졸졸 따라온 거니?

  -그걸 몰라서 묻니?

  인우의 말에 연한 연분홍빛의 올빼미가 비위에 거슬렸는지 아니꼬운 눈초리로 쌀쌀맞게 대꾸했다.

  -왜?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그, 그걸 말이라고 하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것 보라구. 얘는 이러고도 남을 거랬잖아.

  두 마리의 올배미 중에 가만히 땅바닥에 시선을 두고 있던 순백색의 올빼미가 인우를 그 큰 부리로 물어뜯을 것처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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